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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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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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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작성
22.05.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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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4. 매가 약이다. - 4

DUMMY

1.


양측의 보병대가 격돌한 전장 한 복판, 적아가 섞인 혼돈 속에서 단 한 명만이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사방에 드러냈다.


“발렌베르의 공작이 여기 있다! 죽기 싫은 자, 모두 내 앞에서 고개를 숙여라!”


아서의 날카로운 검이 피보라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휘날릴 때마다 용병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었다.


그의 검에 이미 수십 명이 넘는 용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가 움직일 때 마다 휘날리던 검은 망토는 이미 적들의 피로 붉게 물이든지 오래였다.


“나를 막을 자, 이곳에 없는 건가! 과연 비겁하게 비무장 한 시민들이나 학살 할 줄 아는 겁쟁이답구나!”


아서의 외침에 발끈한 용병들이 계속해서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그들 역시 발렌베르 공작의 검 앞에 머리를 잃고 몸을 조아리게 될 뿐이었다.


“발렌베르를 위해!”

“적들의 기세가 꺾기고 있다, 후퇴하지 마라!”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아서의 활약에 호위대 기사들은 물론, 농민군 역시 더욱 고무되어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전세가 좋지 않다는 걸 아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크게 포위당한다.’


아서를 필두로 한층 기세를 끌어올린 아군이 적 경보병을 밀어붙이는 것 같았으나,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면서도 전장을 넓게 보고 있던 아서의 눈에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좌우로 넓게 펼치고 있는 적들이 점차 아군 민병대를 포위하고 있는 게 보였다.


물론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얇아진 상대의 중앙열이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었으나 붕괴 수준에 이르진 않았고, 그 결과 아군이 상대의 포위망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게 된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악마가 선물한 지배자의 왕관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일대의 모두에게 권능을 퍼트린 아서가 필사적으로 중앙을 뚫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최후의 예비대로서 대기하고 있던 소수의 중장보병대가 중앙에 합류하자 돌파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상황.


“공작님! 이대로 가다간..!”


이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상대의 포위망에 아군이 압사 당한다는 걸 느낀 호위대가 절박하게 외쳤으나, 아서는 등을 돌리지 않았다.


“잠깐만 버티세요! 그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기세뿐인 농민군으로 적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 상대의 본진 바로 옆을 타격했으나, 애초에 아서가 이끄는 농민군의 역할은 망치와 모루에서 망치가 아닌, 모루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서가 이끄는 농민군의 역할은 상대방의 남은 병력들을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미끼가 되어 줄 뿐.


그리고 계획 이상으로 자신과 농민군은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냈다.


상대가 최후까지 아끼고 있던 예비대마저 끌어냈으니.


초반에 적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농민군 병사들은 이제 힘이 빠져 그 동력을 잃었고, 점차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용병들의 공세에 점점 진형 안쪽으로 밀려나며 압사의 위기에 처해갔으나 아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농민군이 미끼이자 모루가 되어 계획 이상의 성과를 얻어낸 이상, 아군이 숨기고 있던 진짜 망치가 대가를 얻어낼 시간이었다.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투구로 향하는 창대를 턱 끝으로 피한 후, 검을 내리쳐 거칠게 상대의 접근을 막아낸 아서의 귓가로 기다리고 있었던 대지를 흔드는 진동음이 들려왔다.


그 진동음의 정체는 아군이 아닌, 상대편의 비명소리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적이다! 적의 기사들이 측면을 치고 있다!”


2.


지휘권을 잡은 리암의 명령 아래 경보병대를 이끌고 측면에서 나타난 적들에 맞선 번개신의 망치 용병대 대장, 로베르는 전장 한 가운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검은 갑옷의 기사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 놈을 생포하기만 한다면..흐흐.”


용병대를 운영한다는 건 절대 쉽지 않았다.


돈을 위해 목숨을 건 놈들을 이끄는 일이다.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걸 느끼고 있는 로베르로선 자신의 밑에 있는 거친 놈들을 통제하는 게 점점 쉽지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용병대를 나와 새로운 인생을 살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잡혀온 대어에 그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봐! 저기 저 가운데 있는 말을 탄 검은 갑옷의 기사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이 상황에서 생포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저희가 아니라 농노들 손에 압사당할 수도..”

“그럼 구해오든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보란 말이다.”


로베르의 엄포에 휘하의 용병들이 투덜거리며 대장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사라지자, 로베르가 남 몰래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는 군말 없이 명령을 따랐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로베르는 전장에 서는 시간이 줄어들어갔고, 용병대에 대한 로베르의 장악력이 점점 내려가는 게 몸으로 체감되고 있었다.


더 이상 은퇴시기를 늦췄다간 반란이라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던 만큼 로베르는 이번 일로 한탕 크게 땡긴 후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렇게 로베르가 어느 지방의 어디에 땅과 건물을 사서 어떤 장사를 할지를 고민하고 있던 중, 싸늘한 느낌이 그의 척추를 지나갔다.


지금까지 그가 험난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감각에 그가 곧바로 고개를 돌린 순간, 온 몸에 피철 갑을 한 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물결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적들의 기사를 막기 위해 달려든 아군의 기병대가 박살낸 검은 날개의 기사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이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중장보병! 중장보병대! 이쪽으로 나와! 이런 씨발! 리암은 뭘 하고 있는거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부하들 역시 고함을 질러보았으나, 적들을 포위하고 있던 중장보병대로서는 뒤를 도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아군 본진 역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준 기사들의 공격력에 당황해 아무런 대처도 못 내리고 있는 상황.


“염병, 도망쳐!”

“예?! 그치만 아군이..”

“지금 안 도망치면..!”


십년이 넘는 세월을 전장에서 보낸 베테랑답게, 로베르는 순식간에 판단을 끝내고 자신의 부하들만 챙겨 도망가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그가 마주해온 평범한 기사들이 아니었다.


“대장님! 뒤에!”

“뭐..컥”


부하의 비명에 뒤를 돌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로베르의 머리는 창대에 꽂혀 곤죽이 되어 사라졌다.


그의 부하들 역시, 그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


대륙 최강의 기사단.


이 말은 단순한 허풍이나, 자랑이 아닌 사실 그대로의 표현이었다.


황실을 수호하는 친위대도, 교황청의 심층부를 수호하는 성기사들도, 심지어 저 대양 너머에서 건너온 타지의 전사들조차 검은 날개의 힘을 꺾을 순 없었다.


신분,나이,성별 등 모든 요소를 제외한 채 그저 인간으로서의 강함 그리고 기사가 될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자들을 모아온 결과, 검은 날개의 일원들은 집단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왔다.


겨우 용병 기병대 따위로 그런 기사단과 기마전을 펼치려 들다니, 오만한 것도 정도가 있었다.


쾅!


“반전해! 뒤에서 적이 오고 있잖아!”

“앞쪽에도 적이 있어 미친놈아!”


농노들을 반원진을 그려 포위하고 있었던 용병대는 자신들의 등 뒤에서 나타난 기사들의 돌격에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한 채 문자 그대로 갈려나가고 있었다.


아서의 예상대로 기사단의 선봉대와 고위기사들이 중심이 된 180명의 중기병들은 두 배가 넘는 적들을 갈아버린 후, 곧바로 선회해 위쪽에서 벌어지던 전투에 난입했다.


비록 피로로 인해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으나, 등을 보인 경보병들을 학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공작님! 아군 기사들입니다!”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아군 기사들의 돌격으로 충격에 빠지긴 했으나, 아직 적들의 보병 상당수가 남아있습니다, 농민들을 이끌고 적들을 섬멸하세요!”

“예, 각하!”


아군 기사들의 돌격으로 여유가 생긴 농민군의 좌우측으로 아군 기사들이 곧바로 이동하고, 호위를 맡은 월리엄 경과 함께 남은 아서 역시 곧장 지배의 왕관을 끌어 올린 채 적들의 피가 묻은 검을 들어 올려 기세를 올렸다.


“영광스러운 승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전사들이여, 우리의 가족들과 이웃을 살해하려한 악마들이 등을 보이고 도망치고 있다!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마라!”

“승리가 눈앞에 있다!”

“자유민이 될 기회다!”


기사들과 함께 사방에서 휘날리는 발렌베르의 검은 깃발과 허둥지둥하는 적들에 다시 기세를 끓어 올린 농민병들은 쓰러지려던 몸을 일으켜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저 멀리, 적들의 지휘관이 긴급하게 궁기병들을 막던 중장보병대를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적들에게 등을 보인 채 곧바로 방진을 풀고 이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600 대 5000.


살레시아 시 앞 평원에서 펼쳐진 회전의 승기는 1600의 발렌베르 군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발렌베르의 역사와 함께 한 검은 날개의 기사들이 존재했다.


작가의말

한니발 장군의 칸나이 전투를 많이 참고한 화였습니다.


오늘도 글을 찾아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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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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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8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50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1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6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2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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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80 9 10쪽
16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5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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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2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6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9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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