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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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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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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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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 새로운 물결 - 2

DUMMY

1.


어부들의 등대 네피아.


어촌에서 시작한 이 작은 마을은 교역의 중심지로서 점차 성장해 나갔고, 후일, 제국 동부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가 되었다.


그 후 5개의 자유도시와 함께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자유 도시 연합을 세워 백년이 넘는 세월 간 전성기를 누려오던 도시는 근 10여 년 간 심각한 수준의 침체기에 빠지고 있었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중개 무역의 패자로서 군림하는 자유 도시 연합의 패권에 새롭게 도전하는 경쟁자들이 연이어 나타나며 도시가 쥔 패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네피아는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는 도시였고.


점차 쇠락해 가는 옛 바다의 주인 네피아.


해가 저물어가는 도시에 몰락한 명가의 주인, 아서 발렌베르가 방문했다.


2.


와아아아!


네피아의 거리에 입성한 아서와 테레사의 행진을 구경하러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성이 도시에 울려 퍼졌다.


“이정도의 환호성이라니, 제국에서도 이정도의 지지를 보여주진 않을 것 같은데, 테레사님의 인기가 대단하군요.”

“분위기 좋지 않은 자기들의 도시의 자랑인 성 소피아 대학교를 위해 돈을 써주기 위해 온 호구니까 말이야.”

“투자자라고 하죠.”


테레사가 장난스럽게 대답하긴 했으나, 그만큼 시민들의 환호성은 적극적인 걸 너머 필사적인 수준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도시의 재정난이 심각한 모양이군. ’


네피아가 도시 연합의 맹주 중 하나로써 군림하던 시기, 도시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한 덕분에 성 소피아 대학교는 대륙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이름을 드높일 수 있었다.


허나 도시의 재정난이 심화되고, 도시는 점차 대학교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같은 도시연합 소속 카폴리스의 투틸리스 대학교의 대두로 인해 대륙 제일의 연구기관이라는 타이틀마저 빼앗긴 대학교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던 상황.


“확실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도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엔 어렵지 않겠군요.”

“그렇지. 물론 너는 이 도시의 주민들을 네 영지민들로서 보살피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발렌베르의 영지민들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제 능력은 한계니까요. 누군가를 위해선 누군가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 나는 아서 발렌베르라는 남자의 능력이 겨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테레사의 말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몰락해가고 있는 이 도시의 시민들까지 챙겨주기엔, 아서가 가야할 길은 너무 멀고도 험했다.


제국의 초대 황제, 위대한 통일왕 크젠 대왕은 동부 유목민들의 침략으로부터 각 대륙에 흩어져 있던 중소부족들을 규합해 모두를 지킬 울타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서는 대왕이 아니었다.


아서는 그저 한낱 무너져가는 가문을 이끌어가야 할 공작이었을 뿐.


대왕과 같이, 500명의 병사만으로 만 명이 넘는 대군을 격퇴시킨 전설을 써내려 갈 순 없었다.


그와 같이 수많은 민족들을 규합할 아량은 존재하지도 갖춰지지도 못했고.


“뭐야, 그 얼굴은? 전혀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표정인데..”

“자기 스스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 그것이 제가 스승님께 배운 가장 첫 번째 가르침이자,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습니다. 남들이 고평가 한다고 한들, 제가 가진 한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서의 연이은 부정에 테레사가 납득하지 못했는지 입을 다문 채 투덜거렸다.


“참 사람이 이렇게 자존감이 부족해서야..”


3.


행진을 통해 도시의 중심에 도착한 일행을 맞이한 건 모든 네피아 시민들의 대표인 도시의 시장이자,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장의 자리를 세습해 오른 카틀레치 아수스였다.


“반갑습니다. 테레사 라니에 동부 총독님. 저는 카틀레치 아수스라고 합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어부들의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시장. 과연, 명성대로 어부들의 도시답게 항구의 선박들이 상당하군요.”

“하하, 저희 도시의 자랑이죠. 저희들이 이 자리에 까지 오른 이유기도 하고요.”


‘자존감이 대단한 사람이군.’


카틀레치 아수스라는 자에 대한 아서의 첫인상은 상당히 거만하다는 것 이었다.


상대는 제국의 유력한 황위계승자 중 하나이자, 동부 지역을 총괄하는 동부 총독이다.


아무리 네피아를 장악하고 있는 가문의 수장이라 한들,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닌데다 지금 테레사는 명목상으로는 도시에 대한 투자를 위해,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도시에 대한 이권을 넘겨받기 위해 방문한 손님이었다.


골칫덩이로 전락한 도시를 구매해 줄 손님이나 다름없는 그녀에게 저자세로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카틀레치라는 작자는 대등한 관계인 것 마냥 최소한의 예의만을 차릴 뿐이었다.


‘쇠락의 시기에 저런 자가 도시의 대표로 자리 잡고 있으니, 도시가 무너질 만 하겠군. 권력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가?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자다.’


전성기 시절의 네피아의 시장이라면, 이런 태도 역시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제 네피아는 과거의 그 도시가 아니었다.


제국 역시, 군사적으로는 대외적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황금기를 맞은 상황이었고.


물론 아서와 테레사의 입장에서는 협상 상대가 사실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도시의 시민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뽑은 시장이니,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대표가 아니라 부정하겠지만 말이다.


4.


이후 일정은 테레사가 투자하기로 한 성 소피아 대학교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다니셨던, 대륙 최고의 연구기관 이었던 성 소피아 대학교.


근 몇 년간 투자가 멈췄기도 하고, 카폴리스의 투틸리스 대학교에게 밀려 최근 하락세를 걷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대학은 과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고민해라.


성 소피아 대학교의 초대 총장의 가르침이 녹아있는 거대한 부지 속 지어진 아름다운 대학교의 전경은 제국의 황도 알베올과 같은 멋은 없었으나, 학술기관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을 지니고 있었다.


테레사 역시 그 전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와아, 대학교 분위기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재학생들이 부럽다. 나도 이런 곳에서 공부 해보고 싶었는데.”

“뭐, 황제가 되신 후에 황제의 권력을 통해 입학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그랬다간 같은 반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부담스러워서 학교를 못 다니겠는데?”


좋은 가문에서 운 좋게 태어난 15~19살의 소년 소녀들이 대학에서 부모님의 돈으로 편하게 공부하는 동안, 테레사님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워나갔다.


그 어렸던 테레사님을 그나마 봐준 건 아서의 아버지 제임스 뿐, 황제 역시 그녀의 어머니가 독살 당한 후 그녀를 방치했었다.


그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테레사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끝내 이 자리에 까지 올라왔다.


제국 최고의 총독이라 불리는 지금의 테레사를 만든 건 그 힘든 과거였겠지만, 아마 그녀로선 떠올리기 싫은 과거였으리라.


“위대한 라니에 가문의 후예이자, 제국의 동부를 수호하는 테레사 라니에님께 감히 인사드립니다. 소인은 성 소피아의 현 총장을 맡고 있는 쿠를루스라고 합니다. 한낱 학자 따위가 고귀하신 황실의 후예를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하, 한낱 학자라니. 쿠를루스 경의 명성은 제국의 동부에 까지 퍼져있는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그렇다 한들 동부의 평화를 만들어낸 테레사님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과연, 학교의 총장 쿠를루스는 아까 전 그 건방진 카틀레치와는 다르게 투자를 받는다는 것에 목숨을 걸었는지 과할 정도로 저자세를 취하고 나왔다.


“오오! 이분이 최근 그 명성을 높이고 있는 발렌베르의 새로운 주인 아서 발렌베르 님이군요. 과연, 명장 스틸리코님의 제자답게 어린 나이에도 그 군재가 대단하다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보니 정말 타고난 대장군의 기운을 가지고 계시군요.”


쿠를루스의 간절함이 담긴 아부는 테레사에서 그치지 않고 아서에게 까지 이어졌다.


아마 그가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아가 아니었다면, 아버지와의 연을 들먹이며 친근감을 나타내려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에겐 미안하게도 오늘 아서는 이 대학에 따로 볼일이 있었다.


“테레사님, 잠시 도서관에 들려 볼일을 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어차피 기사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호위대를 맡고 있는 고위기사를 불러 그 어떤 접근도 허락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후, 아서는 자리를 벗어났다.


작가의말

독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내일 중으로 소설 중간의 내용 변경이 있을 예정입니다.


수정 될 부분은 아서가 영지민들과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제국이 불길 속에 휩싸이는 걸 방치하는 부분에 대한 서술이 추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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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가짜 전쟁 - 1 +1 22.06.02 384 8 9쪽
31 10. 꿈 - 2 +3 22.06.01 376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8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50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6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2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5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2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6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9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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