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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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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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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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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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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45

작성
19.06.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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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뜻밖의 만남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9. 뜻밖의 만남



다음 날 눈을 뜨니 점심때가 지나 있었다.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더니 몸이 개운했다.


기지개를 켜며 손바닥을 보았다. 작은 물집이 잡혀 있다. 침대 및 서랍에서 의약품 상자를 꺼내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엄마가 각 방마다 배치해둔 의약품 상자를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엄마는 방문 옆에 소화기도 배치했다.


-이런 거 보면 친엄마 같은데. 아들만 편애할 때 보면 꼭 스텝맘 같거든.


약 상자를 넣고 책상 위에 놓인 가방을 보니 지난 밤 일이 떠올랐다. 굉장히 불쾌한 기억이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넌 내 인생에서 아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아줌마는 시장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식구 모두 나간 집에는 나 혼자 남았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방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휴대전화에는 혜서의 전화번호가 세 번이나 찍혀 있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뉴스를 검색하는데 이번에는 문자가 들어왔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승후가 입원 했어.


나는 깜짝 놀라 샌드위치를 떨어트릴 뻔했다. 입원?


-승후 전화번호와 입원한 병원 상호 보내. 어쨌든 넌 아웃이야.


문자를 보내고 손바닥을 감싼 붕대를 풀었다. 내 손은 어제보다 훨씬 나아져 있다. 그런데 승후는 입원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화살을 쏜 것도 아니고, 내 손으로 방어만 했을 뿐인데 입원을 하다니?


나는 나갈 채비를 했다.


***


강 형사는 출근하자마자 시작한 현장검증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건물 뒤편의 흡연실에 가려고 사무실을 나왔다. 박 형사가 출입구 쪽에서 서류를 들고 오다가 강 형사를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팀장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강 형사는 말없이 결과지를 받았다. 그의 눈이 글자를 따라 움직였다.


“의사 말로는 어떤 흉기라도 단번에 숨을 끊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 위치에서는 말이죠.”

“내 말이 그거야. 헌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사람 많은 곳에서 덩치 큰 남자의 가슴을 단숨에 뚫을 수 있지? 도대체 무엇으로?”

“결과를 보면 아주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한 것으로 추정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칼이나 다른 예리한 흉기가 아니라 말이죠.”

“그러니까. 도대체 무엇으로?”


강 형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5명 팀원 전체가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었지만 신빙성이 있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흉기가 뭔지 알아야 범인을 특정할 텐데. 이러다 우리 팀, 미제사건 전담으로 낙인찍히는 거 아냐?”


그는 몇 달째 범인을 잡지 못한 자살한 여학생의 성폭행 사건에다 엊그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까지 덮쳐 머리가 지끈거렸다.


“강력 C팀한테 들은 말인데요. 현장 검증하던 날 오전에 무적차량 사고가 있었잖습니까?”

“있었지. 택시와 경주를 벌이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은 사건.”

“그 운전자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어깨에 생긴 상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답니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화상자국이 낫기는커녕 점점 괴사하고 있답니다.”

“차가 부서지면서 무언가에 부딪친 게 아냐?”

“차량 감식을 했는데 부서진 건 조수석 쪽이랍니다. 가로수를 박으면서 본능적으로 핸들을 자기 쪽으로 돌렸으니까요. 만약 조수석 쪽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가 어깨를 쳤다면 상처가 반대쪽으로 나야 한답니다.”

“그렇지. 그게 맞지.”

“그러니까 거기도 무엇 때문에 어깨가 작살이 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흠······.”


강 형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두 사건 모두 같은 날에 일어났지.”

“네. 시간차가 있지만요.”

“그렇다면 같은 날 한 사람에 의해서 발생한 게 아닐까? 미스터리한 존재가 두 사건과 관련되었다면?”


강 형사가 흡연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박 형사도 뒤따라갔다.


“지프 운전자의 상처가 점점 심해진다고 했지?”

“네.”


두 사람은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만약, 사망한 살인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그 놈도 역시 점점 심해졌을까?”

“같은 사람이 범인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게다가 같은 인물이라면 또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강 형사는 다시 한 개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은 생각에 빠질 때면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그런 버릇이 가장 걱정이라고 했지만 그는 손에 담배를 들고 있지 않으면 생각이 겉도는 것 같아 끊기가 쉽지 않았다.


“박 형사가 할 일이 있다.”

“뭔데요?”

“각 병원마다 공문을 보내서 경위가 의심스러운 화상 환자가 오면 바로 연락 달라고 해. 거기서 무언가 나오길 바라야지. 지금 보내. 그리고 점심 먹자.”

“네.”


흡연실을 나가 중앙 건물로 달려가는 박 형사를 보며 강 형사는 생각에 잠겼다.


-흉기가 뭐지? 장성한 남자 둘을 꼼짝 못하게 만든 물건이 뭐가 있지? 마치 소리 없는 총으로 쏜 것 같단 말이야. 총이라면 탄피라도 있을 텐데.


강 형사는 손가락 근처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끄고 새 담배를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전에는 아내만 잔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중학교에 올라간 딸까지 잔소리를 한다. 아내가 잔소리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딸이 천진한 눈망울로 하는 잔소리는 이상하게도 가슴을 흔들었다.


강 형사는 연기로 꽉 찬 흡연실을 나와 사무실로 걸어갔다. 누군가 지나가며 인사를 했지만 그는 사건에 몰두하느라 보지 못했다.


***


택시를 타고 혜서가 문자로 보내준 병원으로 갔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내 데스크로 달려가 승후의 이름을 대고 병실 호수를 물었다. 몇 호라고 알려주는 안내직원의 입에서 양파 냄새가 났다. 점심에 짜장면이라도 먹은 모양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후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올라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새벽에 얼핏 본 승후의 상처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집에 데려다 줄 때도 그런 기색은 없었다. 그런데 입원을 하다니.


닫혀 있는 병실 문을 노크하고 살며시 들어갔다. 이인 병실에는 승후 혼자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침상 머리맡에는 몇 종류의 수액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잠시 후 승후가 눈을 떴다. 그는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안 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새벽에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왔어. 몸이 너무 뜨겁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어.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의사는 뭐라고 해?”

“화상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대. 열이 떨어지면 검사할 거래.”


승후의 옆구리를 쳐다보았다. 환자복 아래에 붕대가 보였다. 같은 날 생긴 상처치고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화상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오른손을 가방 밑으로 넣었다.


“의사한테는 뜨거운 물에 데었다고 했어. 그런데 너 말이야.”

“응?”

“전기 충격기 썼어?”

“아니.”

“그럼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나도 몰라.”

“도무지 모르겠어.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건 정말 미안한 일인데, 이런 상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넌 알고 있지?”

“정말 몰라.”


가슴이 먹먹했다. 화살은 기어이 사람을 죽이고 마는 살상도구였던가? 그렇다면 처음에 화살을 맞은 데이트 폭력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그가 입원했던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해야겠다.


그때 간호사가 의료용 트레이를 들고 왔다. 나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침상을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승후의 열을 재고 혈압을 체크하고 수액을 점검한 뒤 열이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라 말했다. 승후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간호사가 나간 뒤 다시 의자에 앉았다.


“혜서는 왔다 갔어?”

“아니. 일이 바쁘대. 나도 일이 많은데 출근도 못하고 이러고 있네.”

“그럼 누가 간호를 해?”

“부모님이 오시는 중이야.”


지난밤의 기백은 온데간데없이 축 늘어진 승후를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뭣 좀 사올까?”

“금식이야. 물도 먹지 말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꼭 쥐었다. 활은 점점 미궁으로 나를 끌고 가는 듯했다. 목소리가 말한 파멸이 이런 것일까? 활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다면 현진이는 어떡하지? 수많은 생각이 떠올라 머리가 복잡했다.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노크했다. 나는 일어나 문을 바라보았다. 간호사나 승후의 가족이 온 것이리라. 그러나 문을 연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두 남자를 보는 내 눈이 점점 커졌다. 앞서서 들어오던 남자도 나를 보자 걸음을 멈추었다.


“어? 안면이 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기억났다. 강 형사.


“아······.”


나는 말문이 막혀 입을 벌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강 형사도 나를 기억해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서 만나다니? 학생이 여길 어떻게 ?”

“친구예요.”


승후를 가리키는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엊그제 우리 만났죠. 경찰서에서.”

“맞아요.”


그러자 승후가 강 형사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누구세요?”


강 형사가 침대로 걸어왔다. 뒤에 있던 남자도 다가왔다.


“** 경찰서 강 형사입니다. 여기는 박 형사.”


박 형사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셨어요? 형사님이?”


승후가 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지난 밤 일을 내가 신고한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자그맣게 고개를 저었다.


“병원마다 공문을 보냈습니다. 화상 환자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이죠. 그런데 공문을 보내자마자 여기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찾아 왔어요.”


강 형사의 말에 승후는 조금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내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모든 화상 환자를 만나는 건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근래 일어난 사건 때문에 조사할 게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여기서 학생을 만나다니.”


그렇게 말하며 강 형사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나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서서 가방 끈만 만지작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강 형사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그의 얼굴에 의구심이 스쳐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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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범인은.... 19.07.07 10 0 13쪽
18 놀라운 증언 19.07.03 10 0 12쪽
17 또 다른 계획. 19.07.02 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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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투명인간 19.06.24 8 0 11쪽
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 뜻밖의 만남 19.06.20 13 0 11쪽
8 화살, 화상 19.06.19 12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4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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