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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테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EX급 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꿀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6.10 19:0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0,712
추천수 :
432
글자수 :
2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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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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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
추천
12
글자
13쪽

버스사고

어떤 차원 어떤 우주의 이야기




DUMMY

쿵—.


다시 폭음이 들렸다. 다만 조금 더 크게 들렸다는 것이 아까와는 달랐다.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 탐지 범위 밖이예요. 주인님.


저녁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던전의 낮과 밤은 바깥 세상과 비슷하다.

야간 사냥의 위험성을 생각해봤을 때 이런 밤에 소란을 피운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자살희망자거나 싸움이 벌어졌거나.

그리고 또 다시 쿵— 하는 폭음이 더욱 가까이서 들렸다.


“일단 숨자. 탐지 범위에 들어오면 알려줘.”


그가 있는 지역은 커다란 나무 숲과 완만한 언덕이 대부분인 지형이었다. 주위에 숨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자 삼순이가 제안했다.


- 주인님, 거미 위에 타세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숨으면 완벽할거예요.


앞에 있던 무당거미 하나가 엉덩이를 들이밀고 살살 흔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등에 타라는 뜻.


- 주인님, 어서요.


오만상을 쓰며 표정을 구긴 채 어물쩡 거리던 그를 삼순이가 재촉했다. 그리고 그 사이 다시 쾅— 하며 가까운 곳에서 폭음이 났다.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소리였다.


“으윽··· 징그러···”


결국 그는 무당거미의 등에 올라탔다.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1m 정도의 둥그런 거미 배를 껴안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지만.


“우왓!”


무당거미가 움직였다.

몸무게와 장비의 무게까지 거의 90kg을 등에 달고서도 역시 몬스터랄까? 움직임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로 날 듯이 기어올라간 무당거미는 나무 높이의 7할, 30미터 정도를 올라가서 멈췄다.

나머지 세 마리는 그가 타고 있는 거미 바로 아래에서 대기하며 아래쪽 방어 공사를 시작했다.

꽁무니에서 허연 실을 뿜어내 즉석에서 거미집을 짓기 시작한 것.

한편 무당거미에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최강현은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맨들맨들한 거미 등에 얼굴을 붙이고 있으니 거미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끼리릭— 틱틱틱—.

- 이게 무슨 소리야?


머릿속으로 삼순이에게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 주인님을 좋아하네요. 따듯해서 좋답니다.

- 우엨!!

- 제가 지배했지만 녀석들의 주인은 엄연히 주인님이예요. 주인님께서 껴안아 주는데 얼마나 행복할까요?

- 그만! 탐지에 걸리는 거 아직 없어?

- 네, 없어요.


그는 차라리 반대편으로 도망갔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삼순이의 말을 들으니 변태들에 둘러쌓여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거대 몬스터 거미 변태에 말이다.

그 생각도 잠시, 삼순이가 알려왔다.


- 들어왔습니다. 인간들입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빽빽한 나뭇가지와 무성한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려 보이지 않아야 했지만, 새로 얻은 능력으로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 도망치고 있는데? 몬스터에 쫓기고 있나?


여섯 명의 사람들이 죽어라 뛰고 있었다.


- 맨 뒤의 여자는 각성자입니다. 나머지는 그냥 인간이고요.

- 각성자가 왜 20층에서 도망가지?


그의 시선은 저절로 가장 뒤에서 달리는 여자에게 향했다. 앞에서 뛰는 헌터들과 다르게 갑옷을 입고 있었고 헌터들의 필수 장비인 소총도 들고 있지 않았다.

삼순이의 말대로 각성자가 확실했다. 무기도 들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원거리 계열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탐지 영역 속으로 다른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 쫓기고 있군. 이거 느낌이 영 안 좋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삼순이가 말했다.


- 주인님, 뒤에서 쫓는 세 명 모두 각성자예요.

- 헌터가 있는 걸로 봐서 길드끼리 싸움은 아니고··· 아! 저 여자 버스기사인가보다.


버스기사는 헌터들을 데리고 20층을 같이 공략해주는 각성자를 말한다.

최강현은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삼순이에게 주변 지형과 나무까지 표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잠시 후 비스듬한 언덕을 구르듯 달려 내려오는 헌터들과 버스기사가 보였고 그 뒤를 쫓는 각성자들이 보였다.


- 잘못 걸린 것 같네. 보통 각성자들이 아냐. 조직 놈들이야. 범죄자 놈들이니까 우린 가만히 있자 삼순아. 알았지?

- 구하는 게 아니고요?


삼순이의 물음은 나름대로 충격적이었다.

던전핵은 생명력을 먹고 자란다. 거기엔 삼순이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번 오이도 테러에서 희생된 헌터들의 생명력을 이용해 레벨업을 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사람이 죽으면 삼순이에겐 오히려 이득일 터. 강현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구해주고 싶어?

- 아닌데요.

- 그러면 왜 물어본거야?

- 주인님은 인간을 아끼시잖아요.

- 그건···


그는 말을 아꼈다.

모든 사람을 아끼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인간들 중에는 차마 설명 못할 악인도 있으니까. 최강현은 그저 몬스터와 사람 중에서 사람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러니까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면서까지 남을 구할 생각은 절대 없다.

삼순이의 돌발 질문에 생각이 많아졌던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 저기 조직원들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야. 살인, 강도, 강간에 인신매매, 고리대금, 마약유통까지 온갖 나쁜 짓은 골라서 하고 다니는 놈들이지. 게다가 저놈들 각성자잖아. 아까 레벨업 했어도 부족해. 우리는 못 이겨. 그러니까 놈들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숨어있는거야. 이해했어?

- 네, 주인님. 망할 쓰레기 같은 각성자 후레자식들!


삼순이는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았다.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게이트를 열고 안락한 원룸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이길지 같은 원초적인 호기심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숨소리를 죽이며 30미터 아래 땅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도망가던 헌터들은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체력적인 한계가 찾아온 것.

뒤에서 따라오는 각성자 버스기사는 추적자를 뿌리치기 위해 기회가 날 때마다 수류탄을 던졌다.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기껏해야 추적을 몇 초 늦출 뿐이었다.

결국 사단이 났다.

헌터 대열에서 앞서 달리던 남자 하나가 수풀에 가려진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자빠진 것이다.

최강현이 숨어있는 곳과 직선으로 50미터 거리였다.


‘끝났네. 끝났어.’


완전히 따라잡혔다.

조직원 셋은 갈라져 헌터파티를 삼면에서 조여왔다.

사실상 각성자인 버스기사 한 명 대 조직원 세 명의 대결이라고 해야 했다. 헌터들은 도움이 못 될 게 뻔했다.

다시 폭음이 들렸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버스기사가 던진 수류탄이 유도탄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직원들을 향해 날아갔다는 것.


‘수류탄이 뭐 저래?’


버스기사의 능력이 궁금해진 그였다.

그 순간, 버스기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바보들! 뭉쳐서 싸워! 흩어지지 말고!”


다섯 명의 헌터들은 한 군데로 모였다. 서로 등을 맞대고 무기를 들었지만 그 무기가 각성자를 상대로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


“이 미친년이 존나게 귀찮게 하네! 뚝배기 깨버린다! 크크크.”


쫓아온 조직원 중 하나가 나무 뒤에 숨어서 경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현은 조직원들을 하나씩 살폈다. 모두 남자에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전부 근거리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총소리가 기습적으로 들리고 수류탄 터지는 소리도 났다.

조직원 하나가 나무 뒤에서 튀어나와 접근하려다 격렬한 저항에 다시 나무 뒤로 숨었던 것이다.

헌터들은 한숨을 놓은 듯 보였지만 그것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작전이었다.

다른 방향에서 튀어나온 조직원이 손을 뻗자.


화르르르!!


야구공만 한 자줏빛 화염구 수십 개가 헌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뭐야? 원거리가 검과 방패를 들다니··· 눈속임이구나!’


진짜 끝났다고 생각했다.

화염구는 작아 보였지만 엄연히 각성자가 만들어낸 것. 하나 하나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헌터들의 마지막 명복을 빌려는 순간.


“으읏!!”


버스기사님이 나섰다.

회오리가 생기며 주위의 공기가 무서운 기세로 빨려들어갔다.

직격 직전의 보라색 화염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간 화염구들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오오—. 대박! 이게 진짜 각성자들의 전투지.’


영화 하이라이트씬에서나 볼 법한 장면에 감탄을 내뱉었으나··· 감동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퍽—!

“아악!!”


다른 방향에서 번개같이 접근한 조직원이 버스기사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은 것이다.

여자 버스기사는 십여 미터나 튕겨 진 후 나무 밑동에 처박혀 축 늘어졌다.


‘이제 진짜 끝이군.’


이번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버스기사를 처리한 조직원은 바로 헌터들에게 뛰어들어 주먹을 피로 물들였다.

퍽퍽퍽퍽퍽!

겨우 다섯 번의 파육음이 연달아 들렸을 뿐이다. 어찌나 빨랐는지 헌터들은 비명조자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캬—! 이 맛이지!”


뜨거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두 주먹을 트로피처럼 들어올린 각성자가 광기에 찬 대사를 내뱉었다.

강현은 각성자들의 막강한 전투력에 오금이 저렸다. 이번 레벨업으로 다시 강해졌고 마음 한 구석에 각성자에 비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가려는 것에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나지 않게 억지로 참을 정도였다.

이미 끝난 상황.

한데 모인 조직원들은 킬킬대며 버스기사였던 여자 각성자가 널부러진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아직 정신을 잃진 않았네요.

- 뭐?!


삼순이의 뜬금없는 목소리에 대꾸하는 순간.

벌떡 일어난 여자가 돌풍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시팔!!”

“잡아!!”


방심하고 있던 조직원들이 한발 늦게 뛰기 시작했고 여자는 이미 거리를 벌리고 날아가고 있었다.


“죽어!!”


커다란 외침과 함께 헌터를 죽였던 남자가 땅에서 주먹만 한 돌을 주워 집어던졌다.


퍽—!!


비명조차 없었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여자는 공중에서 허리가 꺽인 채 날아가다가··· 무당거미들이 최강현의 아래쪽에 쳐놓은 거미줄에 걸렸다.


‘뭐냐 이거. 왜 여기로 온 거야!’

- 각도가 잘 맞은 것 뿐입니다. 어쨌든 아직 살아있긴 하네요.


그가 돌발 사태에 한창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때, 아래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크큭, 형님, 놓치는 줄 알았습니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떻게 벌어먹고 살래? 걱정이다 걱정.”


그들은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무당거미 같은데? 왜 저런데 세 마리나 몰려있는거지?”

“그러게요, 이상하긴 합니다.”

“형님, 제가 올라가 볼까요?”

“아니다. 그냥 다 태워버려라.”


그들은 나무 위에 있는 무당거미와 여자 각성자를 한꺼번에 태워버릴 생각이었다.


- 주인님? 어떡하죠?

- 게이트 준비해. 아니! 잠깐!


게이트로 그냥 도망치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지하세계에 사는 범죄자들이고 방금만 해도 5명의 헌터를 비명도 못 지르게 하고 죽인 극악무도한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무서워 도망친다?

어차피 사냥을 끝내고 원룸으로 귀환할 생각이었지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왠지 사냥을 방해 받은 것 같고, 찍 소리 한번 못 내고 도망치는 꼴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

그것은 무력감이었다.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놈들을 엿 먹일 수 있는 것을.

최강현이 명령했다.


- 저 여자를 구한다. 신호하면 밑에 무당거미를 시켜 공격해. 그리고 시선이 팔린 동안 여자를 구출하고 게이트로 들어간다. 단! 게이트는 오늘 도착했던 그 동굴 안에 연다.

- 네! 주인님. 신호만 주시면 바로 시작할게요!


많이 기다릴 것도 없었다. 아래에선 벌써 한 놈이 보라색 불꽃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시작해!”


끼리리릭—!!


그때까지 뭉쳐서 가만히 있던 무당거미 세 마리가 돌연 한꺼번에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꽁무늬에서 허연 실을 대량으로 토해냈기에 나무 바로 아래에 있던 조직원들은 뒤로 뛰며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강현이 탔던 거미가 움직여 여자를 끌고 올라왔다.

그가 여자를 품으로 끌어당기자 바로 옆에 검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 게이트요!


그는 여자를 안고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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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커피와 수첩 21.05.31 343 8 13쪽
29 뚝배기를 피하는 방법 21.05.30 370 8 13쪽
28 비밀기지의 비밀 21.05.29 380 7 13쪽
27 갈 곳은 한 곳 뿐 21.05.28 381 10 13쪽
26 뚝배기 길드 21.05.27 397 10 13쪽
25 뚝배기 길드 21.05.26 420 10 13쪽
24 뚝배기 길드 21.05.25 421 11 13쪽
23 서유리의 대환장 파티 21.05.24 447 10 14쪽
22 나 각성했다. 21.05.23 457 10 13쪽
21 악연의 굴레 21.05.22 461 9 13쪽
20 닥터 최 21.05.21 458 11 13쪽
» 버스사고 +1 21.05.20 498 12 13쪽
18 새로운 능력 21.05.19 495 10 13쪽
17 춘하추동 21.05.18 483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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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6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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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색임무 +2 21.05.12 1,086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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