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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글쟁이 나카브의 공방

글로 인화한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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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브
작품등록일 :
2013.03.27 15:09
최근연재일 :
2016.03.02 04:4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709
추천수 :
51
글자수 :
5,823

작성
13.03.27 15:24
조회
461
추천
5
글자
2쪽

바람

DUMMY

고갯마루를 넘나드는 마님은 워낙에 소박하셔서

빛깔 하나 없는 무색 저고리와 무색 치마폭을 두르고 계셔요.


하지만 당당하게 가슴을 편 저고리는

하늘의 청빛을 담고

풍성히 열린 과실을 모두 거둘만큼 너른 치마폭은

들판의 쪽빛을 머금으니


소박해도 소박하다 할 사람 없고

소박한들 아름답다 하지 않을 사람 없죠.


저 하늘의 병풍을 접는 마님은 워낙에 너그러우셔서

오는 먹구름 가는 비구름할 것 없이 모두 품어버리죠.


하지만 마님의 호령에 해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먹구름 없고

마님의 질책에 흩어지지 않을 비구름 없으니

너그러우셔도 대쪽 같으시고, 너그럽다한들 무르다 할 사람 없죠.


저 갈 길을 재촉하는 마님은 워낙에 빠른지라

하늘을 땅 딛는 듯 가로지르는 천마라 한들 따라잡을 수가 없죠.


하지만 뉘 하나 가릴 것 없이 이마의 구슬땀을 닦아주시고

뉘 자식 가릴 것 없이 그 머리를 보듬어주시니

걸음을 재촉해도 빠짐이 없으시고, 재촉한들 야박하다 할 사람 없죠.


마님, 그래도 바쁜 걸음 잠시 쉬고 초가에 들어오소서.

칼칼해진 목 축이시게 뒷뜰의 우물물을 길어와

청빛 저고리와 쪽빛 치마폭을 손수 정성스럽게 빨아드리겠나이다.


작가의말

2006년 4월 16일작. 의인화 연습한다고 썼군요. 고전적인 문체를 좋아하던 시절이라 옛스런 표현을 흉내낸 것인지, 지금 와서 보니 저 자신도 낯설게 보이네요. 


글자크기 14pt로 보면 딱 맞게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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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30 킨나이프
    작성일
    13.03.30 20:15
    No. 1

    조금 제겐 난해하긴 하나, 고전적문체가, 참 청량한 느낌이 드는 문장들이네요.^^ 다들 읽고 한마디씩 써주시지. ㅋㅋ 뭔가 말을 남긴다는 건 살짝 어려운지도 모르지요. ㅋ. 순간 멍해졌답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3.30 20:55
    No. 2

    댓글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푸르샤
    작성일
    14.10.30 14:52
    No. 3

    봄바람은 아씨
    여름바람은 마님
    가을바람은 서방님
    겨울바람은 대감님
    세상의 여인네 꽃잎이 흔들리면
    나카브의 바람이 부는 거래요
    ㅎㅎㅎ 시 잘 감상하고 갑네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0.30 15:12
    No. 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Jonas
    작성일
    14.11.01 04:25
    No. 5

    시 정말 잘 쓰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2.20 07:09
    No. 6

    너무 좋아서 추천선작하고 갑니다.
    이런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0^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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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13.04.01 170 1 1쪽
4 온기 13.03.31 292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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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가 오면... +1 13.03.28 292 4 1쪽
» 바람 +6 13.03.27 462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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