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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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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2
추천수 :
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6.23 17:52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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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활, 그리고 아우라!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10. 활, 그리고 아우라!





2인 병실이 엘리베이터처럼 갑갑하게 느껴졌다. 호흡이 턱까지 차 올라왔다. 나는 가방을 꼭 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목에 걸렸다. 재채기가 두어 번 연달아 튀어나왔다.


강 형사가 팔짱을 끼고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를 묻고 싶지만 경솔을 경계하는 경험자의 노련한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친다.


잠시 후 강 형사가 승후에게 질문을 했다.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뜨거운 물에 데었어요.”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그냥...집에서 라면 끓이려다가······.”

“수간호사 말이 화상자국이 가느다란 끈처럼 길게 났다고 있다고 하던데? 물을 끓이면 보통 자국이 넓게 퍼지잖아. 그렇지?”


그러자 뒤에 있던 박 형사가 거들었다.


“길게 생기지는 않죠. 대부분 동그란 형태로 생긴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승후가 말을 더듬었다.


“제...제가...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승후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기력이 없는지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그런 승후를 바라보는 내 입술은 갈증 난 사람처럼 타들어갔다. 혹시라도 거짓말이 들통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저는 그만 갈게요.”


나는 잠시 말이 끊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강 형사가 팔을 풀고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학생에게도 질문이 있는데. 환자랑 언제부터 친구였어요?”

“아······.”


나는 승후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야말로 거짓말을 잘 해야 한다. 승후가 한 짓을 말하는 건 고민스럽지 않다. 그건 누가 봐도 녀석의 잘못이니까. 그러나 승후조차도 이해 못하는 상처를 형사에게 말할 순 없다. 그렇게 되면 활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고 빼앗길 게 뻔하다. 더구나 아무도 믿지 않는 건 고사하고 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빼앗길 순 없다.


“양궁하던 친구가 소개해 줬어요.”

“양궁? 누가 양궁을?”

“제가 중학교 때요.”

“양궁을 했다?”


강 형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박 형사를 돌아보았다. 박 형사는 점퍼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그럼 전 갈게요. 승후야. 전화할게.”


무엇이 미흡한지 여전히 표정을 풀지 못한 채 강 형사는 길을 비켜주었다.


내가 병실을 나설 때 간호사가 빈 침대에 놓을 침대보와 베개를 들고 왔다. 곧 환자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러면 형사들도 오래 있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병원 앞에서 택시를 타고 데이트 폭력을 행사하던 남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갔다. 그의 상태에 따라 승후의 향후 상태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병원에 도착해 남자를 보았던 정형외과 병동으로 올라갔다. 그때처럼 휴게실에 앉아 기다렸지만 남자와 여자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간호사 데스크에 가서 남자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아, 다리에 화상을 입은 그 환자분요?”

“네. 수술을 해야 한다고 들었었는데.”

“수술 잘 돼서 퇴원했어요.”

“다리는요? 멀쩡해요?”

“다행히 절단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슨 사이세요?”

“그냥 아는 사이에요. 고맙습니다.”


다시 병원을 나왔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제 화살을 위력과 그것이 주는 파급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며칠 동안 집에서 게임만 했다.


지금은 적당한 근신이 필요하다. 화살을 남발하면 현진이의 범인을 잡기 전에 내가 먼저 잡힐지도 모른다. 마지막 한 발은 현진이를 위한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활을 없앨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승후는 몸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은 안정을 해야 하므로 직장을 그만 두고 입대 준비를 할 거라고 했다. 나는 진심으로 승후의 건강을 빌어주었다.


데이트 폭력남과 승후의 일을 보자면 화살은 상처의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회복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다.


***


게임이 시들해져 뉴스를 켜니 온통 계모의 자녀 학대와 살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나는 아줌마가 차려준 늦은 아침을 먹으며 휴대전화로 기사를 검새해 보았다.


“아니, 못 키우겠으면 보육원이나 시설에 맡기지. 조그만 애를 어떻게 죽을 때까지 팰 수 있어. 안 그래, 미주야?”


아줌마는 냉장고를 청소하며 열변을 토했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죽은 아이들이 귀신이 되어서 떠도는 걸 무당이 잡아다 일을 시킨다고 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동자보살이라고 들어봤어? 그 동자가 저렇게 죽은 애들인데, 무당이 굿을 해서 그 애들을 자기 몸에 빙의하고는 점을 보고 굿을 해서 돈을 번다는 얘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옛날에는 그랬단다. 내가 사기를 당하고 점집에 갔는데 그 무당이 동자를 실어서 나한테 그랬어. 언니야는 속이 새까맣다고.”

“헐······.”

“나도 웃고 말았어. 그런데 나가는 내 등에다 한마디 하더라.”

“뭐라고?”

“그 여자는 명이 짧대. 그걸 위안삼아 살라더라.”

“완전 엉터리다.”

“냉장고 청소했으니 정원으로 나간다. 교수님이 정원석 좀 닦으라고 했어. 먹고 올라가.”


아줌마는 청소도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출근을 하며 아줌마에게 일거리를 지시하고 간 모양이다.


나는 다 먹은 밥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방으로 올라왔다.


며칠 동안 계속 게임만 했더니 컴퓨터 앞에 앉기도 싫었다.


텔레비전을 켰다. 아줌마가 침을 튀기며 분통을 터트렸던 계모 살인사건이 나오고 있었다.


계모는 남편이 일을 나간 사이 내연남을 집으로 불러들였고, 그 와중에 아이가 방해되자 때려 죽였다고 했다.


현장검증을 마친 계모는 두 손이 묶인 채 경찰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단발머리가 방패가 되어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


기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질문을 했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여자의 얼굴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머리카락 틈에서 그녀의 이빨을 보았다. 어떤 기자의 질문에 아주 잠깐 지은 미소였다.


[아이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무엇입니까?]


여자는 왜 이 질문에서 미소를 지었을까? 마지막으로 먹은 게 없어서?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서? 아니면 기자가 웃기게 생겨서?


여자의 이빨을 눈치 챈 약삭빠른 기자가 다급하게 질문했다.


[지금 웃었죠? 왜? 왜 웃었습니까?]


그러자 여자가 머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잘 안 들립니다. 크게 말해주세요.]

[삽질을 한다고요.]


여자의 말에 기자들은 잠시 얼음이 되었다.


형사가 여자를 경찰서 안으로 끌고 갔다. 화면이 바뀌는 찰나, 기자들의 황당한 표정이 잠깐 스쳐갔다.


방송국 기자는 경찰서 출입문을 배경으로 하고 서서 마무리 멘트를 했다.


[1차 판결은 일주일 뒤에 있을 예정입니다. ** 경찰서에서 ***기자였습니다.]


갑자기 조금 전에 먹은 차돌박이 된장찌개가 위장벽을 할퀴기 시작했다. 여자의 어이없는 말을 들은 직후부터였다.


여자의 눈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서로 밀치고 당기는 기자들의 모습이 삽질하는 것으로 비쳤나보다.


위장벽을 할퀴던 비위가 곧 토할 것 같은 역겨움으로 변했다. 4살짜리 아이를 때려죽이고도 웃을 수 있는 건 악마 외엔 없다.


여자의 사악스러움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 쉬익. 스스스윽.


나는 침대에 있는 휴대전화를 쳐다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 텔레비전을 확인했다. 역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잠시 후,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책상 위의 가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가방은 생명이 있는 무엇이라도 되는 양 파르르 흔들며 오묘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활이 들어있던 상자의 겉면처럼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음침한 아우라가 가방 주변으로 드라이아이스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우라는 꽃이 내뿜는 향기처럼 아주 희미한 향을 허공에 흩뿌렸다.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내 몸은 거대한 얼음덩이가 되어버렸다.


가방에는 활이 있다. 그렇다면 활이 내뿜는 기운이란 말인가?


조심조심 책상으로 다가갔다. 미약한 열기가 느껴졌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활의 검은 프레임이 칠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때, 허공을 휘젓던 아우라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던 아우라가 속으로 들어가 뇌수를 뜨겁게 만들었다. 무서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활을 꺼냈다. 그러자 활이 내 손 안에서 검은 빛 기둥을 천장으로 쏘아 올렸다.


천장을 뚫고 나갈 듯한 강렬한 빛을 보는 순간, 내 마음 속에 거대한 생각이 차올랐다.


-그 여자다! 화살은 그 여자를 겨누고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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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투명인간 19.06.24 8 0 11쪽
»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9 뜻밖의 만남 19.06.20 12 0 11쪽
8 화살, 화상 19.06.19 11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3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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