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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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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3
추천수 :
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7.02 14:38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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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또 다른 계획.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17. 또 다른 계획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일층으로 내려가니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려다 배신을 당한 일이 떠올라 얼른 표정을 거두었다.


“잘 잤어? 머리 잘랐네? 시원해 보인다.”

“다들 나갔어?”

“검사님은 출근했고, 교수님은 골프 치러 갔고, 동생은 놀러 나갔어. 배고프지?”

“아니. 그런데 어제는 왜 안 나왔어?”


나는 거실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질문했다.


“병원에 가느라고······.”


말을 하다말고 아줌마는 정리하고 있던 장식장 앞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사회뉴스입니다. 9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수감 된 ***이 내일 출소할 예정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피해자의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다는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지만 ***은 예정대로 내일 만기 출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성인이 된 피해자는 범인의 출소 소식에 불면증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 내가 얘기했던 덕자상회 그 여자 기억나니?”


뉴스를 보는데 아줌마가 뒤에서 물었다.


“그 사기꾼 여자?”

“맞어. 그 여자가 엊그제 사고를 당했어.”

“그래?”


나는 무관심한 척 리모컨을 들고 다른 채널을 검색했다.


“사실, 그날 그 여자를 만났어. 돈을 융통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우리 애가 공무원 시험을 보고 싶다는데 돈이 부족해서 만났는데 그날 사고를 당했어.”


나는 뉴스 채널로 고정하고 아줌마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이 얽힌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줌마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밤 두 사람을 보았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굉장히 가깝고 즐거워보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줌마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가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같이 시장을 나오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쓰러졌어. 병원에서는 무언가가 등에 상처를 입혔고 그 때문에 화상 자국이 생겼다고 했어. 나는 누가 무엇으로 그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해. 어두운데다 갑작스런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말야.”


말을 멈추고 아줌마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시장 저쪽으로 달려가는 발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네 가방을 본 것 같아.”

“내 가방?”

“그래. 늘 들고 다니는 갈색 소가죽 가방 말야.”

“어두웠다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가방에서 아주 짧은 순간 빛이 났어. 하지만 그 순간 네 가방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한마디 쏘아붙이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내 얼굴은 어느새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단다.”

“정말 어이없는 말이다. 내가 왜 그 시간에 거길 가? 그리고 그런 가방은 세상에 많아.”

“그렇지? 그럴 리가 없지. 내가 왜 이러는지. 배고프지 않니? 토스트 해줄까?”


아줌마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그 아줌마는 어떻게 됐어?”

“아직 병원에 있어.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어서 그런지 힘든 상황이야.”

“토스트 해 줘. 먹고 올라가서 책 좀 봐야겠어.”

“그래.”


나는 어제 만난 승후의 상태와 호전되고 있다던 체로키 운전자의 사망 소식과 덕자상회 여자의 상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들은 모두 급소를 피해 화살을 맞았다. 급소를 맞은 사람은 현장검증에서 죽은 남자뿐이다. 그런데 급소를 맞지 않은 그들의 상처가 낫는 듯 싶더니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화살은 결국에는 죽음을 부르는 존재였던가?


[지금 법원 앞에는 많은 시민들이 성폭행범 ***의 출소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10년 전 ***은 수감 되면서 이런 말을 했는데요.]


기자의 멘트 뒤에 화면이 바뀌면서 10년 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퉁퉁한 ***의 모습이 나왔다.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피해자에게 할 말 없습니까?]


늘 그렇듯 기자들의 식상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은 자신의 코앞까지 들어온 네모난 마이크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아이지만 여자기 때문에 그 아이도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경악스러운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저렇게 함부로 지껄일 때 나는 10살이었다. 피해 어린이가 9살이라면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 그 애가 여자라서 즐겼을 거라고? 정말 악랄한 놈이다.


화면은 다시 현재의 기자가 서 있는 법원 앞으로 돌아왔다. 기자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흔들며 범인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피의자는 출소 후의 삶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는 상태라고 출소한 교도소 동기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그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뒤이어 성폭행범의 흐릿한 사진이 나왔다. 어이없게도 놈은 교도소 안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덮여 있다. 어째서 저런 놈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일까. 만약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때 아줌마가 토스트 접시를 들고 왔다.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접시를 받아들고 아무 말 없이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침대 위에 토스트 접시, 활 상자, 갈색 가방, 현진이 유품을 늘어놓고 서서 잠시 바라보았다.


어느 것 하나도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


그러나 가방은 아무래도 바꿔야할 것 같다. 형사에게 가방 얘기를 들었을 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줌마까지 가방 얘기를 한 이상 저 갈색 가방이 내 일에, 활의 사명에 방해가 될 것이다.


더구나 아줌마는 가방에서 빛이 났다고 했다. 활의 아우라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일까? 정말로 활은 사람이 다치고 죽을 때마다 더 많은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럴수록 활의 위력은 강해지는 듯했다.


나는 토스트를 들고 조금씩 뜯어 먹으며 침대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내 계획표 속에는 어린 아이를 잔인하게 죽인 계모가 있다. 재판은 모레 열릴 예정이다. 나는 활의 아우라가 암시한대로 계모의 가슴에 화살을 꽂아 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계획 하나가 추가 되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 하고도 반성이 없는 악랄한 놈. 내일이면 출소하는 그 놈을 죽이는 게 내 두 번째 계획이다.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인간들을 내 손으로 없애는 것이다. 내 특기인 활을 쏘아서!


그렇다면 현진이를 죽게 만든 놈은?


만약 WHO!!! 가 정말 승후라면?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전화를 받으니 처음 듣는 여자목소리였다.


“승후 누나예요. 승후 휴대폰에서 이 번호를 찾았어요. 어제 같이 있던 친구 맞죠?”

“네.”

“승후가 지금 중환자실로 올라갔어요. 패혈증이 심해서 위독한 상황이라고 해요.”

“아······.”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어제 내 동생과 무슨 일이 있었어요? 꼬치집 아줌마 말로는 다퉜다고 하던데?”

“그냥 말싸움을 했어요. 그런데 승후가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어요.”

“무슨 내용이었어요?”

“별 얘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다가 그랬냐고! 별일 아닌데 애가 그 지경이 돼?”


갑자기 승후 누나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아무 이유 없이 애가 그렇게 되진 않았을 거 아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무례해졌다.


“그냥······.”

“사실대로 말해! 만약, 내 동생이 죽으면 너 가만두지 않겠어!”


다그치는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아줌마! 사실 대로 말할까요? 승후가 나를 성폭행하려고 했어요. 그때 서로 조금 다쳤구요. 그래도 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 친구이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나를 고발 하겠다구요? 그럼 나도 모든 걸 경찰에게 말할 거예요.”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이라고? 내가 당했는데도? 그럼 우리 아빠한테 물어볼게요. 누구 잘못인지. 아, 우리 아빠가 서부지방검찰청 검사인 건 아시죠?”

“.....”

“아줌마 동생이 여자들 강간이나 하는 놈인지 몰랐나본데? 동생 관리나 잘하세요. 왜 나한테 지랄이세요?”


그러자 상대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식식거리며 휴대전화를 침대에 팽개쳤다.


어쩌면 맞을 지도 모른다. WHO!!!!


WHO가 승후라면 녀석은 죗값을 받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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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유품 19.06.25 7 0 11쪽
11 투명인간 19.06.24 8 0 11쪽
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9 뜻밖의 만남 19.06.20 12 0 11쪽
8 화살, 화상 19.06.19 11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3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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