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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테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EX급 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꿀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6.10 19:0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0,713
추천수 :
432
글자수 :
223,516

작성
21.05.12 13:24
조회
848
추천
19
글자
12쪽

어떤 던전핵

어떤 차원 어떤 우주의 이야기




DUMMY

우웅—.


19층 지하 공동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철퍼덕!

“우웨에엑—.”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최강현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그는 이내 바닷물을 성대하게 토해냈다. 땅바닥이 바닷물로 흥건할 정도였다.


“콜록콜록—. 뭐?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게이트를 열 수 있어요 주인님? 응? 여보세요?”

- 아하하, 역시 주인님이세요. 그런 몸 상태에서 연속으로 게이트를 열고도 이렇게 기운이 넘치시다니요.


던전핵이 아양을 떨었지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방금까지 날뛸 것만 같았던 강현은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말대로 게이트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었다.

즉, 한 시간 동안 어딘지 모를 망망대해에서 집채 만한 파도와 싸웠던 것.

쓰러질 만도 했다.


- 그나저나 다행이네요. 저는 바다에 빠져서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줄 알았···

“입 다물어라··· 죽는다···”


탈진한 그는 엎어진 채 가까스로 말을 뱉어냈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바닥에 널부러진 꼴이 마치 물 먹은 솜을 아무렇게나 뜯어놓은 것 같았다.

그렇게 바닥에 누워 몸을 회복하길 한 시간 남짓, 최강현은 겨우 일어설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


- 와아! 주인님 일어나셨내요. 축하드려요!

“닥치라 그랬지?!”

- 힝—.

“내 머릿속도 마음대로 보지 마라. 걸리면 진짜 뒤지는거야.”

- 알겠어요, 주인님.


글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한시간이었다.

B급 헌터 실기에 수영 시험이 없었다면 그는 어딘지 모를 대양에서 물고기 밥이 되었으리라.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던전핵과 장장 한 시간에 달하는 거친 대화를 나눴다는 것과 어느 정도 고삐를 쥘 수 있었다는 정도?

그리고 소소하게나마 던전핵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금 당장은 안되겠지?”

- 네, 게이트를 여는 덴 힘이 많이 소모되요. 이번에도 연속으로 열었다간 주인님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지도 몰라요.

“말은 잘하네. 죽는단 말이지?”

- 그 정도는 아니고요. 헤헤.

“웃지마라. 그럴 기분 아니니까.”

- 네··· 주인님.

“그리고 저 몬스터 말이야.”


그는 대가리가 날아간 괴수를 가리켰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괴수는 자칭 ‘3번 던전핵’ 의 전 주인이다. 말 많은 던전핵과 함께 있는 동안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궁금했다. 50층 이상에 있어야 할 대형 몬스터가 19층까지 내려온 이유가. 또한 수색팀을 공격한 이유도.


“딱 봐도 50층 이상에서 놀아야 할 것 같은 놈이 왜 여기까지 내려온거지?”

- 주인님은 참 예리하셔요. 그건 다른 던전핵을 찾기 위해서예요.

“그래··· 다른 던전핵이 있다고 했었지.”


바다에서 대화했던 내용 중 하나였다. 그는 조금 더 파고들었다.


“너하고 똑같은 놈들인가?”

- 음··· 형제라고 하면 될까요?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요. 우리는 각자마다 개성이 있어요. 특기라고 할까요?

“형제? 특기? 파면 팔수록 무섭군···”


삐뚤어진 성격의 수다스런 던전핵이 여럿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돋았다.

그는 생각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던전핵에다 그런 것들이 더 있다니··· 솔직히 게이트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밸런스 붕괴다. 사람들이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이건 반드시 숨겨야 해. 걸리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 주인님은 지금 무슨 생각 하실까나? 왜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거죠? 설마 제가 무섭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아, 생각을 읽지 말라니 이 3번은 너무 슬프답니다.

“제발 좀 닥쳐! 시끄럽다고!”

- 힝—. 주인님 미워!

“미친···.”


머리를 쥐어뜯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옆에 있던 배낭을 잡아당겼다. 잡동사니가 우르르 쏟아졌다.

찢겨지고 수류탄에 구멍이 난 전술 배낭이 그가 다시 19층 공동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19층의 다른 곳. 예를 들어 협곡의 초입으로 게이트를 설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못쓸 정도로 걸레가 된 이 배낭이 그의 전제산이었다.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주섬주섬 쓸만한 것들을 주워 담던 강현은 옆에 떨어진 손목시계를 주워들었다. 줄이 끈어진 것이 아마 괴수의 공격을 피하다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 시계는 잘 작동하고 있었다.


“잠깐··· 23시라고?”

- 왜그러세요?

“아까 바다는 분명 낮이었는데?”

- 지구는 둥그니까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만?

“그 말이 아니잖아! 도대체 거긴 어디였던거야?”

- 제가 일기론 육지였던걸요. 오랜만에 한 동기화 때문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오호호—.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또 늘어났다. 머리가 아프다. 게이트를 무리하게 연 후유증 때문에 당분간 두통이 있을 거라고 던전핵이 말했었다.


- 주인님.

“왜!”

- 빠른 회복을 위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 저기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 있어요.


그가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배낭에서 튀어나온 비상전투식량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가 인정하는 ‘식품’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있다는거야? 없잖아.”

- 저기 마물이 있잖아요. 저 크기면 여기서 주인님과 저 단 둘이 한달은 너끈히 버티겠어요.

“나보고 몬스터 사체를 먹으라고? 미친거야? 특수 처리를 안하고 먹으면 죽는 거 몰라?”

- 아잉~. 제가 있잖아요. 이제 주인님은 마음껏 마물 육회를 드셔도 괜찮답니다?


기가 막혔다. 육회라는 단어는 또 어떻게 알았을까? 정신을 잃고 동기화 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알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어쨌든, 전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이 마침 떠올랐다.


“너 자꾸 마물 마물 하는데 왜 몬스터를 마물이라고 부르지? 내 생각을 읽었던 거 알아. 그런데 나는 마물이란 명칭은 거의 안 쓰거든?”

- 음··· 그건 제가 궁금한데요? 왜 지금 사람들은 마물을 몬스터나 괴물로 부르는거죠? 마물이니까 마물이라고 부르죠. 주인님, 그거 아세요? 지금쯤이면 숙성도 잘 되서 육질이···”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버럭 소리를 지른 그는 널부러진 전투식량을 잡아 뜯었다.

잠시후, 적막한 지하 공동에는 우적우적 뭔가를 씹고 삼키는 소리만이 들렸다.


*****


다음날.


- 주인님! 일어나세요! 주인님!


다급한 던전핵의 소리에 최강현은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벌써 낮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왜그래?”

- 사람들이 왔어요!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정신이 번쩍 드는 소리였다. 구출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구조대가 오다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


“어디까지 왔지? 알 수 있어?”

- 방금 동굴 입구에 도착했어요. 오! 전에 주인님과 같이 있었던 인간도 있네요.

“응? 같이 있었던 인간? ··· 이기동! 이 개자식이! 이 새끼는 진짜 가만 안둔다.”


체력은 이미 100% 회복되어 있었다.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난 그는 당장 뛰쳐나갈 것 같이 달려가다가 무너진 출입구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뒤로 돌았다.

대가리가 터져 죽은 괴수의 사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여기저기 흩어진 장구류와 무기, 배낭에서 꺼낸 물품들이 보였다.


“어떡하지?”

- 같은 인간입니다. 주인님의 동료도 같이 왔는데 잘못됐나요?

“그 새낀 동료 아니야! 아무튼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는 거야.”


그 순간 강현은 게이트를 열고 도망가는 선택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3번 던전핵’ 이란 듣도보도 못한 기물의 정체를 들키는 순간 실험실로 끌려갈거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들어오고 있네요. 주인님의 동료 아닌 인간만 빼면 모두 각성자들입니다. 어머! 해머가 크고 묵직하네요.


던전핵이 ‘탐지’ 라는 능력으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도망친다면?’


자신은 죽은 사람으로 처리될 것이다.

시체가 없으면 의문스럽겠지만 몇 가지 흔적만 만들어두면 잡아먹힌 걸로 처리될 터.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당장은 던전핵을 들키지 않겠지만 은행은 물론 헌터넷도 더 이상 정상적으론 사용할 수 없게된다.

남은 생을 지하의 범죄자나 부랑자들처럼 살아야 된다는 뜻.

던전 출현 이후의 범죄자는 그 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지하 세계의 끔찍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다른 선택지를 떠올렸다.


‘여기서 구조된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은행도 헌터넷도 문제없다.

지금까지의 상황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운이 좋아서 수류탄이 입으로 들어갔다. 그 한마디면 끝이다.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다만 던전핵을 어떻게 감추느냐가 문제다. 던전핵만 모르게 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이쪽이 좋다.


“야, 3번아.”

- 네~! 부르셨어요?


실황중계에 열심이던 던전핵이 대답했다.


“너,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을 수 있냐?”

- 물론이죠. 인간 따위가 어떻게 절 탐지하겠어요? 인간이 아니라 던전 주인이 와도 절 찾을 순 없답니다?

“그거 정말이야? 금속 탐지기 알지? 너 금속이잖아. 걸리는 거 아냐?”

- 어머어머어머! 절 금속 따위로 보셨다니 실망이예욧! 이 3번은 슬프답니다. 세상의 모든 천재를 모아도 절 해석할 수 없을 거예요. 영원히요!


‘때리고 싶다···’


그러나 때릴 수 없다.

그때.


쿵—!


둔탁한 소리와 진동이 공동을 울렸다.


- 무식하네요. 대지 속성 각성자가 굴을 뚫으면 될 텐데 근접 각성자가 바위를 부수고 대지 각성자가 동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능력을 쓰고 있어요. 아하하하. 이거 병신 인증이죠? 이게 인간들 수준인가요? 앗! 물론 주인님은 예외랍니다?

“하아··· 제발 조용히 좀 해줘. 응?”

- 네~!


한숨을 내쉰 그는 공동의 중앙으로 가 주변을 살폈다.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고쳐야했다.


‘당연하지만 딱히 이상한 건 없어. 던전핵은 내 심장에 있고···!!’


딱 하나가 있었다. 가위로 자른 듯 가슴에 동그랗게 뚫린 전투복.

그는 전투복을 벗어서 배낭에 넣고 여벌의 옷을 꺼내 흙과 괴수의 피를 덕지덕지 묻히고 입었다.

이로서 준비는 끝났다.

나머지는 놀란 눈으로 공동으로 들어온 구조대를 격렬히 맞아주면 끝.


쿵—! 쿵—!


출입구를 막은 바위를 부수는 소리가 커지고.

마침내!


콰르르—.

출입구가 무너졌다.


“방패 선두! 번개로 조져버려!”


가득한 먼지를 뚫고 고함 소리와 함께 방패를 앞세운 각성자들이 들이닥쳤다.


“뒈져라!!”


파지지직—!


방패 뒤에 있던 전격속성 각성자가 두 손에서 시퍼런 번개를 쏟아냈다.

머리 없는 괴수를 향해···


“엇! 중지! 공격중지!”

“뭐야! 뭔데?”

“죽었습니다!”

“죽었다고? 별거 아니잖아. 괜히 쫄았네.”

“아니, 번개로 죽은 게 아니라 죽어있었습니다.”

“그게 무슨소리야? 수색대 말로는 여기 갇혀 있다고 했다고.”


고함 소리에 귀가 쩡쩡할 정도였다.

각성자들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 없는 괴수를 확인하기 바빴다. 불난 호떡집처럼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타이밍이 왜 이러냐?’


구조대가 들어오는 순간 두 팔 벌려 환영해주려했던 강현은 각성자들의 공격적인 등장에 배낭을 껴안고 구석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누가 말 끝에 요자 붙이냐? 작전 때는 긴장하랬지!”

“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엉?”


그의 목소리에 버럭 화를 냈던 팀장으로 보이는 각성자가 놀란 소리를 내며 구석에 서있는 최강현을 발견했다.




독자님의 추천과 건전한 댓글이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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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커피와 수첩 21.05.31 343 8 13쪽
29 뚝배기를 피하는 방법 21.05.30 370 8 13쪽
28 비밀기지의 비밀 21.05.29 380 7 13쪽
27 갈 곳은 한 곳 뿐 21.05.28 381 10 13쪽
26 뚝배기 길드 21.05.27 397 10 13쪽
25 뚝배기 길드 21.05.26 420 10 13쪽
24 뚝배기 길드 21.05.25 421 11 13쪽
23 서유리의 대환장 파티 21.05.24 447 10 14쪽
22 나 각성했다. 21.05.23 457 10 13쪽
21 악연의 굴레 21.05.22 461 9 13쪽
20 닥터 최 21.05.21 458 11 13쪽
19 버스사고 +1 21.05.20 498 12 13쪽
18 새로운 능력 21.05.19 495 10 13쪽
17 춘하추동 21.05.18 483 11 13쪽
16 춘하추동 +2 21.05.18 493 12 12쪽
15 아버지의 바위 21.05.17 512 10 13쪽
14 오이도 해안경비 21.05.17 520 12 13쪽
13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24 11 12쪽
12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69 11 13쪽
11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580 11 14쪽
10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634 12 13쪽
9 이순신 장군상 테러! +2 21.05.14 650 13 12쪽
8 솔로잉과 무기시장 +2 21.05.14 685 15 13쪽
7 솔로잉과 무기시장 21.05.13 739 15 13쪽
6 할 일은 한다 21.05.13 794 17 13쪽
» 어떤 던전핵 21.05.12 849 19 12쪽
4 어떤 던전핵 +5 21.05.12 903 20 13쪽
3 수색임무 +4 21.05.12 913 17 12쪽
2 수색임무 +2 21.05.12 1,086 21 13쪽
1 프롤로그 - 던전은 사람을 먹고 산다 +4 21.05.12 1,375 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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