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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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난 바위요
한 방울 빗줄기 머금지 못하고
한 포기 풀조차 뿌리내리지 못하며
한 송이 꽃조차 피어내지 못하는
가치라고는 하릴 것 없어
따사로운 햇살에 얼굴을 붉힐 뿐인 바위요.
그러나,
천 번의 폭우와 만 번의 겨울을 지새워
원죄의 용암을 제하고
천번의 망치질과 만 번의 다듬질을 통해
번뇌의 티끌을 깎아내니
이 몸은 석상으로서 반석에 서고
이 마음은 인내로 빛을 발하리라.
하여 도망이란 것을 모르오.
나에게 망치질을 할 자 더 높이 들어
고난과 아픔을 이 몸뚱이에 새겨다오,
모난 돌이기에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그 아무 것도 담지 못한 바위였기에
한철의 열매가 아닌
영겁의 영광을 품으리오.
- 작가의말
북한산 근처 도로에서 석상을 깎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연장으로 쪼아 돌을 깎아내는 모습을 보니, 돌이 생물이 아니길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난 돌이 꿋꿋이 아픔을 참아 반반한 석상이 돼가는 것 아닌가, 그런 상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돌아오면서 쓴 게 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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