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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테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EX급 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꿀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4
최근연재일 :
2021.06.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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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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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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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춘하추동

어떤 차원 어떤 우주의 이야기




DUMMY

최강현은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동영상을 클릭했다.

[뚝배기 길드 뉴비 20층 몰이사냥]


[영상은 흥겹고 짧은 비트와 함께 오크 머리가 뚝배기에 담겨있는 익살스런 길드 마크로 시작했다.

처음 영상처럼 장소는 숲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한쪽은 수풀과 나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뚝배기 길드에서 미리 작업을 해놓은 듯 했다.

사냥을 할 신입들이 사냥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분히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냥이 시작됬다.

먼저 근접 계열 각성자들이 숲으로 뛰어들어가 거미를 유인한다. 이미 여러 번 연습해본 티가 났다.

잠시 후 숲에서 달려오는 각성자들의 뒤로 엄청난 거미떼가 나타났다.

그 다음이 압권이었다. 학익진을 펼치고 거미들을 기다리고 있던 원거리 계열 각성자들이 일제히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영상을 끝낸 강현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뉴비 아니잖아! 사기꾼 새끼들.”


영상 제목만 뉴비였다.

근접 각성자들이 거미떼를 몰아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원거리 각성자들의 능력이 너무 화려했다.


“신라길드 신입들도 저렇게 못했는데 어디서 구라를 쳐.”


다시 돌려보니 원거리 각성자들의 나이도 많아보였다.

일반인이거나 최근 각성한 사람들이었다면 저 영상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라 길드 신입들이 악전고투하는 것을 직관한 사람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그렇게 속았다는 느낌에 씩씩거린 그였지만.


“그래도 각성자가 먹어주긴해.”


거미떼를 학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야, 삼순아!”

- ···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너는 저런 거 못하냐?”

- 백마석이라도 드시던가요.

“백마석이 옆집 개 이름이냐? 그건 나랏님도 못 구해.”


하얀 마석.

백마석은 각성자를 만드는 마석이다. 너무 희귀해서 소문이나 도시전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강현이나 다른 헌터들은 모두 백마석의 존재를 믿었다. 로또 1등을 못 봤다고 로또 1등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았나보다.

갑자기 침울해진 표정을 한 그는 옷을 훌러덩 벗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부재중 전화 8건]


“누구?”


욕실에서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휴대폰이었다.

똑같은 낯선 번호가 부재중 5건이 찍혀있었기에 그는 눈썹을 좁히고 누구일까 머릿속을 뒤졌다.

그러다 읽지 않은 문자 역시 많다는 것을 깨닫고 문자함을 열었다.

광고성 문자 사이로 [안녕하십니까 최강현 헌터님]으로 시작하는 문자가 눈에 띄었다.


“같은 번호네?”


[안녕하십니까 최강현 헌터님. 저는 오이도 테러 당시 신라길드 지원팀을 이끌었던 김우평이라고 합니다. 헌터님의 활약으로 저와 제 팀원들은 깊은 감사를······]


요약하자면, 이후 깨어나 최강현의 활약에 대해 알게 되었다, 큰 은혜를 입었으니 약소하나마 성의 표시 겸 대접을 하고싶다, 시간 있으시면 꼭 연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된 사람이네. 여윽시 신라길드야.”

- 은혜는 아는 각성자네요. 각성자 치곤 별로 강하지 않았지만요.


3번은 참 변함없이 각성자들을 싫어했다. 그는 혀를 차고 이유를 물었다.


“각성자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거야?”

- 음··· 글쎄요? 그냥 싫은데요?

“말을 말자. 그런데··· 성의표시? 이거 왠지 좋은 느낌이 드는데? 냄새가 나. 돈 냄새가.”


입꼬리가 스르륵 귀에 걸렸다. 그는 문자를 다시 정독한 다음 김우평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김우평과 점심 약속을 잡은 최강현은 약속 시간에 맞춰 고급식당가에 위치한 ‘춘하추동’ 이라는 이름의 한정식 식당에 도착했다.

고풍스런 이름에 걸맞게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옛날 고관대작이나 살았을 법한 전통 양식의 커다란 나무 대문이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지인들의 경조사에 갈 때나 꺼내 입었던 검은색의 무난한 양복을 다시 매만졌다.

꿀꺽.

한 끼 가격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긴장할 법도 했다.

이런 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가 쳐다볼 수도 없는 천상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다시 습관처럼 양복을 매만진 그는 심호흡까지 하고 나무문에 손을 대었다.


끼이이익—.


사극 드라마에서나 들을법한 소리.

그리고.


“춘하추동에 어서오십시오.”


옥구슬 굴러가듯 아름다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눈을 돌리자 세련된 한복을 입은 미녀가 생긋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역시 덩달아 멍청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한복을 입은 미녀가 옅은 눈웃음을 지으며 물어왔다.


“혹신 최강현 헌터님이신가요?”

“아, 네! 최강···현입니다.”


멍청한 대답에도 한복 미녀는 더욱 활짝 웃음을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우평님께서 기다리시는 곳으로 안내해드릴까요?”

“헤··· 물론이죠.”

“그러면 안내하겠습니다.”


미녀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마당에 정성들여 꾸며진 작은 분수대나 크고 작은 기암괴석과 형형색색의 기화요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정신은 오로지 좌우로 살랑거리는 비단결 같은 머릿결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 냄새에 팔려 있었다.

마당을 통과해 복도를 지나자.


“즐거운 시간되십시오.”


한복 미녀는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즐거웠던 시간이 갑자기 끝나버리자 최강···현은 미녀가 안내해 준 방문 앞에서 말 없이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때, 발소리에 이어 문 여는 소리가 났다.


스르륵— 툭.


“최강현 헌터! 어서 들어오게.”


유난히 밝은 음성으로 반기는 김우평의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십니까. 최강현입니다.”

“하하하,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할 필요없네. 그쪽은 우리 신라길드 지원팀을 살려준 은인 아닌가? 말 편하게 하게.”


그때와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김우평이었다.

두 사람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식전에 간소하게 차려진 다과를 들면서 상투적인 인사를 주고받던 두 남자는 어느덧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자 말이 없어졌다.

약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김우평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크흠, 우선··· 나와 우리 신입들을 구해 준 것 고맙기 그지없네. 자네가 등록자를 처치하지 않았다면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거야. 다시 한번 고맙네.”


각성자로 살면서 자신보다 나이도 지휘도 실력도 한참이나 떨어지는 일반인에게 목숨을 빛 지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우평은 고개를 숙이며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최강현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긴 마찬가지. 김우평이 고개를 숙이자 그도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도 저 한 목숨 살자고 한 일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숙이실 필요 없습니다.”

“하하하하!”


통쾌한 웃음소리였다.

김우평은 후련한 얼굴을 보이며 큰 소리로 웃고는 다시 말했다.


“후련해.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죽지 않고 살아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그 젖비린내 나는 놈들이 무사하단 말을 들을 때까지 말이야. 신입들을 맡아놓고 혼자 살았다고 생각했거든. 하하, 그런데 아니었지. 나 혼자만 병신같이 병실에 누워있는 거였어.”

“저도 팀장님께서 건강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참 시원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우평은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더니 하얀 봉투를 꺼내들고 말했다.


“얼마 안되지만 받아주게. 우리끼리 조금씩 모았다네.”

“우리요?”

“나하고 그 새파란 신입들 말일세. 덧붙이자면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네. 오히려 부족하다고 난리였지.”


하얀 봉투가 식탁 위를 건넜다.

강현은 역시나 라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레 두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얇은데? 수표인가?’


생각이 들켰을까? 김우평은 웃으며 확인해 보라고 부추겼다.


“그러면 사양않겠습니다.”


그는 몸을 돌려 봉투 안을 확인했다.

0이 몇 개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았다.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던지 미소를 지은 채 지켜보던 김우평 슬쩍 휴대폰을 꺼내 그 모습을 찍기까지 했다.


찰칵—.


“엇?”

“증거를 남겨서 녀석들에게 보여줘야지. 혹시 불편한가? 그렇다면 지우겠네.”

“아닙니다. 돈 문제는 철저해야죠.”

“하하하, 그래. 맞는 말이야.”


강현은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잘 있나 확인한 다음 또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어 거듭 확인했다.

김우평이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각종 산해진미가 상을 가득 채웠고 두 남자는 술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등록자 얘기가 나오자 김우평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등록자에 대해서 좀 아나?”


진지한 물음에 그도 자세를 고쳐 앉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인류의 배신자고 던전의 노예입니다. 던전주인에게 정신과 육체까지 온전히 지배당한 놈들입니다.”

“그렇지. 그리고?”

“등록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던전주인에 의해 던전핵에 등록되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신이고 육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요. 그놈들이 강한 이유도 던전주인에 의해 육체가 강화되었기 때문. 아닙니까?”

“알만큼 아는군. 놈들이 강한 이유는 틀렸지만 말이야.”

“그게 아닙니까?”

“정확하지는 않다는거지. 던전주인이 어떤 사람을 등록하면 말이야. 우선 정신이 바뀌게 되. 맹목적으로 자기 주인을 따르고 경외하게 되지.”

“광신도처럼요.”

“그래. 하지만 육체는 그대로야. 육체를 강화하기 위해선 자원이 들어가. 강화제 같은 걸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 엄청난 자원이 들어가지. 아마··· 사람 목숨으로 치면 최소 만 명 이상이 필요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저 던전에 등록되면 어떤 힘에 의해 강해지는 것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강현은 사정없이 표정을 구겼다.


“뭐, 내가 말을 꺼내놓긴 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졌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별 말씀을.”

“일단 한 잔 하자고.”


두 남자는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비웠다.

김우평은 술을 따라주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등록자의 강함 때문이 아닙니까?”

“하하, 아냐. 등록자가 던전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려주기 위해서야. 던전주인의 속내는 몰라도 등록자를 보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거든.”

“그렇군요···”

“자네는 이번 전쟁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최강현은 주제를 뛰어넘는 화법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서울이 불리하지 않을까요? 인천도 상대하고 이제 정부도 상대해야되지 않습니까. 오이도 테러도 그렇고 서울 던전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지 않습니까.”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군.”


방금의 대답은 일전에 고병수가 한 말에 약간 업데이트를 덧붙인 말이었다. 구구절절 맞는 답안임에도 김우평이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틀렸습니까? 서울 던전이 아무리 대한민국 최강이지만 이런 테러를 저지르면.”

“잠깐. 왜 서울 던전에서 테러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네? 그건···???”


최강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서울 던전이 테러의 주범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의 핵심을 찌른 김우평은 의외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해줄 얘기는 밖으로 나가면 안되는데··· 지킬 수 있겠나? 앗차! 그러고 보니 자네가 그 수색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걸 깜빡했군.”

“그걸 어떻게?”

“나도 신라 길드 길드원이라네. 비록 2군이지만 짬밥은 원로급이지. 이것 저것 아는 게 있다는 말이야.”


이번 테러에 관한 비밀.

다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놈이 어떤 놈인지는 꼭 알고 싶었다.

최강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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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비밀기지의 비밀 21.05.29 381 7 13쪽
27 갈 곳은 한 곳 뿐 21.05.28 383 10 13쪽
26 뚝배기 길드 21.05.27 399 10 13쪽
25 뚝배기 길드 21.05.26 422 10 13쪽
24 뚝배기 길드 21.05.25 422 11 13쪽
23 서유리의 대환장 파티 21.05.24 448 10 14쪽
22 나 각성했다. 21.05.23 458 10 13쪽
21 악연의 굴레 21.05.22 462 9 13쪽
20 닥터 최 21.05.21 458 11 13쪽
19 버스사고 +1 21.05.20 499 12 13쪽
18 새로운 능력 21.05.19 496 10 13쪽
17 춘하추동 21.05.18 483 11 13쪽
» 춘하추동 +2 21.05.18 494 12 12쪽
15 아버지의 바위 21.05.17 512 10 13쪽
14 오이도 해안경비 21.05.17 520 12 13쪽
13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24 11 12쪽
12 오이도 해안경비 21.05.16 569 11 13쪽
11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580 11 14쪽
10 오이도 해안경비 21.05.15 636 12 13쪽
9 이순신 장군상 테러! +2 21.05.14 651 13 12쪽
8 솔로잉과 무기시장 +2 21.05.14 686 15 13쪽
7 솔로잉과 무기시장 21.05.13 739 15 13쪽
6 할 일은 한다 21.05.13 79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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