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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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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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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7.0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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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범인은....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19. 범인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로비는 의외로 조용했다. 법원이라는 장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로비 한 쪽에서는 견학을 온 중고생들이 담당 공무원의 지휘 아래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로비를 완전히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썼다.


그리고 마치 기자들과 함께 온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취재단 틈에 섞여 들어갔다. 다행히 내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그동안 기자들은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했지만 나는 검고 큰 장비가방 옆을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지루한 시간의 끝을 알리는 소란이 로비 저쪽에서 들려왔다.


일어나서 살펴보니 계모가 한 무리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로비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일부러 고개를 숙여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의 두 손은 수건으로 감싼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나는 가방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화살을 꼭 쥐었다.


계모를 보자마자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경쟁하듯 계모에게 질문들을 쏟아냈다. 나는 기자들을 틈에 섞여 계모 가까이 갔다.


계모의 팔을 하나씩 잡은 경찰들과 뒤에서 따라붙은 법원 경비가 정중한 손짓으로 기자들을 밀어냈다. 계모와 경찰은 아주 조금씩 출입구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들은 더욱 거칠게 그들의 진로를 막고 서서 목소리를 높이며 질문을 했다. 그러자 계모가 머리를 흔들며 짜증을 냈다. 소란 속에서도 그녀가 내뱉은 말이 욕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화살을 꺼내 우왕좌왕 하는 기자들의 발 사이의 빈 공간에 그대로 내리꽂았다. 땅에 꽂히자마자 화살은 뜨거운 철근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화살은 일이초간 그대로 바닥에 꽂혀있었다. 뒤이어 바닥이 거미줄처럼 자잘한 선으로 갈라지더니 “펑” 소리와 함께 화살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소형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나는 가방에서 활을 꺼내 바로 생성된 뜨거운 화살을 시위에 올리고 재빠르게 계모의 가슴을 향해 쏘았다.


화살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날아가 계모의 가슴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꽂혔다. 그 바람에 계모의 머리카락이 확 날리며 얼굴이 드러났다.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진하게 있어 퇴폐적인 느낌이 강한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계모가 천천히 가슴에 손을 올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쿵”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모든 일이 비디오테이프를 빠르게 돌린 것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다.


나는 활을 가방에 넣고 출입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출입문을 열면서 돌아보니 경찰, 경비, 기자들이 뒤섞인 로비는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봄직한 전쟁터였다. 쓰러진 계모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곧 뉴스에 나오겠네. 서로 특종이라고 설치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비가 올 듯 하늘이 어두웠다.


나는 손에 생긴 작은 화상자국을 휴지로 누르며 택시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


병원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려던 두 형사의 휴대전화로 속보 알림이 울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휴대전화를 보았다.


[중앙지법 로비에서 계모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여 병원으로 옮겼지만 도중에 사망.]


“뭐?”


강 형사가 소리쳤다. 그러더니 그는 휴대전화 주소록을 눌러 배민주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리고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 형사는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했다. 결국 몇 번의 연결 끝에 배민주가 전화를 받았다.


“배민주 씨, 지금 어딥니까?”

“왜 그러세요?”

“대답 하세요.”

“집이에요. 아무리 나를 지켜본다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늘 중앙지법에 갔습니까? 아닙니까?”

“...갑자기 그건 왜요?”

“주변 CCTV와 감시카메라 뒤지면 다 나옵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세요.”

“갔어요.”

“무슨 일로요?”

“계모 재판 방청하려구요. 그런데 비공개라서 돌아왔어요.”

“그게 사실입니까?”

“뭐가 더 있어야 하나요?”

“계모를 봤습니까. 못 봤습니까?”

“못 봤어요.”

“일단 그 말을 믿겠습니다.”


강 형사는 상대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박 형사가 라디오를 틀었다.


[의붓아들을 잔인하게 죽인 계모의 재판이 오늘 있었는데요. 재판을 마치고 유치장으로 돌아가던 계모 ***씨가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기자들이 전한 내용을 보면 *** 씨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비슷한 사건이 하나 떠오르는데요. 얼마 전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씨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계모 *** 씨와 비슷한 상황으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사건이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의 말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표면적으로 보자면 연쇄적인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자동차가 병원 주차장을 나와 번잡한 도로에 들어설 때까지 두 형사는 서로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상 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회사로 들어가자. 과장님을 만나 봐야겠어.”


박 형사는 경찰서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


강 형사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꽤 오랫동안 휴대전화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현장을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 일층에서 아줌마를 찾는 사이에 강 형사의 번호가 뜬 전화벨이 울렸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숨이 가빴기 때문에 숨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줌마는 요즘 내 눈에서 자주 사라졌다. 어디를 간 것일까?


2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진정시킨 후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를 받았다. 강 형사의 목소리는 화가 난 듯 거칠고 무례했다.


그의 전화가 거슬린 것보다 계모의 사건이 나자마자 내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내겐 더 신경 쓰이는 일이다.


강 형사는 내 소행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아마도 계모의 사건 소식을 듣자마자 내게 전화를 했으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WHO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내 존재가 강 형사의 시야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내 임무에 걸림돌이 된다.


나는 침대 밑에서 약품 상자를 꺼내 손바닥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책상 위에 올려놓은 현진이의 유품상자와 활이 들어있는 가방을 바라보았다.


현진이 엄마는 상자를 살펴 본 뒤 택배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강 형사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활이 가방 안에서 들썩이는 것처럼 나도 내 방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상자를 제자리에 가져다주고 싶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았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지금으로선 한 명 밖엔 없다.


승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쯤이면 퇴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할 수 없이 혜서에게 전화를 했다.


“승후? 어제 죽었어.”

“뭐?”

“몰랐니?”


너무나 큰 충격이라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지금 애들이랑 영안실 가려고 준비 하고 있어.”

“그...그럼 나도······.”

“너도 가려고? 너 가면 승후 누나가 널 죽일 거야. 너와 같이 있다가 그렇게 됐다고 원망이 굉장해. 안 가는 게 네가 살 길이야. 하기야 넌 검사 아버지가 있으니까 걱정 없겠구나. 하지만 그 언니 만만하게 보지 마라. 그리고 너야 말로 내 인생에서 아웃이니까 앞으로 전화 하지 마. 네 번호 차단할 거야.”


-뚝-


***


오전 내내 판례집과 서류를 들여다보던 배 검사는 내선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후배 검사인데 잠깐 시간 좀 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시계를 확인한 그는 후배에게 마침 점심시간이니 청사 주변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다.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니 2기수 아래인 양기중 검사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허리를 굽실거리며 주위를 살피는 양 검사의 모습에서 배 검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식사 먼저 하시죠. 배고프네요.”

“내 성격 알잖아. 먼저 얘기해.”

“그럼,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양 검사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점심시간의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양 검사는 꽤 주위를 신경 썼다.


“집단 성폭행 사건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요즘 애들 장난 아니지. 부모가 애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어른 흉내가 전과자 뺨치는 수준이잖아.”


배 검사의 말에 양 검사는 말없이 물을 들이켰다. 그러는 사이 김치찌개가 나왔다. 배 검사는 공깃밥 위에 두부를 올려서 크게 한 입 떠먹었다.


“일단 먹어. 먹으면서 듣지.”

“피의자들이 대학교 1학년인데 고등학생 여자 애를 건드렸답니다. 4명이요. 그 여자애가 부모에게 말했고요.”

“그런데?”

“경찰이 추궁하니까 한 녀석이 예전 일까지 덜덜 떨면서 불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배 검사는 먹던 행동을 멈추고 후배를 바라보았다.


“그 사건에 온후가 끼어있습니다.”

“뭐?”


그의 목소리가 식당에 울리자 여기저기서 그들의 자리를 힐끔거렸다. 배 검사가 급격히 어두워진 얼굴로 몸을 숙였다.


“작년 가을인가, 겨울인가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여자가 있는데 그 걸 같이 했답니다. 자살한 여자는 온후 누나의 친구라고 합니다.”


배 검사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소주 한 병 주세요!”


***


집은 깊은 물속에 가라앉은 듯 고요했다.


아침에는 분명히 보았는데 아줌마는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중간에 나가서 그대로 퇴근한 모양이었다. 동생도, 부모님도 모두 밤이 깊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집안의 불을 모두 켰다. 그리고 거실의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그 앞에 앉아 와인을 땄다.


갑자기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맨 정신에 있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와인 한 병이 모두 비워지도록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다. 누구에게든 전화를 해 언제 오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식구들과 오밀조밀한 사이는 아닐지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점점 그들과 멀어지고 있는 듯했다.


나는 몽롱한 눈으로 텔레비전만 쳐다보았다.


오늘 사망한 계모의 소식이 뉴스 채널마다 똑같은 내용으로 나오고 있었다. 검사 결과 계모의 사망 원인은 불명의 물체에 의한 심정지라고 한다. 가슴을 관통한 어떤 물건은 피부에 3도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거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법원의 모든 감시카메라와 건물 주변의 CCTV를 확인하고 있으며 목격자를 찾고 있다는 멘트가 뉴스채널마다 이어졌다. 어느 공중파 뉴스에서는 화상 전문가가 나와서 가슴을 관통하는 물건을 추론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중에는 화살도 있었다.


총, 화살, 표창, 레이저 등등의 예시 끝에 새총도 있다는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뉴스를 보며 남은 와인을 모두 마셨다.


와인의 열기 때문인지 붕대를 감은 손바닥이 후끈거렸다.


휴대전화에서 자정을 알려주는 알람이 울렸다. 그 소리도 무섭게 느껴졌다. 귀신이 활동하는 시간이 되도록 이 넓은 집에 홀로 있다니!


문득 책상 위에 있는 활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연상이 되었다. 또 안개처럼 아우라를 내뿜으며 책상이 흔들릴 정도로 요동을 치고 있겠지.


그러자 무서움이 더 커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활이 있는데 왜 무섭지? 활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인데?


혼자 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말썽꾸러기 동생이라도 얼른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현관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그제야 안도가 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부모님과 동생이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비가 오는지 모두 젖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쩐 일로 셋이 같이 들어오는 것일까. 오다가 만났을 리는 없는데?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평소와 너무 달랐다. 나를 보고도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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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지막... 19.07.11 6 0 11쪽
» 범인은.... 19.07.07 10 0 13쪽
18 놀라운 증언 19.07.03 10 0 12쪽
17 또 다른 계획. 19.07.02 8 0 9쪽
16 후? 19.07.01 10 0 10쪽
15 형사의 촉 19.06.30 8 0 14쪽
14 배신 19.06.27 8 0 12쪽
13 WHO!!! 19.06.26 7 0 13쪽
12 유품 19.06.25 7 0 11쪽
11 투명인간 19.06.24 8 0 11쪽
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9 뜻밖의 만남 19.06.20 12 0 11쪽
8 화살, 화상 19.06.19 12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4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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