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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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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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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
글자수 :
4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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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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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매가 약이다. - 3

DUMMY

1.


도시의 성벽을 빙 둘러 포위한 용병들은 무리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


도시의 방어 병력이 성벽을 간신히 다 매울 정도뿐이라곤 하나, 공격자의 입장에서 공성전은 그리 유쾌한 작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공성병기를 준비할 만큼 용병들에게 시간과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 결과, 언덕 위에서 적들의 진형을 바라보는 아서의 시야에 보이는 용병들의 진형은 도시의 각 성문만을 막고 있을 뿐, 공격진형을 갖추진 않았다.


“적들의 숫자가 생각 이상이군요. 적들의 병력은 눈에 보이는 적들이 다 입니까?”

“정찰 기사대가 이 곳 주변을 모두 수색해 본 결과, 상대의 일부 척후병들을 제외하면 다른 분견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본대가 상대 병력의 전부라는 거군요.”


눈에 보이는 적들의 숫자는 최소 5천은 넘어 보이는 대병력이었고, 일반적인 용병대가 1:10의 비율로 기병을 갖춘다는 걸 생각하면 기병 역시 최소 5백은 넘을 거란 소리였다.


아군의 숫자가 농민 보병 천명에 중갑을 한 기사 180명에 400명의 종자를 합쳐 총 천육백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심각한 병력차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양측의 기병대의 질적 차이가 상당했지만, 상대의 보병대가 맷 앤 암즈(전문직 군인을 뜻함.) 들로 이루어진 다수의 중보병대임에 비해 아군은 경무장한 민병대였다.


그나마 사기 면에서는 드높았지만, 사기만으로 전쟁을 이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저들이 가진 강점과 약점, 그리고 우리가 가진 약점과 강점이라..”


허나 전쟁이 단순히 머릿수로 결정되었다면 전술이라는 단어도, 명장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길고 긴 역사 속, 명장이라 불렸던 이들이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를 물리침으로써 증명했던 만큼, 아서 역시 증명 할 자신감이 있었다.


적군을 이끄는 건 사람인 만큼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적들이 보인 그 미세한 빈틈을 물어뜯는 다면, 충분히 병력차이를 뒤집을 수 있으리라.


2.


글루터리스 가문에게 고용되어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투구 뿔 용병대장 리암은 들뜬 기분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용병대를 운영해온 그였으나, 고용주가 고용한 용병대의 지휘권 전체를 넘긴 덕분에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5천의 대병력을 지휘해 볼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기병 6백명에 중장보병 2천, 경장보병 2천에 5백 가량의 석궁병까지.


가히 작은 소왕국의 군대 수준의 병력을 이끌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예상을 뛰어넘는 지출에 고용주인 글루터리스 가문이 사업의 일부를 담보로 잡혀야 했을 만큼 휘청거렸고, 대병력을 소집한 만큼 두 달 안에 아직 항복하지 않은 갈리폴리의 도시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5천의 대병력, 심지어 그 중 절반 이상이 정예로 이루어진 병력이 자신의 명령 아래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지휘봉을 잡은 사령관의 가슴을 웅장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 덕분에 그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잊어버렸다.


몇 십일 전, 그에게 공포를 안겨준 공작 역시, 더 이상 그에게 공포를 안겨주진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척후병이 발렌베르 공작의 군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그는 별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대장님, 우리 척후의 보고입니다, 남쪽에서 적들의 병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 마라. 끽해야 몇 백 명 수준 아니더냐.”


부하의 말대로 리암이 남쪽을 바라보자 언덕 너머에서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수백 명의 기병대가 나타났다.


“흐음, 3열의 장창병과 1열의 석궁병들로 진형을 꾸려 아군 진형 남쪽에 배치하고, 예비대로 기병들을 진형 우측에 배치하지.”

“도시를 공격중인 6백 가량의 석궁병들과 7백명의 중장보병대도 아군 진형으로 후퇴시키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들의 공세에 북문 쪽 성벽을 장악하기 직전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들은 그대로 밀어붙이는 걸로 하지.”

“병력을 나누는 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부하의 말에도 아군 진지 내에서 전투를 준비 중인 대병력의 존재에 리암은 자신만만했다.


“상대는 천명이 안 되는 소규모 병력에 기병밖에 없는 병력이야. 아군을 뚫어내는 건 불가능해.”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각 용병대에게 지시를 전하겠습니다.”


부하 역시, 머릿수가 주는 설득력에 납득했는지 지시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사라졌다.


“그 어린 애송이 때문에 손상된 내 권위를 생각하면..반드시 포로로 잡아주마.”


점차 다가오는 검은 망토의 기병대가 내뿜는 위압감은 상당했으니, 자신의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진형을 완성한 장창병대의 모습에 리암은 안정감을 느꼈다.


뿌우-


이후 나팔 소리와 함께, 평원을 검게 물들이며 수백 명의 기병대가 대지를 뒤흔들며 아군을 향해 달려들었을 때도,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중기병대라 한들, 진형을 갖춘 장창병들이 모인 밀집대열로 돌진하는 건 위험이 큰 행위였고, 상대 역시나 돌격하는 대신 진형 주위를 맴돌며 화살만을 쏠 뿐이었다.


“아무리 쏴봐라. 애들 갑옷에 흠집이라도 나나.”


허나 궁기병이 사용하는 활로는 방패와 장창을 든 중장보병을 뚫어내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석궁병들 역시 대응사격에 나서고 있어 화살의 정확도는 더욱 떨어졌다.


그리고 이런 장기전으로 간다면 결국 궁기병들의 체력과 화살 통이 더 먼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상대의 궁기병들이 헛된 화살만 쏟아내는 걸 리암이 느긋하게 지켜보던 순간, 또다른 나팔 소리와 함께 진형의 남서쪽에서 검은 깃발과 함께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이게 본대라는 건가?”


새로운 적의 등장에도 리암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빼놓은 예비대고 기병대였다.


방금 전 나타난 궁기병들 보다 더 두터운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아군 진형을 향해 다가왔으나 그래봤자 이백 명이 채 되지 않는 병력이었다.


“부관! 아군 기병대에게 남서쪽에서 나타난 병력을 격파하라고 전해.”

“예.”


상대의 두 배는 더 많아 보이는 기병대가 깃발을 휘날리며 달려드는 모습에 리암이 흐뭇해하는 순간, 또 다른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적이다! 숲에서 적군이 나타났다!”

“또 라고?!”


이 번 만큼은, 리암 조차 당황을 금치 못했다.


3.


서쪽의 숲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운 발렌베르의 군대는 아서와 호위대 일부가 이끄는 천여 명의 민병대였다.


“전군! 나를 따르라!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 뒤에 남겨진 우리의 가족들을 위해 저 악마들에게 징벌을 내려라!”

“““와아아아!!!”””


기병대와 떨어져 크게 돌아 숲에서 나타난 병력은 아군의 궁기병과 올리버경이 이끄는 중갑기병이 돌진 한 후, 가장 마지막 순간에 숲에서 나와 진군을 개시했다.


세 번째 병력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상대의 진형이 요동쳤으나 상황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는 걸 아서는 잘 알고 있었다.


“공작님! 위험합니다!”

“내가 앞에서 물러나면, 이들의 기세를 유지 할 수 없습니다!”


진형의 맨 앞에서 말을 이끌고 돌격하는 아서의 모습에 호위대의 병력이 기겁했으나, 지금 민병대의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선봉에 서서 가장 먼저 돌격하는 사령관의 모습은, 부하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쿵쿵쿵.


“상대는 별 것 아닌 농노들이다! 모두 겁먹지 마라!”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군의 병력을 막아내기 위해 상대가 꺼내든 건 후열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경보병들 이었다.


“상대는 한낱 용병들이다! 돈에 목숨을 판 악마들에게 겁먹지 마라!”

‘여기까진 계획대로다.’


급하게 아군을 향해 돌격을 감행해오는 적들과 선봉에 선 사령관을 따라 기세를 타고 달려들고 있는 아군 민병대.


양측의 충격 직전, 여기까지는 아서가 계획한대로 이어졌으나 이후는 이제 전쟁의 여신의 선택 아래 달린 일이었다.


허나, 아서는 여신을 믿지 않았다.


그는 신을 믿지 않는 불신자였고, 악마와 계약한 타락한 존재였기에 그는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


승자가 되기 위해, 악마가 내려준 축복을 담아 아서가 거칠게 소리쳤다.


“신이 징벌을 원하고 있다! 모조리 죽여라!”


지배의 힘에 아군은 더욱 거칠게 달려들고, 상대가 순간적으로 기세 꺾인 그 순간.


양 측의 군대가 격돌했다.


“끄아아악!”

“개자식들을 죽여!”

“커억..”


양 군이 격돌하고, 처절한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검은 갑주를 입은 한 청년이 세상에 외쳤다.


“발렌베르의 주인이 돌아왔다! 모두 고개를 조아려라!”


작가의말

독자의 시선에서 글을 쓴다는 건 어렵네요.

오늘도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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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 꿈 - 1 +3 22.05.31 393 8 10쪽
29 9. 새로운 물결 - 4 +3 22.05.30 392 7 9쪽
28 9. 새로운 물결 - 3 +3 22.05.30 398 10 9쪽
27 9. 새로운 물결 - 2 +1 22.05.29 427 8 9쪽
26 9. 새로운 물결 - 1 +3 22.05.28 450 7 9쪽
25 8. 결투는 신중히 - 1 +2 22.05.27 430 12 9쪽
24 7. 축배 - 3 +4 22.05.27 436 9 10쪽
23 7.축배 - 2 +7 22.05.26 446 9 9쪽
22 7. 축배 - 1 +5 22.05.25 472 9 10쪽
21 6. 집안 정리 - 2 +5 22.05.24 510 10 11쪽
20 6. 집안 정리 - 1 +3 22.05.23 515 10 10쪽
19 5. 부활의 신호탄 - 2 +1 22.05.22 498 9 10쪽
18 5. 부활의 신호탄 - 1 +1 22.05.21 495 12 9쪽
17 4. 매가 약이다. - 4 +1 22.05.20 479 9 10쪽
» 4. 매가 약이다. - 3 +4 22.05.19 485 9 9쪽
15 4. 매가 약이다. - 2 +3 22.05.17 504 12 11쪽
14 4. 매가 약이다. - 1 +1 22.05.17 525 10 12쪽
13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3 +2 22.05.16 536 13 10쪽
12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2 +4 22.05.16 542 14 11쪽
11 3. 어제의 적이 내일의 아군 - 1 +2 22.05.15 578 12 10쪽
10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5 +3 22.05.14 585 13 11쪽
9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4 +1 22.05.14 595 13 11쪽
8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3 +1 22.05.13 636 11 10쪽
7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2 +1 22.05.13 719 11 9쪽
6 2. 바보야, 문제는 식량이야! - 1 +5 22.05.12 830 18 11쪽
5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4 +4 22.05.11 960 22 10쪽
4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3 (내용 수정) +2 22.05.11 1,011 29 12쪽
3 1. 아버지가 죽었다. 오늘, 아니 어제. - 2 +2 22.05.11 1,23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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