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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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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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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
글자수 :
48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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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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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1. 이중 게이트 (3)

DUMMY

펑! 퍼엉──!!!

콰앙!!!


[포화 집중시켜! 진열을 지키고 무너지지마라!]

[제길, 이 녀석들! 엄청나게 단단하잖아!]

[일단 이 웨이브를 막는 것에 집중해! 데모닉과 슬레이프닐에게만 맡길 수만은 없지!]

[헌터들을 지켜! 레니게이드를 벽으로 사용해!]


화염의 소용돌이가 솟구친다.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고 흙과 설점, 핏물이 폭우마냥 쏟아졌다.

그들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괴수들에게 포화를 쏟아부으며, 진열이 무너지지 않도록 악을 쓰고 있었다.


허나 이 전장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실습 장소에는 비단 기사 후보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헌터들은 레니게이드 사이를 활보하며 자신의 이능력들을 괴수들에게 모조리 쏟아붓고 있었다.


제삼자인 나로서는 이 모습에 내심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아무리 장관이라고 해도 그저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이들을 구해야 한다.

혹시나 모를 이중 게이트와 같은 상황에 대비한다.

부상자와 사상자를 줄이고, 모두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 일념 하나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폭풍이 휘몰아치는 전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삐, 삐, 삐, 삐─.


청각을 곤두세워 그저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비프음에 집중한다.

홍서아 교관에게 부탁하여 몰래 들고 나온 이계 파장 탐지기가 내는 소리다.

이 일정한 비프음이 흐트러지게 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


그 때가 이중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는 이 전선이 무너져내릴 순간임에 확실했다.


······내가 이들 모두를 지킬 수 있을까?

내가 반출해서 나온 것은 생드리용과 이계 파장 탐지기 뿐이다.

호박마차는 현재 아카데미의 격납고에 보관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때에 비해 화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 혼자서, 이들을 구하려는 건 아니었다.

동료들에게 조금 더 내 짐을 맡기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조금 더 한가람과 이지수에게 의지한다.

생드리용 전면에 부착된 카메라들의 배율을 높이며, 전장을 활보하는 데모닉과 슬레이프닐을 응시했다.


[······데모닉은 좌현으로 파고들어! 어떻게든 웨이브를 뚫어내야 다른 후보생들이 싸울 수 있어!]

[알고 있어! 명령 내리지 말라고!]


생드리용의 통신모듈에 들어있는 기능으로 그들의 통신라인을 듣고 있자니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진짜 엄청 툴툴거리는구만.


[그 다음에는 브라보 팀에게 붙어서 지원도 좀 해주고!]

[당신은 어디로 갈건데?! 혼자서 꿀 빨려는 거 아니지?]

[나는 찰리 팀에게 붙어서 지원. 일반 헌터들의 피해가 나오기 전에 움직일게······!]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황을 살피다보니, 이지수의 상황판단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괴수들의 머릿수를 줄여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이 전장의 부감도를 머릿속에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둘은 취약한 부분을 곧장 파악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별동대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이 전선은 슬레이프닐과 데모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위이이이이잉─!

콰드드드드득─!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흉흉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슬레이프닐은 궁니르를 치켜세워 괴수들의 머리통을 줄줄이 꿰어냈고, 순식간에 수를 줄이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찰리 팀’이라고 명명된 무리로 향했다.


데모닉은 신규 무장이라던 그 전기톱으로 주위 괴수들을 갈아버린다.

그대로 토마토 주스같은 곤죽으로 변해버린 괴수들을 그대로 짓밟고 ‘브라보 팀’이라 명명된 무리로 향하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화력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나는 습관처럼 혼잣말로 전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번이라도 내뱉어, 머릿속에 그 모습들을 심어둔다.


삐, 삐, 삐, 삐─.


아직까지 비프음은 일정하다.

······별 일 없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다.

얌전하게 넘어갈 수만 있다면, 그저 이 모든 것이 내 기우일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것으로 만족한다.


“······아카데미는 별 일 없어야 할텐데.”


몇 가지 안전장치를 설치해 놨지만, 걱정이 되는 건 변함이 없다.

나는 제 엄지손톱을 씹으며 그저 전황을 지켜보고, 대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 * *


그 시각 리베르타 아카데미.

그곳에서도 게이트 브레이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철 교관은 다른 교관들을 이끌고 기용할 수 있는 훈련기에 탑승했고, 전투 훈련을 받은 ‘헌터’를 지망하는 생도들 또한 교관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섰다.


‘······이 모든 상황을, 이길수 생도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홍서아 교관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경악을 금치못했다.

모든 것이 이길수가 말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분명 그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묘하게 태도에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던 걸까.

그 신통함에 의심보다도 감탄이 먼저 터져나왔다.


“소드 팀 전원, 본 교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일단 이길수가 염두해둔 부분을 신경쓰며 행동한다.

소드 팀 전원을 회피시키며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유나 오퍼레이터.”

“예, 예!”

“오퍼레이터는 본 교관과 함께 작전지시 차량으로 이동한다. 이후 교관들이 탄 훈련기들의 전투를 중심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한다.”

“수호! 확인했습니다!”


이길수가 말하길 임유나는 이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아마 레니게이드를 탑승해서 싸우는 기사자격이 있는 교관들을 돕게 한다면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박수정 연구원과 버나드 베텔 고문께서는 정비반 인원들과 함께 트레일러로 이동, 파손되는 레니게이드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수호! 확인했습니다아!”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 또한 레니게이드에 특화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은 기사의 자격을 버린 사람이라 이런 부분들에 대해 식견이 좁았지만, 감시관으로 있으면서 봐온 그들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었다.


홍서아는 나머지 정비반 인원들에게까지 지시를 내린 후, 임유나와 함께 작전 지시차량으로 움직였다.


“아카데미 영내로 진입 후, 안전한 곳에 주차해둘 테니 이후 통신모듈을 연결하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다른 인원이 필요하다면 같은 강의를 듣는 생도들을 불러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수호, 확인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었다.

홍서아의 지시가 더해지자 수많은 물량에 밀리던 아군이 점차 제 전선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강령이 없었다면, 홍서아 교관도 현재 발생한 상황에 곤혹을 치뤘을 것이란 부정적인 상상만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길수 생도는 도대체 어디까지 생각해둔 것이지? 상황을 살피는 눈이 상당하다. 레니게이드 조종 외에도 범상치 않는 능력을 가진 게 확실해.’


그녀는 선물로 받은 검을 바라보았다.

레니게이드 조종, 상황을 살피는 눈, 수많은 지식과 장인에 가까운 생산능력까지.


처음엔 그저 제 뒷배만 믿고 나서는, 평범한 재벌의 자제라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뒷배보다 능력이 우선시되는 리베르타 아카데미에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그를 봐올수록 그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 상사인 김숙희 이사장의 눈에 들더니, 이제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이런 상황들을 살핀다.

홍서아 교관은 이길수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져나갔다.

그는 정말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홍서아는 바싹 말라오는 입술을 제 혀로 핥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전선에 합류한다.

물론, 전선에 합류하면서도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라고 했다.


“이중 게이트를 조심하라, 그 말이었지?”


서걱───.


홍서아의 불꽃같은 머리카락이 전장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선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선이 지나간 모든 자리엔 피보라가 몰아친다.


고작 철검따위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

한 번 파고든 검날은 괴수의 질긴 가죽에도 단 한 번의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나아간다.


가죽, 근육, 힘줄, 뼈.

이 모든 것을 단숨에 잘라낸다.

그런 모습에 마치 ‘요도(妖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새로운 무장은 마치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은 격이었다.

홍서아 교관은 빠른 속도로 교관들과 생도들 사이로 합류해, 괴수들의 머릿수를 줄여나갔다.


[홍서아 교관, 드디어 합류했군. ······그 무장은 뭐지? 처음보는 것인데?]

“이길수 생도가 하나 구해다 줬습니다, 선배님.”

[이길수 생도가. 확실히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그 괴물은, 영웅이 될 수 있는 재목일테지. 그런데, 이길수 생도는 어디로 갔나?]

“······원래 생도를 괴물이라 부르고 싶진 않았지만, 이제는 공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괴물은, 아마 다른 전선을 지원하러 이동했습니다. 동시다발적인 게이트 브레이크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홍서아는 살짝 고개를 젓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또, 임유나 오퍼레이터라고 했나? 그 생도,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더군.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어.]

“저희 애들이, 참 능력이 좋습니다.”

[음, 언제부터 홍서아 교관이 오퍼레이팅 강의를 맡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히 대단한 생도임에는 틀림이 없지.]


홍서아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소드 팀이라는 소속감으로 묶였기에,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철 교관과 짧은 대화를 끝내고, 곧장 앞으로 뛰쳐나가 대형종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내었다.

이길수의 말대로라면 측정된 등급보다 더 강한 괴수였을 게 분명했지만, 이 새로운 무장과 함께라면 도저히 밀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빠르게 아카데미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까득, 까드드득.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이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산산조각난 하늘에, 다시 한 번 크랙이 생기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괴수의 수가 상당히 줄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말처럼 이중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저건 도대체, 무슨······.]

“이중 게이트다! 모두들 침착하게 한 점에 모일 수 있도록! 흩어지는 순간 전선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모두 모여! 선배님, 통신을 통해 이를 전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어, 어!? 알았다, 곧장 전달하도록 하겠다!]


당황하는 박철 교관과 다르게 홍서아는 침착하게 다음 명령을 지시했다.

이를 미리 들었기 때문에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황하지 말고 한 점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한 곳에서 움직여야 전선의 통제가 원활해진다. 모두들 명령에 따라 움직여! 빨리! 빨리!]


그 통신에 전투 가능 인원들이 박철 교관의 레니게이드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곧장 뛰어들지마. 진정해. 상황을 살펴. 이길수 생도가 말했던 것들을 지키면, 이번에도 부상자조차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서아 교관은 몇 번이고 제 무장의 손잡이를 만지며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 침착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 기체는.]


박철 교관의 무거운 음성이, 그들 사이에 울려퍼졌다.

새로 열린 게이트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키이이이이잉─.


괴수가 아닌 레니게이드였다.

게다가 자신들은 저 레니게이드와 구면이었다.


저것의 정체는.

100일 전쟁에서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탈취당한 그 기체였다.


“······레이스(Wraith).”

[모두들 조심해! 흩어지지마라! 주위 동료들을 어떻게든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해서 행동해!]


하지만.

저것을 탈취한 퍼핏 마스터는 그날 죽었을텐데······?

이길수 생도가 퍼핏 마스터를 끝장내던 날, 그들은 모두 그 전장에 있었다.


완전한 섬멸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그 죽음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저것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이지.


홍서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처럼 두려운 기분은 아니었다.

이 심장박동의 정체는 먼저 죽어나간 동료들의 죽음을 기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나 마찬가지었다.


[온다······! 모두 교전에 대비해!]


박철 교관의 말과 동시에.

목숨을 수확하는 ‘사령(死靈)’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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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4. 이길수 (2) - 1부 完 +4 22.08.01 197 8 13쪽
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5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1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2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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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4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7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3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7 9 13쪽
»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2 6 13쪽
71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2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8 9 13쪽
69 20. 아다만티움 (3) +1 22.07.16 282 7 13쪽
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5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2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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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8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3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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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7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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