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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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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58
추천수 :
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7.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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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지막...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20. 마지막...





부모님과 나는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붉은 얼굴과 동공이 풀어진 눈과 탁자 위에 놓은 빈 와인 병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들의 모습이 더 충격이었다. 어째서 셋이 비를 맞고 같이 들어오는 것일까.


아버지가 내 옆에 앉았다. 술 냄새가 났다. 그 옆에 어머니가 앉았다. 동생은 이층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아버지가 소리쳤다.


“여기 앉아!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그러자 동생이 군말 없이 소파 귀퉁이에 앉았다.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모두 말할 거야. 놀라지 마라.”


아버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나 술 좀 줘.”


아버지의 말에 엄마는 장식장에서 양주를 꺼내 들고 부엌으로 갔다.


“엄마 말대로 놀라지 마라. 네 동생 일인 반면에 네 일이기도 해.”

“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저 새끼가 또 도둑질 했어?”

“차라리 도둑질이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양주잔 두 개를 가져와 따르고 한 잔을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버지는 인상을 쓰며 양주를 마신 뒤 천천히 말했다.


“네 친구 현진이 범인 잡혔다.”


심장에서 쿵 소리가 났다. 나는 자세를 똑바로 했다.


“정말? 누군데?”

“니 옆에 있는 놈이랑 친구 두 명.”


아버지가 술잔을 들고 동생을 가리켰다.


“뭐?”


나는 동생을 쳐다보았다. 동생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거짓말 하지 마.”

“엄마와 함께 경찰서에 갔다 왔어. 현진이가 죽기 며칠 전에 저 놈들이 그 애를 우연히 만나서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어. 온후는 이제부터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될 거야.”

“내 평생 경찰서에 가서 그런 걸 쓰고 올 줄은 몰랐다.”


엄마가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침울하게 말했다.


“거짓말! 그런 거짓말이 어딨어! 거짓말 하지 마!”


나는 벌떡 일어나 목이 짖어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이 아니야.”


아버지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몸을 관통했다. 엄마는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이미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또 닦았다.


나는 동생 앞으로 가 녀석의 뺨을 몇 차례 갈겼다. 동생이 소파 밑으로 쓰러졌다.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죽였어? 네가 내 친구를?”

“누나······.”

“네가 죽였어? 네가 그 후였어?”


현진이를 죽게 만든 범인이 바로 옆에 있었다니!


나는 이층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가방에서 활을 꺼냈다. 활은 뜨거웠다.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후들거리는 손으로 화살을 꺼내 쥐었다. 그러나 어떻게 동생을 죽일 수 있을까. 어떻게 동생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어!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현진이를 죽게 만든 범인을 잡고 싶은 갈망이 활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범인을 찾는 동안 4명이 죽었다. 내 손으로 4명을 죽인 것이다.


“으아악!!!”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활의 끝은 파멸이다. 활의 끝은 파멸이다.


“알아! 안다고!”


하지만 동생을 죽일 순 없다.


나는 활과 화살을 가방에 넣고 겉옷을 입었다. 그리고 가방을 움켜쥐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부모님과 동생은 조금 전과 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생 앞에도 술잔이 있는 걸로 보아 아까보다는 부모님의 화가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내 캐리어에 빨간 줄이 갔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지.”

“나도 마찬가지야. 애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 하겠어? 대자보 붙으면 난 끝이야. 여보,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밖으로 새 나가는 순간 우린 끝장이야. 후배 검사한테 최대한 손을 써 봐야지. 피해자와 합의도 하고. 아...정말 미치겠다.”

“아빠, 나 학교는 어떻게 해?”

“일단 휴학하고 입대 날을 알아보자. 군대로 튀는 게 일을 덮는데 가장 좋으니까.”


세 사람의 대화는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나는 세 사람을 노려보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엄마가 소리쳤다.


“이 밤에 어딜 가니?”


나는 대답 없이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속력으로 달려 골목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


상사인 함 경정을 만난 강 형사와 박 형사는 그동안의 미스터리한 일은 설명하고 그의 하문을 기다렸다.


“강 경위가 말한 핵심은 그 가방이란 말이지?”

“네.”

“범인이 그 가방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 범행을 한 뒤 사라진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아무 실마리도 보이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뭔가?”

“배민주가 양궁을 했다는 겁니다. 의심을 받고 있다는 눈치를 채고는 가방을 바꿨습니다. 그런데도 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 가방에 활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고 봅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 할 수 있겠나? 압색 영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냔 말이야, 더구나 그 아버지가 검사라면.”


함 경장의 말에 두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행이 발생하는 현장을 덮치는 게 가장 현실성이 높다는 말인데. 죽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범인들이라는 점이야. 잘 죽었다는 여론을 믿고 사건을 게을리 하면 결국 경찰만 지탄만 받게 될 걸세.”


함 경장은 책상 위의 달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강 형사와 박 형사도 고심에 빠졌다. 잠시 후 함 경장이 말했다.


“일단 당분간 잠복을 하자. 나는 압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언제부터 할까요?”

“지금부터.”

“알겠습니다.”


두 형사는 함 경장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오늘 아들 녀석 생일이라 집에 잠깐 갔다 올 테니까 넌 배민주네 집에 가 있어.”

“천천히 오십시오. 생일인데.”

“고맙다.”


***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강 형사는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막 문이 닫히려는데 복도 끝에서 아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강 형사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아들을 기다렸다.


“아빠, 전화 왔어요.”


강 형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흔들며 숨을 헐떡거린다.


“고맙다. 그리고 생일 축하해.”


강 형사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은 히죽 웃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강 형사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처럼 경찰이 되기를 원하는 아들은 사실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러나 눈빛만은 강한 의지로 반짝거렸다.


강 형사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액정에 배민주의 번호가 떠 있다.


“네. 배민주 씨.”

“저, 민주 엄만데요. 민주 폰에 형사님 번호가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애가 집을 나갔어요. 지금 아빠랑 아들이 찾으러 나갔는데 아무래도 경찰에 알려야할 것 같아서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강 형사의 질문에 상대는 잠시 망설이더니 아들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어차피 형사님도 알게 될 테니까 미리 말씀드렸어요. 그것 때문에 민주가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 갈게요.”


강 형사는 집으로 달려가 자동차 열쇠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들과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현관문까지 나왔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


배민주의 집으로 차를 몰며 강 형사는 박 형사에게 전화를 했다.


박 형사는 배민주를 찾는 중이라고 말하며 숨을 헐떡거렸다. 전화를 끊고 강 형사는 자동차의 속도를 높였다.


***


나는 도로를 걸어가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도 차가 지날 때마다 택시인지 아닌지 확인했다. 오늘따라 도로에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괴괴한 분위기가 주택가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온통 현진이와 동생에게 가 있었다.


현진이는 죽기 전에 나를 찾아왔다. 그 애는 내게 동생의 일을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현진이는 친구인 내가 상처를 받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 마음을 어떻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현진이는 거대한 슬픔을 한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직접 그 범인을 처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생을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진이에게 이해를 바랄 수도 없다. 그게 이해가 되는 일이란 말인가? 절대 아니다. 현진이와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 동생이라는 걸 나는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나조차 용서 못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바랄 순 없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멀리서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몸을 웅크리고 걸어온다. 두려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도 걸음을 빨리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피해야 한다. 나는 오늘 할 일이 있다.


한참을 달리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같은 일행인 걸까? 소리는 작아졌다가 다시 들렸다. 일행이 여러 명인 걸까?


그 소리가 마치 현진이를 둘러싼 동생과 친구들의 비열한 웃음소리처럼 느껴졌다.


“미안해. 현진아. 미안해.”


어둡고 긴 골목을 빠져 나가자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몇 군데 불이 켜진 아파트는 잠을 자는 듯 어둡고 조용했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그림자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그동안 몇 번이나 다녀간 곳이었다.


그렇다. 나는 현진이가 몸을 던진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가방 위에 손을 올렸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활은 이미 준비상태였다. 몸을 돌려 검은 그림자를 향해 활을 쏘면 그만이었다.


나는 그동안 4명을 죽였다. 모두 내 손으로 죽였다. 목소리가 떠올랐다.


“활의 마지막은 파멸이다.”


나는 아파트로 뛰어갔다. 일층으로 달려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검은 그림자가 엘리베이터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그림자가 거의 가까이 다가 왔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마지막 층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어두운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복도 끝의 계단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옥상으로 나가지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의 가장자리에 섰다.


어쩌면 현진이가 섰던 곳일지도 모른다. 발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어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가방을 들고 허공을 향해 높이 들었다.


“이제 끝났어! 가져가!”


활은 가방 안에서 뜨거운 기운을 나뿜고 있었다. 활이 계속 내게 있는 한 나는 또다시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명한 일이다.


강풍에 가방이 흔들렸다. 나는 현진이가 그랬던 것처럼 가방을 든 채 허공으로 내 몸뚱이를 내던졌다.


아주 잠깐, 어둠이 시야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끝-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미흡한 글을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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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19.07.11 7 0 11쪽
19 범인은.... 19.07.07 10 0 13쪽
18 놀라운 증언 19.07.03 11 0 12쪽
17 또 다른 계획. 19.07.02 8 0 9쪽
16 후? 19.07.01 10 0 10쪽
15 형사의 촉 19.06.30 9 0 14쪽
14 배신 19.06.27 8 0 12쪽
13 WHO!!! 19.06.26 8 0 13쪽
12 유품 19.06.25 8 0 11쪽
11 투명인간 19.06.24 9 0 11쪽
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9 뜻밖의 만남 19.06.20 13 0 11쪽
8 화살, 화상 19.06.19 12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4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4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8 0 14쪽
2 실전 19.06.11 51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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