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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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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0
추천수 :
1
글자수 :
104,545

작성
19.06.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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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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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극강의 활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4. 극강의 활



며칠 동안 기다렸지만 선생님에게선 전화가 오지 않았다.


중간 중간 몇 번이나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연습 때문에 바쁘다, 미안하다는 한 번의 답장뿐이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방에서 왔다 갔다 하며 휴대전화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현진이와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고 **중학교 양궁부의 몇 년 전 기사까지 뒤져보았다.


모두 예전에 검색한 기사 외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현진이 사건 담당 경찰서와 형사를 검색해 보았다.


인터뷰를 한 영상이 있었지만 예전에 본 것이었다. 모자이크를 한 형사의 말투는 금방이라도 범인을 잡을 것처럼 자신에 차 있었다. 그의 말을 몇 번이나 듣고 또 들었다.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현재도?


결국 담당 형사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형사의 입장에서 보면 마구잡이식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형사는 공무원이고 나는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시민이니까 밀고나가자고 생각했다.


활이 생긴 뒤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었다.


땅을 파고 침잠하는 두더지를 몰아 낼 정도의 든든한 자신감이었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


오늘따라 도로는 부산스러웠다. 마치 어딘가에서 나 몰래 축제라도 벌린 듯했다.


겨우 택시를 잡고 뒷자리에 올랐다. 행선지를 말한 뒤 습관처럼 가방을 무릎에 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스쳐 어디론가 가고 있다. 옷차림이 가볍다.

얼굴 표정도 걸음걸이도 가뿐하게 보인다.


나는 내 옷을 내려다보았다. 늘 같은 복장이다. 셔츠에 면바지.


가끔 밖에 나올 일이 있으면 모자를 썼다. 누군가는 돈이 많은 집 아이치고는 외모에 신경을 너무 안 쓴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가난한 친구에게 꾸미기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면 괴로운 일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외모에 치중하는 성향이 아니다. 현진이도 나와 비슷했다. 그래서 레즈비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지난 가을부터 해를 넘겨 여름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나를 집에 가둔 건 현진이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불러낸 것도 현진이다.


그때 기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어? 저 새끼 뭐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룸미러로 뒤를 보는 기사의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눈동자는 놀라움과 공포를 가득 담고 있었다.


“어! 어!”


기사가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운전석 뒷문을 세차게 강타했다.


나는 목이 꺾일 정도로 휘청했다. 놀라서 앞을 보니 커다란 지프 체로키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대로 달아나고 있었다. 친척 오빠의 차와 똑같은 종류여서 도망가는 차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뭐야. 도망을 쳐?”


기사가 속도를 높였다. 나는 차 문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너 이 새끼. 오늘 잘 걸렸다.”


이미 기사에게 나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차 안에 혼자 있는 것처럼 핸들을 자동차 경주 수준으로 돌리며 번잡한 차량 사이를 뚫고 나갔다.


체로키도 만만치 않았다. 몇 번이나 접촉사고를 피하면서 빠르게 질주했다. 그들에게 신호등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달려오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고 경적을 울려댔다.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때, 체로키가 오른쪽에서 튀어나오는 트럭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박아버렸다.


-끼이이익!


뒤이어 승용차 한 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브레이크를 밟고 달려와 체로키의 꽁무니를 들이받았다.


순간,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경적소리가 몰려든 사람들의 아우성과 합쳐져 요란한 소음을 냈다.


그렇게 추격전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체로키가 후진을 하더니 트럭을 밀어 틈을 벌리고는 그 사이로 빠져나가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새끼. 미친 거 아냐?”


기사는 다시 욕설을 쏟아내며 체로키를 쫓아갔다. 택시 뒤에는 다른 차량도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려던 손을 활로 옮겼다.


상황은 점점 더 위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쩌면 누군가 죽을지도 모른다.


-부아아앙!


택시가 전속력으로 체로키를 따라잡았다.


조금만 더 가면 체로키의 옆구리에 닿을 정도까지 좁혀졌다.


그때 운전석 창문 너머로 체로키 운전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휘파람이라도 부는 듯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을 쫓아오는 다른 차들의 존재도 모르는 듯했다.


나는 기사의 눈치를 보며 창문을 조금 내렸다. 강한 바람이 택시 내부를 휘감았다. 갑작스런 바람에 기사는 그제야 내 존재를 깨달았는지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아이쿠야, 학생이 있었지. 미안. 미안. 내가 저 새끼 때문에 흥분했네. 곧 따라잡을 테니!


그때 체로키가 택시의 옆구리를 강하게 밀쳤다.


택시가 휘청했다. 기사는 얼른 핸들을 조작하며 방금 전에야 깨달았던 내 존재를 다시 망각했다.


“저 새끼가!”


택시가 다시 체로키 옆으로 따라 붙을 때 나는 활을 꺼냈다. 그리고 조금 벌어진 창문 틈으로 활을 넣고 시위에 화살을 올렸다.


그러나 거리와 목표물의 불안정성 때문에 화살을 쏘기가 쉽지 않았다.


체로키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운전자는 다른 차들에게 비키라는 듯 손을 휘젓고 경적을 울려댔다.


“차 세워! 너 내 손에 죽어볼래!


택시 기사가 소리를 치는 사이에 체로키가 내 옆으로 가까이 왔다. 목표물과의 거리를 확보한 순간, 나는 화살을 체로키 운전석 쪽으로 쏘았다. 화살은 바람을 뚫고 날아가 운전석 유리창에 그대로 꽂혔다.


곧이어 유리창은 얇은 과자처럼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갑자기 체로키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는 급히 옆 차선으로 핸들을 돌렸다. 일차선으로 달려오던 승용차가 끼어드는 택시를 발견하고 끼익, 굉음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눈앞에서 비틀거리는 체로키를 바라보았다.


체로키는 몇 번의 심한 요동 끝에 길가의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추었다.


영화에서처럼 찌그러진 체로키의 엔진 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죽었겠는데?”


기사의 말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난폭한 체로키를 멈추고 싶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연기가 나는 체로키로 달려갔다. 운전석의 문을 열려고 남자들이 매달렸지만 좀처럼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운전자는 미동이 없었다. 누군가 소화기를 들고 왔다.


사람들이 운전자를 꺼내려고 분주한 가운데 견인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택시 기사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디로 간다고 했지? 학생?”

“**경찰서...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게 낫겠어. 나는 여기서 상황을 좀 봐야겠어. 요금은 받지 않을게.”


시종 반말을 하는 기사를 뒤로 하고 나는 택시에서 내려 다른 택시를 잡았다.


***


경찰서로 가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려 잠시도 손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목덜미와 등에 식은땀이 솟아났다.


활이 유리를 뚫었다. 두꺼운 차 유리를. 그 사실은 내게 큰 충격이면서도 굉장한 발견이었다. 활은 점점 거대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경찰서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나 내 생각은 체로키 운전자와 활에 온통 가 있었다.


그의 생사가 걱정되었고, 활의 위력이 두려웠다.


“정문에 세울까요?”


택시기사의 물음에 나는 가방을 꼭 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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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살, 화상 19.06.19 11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3 0 12쪽
»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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