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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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세상의 모든 내 아가들아. 해도 땅도 눈에 파묻혀
낮조차도 새하얀 밤에 지나지 않은 지난 겨우내
얼마나 오들오들 떨었니.
아가, 날 기다리는 모든 내 아가들아.
꽃사슴도 목련도 산딸기도 온데간데없는
이 하얀 백지장 세계서 홀로 웅크려
얼마나 서럽게 목놓아 외로워했니.
이제 내가 왔단다. 이 어미가 왔단다.
새벽에 흰 세상을 씻어내릴 봄비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너한테 다가간단다.
추위에 떨며 눈물짓던 너는
미운 마음에 흰 눈으로 얼굴을 파묻지만
이 어미는 네 설움마저 품어주러 따스히 다가간단다.
이제 내 품에 안기렴.
말마디가 응어리져 쌓여만 갔던 겨울이 간 지금,
죽 못해왔던 미안하다는 말과
애타게 삼켰던 사랑한다는 말이 한데 쏟아지는 오늘,
너와 나의 맺혀 얼어있던 인연, 오늘에서야 비로소 풀리는구나-
- 작가의말
2007년 군대에서 보초 설 적,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맞고 쓴 글입니다. 그때 눈이 온지 얼마 안 돼서 눈이 살짝 남아있었는데, 봄비를 맞으면서 눈들이 씻겨져 내려가고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더군요.
물론 그 다음날 감기 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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