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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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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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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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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DUMMY

드래곤은 일어서서 네인을 내려다봤다.


“작은 세계로구나.”

“아직은 작죠. 점점더 커질 세계이기도 하고요.”

“어디까지 커질 생각이지?”

“적어도 이곳에 오길 선택한 사람이 충분히 살만한 정도로요.”

“사람이라...”

“참고로 제 기준에서 당신도 사람입니다. 종족이 드래곤이지.”

“참 널널한 기준이구나. 그러니 그런 행동들을 보이는 거겠지만.”

“네?”


흑마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네인은 의문을 표했다.


“이 모습으로 있어도 되나?”

“편하실대로 하세요. 인간의 모습을 원하시지 않는건 알고 있습니다.”

“고맙군.”

“원하시는거 있으시면 저한테 말하시면 됩니다. 세계는 점점 크게 만들거고 나중에는 충분한 크기의 레어를 만들 곳도 있겠죠.”

“레어는 필요 없을 것 같군. 그냥 밖에 있어도 충분하다.”

“그래요? 그게 편하시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네인이 허공에 미는 시늉을 하자 공간이 문이 열리듯 움직였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싸우시면 안 됩니다? 아직 이 세계는 약한 세계라...”

“걱정 말게나.”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게 네인은 정신 세계를 떠나고 흑마법사는 드래곤에게 물었다.


“피 좀 줄 수 있나?”

“그 단검. 왜 들고 있나 했더니 그럴 용도였나?”

“그래서 대답은?”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흑마법사의 단검을 뺏었다.

드래곤이 잡은 단검은 은은한 검붉은 마나가 휘감겼다.


푹!


단검으로 팔에 상처를 낸 드래곤은 마나를 거두고 단검에 피를 잔뜩 묻혀 흑마법사에게 건넸다.


“이 정도면 되나?”

“태연하군. 보통이면 감히 이 몸의 어쩌구 저쩌구 하는게 드래곤의 성격이었는데.”

“그러면 그쪽도 힘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었나? 충분한 힘은 있는 것 같은데.”


드래곤도 흑마법사도 생전 절대자라고 불릴만한 강자다.

죽고 현재 네인의 정신세계에 들어와 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이 사용했던 힘, 전성기 시절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흑마법사도 드래곤도 잠깐 마나를 방출한 것만으로 이 생각이 사실인 걸 확인했다.

힘은 전성기 시절 이상으로 낼 수 있다는 확신은 이미 내린 상태.

그럼에도 그들은 싸우지 않았다.

네인이 싸우지 말라고 부탁했으니까.


“드래곤이 한낱 인간의 말을 듣다니 세상이 뒤집힐 일이군.”

“정말 뒤집히는 꼴이 날 수도 있는데. 취소하지 그러나?”


드래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 취소하지.”


땅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말장난도 못 하는군.”

“분란을 일어나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는 거겠지. 자네도 네인의 기억을 얻었으니 알지 않은가?”

“흠.. 그래도 네인도 말장난은 좋아하는데.”

“우리의 전생을 고려한 결과겠지.”


드래곤의 말에 대해서 흑마법사는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전생에 장난은 사절이었으니까.


“근데 네인의 반응을 보면 자네 또한 마찬가지 였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드래곤은 흑마법사의 말에 수긍했다. 전생의 자신을 생각한다면 아까 흑마법사의 비꼬는 말투에 분개했어야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 원인을 드래곤도 흑마법사도 알고 있었다.

네인과 기억을 고유한 영향이 그 이유니까.


“지금 체감하고 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군. 기억이라는 게 이럴 수 있다는 게.”

“영혼의 완벽한 동화라니.. 경험하면서도 믿기 힘들군.”


네인에게 감화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기억을 공유하게 된 이들과 네인의 기억은 완벽하게 동화되어있으나 그게 나의 기억이 아니라고 인정할 정도로 괴리가 있는 기억이니까.

무엇보다 겨우 반백년도 살지 못한 인간의 기억 따위는 그들의 기억에 비하면 티끌만 한 기억이었다.

시간으로 비교하면 찰나의 순간.

어쩌면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했을지 모른다.

흑마법사도 드래곤도 그 찰나가 쌓여 지금이 존재했으니까.

이 생각을 지금 하고 있는 흑마법사와 드래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신기하군.””


모두가 알고 있는 그리고 다시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생각이 둘의 머릿속을 채웠다.





레비탄 백작가 일행이 수도로 향하고 있는 어느 저녁.


“야영인가..”

“오늘 저녁은 어떤 음식일까?”


야영을 위해 만들어진 간이 부엌에서 어비스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귀찮아.’


어비스가 요리를 하게된 계기는 단순한 음식 투정이었다.

물자가 준비되어있다고 야영은 야영이었고 백작가에서 먹던 음식과 조금 덜 맛있는 음식이 식사로 나와 어비스는 투정을 부린 것이다.

애초에 어비스는 백작가의 요리사들의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네인에게 부탁하면 현대의 치킨이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덜 맛있는 백작가의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네인이 없었다.

반강제로 먹게 된 어느날 계속해서 투정 부리던 어비스에게 제대로 화가 난 요리사가 어비스에게 스스로 요리해 먹으라고 재료를 던지며 시켰다.

어비스는 반박하지 않고 요리했고 어비스의 요리는 백작가의 요리사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풍경이었다.


“재료 손질은?”

“거의 다 끝났습니다.”

“불 온도는?”

“적당합니다.”

“좋아.”


간이주방에서 재료 손질하는 요리사와 손질된 재료로 요리하는 어비스.

어비스가 요리를 잘하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네인이 갖고 있는 기억에 요리사도 있었으니까.

네인은 스스로 얻은 기억 외에 활용하기 꺼려하지만 어비스는 아니었다.

그 외에 네인이 드문드문 다양하게 갖고 있는 요리 지식과 검을 사용하는데 도가 튼 마스터의 몸.

일류 요리사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류 요리사 정도는 충분히 흉내낼 수 있었다.


“스테이크에 토마토 스튜.. 더 만들까?”

“여기서 더 말입니까?”

“네인만 있으면 더 만들 수 있는데.”


부족한 고기 같은 경우 어비스가 사냥을 해 보충하기도 했다.

야생동물이기에 기생충을 잠깐 걱정하긴 했지만 열만 충분히 가하면 사멸하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고 뭣하면 네인이 있다.

문제는 부족한 게 고기가 아니었다.


“디저트까지 해보고 싶은데.. 네인 이 자식 언제 와.”


벌써 사흘이 지났다.

곧 수도에 도착하니 그 전에 얼굴이라도 비치는 게 정상인데 생각해보니 네인은 정상적인 놈이 아니었다.


“진짜 어디서 별의별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 이걸 못 막네.”

“뭐가?”


어비스의 등 뒤에 네인이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무겁다.”

“그래.”


갑자기 나타난 네인의 등장에 요리사들의 몸이 굳었다.


“웬 요리?”

“심심해서. 귀찮긴 한데 하면 또 재미는 있어. 애초에 해보고 싶어 했잖아.”

“옛날이야기지만.”

“지금은 워낙 할 게 많으니까. 그것보다 재료 좀 만들어주라.”

“어느 거?”

“우유, 달걀, 버터, 생크림, 연유, 설탕, 밀가루, 과일 여러 가지.”

“뭐 하려고?”

“아 그냥 보기나 해.”

“그래.”

“많이 만들어주기나 해.”

“네~네~”


어비스의 몸 일부가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바닥에 떨어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마법진? 뭐하게.”

“아이스크림.”

“밀가루는?”

“와플이라도 만들까 싶어서.”

“틀은?”

“내놔.”

“그래.”


우웅..


부엌밑바닥 전체에 그려진 마법진이 활성화되고 그 중앙에 있는 어비스의 주변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오~ 신기하네. 몇 써클 수준이야?”

“아직도 써클에 목메니까 마법이 그 수준인 거야.”

“기준은 중요하지.”


비꼬는 어비스의 말에 긍정적으로 받아넘긴 네인.

네인은 비어있는 탁자에 어비스가 원했던 물건을 떨어트렸다.

계란은 떨어트리면 깨지니 계란판을 만들어 놓고 가루와 액체 형태의 물건은 병을 만들어 담아두었다.


“더 필요한 건?”

“이젠 능력 쓰는데 눈치 안 보네.”

“이 정도는 뭘~ 다른 건?”

“없어. 밖에 나가. 네 것도 만들 테니까 한번 먹어보던가. 맛은 모르겠다.”

“그래.”


네인은 그렇게 간이 부엌 바깥으로 나갔다.

어비스는 그런 네인을 빤히 바라봤다.


“1만.. 네인치고 조금 적네. 뭔가 조건이 있는 건가?”


어비스는 네인이 시야에 사라지고 난 뒤 요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흠.. 요새 어비스 좀 까칠해진 것 같단 말이지?”


그동안 한 게 있다 보니 까칠해 질법하지만, 왠지 네인이 생각하는 이유와 다른 이유로 까칠해진 것 같다.

네인은 주변을 둘러봤다.

기척을 죽이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들 식사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네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이 나태하단 건 아니다.

눈 외에 다른 감각을 사용해 식사를 하고 있는 와중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대단하다 할 일이다.

네인은 멍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장난 좀 쳐볼까?’


테마는 날씨.

봄날, 저녁, 정령, 별.

좋아 한번 해보자.

네인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적당히 떠오른 네인은 심호흡을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해볼까? 용언.’


[때는 바야흐로 계절의 탄생]


네인은 겨우 시작을 알리는 한 문장 읖었을 뿐인데 주변의 마나가 증폭되었다.

이에 반응한 기사들 그리고 아직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기사들도 달라진 분위기에 주변을 둘러봤다.


[지는 해는 드리우는 어둠을 당기고 어둠은 빛을 밀어내는 시간]

[온기가 남고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의 시간]

[잠든 이들과 깨어나는 이들이 나뉘는 시간]

[움직이는 생명, 시작되는 고동은 세상에 퍼져 계절을 따라 변하는 것이니]

[때는 시작의 계절]


파앗!

땅에 하얀 운무가 생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일행들 주변에서 형형색색의 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변화의 날 영령의 변화]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한때의 축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꿈같은 시간]

[조화이자 만개의 날]

[마주하라]


운무에서 한번 큰 빛이 나고 난 뒤 자아를 가진 듯 여기저기 떠다니는 빛.


“정령..!”


누군가가 그 빛의 정체를 알아채고 놀란 듯 외쳤다. 그리고 그걸 알아들은 이들이 빛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정령도 신기하다는 듯 인간의 곁에 다가갔지만, 정령도 인간을 만지지 못했다.


“생각보다 잘됐네.”


용언-강세(降世) 혼합정령계


용언으로 여러 정령계를 한곳에 강림시키는 말 그대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마법. 하지만 진짜 이곳에 정령계의 일부를 강림시키는 일을 벌이면 이 일대가 소멸된다.

게다가 네인이 이번 용언으로 강림시킨 정령계는 하나가 아닌 다수의 정령계.

원래라면 평범하게 소멸 정도로 안 끝나지만 지금 정령계의 정령과 인간이 서로를 인지하고 또 같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네인이 6써클에 오르면서 얻은 깨달음 덕분이었다.


‘재미있다.’


사람들이 당황하는 것도 재미있고 신기해하는 것도 재미있다.

마법이 공격적이고 실전성이 있을 필요는 없다.

낭비도 좋고 장난도 좋다.

필요한 건 그때그때 다르니까.

그때그때 필요한 걸 더하면 되니까.

지금은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재미만 있으면 충분하지.’


그렇게 땅을 내려다보며 일행들의 반응을 구경하던 그때 아이스크림 와플을 들고 간이 부엌에서 나온 어비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죽일 듯이.


‘흠... 큰일났.. 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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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네인과 인격의 관계 24.03.2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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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행동원리 24.03.13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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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불광불급 24.02.28 9 0 16쪽
105 네인 이야기(4) 24.02.21 8 0 12쪽
104 네인 이야기(3) 24.02.17 9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3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13 0 11쪽
100 침식 24.01.24 11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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