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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님의 서재입니다.

선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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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꾸
작품등록일 :
2019.06.10 16:41
최근연재일 :
2019.07.11 14:57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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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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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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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45

작성
19.06.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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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화살, 화상

누구든 화살을 맞을 수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DUMMY

8. 화살, 화상




“내가 아는 남자애가 현진이를 만난 적이 있대.”

“누구야?”

“넌 모르는 사람이야. 걔 일 끝나고 저녁에 만나기로 했어. 같이 갈래?”

“당연하지.”


우리는 약속시간까지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혜서는 내가 전에 알던 모습부터 말투까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남자들에 대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얘기했고, 은어나 비속어를 꽤 자주 사용했다.


“내 또래의 남자들은 전부 애 같아. 그래서 내가 코치를 좋아했잖아.”

“너 뿐만이 아니라 몇 명 더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 잘생겼으니까.”

“맞아. 노래방에 같이 간 애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잖아. 확실친 않지만.”

“그 얘기는 처음인데?”

“코치가 애들한테 찝쩍대긴 했지. 혹시 모텔에 간 애는 없을까? 요즘 애들 발랑 까졌잖아.”


혜서의 말에 나는 현진이를 떠올렸다.


-현진이도 코치를 좋아했는데. 설마 코치가 현진이를?


“뭐 여자랑 남자가 그렇고 그런 건 어쩔 수 없잖아. 본능이니까.”

“우린 중학생이었어.”

“너, 일부 애들 가슴이 어른 뺨친 거 몰라? 운동을 해서 몸매가 글래머 저리가라였잖아. 기억 안나?”


-기억나. 그 중에 너도 포함되지.


그 생각을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이제 나가자. 시간이 다됐어.”


***


약속장소는 시내 뒤편의 허름한 돼지껍데기 집이었다. 나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메뉴였다. 남자가 저녁 겸 술을 먹자고 해 정한 곳이라고 했다. 남자는 먼저 와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혜서가 나를 소개했다.


“이름은 미주. 얘가 너한테 물어볼 게 있대. 그래서 같이 왔어.”

“현진이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

“난 승후. 일단. 숨 좀 돌리자. 배고파.”


큰 키에 말끔하게 생긴 승후는 소주를 주문해 세 잔에 따랐다. 숯불 그릴 위에서 두꺼운 종이 같은 돼지껍데기가 기름을 흘리며 구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건배를 했다. 술을 마신 혜서와 승후는 껍데기를 안주로 먹었지만 나는 술잔을 그대로 내려놓고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만 먹었다.


그러자 승후가 잘 익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내 접시 위에 놓았다.


“너, 술 마실 줄 모르는구나.”


어쩐지 그 말이 빈정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잔을 비우고 머뭇거리다가 껍데기를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쓴 맛이 목에 걸려 거북했지만 고기를 씹을수록 쓴 맛이 사라지고 단 맛이 느껴졌다. 돼지껍데기는 보기보다, 내 생각보다 맛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고기와 술에 집중했다.


“현진이는 내 친구가 소개해줬어. 내가 하도 소개팅 해달라고 졸라서 딱 한번 만났어. 그 후론 Bye였어.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그 친구는 현진이를 어떻게 알아?”

“초등학교 동창이랬던가? 아마 그럴 거야.”

“현진이한테 그 얘기는 못 들었는데. 그 친구와 현진이는 친했어?”

“그렇진 않을 거야. 그 후에 유학 갔거든.”


승후에게서 나온 현진이 이야기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돼지껍데기는 흥미로웠다. 나는 평소에 즐기지 않던 소주를 고기와 함께 연거푸 먹었다.


“야, 승후. 너 키 큰 정해인 같아. 헤헤헤.”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아무렇게나 떠들어 댔다. 술의 위력은 대단했다. 허름한 식당 내부가 감성을 적시는 시골 외갓집으로 보였고, 승후가 잘생긴 배우로 보였다. 의자에 앉은 채 비틀거리는 나를 보며 두 사람은 낄낄거렸다. 나 또한 흐느적거리는 정신과 힘이 빠진 팔다리가 웃겨서 마구잡이로 웃어젖혔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졌고, 내 얼굴은 빌딩 사이로 넘어가는 석양보다 더 붉어졌다.


“나, 전화 좀 하고 올게.”


혜서가 밖으로 나갔다.


“언제 전화가 왔었니? 끅.”

“미주라고 했지? 너 취했구나. 많이.”

“야. 정해인. 기분 좋다! 그런데 토할 것 같아. 껍데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봐. 끄윽!”


그 뒤로도 술을 주고받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깔깔거렸다. 그러나 밖으로 나간 혜서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혜서는 왜 안와? 전화해봐. 끄윽!”


승후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만 가자. 택시 잡아 줄게.”


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나가는 승후를 나는 달려가 붙잡았다.


“정해인 만난 기념인데 내가 사야지. 비켜.”


내 딴에는 가볍게 밀쳤는데 승후는 출입문 앞으로 나가떨어졌다.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아이코. 미안. 미안.”


승후는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내 카드를 보는 승후의 눈빛이 잠깐 반짝였다.


“이거, 엄마가 준 플래티늄 카드야. 별 볼일 없는 거야. 끄윽.”


밖으로 나와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하며 승후가 말했다.


“간단하게 맥주 어때?”

“맥주? 아...너무 어지러운데.”


승후는 술에 취해 결정력을 상실한 나를 데리고 가게 뒤편의 꼬치집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부터 내 기억은 끊어졌다.


평소에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취했던 것 같다. 그러나 깨는 것도 금방이었다.


***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을 때 먼저 보인 것은 희미한 어둠이었다. 뒤이어 천천히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옷을 벗기려는 승후의 손이었다. 녀석은 반라 상태였다.


나는 세차게 발길질을 하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손을 이기지 못했다. 안간힘을 쓰며 둘러본 실내는 오피스텔 같았다. 그러나 억센 손을 밀쳐내며 자세히 보니 더러운 모텔이었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승후의 다리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


“미친 새끼. 지금 뭐하는 짓이야!”

“조용히 해. 너도 즐기려고 날 따라온 거 아냐?”


승후가 일어나 불을 켰다. 그는 허리를 굽힌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가방을 찾았다. 가방은 침대 옆의 작은 원형 탁자 위에 있었다. 나는 가방을 잡으려고 몸을 날렸다.


그때 승후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침대로 거칠게 밀어트렸다. 찰나의 순간, 아슬아슬하게 손 끝에 걸렸다. 나는 가방 끈을 힘껏 낚아챘다.


“여기까지 따라와서 튕기냐?”


녀석의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나는 무겁게 나를 누르는 승후의 몸을 밀어내며 가방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지금 활을 쏠 수는 없지만 내게 있는 유일한 무기는 화살뿐이다.


안간힘을 쓰며 화살을 꺼내는데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다. 녀석이 내 뺨을 후려진 것이다.


“좀 가만히 있어!”


입술에서 미지근한 액체가 느껴졌다. 피가 베어 나왔다.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었다.


“미친 새끼가!”


가방에서 화살을 꺼내자마자 승후의 옆구리를 찔렀다. 순간, 말로 형언하기 힘든 뜨거운 기운이 손바닥을 스쳐갔다.


“앗 뜨거!”

“아악!”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가 떨어졌다.


잠시 후 일어나 손바닥을 보았다. 기다랗게 그을린 자국이 나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어디에도 화살의 흔적은 없었다. 나는 승후를 보았다. 녀석은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손 밖으로 화상 자국이 얼핏 보였다.


“분명히 가방 안에 전기충격기 같은 건 없었는데! 아...너무 아파.”

“내 가방을 뒤졌어?”


갑자기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 녀석의 면상을 발로 걷어찼다. 승후는 다시 고꾸라졌다.


“아악!”


발가락이 너무나 아팠지만 나는 넘어진 녀석의 배를 연달아 걷어찼다.


“혜서 그 년이 일부러 그랬지? 너희 둘이 날 어떻게 해보려고? 이것들이! 그리고 못 들었냐? 우리 아빠 검사라는 거? 너 잘 걸렸어. 넌 이제 죽었어!”


내 말에 승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거...검사?”

“그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다. 미친놈아!”


마지막으로 녀석을 한 번 더 걷어찬 후 나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정신은 말짱했지만 발가락과 머리가 너무 아팠다.


거리에는 차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보니 새벽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이 시간에 나온 적이 없어서 덜컥 겁이 났다. 나는 가방을 꼭 쥐고 택시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몇 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우악스럽게 내 팔을 잡아당겼다.


“으악!”


내 비명소리가 어둡고 한적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나야. 나.”


낯익은 목소리에 돌아보니 승후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배를 감싼 채였다.


“제발. 살려줘. 이 일이 우리 아빠 귀에 들어가면 난 죽어.”


조금 전까지 나를 해치려던 녀석이었지만 어두운 거리에서 다시 보니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추진 않았다.


“아직도 볼일이 남았냐?”

“제발 너 아빠한테 말하지 마. 난 죽어. 제발 날 살려줘.”

“너를 왜 믿어?”

“네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 제발 살려줘.”


승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비비며 애원했다.


“내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다고?”

“그래. 제발 부탁이야.”


약간의 진심이 느껴졌지만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녀석이다.


“내 차가 저기 있어,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나는 승후가 가리킨 쪽을 쳐다보았다. 도로가에 쉐보레 소형차가 서 있었다.


“너를 찾았어. 못 찾으면 죽으려고 했어. 정말이야. 우리 아버지 깡패란 말이야. 날 죽일 거야.”

“내가 그 말을 왜 믿어야하니?”

“믿어줘. 네가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 정말이야. 신을 믿지 않지만 신에게 맹세할게.”


나는 한적한 도로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승용차와 쓰레기 수거차만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그것만으로도 무서운데 저만치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술에 취해 왁자하게 떠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알았어.”


내 말에 승후는 얼른 일어나 자동차 쪽으로 먼저 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못이기는 척 조수석에 앉았다. 승후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운전석 창문으로 술에 취한 남자들이 지나갔다. 그때 한 남자가 굉장히 거만하고 불량한 표정으로 차 안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 지붕을 손바닥으로 쾅 내리쳤다. 우리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이번에는 주먹으로 지붕을 내리치려고 했다. 그 순간, 승후는 재빨리 차를 출발했다. 그 바람에 차 지붕에 장식으로 단 번개모양의 구조물에 손을 베었다.


룸미러로 뒤를 보니 남자가 손을 감싸 쥐고 펄쩍펄쩍 뛰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곧 룸미러에서 사라졌다.


나는 집의 위치를 말하고 가방을 꼭 쥐었다.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녀석이다. 중간에 다시 악마로 변할 가능성이 충분한 녀석이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내내 승후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도 옆구리가 아픈지 코너를 돌 때 인상을 썼다. 나또한 아직도 손바닥에 화끈거림이 남아있었다.


소형차는 고급주택이 늘어선 골목을 올라가 우리 집 앞에 섰다. 집은 캄캄했다. 나는 차에서 내렸다. 승후는 입을 벌린 채 우리 집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측은해 보였다.


“네가 한 약속은 꼭 지켜라. 내가 시키는 거 모두 한다고 했지?”

“알았어.”


나는 대문에 붙어 있는 도어락 지문인식기에 엄지를 댔다. 문이 열리고 집으로 걸어가다 돌아보니 소형차가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소형차 너머로 교회의 붉은 십자가 수십 개가 무덤처럼 어둠속에 늘어서 있었다.


나는 현관문 도어락에 지문을 대고 조용히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방문을 걸자마자 얼른 가방 안을 확인했다. 화살은 다시 생성되었다.


침대에 누웠다. 아직 몸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한 알코올의 메슥거림이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누운 채로 헛구역질을 하며 승후를 찔렀던 그 당시를 떠올려보았다.


화살은 어떤 경우든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그 위력이 발휘 되는 모양이었다. 아까 승후의 몸에 난 화상 자국을 얼핏 보았다. 거기에서 화살이 소멸되었으니 내 손의 상처보다 더 큰 상처가 녀석의 몸에 남았을 것이다.


다시금 활의 위력을 느끼며 나는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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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활, 그리고 아우라! 19.06.23 14 0 9쪽
9 뜻밖의 만남 19.06.20 12 0 11쪽
» 화살, 화상 19.06.19 12 0 12쪽
7 카타르시스 19.06.18 13 0 11쪽
6 NEWS 19.06.17 12 0 12쪽
5 맹수, 내게 깃들다 19.06.16 13 0 12쪽
4 극강의 활 19.06.13 15 0 8쪽
3 공공의 증오 19.06.12 27 0 14쪽
2 실전 19.06.11 50 0 13쪽
1 목소리 +1 19.06.10 9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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