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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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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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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45

작성
19.06.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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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NEWS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6. NEWS



경찰서 민원실은 경비가 지키는 정문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창구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현진이 사건의 담당 형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제복을 입은 여자 경찰은 손때가 굳어 거뭇해진 내선 전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번호를 눌러 통화를 했다. 그러는 사이사이 나를 힐끔거렸다.


“언제, 누구 사건이라고 했죠?”

“작년 10월에 있었던 민현진 사건요.”


그녀는 상대에게 내 말을 그대로 전했다.


나는 가방 끈을 꼭 쥐고 그녀의 통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민원실 내부를 살펴보았다.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왔거나 다른 일로 민원실을 찾아온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남자가 길에서 경찰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고 인터뷰한 내용과 부합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보이겠지. 나는 일부러 입 꼬리에 힘을 주었다.


“아버지가 검사?”


경찰이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제 아빠고, 현진이 아빠는 공장장이에요.”


그녀는 다시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담당 형사는 외근 중이라 늦게 들어온답니다. 그래도 기다리겠다면 휴게실에서 기다리라고 하네요.”

“담당 형사가 강 형사님 맞죠?”

“네. 맞아요. 휴게실은 중앙 건물 일층에 있어요.”


민원실 건물을 나와 휴게실로 걸어가는 발길에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중앙 건물의 출입구는 기자들과 형사들로 어수선하던 아까와는 다르게 몇 사람만 오갈 뿐 조용했다. 나는 휴게실로 가 자판기에서 캔 음료를 뽑아 들고 텔레비전 앞의 탁자에 앉았다.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낮에 발생한 교통사고 소식입니다. 지프 체로키의 운전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위급한 상황이며 오늘이 고비라고 합니다.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택시를 비롯한 몇 대의 차량이 체로키를 쫓아갔는데요. 체로키 운전자는 음주 상태이며 여러 차들과 접촉사고를 낸 후 도주 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택시 기사의 말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나를 태웠던 택시기사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학생 한 명을 태우고 가던 중이었는데, 아, 글쎄 지프가 내 차를 박고는 냅다 도망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차를 쫓아갔지요.]


-양해를 구했다고? 나한테?


헛웃음이 나왔다. 기사는 내 존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추격전을 즐겼다. 내 기억으론 그렇다. 그런데 양해라고?


[한 일이십 분 쫓아 갔을려나? 그런데 갑자기 지프가 휘청거리더니 갑자기 가로수로 돌진했습니다. 뭐냐...마치 거인이 운전자를 걷어찬 것처럼 갑자기 말이죠. 운전석 유리창이 갑자기 박살이 난 뒤에 휘청거렸으니까요.]


기사는 꽤 놀랐는지 갑자기라는 말을 여러 번 사용했다.


[거인이 걷어찬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잘 달리다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어떤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겁니다.]


[보이지 않는 충격이라······. 말씀 감사합니다. 아무튼 운전자가 의식을 찾아야 정확한 내용이 밝혀질 것 같습니다. 다음 사건입니다. 얼마 전에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현장 검증이 오늘 있었는데요.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보았던 언덕의 연립주택이 화면에 나왔다. 승합차에서 범인이 내리고 그를 향해 고함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카메라가 범인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는데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는 화면을 유심히 보았다. 멀리 사람들 뒤편에 서 있는 내 머리가 보였다. 나는 나를 알아보지만 다른 사람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정수리부분이었다.


화면은 범인이 현장검증을 마치고 일층으로 내려오는 모습으로 넘어갔다. 사람들을 피해 승합차로 걸어가던 범인이 갑자기 몸을 웅크리자 형사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서 말이죠. 범인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마치 가슴에 통증을 느낀 것처럼 움켜쥐면서 말이죠.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범인에게 심장 쪽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병이 없는데도 이런 행동을 했습니다. 범인은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했습니다. 범인의 행동을 목격한 동네 주민은 무언가를 맞고 쓰러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혹시 총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나왔는데요, 이 사건 역시 부검이 나와 봐야 의혹이 풀릴 것 같습니다.]


범인은 죽었다. 살인의 합리화를 비열한 웃음과 함께 말하던 범인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지만 어떠한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CTV가 없는 곳이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나는 기자의 멘트를 건성으로 들으며 화면에서 나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과 차량에 가려져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근처의 3층 연립주택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나 범인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도 화면에는 없었다. 만약 드론이나 헬리캠이 있었다면 나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공중을 나는 장비가 없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조금 전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아직은 자세한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 조금 전의 내용만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기사 하단의 댓글을 클릭했다.


[잘 죽었다.]

[저런 놈은 죽어도 싸다]

[누군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신은 살아 있는 것일까?]

[죽은 부인과 아이들의 복수다!]


등등의 댓글이 계속 올라왔다. 댓글을 보자 왠지 모를 뿌듯함이 가슴속에 번져갔다. 그러나 반대의 내용도 꽤 있었다.


[무슨 일인지 꼭 밝혀야 한다.]

[살인자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 조사해라. 총을 쐈을 지도 모르니까.]


나는 휴대전화를 껐다.


화살은 가슴을 뚫는 순간 사라졌다. 날아가는 모양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화살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빨라서? 아니면 순식간에 사라져서?


며칠 동안 내가 경험한 일 중에서 화살을 직접적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라면?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순간, 투명하게 변한다면?


많은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서 뇌리를 떠돌았다.


뉴스는 다른 소식으로 넘어갔지만 나는 턱을 괴고서 오랫동안 생각에 빠져들었다.


누군가 내 어깨들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강 형사입니다. 나를 찾았다고?”


강 형사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들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이미 식어 차가운 커피를 마시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까 현장검증에서 누군가 던진 플라스틱 물병을 구겨서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던 그 형사였다. 외근이라고 한 일이 바로 현장검증이었다니.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혹시 나를 알아보면 어쩌지?


“민현진 사건에 대해 뭘 알고 싶은 거지...요?”


말을 놓으려던 강 형사가 나를 의식하고는 끝을 높였다. 아마도 검사인 내 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집에 있는 동안은 몰랐지만 밖으로 나와서 느낀 권력은 때로 달콤하기까지 했다.


“현진이 아버지를 만났는데 아직 범인을 못 잡았다고 했어요.”

“그래서...요?”

“알고 싶어요.”

“뭘?”

“용의자도 없다고 하던데 내 친구 한을 풀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그냥 경찰에 맡겨 주세요.”

“벌써 몇 달이 흘렀는데 용의자도 없잖아요. 정말 없는 건지, 아니면 잡을 생각이 없는 건지 궁금해요.”


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진이네 집은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식구가 모두 흩어졌어요.”

“나도 알아요.”


형사는 커피를 한꺼번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빈 종이컵을 멀리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우리가 조사한 서류만 해도 양이 엄청나요. 그런데 모두 빗겨 나갔어. 우리라고 잡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엉뚱한 사람을 잡을 순 없잖아. 안 그래?”

“그 서류를 볼 수 있어요?”

“학생이?”


형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런 거 보여주면 법에 걸려.”

“그렇다면 제가 나서도 될까요?”

“학생이 어떻게 나선다는 거지?”

“어떻게든요. 난 내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요. 그 아이가 얼마나 고통 속에 죽었는지 형사님도 봤다면 절 이해하실 거예요.”

“학생이 뭘 하든 말리진 않겠지만 그건 위험한 일이야. 나도 현진이 학생 아버지와 많이 만나고 통화도 했어. 많은 인력이 아직도 그 사건에 매달리고 있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형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을 마치고 일어났다.


나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형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휴게실로 들어오다가 형사를 보고 거수경례를 했다.


아까 현장검증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신뢰가 초췌한 젊은 형사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 정보를 알아내려고 형사를 만나려던 건 아니다. 그의 말대로 그건 불법이니까. 그저 현진이의 사건을 잊었을까봐 상기시켜주려는 의도가 컸다.


물론 나는 나대로 범인을 잡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지만 활이 있는 이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것이 목소리가 내게 활을 준 의미일까?


나는 현진이의 일로 오랫동안 상심해 있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내 머릿속에는 현진이 생각뿐이었다.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괴롭고 억울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빨리 범인이 잡히기를 기원했지만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제발 현진이가 편안하게 눈을 감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그 말을 주문처럼 하루 종일 웅얼거렸다.


내 목소리를 그 목소리가 들었던 것이다.


***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아줌마는 퇴근한 후였고, 부모님은 퇴근 전이었다. 남동생은 부엌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동생은 나를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층 내방으로 올라갔다.


지난번에 화살을 쏘아 망가진 문은 말끔하게 고쳐져 있었다. 벽에 남아 있던 그을음의 흔적도 없어졌다.


나는 가방을 책상 위에 놓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너무나 피곤했다.


오늘은 두 개의 화살을 사용했다. 한 명은 위중한 상태이고, 한 명은 세상을 떠났다.


두 개의 화살을 하루에 사용한 것도 처음이고,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이다.


나는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도 반성이 없던 범인이 죽음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것처럼 죽어 마땅한 것을 죽인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화살이 내게 바라는 게 무엇일까. 정말 현진이의 범인을 알아내고 그 복수만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정의를 실현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만약 오로지 현진이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서라면 화살은 한 개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화살은 없어지는 즉시 생성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정의를 위해 써도 된다는 뜻일까. 현진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전까지?


그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일까? 오늘처럼 악마를 처단하는 것이 목소리가 원하는 정의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화살의 생성이 계속 되풀이되는 이상, 화살 본래의 정확한 용도를 모르는 이상, 정의를 위해 써도 되지 않을까? 없어지면 바로 생성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만약 보이지 않는 정의를 실현하게 된다면 나는 야만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진이를 죽게 만든 인간과 아내와 자식을 죽인 인간의 야만과는 다르다.


나는 야만인이 되더라도 정의를 실현하겠다.


이 말은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고 생각한 뒤 내린 결론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고, 어느 결에 잠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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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3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4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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