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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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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64
추천수 :
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7.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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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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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후?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16. 후?




강 형사는 아무 말 없이 내게 가방을 돌려주었다. 몇 가지의 표정이 짧은 시간 그의 얼굴을 스쳐갔다.


나는 그들을 가소롭게 여기는 내 마음이 얼굴에 드러날까 조심하며 가방을 받아 옆 의자에 얌전히 놓았다.


강 형사는 남은 커피를 한꺼번에 마시고 냅킨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도 냅킨을 눈 바로 아래까지 올리고서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상대가 너무나 빤히 쳐다보자 기분 나쁜 당혹감이 일었다.


한 마디 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떼려는데 강 형사가 냅킨을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그 정수리를 사진에서 봤을 때 뭔가 있다고 생각했죠.”

“정수리요?”


나는 내 머리를 만졌다. 짧은 머리가 아직도 낯설었다.


“우리는 그동안 몇 명의 목격자를 만났습니다. 우연하게도 그들의 입에서 나온 여자는 모두 미주 씨였어요.”

“아까 말했잖아요. 호기심에 갔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에요. 데이트 폭력 피해 여자도 택시 기사도 모두 우연히 만났어요. 내가 일부러 그 사람들을 찾으러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맞아요. 일부러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무언가가 당신을 그 쪽으로 이끌었다면?”


강 형사의 시선이 내 가방으로 내려왔다.


“무언가가 날 이끌다니요? 무슨 뜻이에요?”

“당신이 직접 말해줄 리는 없고. 찾아봐야죠.”

“헛수고 그만 하시고 현진이 범인이나 잡으시죠.”

“그 사건은 다른 형사가 맡았습니다. 저는 더 큰 사건이 있어서 말이죠.”


강 형사가 씨익 웃었다. 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내 웃음의 의미를 강 형사는 알 것이다. 당신들이 아무리 나를 의심해도 증거가 없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절대 나를 잡을 수 없다.


“목격자가 있고, 정황이 있는데 물증이 없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발적 살인이 가장 많죠. 미주 씨는 늘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그리고 당신은 양궁을 한 사람입니다. 나는 거기에 촉이 갑니다. 물론 틀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은 미주 씨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러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물증과 정황만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건 형사가 할 일이 아니죠. 아빠에게 말하겠어요.”

“그러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강 형사가 싸늘하게 말하고 일어서자 박 형사도 일어났다. 카페를 나가던 강 형사가 아차, 하며 돌아와 현진이의 수첩을 달라고 했다.


“담당 형사가 봐야 하니까요.”


나는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강 형사가 씨익, 웃으며 허리를 굽혀 수첩을 집어 들고는 카페를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나는 그대로 앉아 출입문을 노려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멀쩡했던 날씨였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고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


승후는 동네 일반외과를 찾아갔다. 한동안 괜찮았던 옆구리에서 진물이 나와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처치를 받고 옷을 입는 승후에게 말했다.


“화상자국은 이런 징후가 없는데 이상하군요.”

“네?”

“병원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고 또 모든 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했다면 이제 새살이 나와 상처를 덮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의사의 표정이 심각했다.


승후는 의자에 앉아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도 이런 경우는 못 봐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데 큰 병원에 가 봤으면 좋겠어요. 예후가 좋지 않아요.”

“그냥 화상자국일 뿐인데 예후라뇨? 왜 암 환자한테 하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상처가 점점 괴사하는 징후가 보여요. 이런 경우에는 내부 장기에 염증이 있을지도 몰라요. 나로서는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어요.”


병원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승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보다 더 어두웠다.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더니 갑자기 지난밤부터 옆구리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승후는 그동안 소독치료를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옆구리를 압박하던 고통은 허리 전체로 퍼졌고 급기야 진물까지 나왔다.


그런데 의사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미주였다.


“미주야, 어? 술 한 잔 사달라고? 알았어. 그럼 네가 우리 동네로 올래? 집이랑 가까운 곳이 있어.”


***


승후가 알려준 꼬치집으로 가니 출입문 바로 옆 자리에 승후 혼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승후의 표정이 너무나 어두웠다. 실내의 조명과 다른 어둠이었다.


나는 가방을 옆 의자에 놓고 놀란 눈으로 승후를 바라보았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왔다.


“총각이 오랜만에 왔네. 누나는 잘 있고?”


주인아주머니가 물었지만 승후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소주 한 병과 모둠 꼬치를 주문했다. 승후는 500CC 컵의 물을 모두 마신 뒤 고개를 들었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너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아.”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나 머리 잘랐는데 괜찮아 보이니?”


내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물었지만 승후의 눈은 내 뒤편의 어딘가로 향해 있었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하나만은 정확히 알아.”

“뭔데?”


그때 아주머니가 술과 꼬치를 가져왔다. 나는 소주를 두 잔에 따랐다. 그리고 홀짝 마셨다. 그러나 승후는 마시지 않았다.


“그게 뭔데?”

“그날 이후부터야.”

“그날?”“너와 처음 만난 날 모텔에서.”


승후의 눈 흰자위가 서서히 붉어졌다.


“그날부터 몸이 이상했어. 퇴원할 때까지도 괜찮았는데 집에 오면서부터 이상했어.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너 그게 무슨 소리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누가?”

“너!”

“내가 무슨 짓을 해!”

“그날부터 몸이 이상해졌어. 분명히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약을 주입했니?”

“아니야.”

“그럼 전기 충격기를 썼니?”

“아니야.”

“그럼 최면이라도 건 거야?”

“아니라고!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럼 내가 대체 왜 이래!”


승후가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승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고, 두 눈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이 괴물 같았다. 나는 덜컥 겁이 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활을 가져오지 않았다. 무서운 일이 생기면 내가 의지할 곳은 활뿐이었다. 그런데 활을 가져오지 않은 오늘, 강 형사를 만나고 승후를 만난 두 상황이 어이없게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었다.


“너 외엔 없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승후는 금방이라도 때려죽일 듯이 주먹을 힘껏 쥐고 소리를 질렀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자리로 다가왔다.


“왜 그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말로 해요. 말로.”


승후는 여전히 부들부들 떨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다.


“모두 네가 한 짓이야! 똑바로 말해! 나한테 뭘 했는지 알아야 고칠 거 아냐!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데 그 소리가 너는 내일 죽을 거라는 소리로 들렸어. 그러니까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란 말이야!”


나는 승후의 고함소리를 꼼짝 못하고 듣기만 했다. 그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고, 부릅뜬 빨간 두 눈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렸다.


그때 바깥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대지를 흔들더니 곧이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깥이 어두워졌다.


천둥소리에 잠깐 말을 멈추고 내 머리 뒤편의 무언가를 보던 승후가 갑자기 눈을 뒤집으며 탁자 위로 엎어져 몸을 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 승후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주인아주머니가 후다닥 출입문을 열고는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아가씨. 여기, 여기! 동생이 이상해.”


그러자 젊은 여자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는 승후를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흔들어댔다.


“후야! 후야! 너 왜 이러니. 정신 차려. 후야!”


그 사이 주인아주머니는 119에 전화를 했다.


승후의 입에서 하얀 거품이 나오는 걸 발견한 여자가 기겁을 하며 울부짖을 때 나는 그곳을 빠져 나와 택시를 탔다.


***


집으로 돌아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누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승후가 아닐까 했지만 강 형사였다.


“수첩에 찢어진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미주 씨가 찢었습니까?”

“아니오.”

“그럼 처음부터 이랬어요?”

“...네.”


내 대답에 강 형사는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더니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동생의 도벽까지 형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승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눈을 감으니 가슴의 두근거림이 북소리처럼 귓전을 울렸다. 뒤이어 여자의 외침소리가 북 소리 사이로 들려왔다.


후야, 후야. 정신치려, 후야!


여자는 승후의 누나이고 꼬치집은 남매가 자주 가는 곳인 듯했다. 아마도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꼬치집 주인아주머니가 다행히 그녀를 보았고, 승후는 지금쯤 병원에 가 있을 것이다.


감은 두 눈 속으로 승후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생을 흔들며 악을 쓰던 모습도 떠올랐다.


후야, 후야!


그때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 생각은 번개처럼 강렬했다.


후?


현진이 수첩에 적혀 있던 하나의 단어.


WHO!!!!


후?


설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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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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