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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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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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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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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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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DUMMY

네인의 푸른 오러에 한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신기하군. 극양의 기운을 가지면서 극음의 기운을 사용하다니.”

“공교롭게도 그런 심법이라.”


삼재태극

극음

월하동지(月下冬至)


검강과 푸른 검기가 부딪힌다.

이전과 다른 점은 검강이 완전히 검기를 베어내지 못했다는 점.


“단단하군. 강도로는 검강보다 못하지만, 보통의 검기보다 뛰어나.”

“이게 내 방향성이라.”


음(陰)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네인에게 확고한 무언가는 없지만 태극에 대해서 한가지 기준이 있다.

양(陽)은 움직이는 것.

음(陰)은 정지한 것.

당연한 생각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극음을 생각할 때 달을 떠올린다.

네인도 달을 떠올리지만,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지.

달은 정지하지 않는다.

그럼 정지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는 물질은 뭘까.

얼음이다.

물이 얼 때 물의 분자운동이 정지하면서 이윽고 멈춘다. 그래서 네인은 극음의 기준으로 얼음, 정지를 선택했다.


‘솔직히 태극이라는 개념이 치트키지.’


생과 사

하늘과 땅

태양과 달

빛과 어둠

대척점임과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태극이라는 잣대는 만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것도 가능하다.


삼재태극-정(正)

극음극정

월하동지-설원(月下冬至-雪原)


사람의 올바름은 굳건해야 하며 이는 무너지지 않는 태산과도 같으니 눈 내리는 설원, 그곳에서 피어나는 만년설이야말로 극한의 음(陰), 무너지지 않은 극한의 정(正).

천한 때와 마찬가지로 네인의 오러에 푸른색과 흰색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네인을 기준으로 극음의 기운이 주변으로 뻗어나가고 네인의 검기의 형태는 검강처럼 굳건했다.


“괴물이로군.”


눈앞의 분신은 당장의 네인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괴물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세상천지에 극음의 기운을 이렇게 사용하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하죠. 근데 이럴 시간이 있나요?”


네인은 검을 휘둘렀다.

분신도 네인을 검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둘렀고 상황은 이전과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쾅!


“이게 무슨..!”

“와 이게 되네.”


한 합에 분신이 뒤로 밀렸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교도 아닌 단순 힘으로 밀렸다.

그것도 검강이 검기에게.


“어떤 수를 쓴 거지?”

“보통은 말 안 하는 게 정답이긴 한데.. 특별히 알려드리죠. 설원의 눈은 쌓이고 또 고이며 얼음이 되고 이윽고 만년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녹지 않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녹고 어는 현상이 반복되어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다름이 아닌 시간이라는 점.

그걸 아는지 분신의 검은 이전보다 더 맹렬히 휘몰아쳤다.


“깎아내시려는 겁니까.”

“깎다니 무슨 소리인가. 부숴야지.”

“그렇군요.”


검강과 검기가 부딪힌다.

얼음 깨지듯 검기가 깨지고 또 파편이 튄다.

깨진 부위를 메꾸려는 기운은 계속해서 깎이고 이내 줄어들기 시작한다.

승기를 완전히 점했다는 표정을 짓는 분신을 보고 생각했다.


‘분신의 기억은 전혀 없나 보군.’


만약 여기서 분신이었다면 이렇게 공세를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천한과 설원. 극과 극의 경지 그리고 혼합을 사용했으니까. 이제 네인은 원하는 길을 갈 준비가 되었다.

남은 경지도 한 발자국 남았다.

이제는 할 때다.

네인은 쇄도하는 분신의 검을 전부 흘렸다.


“태극혜검?!”

“틀립니다. 태극권이죠.”


네인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은 한 발자국을 걸으려고 했다.

시작은 태극.

세상은 태극으로 시작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하늘과 땅.

태양과 달.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양과 음이니.

세상이 태극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삼재는 어떨까.

천, 지, 인.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하늘과 땅 그리고 그사이에 사람이 산다.

세 가지 근원을 상징해 삼재에서 만다라를 보던 사람도 있었지만 생각하지만 네인은 다른 관점으로 봤다.

하늘과 땅 그 사이 사람. 태극의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태극을 삼재의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더 멀리 볼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을 흘린 뒤 네인이 펼치는 검술은 레비탄가의 검술.


바람 정령의 검

산들바람 난무


짧고 간결한 발 딛음.

항상 전력을 다한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바람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부니까.

레비탄 가문에서 검을 배울 때 내려오는 구전이다.

그리고 네인은 이 말이 참 좋았고 또 실전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볍고 또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쾌검이 네인의 검으로 펼쳐졌다.


“이건 또 무슨 검이냐.”

“그건 알 거 없고.”


레비탄 가문의 검은 극쾌의 검이다.

과거 바람 정령에 반한 선조가 정령의 힘을 보고 경험해 만든 검술.

바람 그 자체를 모방한 검술이다.

특별한 묘리가 없어서 약한 검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태극도 딱히 특별한 묘리가 아니라는 것.

하늘도 땅도 인간도...

제왕도 정(正)도 마(魔)도.

무언가 특별하고 또 굉장한 것은 아니다.

특별하고 굉장한 건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었으니까.

태극이라고 다 같은 태극이 아니고 바람이라고 다 같은 바람이 아니다.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이 아니듯 처음부터 다르고 또 시간이 지나 달라지는 것이 있다.

무협지의 불가와 도가에서는 그것을 도(道)라 부른다. 업(業)이라 부르기도 하고, 그리고 소설에 따라 또 분류가 다르다.

카르마, 신화 그리고 이야기.

보통 업, 카르마는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고 또 이 소재가 굉장히 흔하고 신화도 비슷하다.

이야기는... 한가지 소설이 굉장히 유명했다. 네인도 그 소설에서 참 많은 영감을 얻고 또 깨달았으니까.

네인은 이것 전부와 다른 관점으로 보기로 했다.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네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같은 건 의미가 없고 단어의 의미에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니까.

필요한 건 규정 그리고 답이면 된다.

그렇게 네인이 정한 도달점은 기억, 기록이다.

영혼, 육체.

그 안에 심어져있는 또한 쌓여있는 시간. 업이라 하기에는 그 성향은 바뀔 수도 있고 도라고 하기에는 길은 앞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신화라 하기에는 대부분의 인간의 일상은 조촐하며 이야기라 하기에는 그 이야기는 보는 사람이 없어도 흘러간다.

그렇기에 네인은 기억, 기록이라 지칭했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기록.

없었던 일일지라도 누군가는 기억할 수 있는 기억.

바뀌더라도 있다고 할 수 있는 기록.

승자만의 기억, 기록.

패자만의 기억, 기록.

어느 쪽이든 네인은 그것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네인은 눈앞에 기억에 먹인 분신을 지우지 않고 내버려두었고 또 그에 호응하여 지금 검을 맞대고 있다.


깡!


분신이 네인의 검을 의도적으로 후려쳤다.


“검을 맞대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네.”

“... 그렇지요.”


예의.

그러고 보니 전력을 다하는 상대에게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 들었는데... 그럼 이제 네인은 전력이란걸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대로 예의라는 걸 차려보죠.”

“호오?”


네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선명하고 또 맑은 혹은 어둡다고 할 정도로 선명한 눈빛을 자아냈다.

그 순간 어비스의 입에 웃음이 걸쳐졌다.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아무도 듣지 못한 그리고 입 모양 또한 변하지 않은 채로 어비스는 그렇게 말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 최선은 쉽게 안 나오거든요.”

“전력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그게 쉽게 나오지 않는지라 최선으로 만족하시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할 겁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지만 네인의 머릿속은 계속해서 의문을 자아냈다.

정말로 해도 되는 건지, 해야만 하는 건지, 하고 싶은 건지.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 건지.

... 뭐 이런거 질문해도 의미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묻는다.

나는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네인은 검을 고쳐잡으며 생각했다.

있어도 되니 여기 있겠지. 그리 넘기고, 해도 되는 건 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해야만 할 때 라는 건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건 해보면 된다.

정해진 것은 없고 불확실한 건 모른다.

무지(無知)이며 무지(無志).

알지 못하며 뜻 또한 없다.


“남는 건 결국 길(道)밖에 없네.”


그럼 걸어보자.

전부.

끝이 안 보일지라도.


파앗-


네인의 전신에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검은 마나는 불타오르듯 타오르지 않고 잔잔하게 네인의 몸을 감쌌다.

기세도 고요하고 주변을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네인의 몸을 감쌀 뿐이었다.




그런 네인의 검은 마나에 푸른 검강이 꽂혔다.


‘안 빠진다.’


순간, 검은 마나가 전신을 감싸길래 필살의 절초라도 사용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찰나였다. 하지만 거의 뭐든지 베어버리는 검강이 검은 마나에 닿는 순간 늪에 빠진 다리마냥 짤 뽑히지 않았다.

분신은 검은 마나로 몸이 뒤덮인 네인을 바라봤다.


‘마나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만 저 속에서 뭐가 일어나는 거지?’


검은 마나는 한 치의 빈틈없이 네인의 몸을 감싸 아무도 그 안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어비스 빼고.

현 상황에 의문이 가득할 시점 어비스가 입을 열었다.


“검은색은 불길함의 상징인 경우가 많지. 하지만 왜 검은색이 불길함의 상징일까?”

“빛이 들지 않은 어둠이 검은색이라서? 빛을 흡수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색이 검은색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내가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모든 색은 불길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빨강은 불의 색이며 따듯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든 걸 태우는 화마를 표현하기도 하고 파랑은 물의 색이며 사람에게 시원한 기운을 주지만 때로는 넘쳐나는 물은 모든 걸 휩쓸어버리는 재앙이 되기도 하지.”


어비스는 천천히 나긋나긋 말했다.

평범한 문답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시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에게는 노래처럼 느껴졌다.


“그럼 과연 검은색은 불길함을 빼면 어떤 의미가 남을까.”


주르륵..


네인을 감싸던 검은 마나가 액체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흘러내린 검은 마나가 네인의 몸을 타고 땅에 닿아 사라지고 있을 때 모두 네인의 이변을 눈치챘다.

검은 마나로부터 벗어난 네인의 키가 평범한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기고 몸은 이전과 다르게 각이 잡힌 근육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상황을 아직 전부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 네인이 눈을 떴다.

누가 봐도 선명하고도 맑은 검은 눈, 평소 네인의 흐린 눈이 아닌 눈앞을 보고 있는 게 느껴지는 선명한 눈이었다.

모두가 이해 못 할 변화를 해낸 네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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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네인 이야기(3) 24.02.17 8 0 11쪽
103 네인 이야기(2) 24.02.15 9 0 11쪽
102 네인 이야기 24.02.10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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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폭주 전조 24.01.17 12 0 11쪽
98 실험 24.01.15 11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0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4 0 11쪽
95 지옥도 23.12.22 9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8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1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1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2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0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15 0 16쪽
88 원점 23.10.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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