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니테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EX급 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꿀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6.10 19:0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0,754
추천수 :
432
글자수 :
223,516

작성
21.06.10 19:01
조회
306
추천
3
글자
12쪽

완결

어떤 차원 어떤 우주의 이야기




DUMMY

일주일 후 대구 암시장.

이른 새벽이었다.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대구 암시장의 인적 없는 골목에 게이트가 나타나고 이어서 최강현을 시작으로 네 명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말 한 마디 없이 비좁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서 일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구혜령의 가게로 향했다.


탕탕탕—.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고, 잠시 후 여주인의 아들이 놀란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아재? 여긴 어떻게?”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들어오란 소리도 없었지만 서대철은 커다란 거구를 막무가내로 문 안으로 들이밀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세 사람도 서대철을 따라 들어간 것은 물론.


“전화라도 하고 오시지···”

“그놈의 전화는 무슨. 마중 나올 필요도 없어서 좋잖아. 어머니 계시지?”


우선 네 사람을 안쪽 주거 공간의 소파로 안내한 남자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다가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몇 분 후, 여주인이 가운을 걸치고 졸린 표정을 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사고치고 숨어 지내는 줄 알았더니 잘만 돌아다니네. 지금이 몇 신줄 알아?”

“아이고, 구 여사. 숨어 지내니까 이런 시간에 찾아온 거 아닌가.”

“말은 참··· 아무튼, 오늘은 무슨 일이야? 지난번처럼 공짜로 아티팩트 구걸하게?”

“지난번이 어떻게 공짜야? 여기 강현 아우가 준 일기장하고 교환한 거였으면서?”


서대철과 여주인의 대화가 이어졌다.

일주일 간 강현은 파티원들과 함께 다른 층으로 이동하면서 사냥을 했다. 레벨도 세 단계나 올랐고 마석도 꽤 모였다.

마침 생활과 사냥에 필요한 소모품과 장비를 보충해야 했고 그래서 대구 암시장으로 온 것이다. 사냥에서 얻은 마석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생각이었기에 서대철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시종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갔다.

서대철이 크고 잘 생긴 마석을 건네자 여주인은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얼른 마석 주머니를 챙겼다. 거래는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여주인이 강현을 보며 말했다.


“거기 젊은 오빠, 혹시 신라 길드에 김우평이라는 사람 알아?”

“네.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갑자기 왜 김우평에 대해서 묻는 것을까? 그는 모르겠단 눈빛으로 여주인에게 물었다.


“글쎄? 나야 모르지. 아무튼 그 사람이 찾는다고. 암시장 쪽에는 전부 소문났으니까··· 혹시 신라 길드에도 사고친 건 아니지? 그러면 안돼.”


여주인은 학을 떼며 말했다. 신라 길드와는 절대 척을 지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행동이었다. 얘기를 듣던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단 표정으로 강현을 쳐다보았다.


“전에 오이도에서 만났거든요.”

“그래서? 그게 다야?”

“그때 제가 등록자를 잡았거든요. 여기 병수도 같이요.”

“응? 헌터가 등록자를 죽였다고 들었는데 아니었나?”


오이도 테러는 꽤 커다란 사건이었고 정보도 많이 퍼져 있었다. 강현의 실명과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헌터가 등록자를 잡았다’ 라는 것은 당시에 큰 화제거리였었다.


“그때는 헌터였었는데요.”


그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옆에 있던 고병수가 당시의 상황을 부연설명했다. 사정을 들은 여주인은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그러면 목숨을 빚졌단 말이잖아. 이거··· 은혜 갚는 까치쯤 되려나?”

“네?”

“몰라? 어쨌든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소리야. 믿을만하다 싶으면 한번 연락해봐. 혹시 알아? 뚝배기 녀석들의 구린 정보를 흘려 줄지도. 그걸로 협상을 해도 되겠고.”


여주인은 말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강현과 세 명은 김우평에 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게이트’ 능력을 뚝배기 길드에서 알고, 이른 노리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해서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만약 도움이 될 만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결론이었다.

여주인 아들의 도움을 받아 암시장에서 소모품을 보급한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강현이 말했다.


“형님, 먼저 돌아가계세요. 저는 쿨타임 채우고 김우평 형님을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아우, 같이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혹시 라는 게 있잖나.”


서대철은 물론 서유리와 고병수도 걱정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는 김우평을 믿었다.


“아닙니다. 그 분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게이트 열고 도망칠 겁니다.”

“허허, 이젠 게이트 정도는 밝혀져도 된다는 건가?”

“뚝배기 놈들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입단속을 잘 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밀은 점점 새어나갈 겁니다.”

“크하하! 좋아! 자네만 믿고 가겠네. 유리야, 병수야. 우리는 먼저 가있자꾸나.”


일주일 간 같이 사냥하면서 레벨업 하는 최강현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체감한 세 사람이었다. 걱정이 앞섰지만 최강현이 자신 있게 말하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세 사람은 허공에 나타난 검은 게이트를 넘어 던전에 마련한 비밀 아지트로 돌아갔다. 강현은 주위를 확인하고 암시장에서 마련한 대포폰으로 김우평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누구십니까?”

“최강현입니다. 형님. 찾으셨다고요.”

“오! 동생이군. 소식은 들었어. 뚝배기 자식들 말을 믿느니 고블린 말을 믿지. 그런데 용케도 던전에서 나왔군.”


김우평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강현은 가르쳐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간결하게 질문에 답해주었고 왜 자신을 찾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 좋은 소식이 있다네. 뚝배기 놈들을 엿먹일 수 있는 정보가 있어.”


강현은 예상했던 희소식에 주먹을 불끈 쥐며 물었다.


“뭡니까? 형님.”

“동영상이야. 자네하고 일행들이 나온 동영상 원본이야.”

“그거요? 거기엔 서유리가 놈들을 죽이는 게 찍혔지 않습니까.”

“편집하지 않은 원본이야.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다 나오지. 자네들을 먼저 공격했다는 것까지 전부 나와···”


김우평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동영상으로 무죄를 입증하면 뚝배기 놈들의 추적이 멈추진 않겠지만 범죄자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 만으로도 여러 이점이 있었다.

우선 뚝배기만 피한다면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고, 헌터넷도 은행도 이용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고병수의 가족 걱정도 한시름 덜게 될 것이다.


“··· 동영상을 보내주겠네. 이 전화번호는 모르는 번호인데 대포폰인가?”

“네,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알았어. 그러면··· 몸 조심하고. 언제 일이 정리되면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지.”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뚝—.


전화는 끊어졌다.

어디서 어떻게 동영상을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을 구한 것과 견줄만한 가치가 있는 보답이었다.

곧이어 파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고 그는 나눠진 파일을 다운 받기 시작했다.

삼순이가 말했다.


- 주인님, 누명을 벗는다고 해도 변하는 건 별로 없을 거예요.

- 나도 알아. 놈들은 계속 날 쫓을거야. 하지만 생활에 도움은 되지.

- 각성자들이 누명을 벗으면 어떻게 될까요?

- 왜?

- 누명을 벗었으니 더 이상 같이 할 필요가 없죠. 뚝배기 길드가 노리는 것은 주인님 뿐이기도 하고요.

- 그러면 잘 된 거 아닌가? 혼자 사냥하는 게 편하다며?

- 네. 각성자들에 맞춰주면서 사냥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

- ···?


삼순이의 말이 끊어졌다. 그는 속으로 삼순이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안녕하세요? 아저씨.”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강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가 몸을 숨긴 곳은 어둡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구석 중에서도 구석이었다. 그런데 여자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정면으로 그를 응시하면서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누구? ··· 신라 길드에 그···?”

“아시네요. 차유린이에요.”

“아··· 그러면···”


그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삼순이를 부르고 있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고 항시 눈에 보이던 탐지 역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소용없어요.”

“뭐라고?”

“지금 3번 찾고 계시죠?”

“!!??”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어떻게 알고 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지금 대답하지 않는 삼순이 때문에 입안이 타들어갔다.


‘당장 도망가야 돼! 삼순아! 게이트! 삼순아!’


위험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삼순이를 부르고 게이트를 외쳤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삼순이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 순간 차유린이 품에서 당구공 크기의 작은 구체를 꺼내들었다.


“···!! 던전핵?”

“맞아요. 1번 던전핵이예요.”

“1번···”


삼순이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형제 던전핵 중에서도 1번 던전핵은 다른 던전핵을 통제할 수 있는 던전핵이라고. 그래서 1번을 만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그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다른 던전핵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장면은 몇 번인가 상상한 적 있었지만, 1번은 아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동자가 풀어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옆의 벽에 기대 차유린을 쳐다보았다.

차유린은 절망에 빠진듯한 모습의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아저씨일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아저씨는 그때 죽었어야 했어요. 19층 수색 임무에서 죽어야 했고 3번은 내가 차지했어야 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시겠지만··· 미안해요. 정말 어쩔 수 없어요.”


그녀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좀 더 정확히 그녀의 손 끝은 그의 심장을 향해 있었다.

그러자.


“······”


평범하게 뛰고 있던 최강현의 심장, 삼순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는 두려움과 절망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가뿐 숨을 내쉬며 자신의 처분을 기다리는 도살장의 가축처럼 공허한 눈으로 그녀를 쫓을 뿐이었다.


“앞으로 [라]가 전 지구를 던전으로 만들 거예요. 그러면 늦어요. 모든게 끝나기 전에 나는 할 일이 많아요.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아저씨. 원래 인천 던전이 전쟁에서 이겼어야 하는데 아저씨 덕분에···”


그녀의 말소리는 자장가 같았다. 그의 눈꺼풀이 조금씩 닫혔다.

삼순이를 정지시키고 최강현의 몸을 지배한 1번 던전핵의 수작이었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아무런 통증 없이 가슴이 벌어지고 뻘건 속살 안에서 빛나는 구체··· 삼순이가 튀어나와 차유린의 손안으로 들어가는 장면만이 슬로우 화면처럼 그의 공동으로 들어왔다.


“흑···”


작게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유독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 작고 슬픈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3번 던전핵을 1번 던전핵에 흡수시킨 차유린이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정말 지구를 위해서였어요. 모든 던전핵이 다 필요하니까··· 이번엔 꼭 지킬게요··· 아저씨.”


싸늘하게 식어가는 강현의 시체를 뒤로 하고, 그녀는 게이트를 열고 사라졌다.




독자님의 추천과 건전한 댓글이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기말 EX급 던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오후 7시 입니다. 21.05.30 85 0 -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1.05.20 249 0 -
» 완결 +1 21.06.10 307 3 12쪽
39 眞 프롤로그 +1 21.06.09 245 4 8쪽
38 구출 +1 21.06.08 262 4 8쪽
37 계층의 밑바닥 +1 21.06.07 253 3 13쪽
36 모의실험 가설 +1 21.06.06 262 6 13쪽
35 암시장 +1 21.06.05 278 5 13쪽
34 성주참외휴게소 +1 21.06.04 295 5 13쪽
33 헉! 여긴 어디? 21.06.03 289 7 13쪽
32 포위망 21.06.02 342 6 13쪽
31 100층과 소원 21.06.01 347 6 14쪽
30 커피와 수첩 21.05.31 344 8 13쪽
29 뚝배기를 피하는 방법 21.05.30 371 8 13쪽
28 비밀기지의 비밀 21.05.29 381 7 13쪽
27 갈 곳은 한 곳 뿐 21.05.28 383 10 13쪽
26 뚝배기 길드 21.05.27 399 10 13쪽
25 뚝배기 길드 21.05.26 422 10 13쪽
24 뚝배기 길드 21.05.25 422 11 13쪽
23 서유리의 대환장 파티 21.05.24 448 10 14쪽
22 나 각성했다. 21.05.23 458 10 13쪽
21 악연의 굴레 21.05.22 462 9 13쪽
20 닥터 최 21.05.21 458 11 13쪽
19 버스사고 +1 21.05.20 499 12 13쪽
18 새로운 능력 21.05.19 496 10 13쪽
17 춘하추동 21.05.18 483 11 13쪽
16 춘하추동 +2 21.05.18 494 12 12쪽
15 아버지의 바위 21.05.17 512 10 13쪽
14 오이도 해안경비 21.05.17 520 12 13쪽
13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24 11 12쪽
12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69 11 13쪽
11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580 11 14쪽
10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636 12 13쪽
9 이순신 장군상 테러! +2 21.05.14 651 13 12쪽
8 솔로잉과 무기시장 +2 21.05.14 687 15 13쪽
7 솔로잉과 무기시장 21.05.13 740 15 13쪽
6 할 일은 한다 21.05.13 795 17 13쪽
5 어떤 던전핵 21.05.12 850 19 12쪽
4 어떤 던전핵 +5 21.05.12 904 20 13쪽
3 수색임무 +4 21.05.12 914 17 12쪽
2 수색임무 +2 21.05.12 1,089 21 13쪽
1 프롤로그 - 던전은 사람을 먹고 산다 +4 21.05.12 1,381 3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