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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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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6
추천수 :
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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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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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9쪽

8. 결투는 신중히 - 1

DUMMY

1.


황제의 초대를 받아 관중석의 가장 화려한 박스석 속 황제의 오른편에 앉게 된 글루터리스 공작은 불편한 기색을 미처 감추지 못했다.


“흐음, 이거 미안하게 됐어. 워낙 급하게 만든 탓에 공작이 앉기에는 자리가 불편한가 보군.”

“예? 아, 아닙니다. 폐하.”

“아니긴, 공작이 사용하던 편안한 좌석들에 비하면 불편 할 수밖에 없지. 게다가 공작은 나이도 있지 않은가.”

“..”


황제가 던지는 뼈있는 말에도 공작은 입을 다물고 자신의 막내아들을 저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젠장, 다 낡아 빠진 퇴물 따위에게 꼬투리를 잡히다니!’


같은 공작이라 하나, 아무리 상대가 오랜 전통을 가진 가문이라 하나 양 가문의 격차는 막대했다.


최근 자존심을 구기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황가에 이어 2번째이자 비공식적으로는 제국에서 가장 부유하면서 단 4개뿐인 제국 의회의 상원의원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글루터리스.


그리고 돈도 권력도 아무것도 없이 가진 거라곤 용병이나 다름없는 기사단뿐인 발렌베르.


원래 같았다면 모욕을 받았다 한들, 결투는커녕 감히 대들 수 없는 격차였으나 공작의 어리석은 자식이 황제를 입에 올리며 빌미를 줘버렸다.


자식관리를 실패한 결과, 공작은 이 속을 알 수 없는 악마 같은 노인네와 함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호오, 피오네초 폴로네를 데려오다니. 확실히 공작가의 인맥이 대단하군.”

“하하 저희 가문이 개인적으로 저 친구에게 은혜를 입힌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환호성과 함께 결투장으로 들어오는 그를 보며 공작은 흥분한 마음을 다스렸다.


남서부에서 온 소드마스터 피오네초.


26살의 저 잘생긴 청년은 그 검술 실력만큼이나 여성편력에 있어 대단한 녀석이었다.


혈혈단신으로 대륙 남서부에서 제국으로 넘어온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귀족가의 호위직을 맡고 다닐 수 있었으나, 그는 가는 곳 마다 스캔들을 일으켰다.


글루터리스 가문이 중재가 없었다면 아마 이미 지금쯤 수도의 뒷산에 묻혀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진짜지.’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은 물론, 심지어 전대 발렌베르 공작조차 인정한 사내였다.


그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공작은 자기 스스로를 세뇌했다.


그 건방진 발렌베르의 애송이가 아무리 날뛴다 한들, 피오네초를 꺾을 순 없을 거라고.


단 한 번의 성공으로 기고만장해진 애송이에게 피오네초가 공작가의 무서움을 알려줄 꺼라고.


2.


아서의 상대, 피오네초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 덕분에 여성 귀족들에게 인기가 자자한 인물이었다.


“피오네초님!”

“이겨주세요!”


양 쪽 모두, 심판의 인도아래 결투장의 한가운데로 다가가자 피오네초를 응원하는 환호성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그런 환호성에 상대 역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미 아서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우습게보고 있군.’


진검을 든 결투를 앞두고 퍽 여유로운 모습이었으나, 상대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102전 98승 4무


호위기사로서, 대리인으로서, 그리고 불륜으로 인한 결투재판으로.


그는 공식적으로만 102전의 결투를 치렀고,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마상시합은 물론 진검을 든 결투 모두.


“당신이 발렌베르 공작 아서 발렌베르 입니까?”

“그렇습니다.”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빚이 있어서 말이죠. 오른손만 자르고 끝내도록 하죠. 아, 혹시 공주님과 개인적으로 만나게 해준다면 적당히 끝낼 수도..”

“빨리 시작합시다. 시간이 아깝군요.”


얼간이의 말을 들어주기엔 아서의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에 아서는 곧바로 심판에게 눈짓해 결투를 시작시켰다.


“크흠,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이번 결투는..”


지루한 심판의 선언 끝에, 마침내 결투의 막이 피어올랐다.


3.


비록 머릿속에 여자와 검밖에 들어있지 않은 얼간이긴 했으나, 그만큼 피오네초는 훌륭한 검사였다.


아서가 자신을 무시했다 생각했는지, 인상을 구긴 그는 심판의 선언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아서를 압박해왔다.


상단, 하단, 중단. 또다시 중단.


날카로운 피오네초의 한손검이 눈으로 쫒지못할 정도로 현란하게 움직이며 아서의 감각을 현혹시켰다.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한 피오네초의 쾌검이 사방에서 압박해 오자, 아서는 조금 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상체와 하체의 빈틈을 노리는 적의 칼날을 건틀렛과 방패로 적당히 막아내고 있었으나, 분위기는 상대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갑옷을 착용했다곤 하나, 심판의 공지에 따라 양 쪽 모두 안쪽의 누비갑옷과 사슬갑옷을 제외한 채 경장만을 상황.


갑옷으로 막는다 한들, 충격까지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아서보다 약간 더 큰 189cm의 길죽 길죽한 팔다리가 가져오는 길이의 이점, 그리고 재빠른 그의 몸놀림은 피오네초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아서의 간결한 검이 갑옷의 취약한 부분을 노려오는 적의 시도를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으나 점차 적의 공격이 그의 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귀족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생각 이상으로 젊은 공작이 잘 버티고 있긴 하나, 이제는 결말이 보이는 것 같아보였다.


역시 소드마스터에겐 어쩔 수 없는 건가, 라며 모두가 아서가 항복하리라 여기던 순간.


아서의 머릿속에는 항복은커녕 오히려 무척이나 여유로운 상태였다.


‘소드마스터의 검은 이정도인가. 확실히 반응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하군.’


말로만 들었던 검의 달인의 기술은 아서의 예상보다 더 빨랐고, 더 체계적이었다.


심리적으로 상대를 몰아가 승리를 쟁취하는 피오네초의 검술은 과연 어째서 외국인에 불가한 그가 고집스러운 제국의 기사들로부터 인정받았는지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피오네초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기사들로선 이자를 절대 이길 수 없겠군.’


타고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몸놀림을 이길 수 있는 기사는 아마 세상에 없을 테니, 그의 무패 신화 역시 당연했다.


하지만, 아서는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피오네초와 같은 축복받은 속도를 갖추진 못했으나, 아서에겐 그를 뚫어낼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술을 부수는 힘.


심지어 그의 힘은 악마의 축복을 받으며 더욱 강해진 상태.


상대의 숨이 처음보다 확실히 거칠어졌다는 걸 확인 한 아서는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는 걸 알아챘고, 방어 일변도로 나서던 아서는 더 이상 웅크리지 않았다.


4.


쿵!


방어와 동시에 역공을 취한 아서의 검을 막아낸 피오네초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한창 밀어붙이고 있을 때도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지 않아 이상함을 느낀 그였으나, 방금의 그 일격은 지금까지와는 무언가가 달랐다.


“무슨?”


그리고 그의 의문은 현실이 됐다.


쾅! 쾅! 쾅!


피오네초를 향해 아서의 묵직한 일격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물론 피오네초의 검에 비한다면 상당히 느리고 정직한 공격들이었으나, 문제는 상대의 공격이 너무 위협적이란 것이었다.


일직선으로 뻗어지는 일격은 갑옷 째로 사람을 절단 내기 충분해 보였다.


맞받아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데다, 비스듬히 흘려보내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격이 연이어 터져 나오자, 이제 수세에 몰린 건 피오네초였다.


그렇다고 속도에 이점을 살려 선공을 날려본들, 뼈를 주고 살을 취하는 모양새나 다름없었고, 상대의 검 역시 자신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내리쳐졌다.


“젠장!”


‘이대로는..’


피오네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애송이는 훨씬 오래 버텨냈고, 슬슬 그의 탄력적인 몸 역시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설령 이대로 항복한다 한들, 글루터리스가 자신을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피오네초는 승부수를 던졌다.


키이이잉!


아서의 검을 완벽하게 흘려낸 후, 곧바로 상대에게 접근해 심장을 노리려던 순간.


챙!


상대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걸 눈치 챈 아서는 숨기고 있었던 전력을 드러냈고, 아서의 손에서 내려친 검이 무참히 적의 검을 박살내버렸다.


힘에 굴복한 피오네초의 검이 부러짐과 동시에 아서의 자비없는 검이 그의 손목을 갈라버렸다.


“끄아아악!!”


손목이 끊어지며 거친 피보라가 아서의 눈앞에 뿜어져 나왔으나, 그의 검은 멈추지 않고 단호히 목표한 곳을 향해 쇄도했다.


텅 빈 적의 머리를 향해.


푹.


일순간 아서의 검이 목을 가르며 지나가자, 둥근 머리가 하늘로 튕겨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머리를 잃은 피오네초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나감과 동시에, 아서는 곧바로 몸을 돌려 경기장을 떠났다.


승자가 떠나고 머리를 잃은 패자만이 남은 경기장을 바라보던 귀족들이 충격과 공포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자, 황제의 웃음이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하하하, 역시 발렌베르 가문의 주인답군. 제국의 새로운 소드마스터의 탄생인가. 재밌지 않은가, 공작?”

“..예. 참 경사스럽군요.”


작가의말

오탈자가 좀 있네요. 곧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인간 자체가 강한 아서..


글을 찾아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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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가짜 전쟁 - 1 +1 22.06.02 384 8 9쪽
31 10. 꿈 - 2 +3 22.06.01 376 8 9쪽
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8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50 7 9쪽
»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1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6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2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1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5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2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6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9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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