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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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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1,525

작성
22.07.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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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1. 이중 게이트 (2)

DUMMY

작중의 메인 시나리오 내용을 살펴보면, 기사 후보생들의 실습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상승한 난도로 번번히 퇴각명령이 떨어지고,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도저히 주위를 살필 수 없는 상황에 갑작스럽게 이중 게이트가 터지며 모두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웨이브는 평소보다 두배, 막아야하는 괴수들의 피통은 튜토리얼에 비해 1.5배 상승된 상태.

본격적인 디펜스 게임을 위한 난도 상승과 함께,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나 배치를 통해 그 웨이브를 막아내야 한다.


보통 회차계승을 통해 무장을 빵빵하게 챙겨가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막 시작한 초보자 입장에서는 뉴비 절단기나 거름망 정도로 취급되는 내용이다보니 그 걱정이 배가 되었다.


······뭣도 모르는 뉴비들은 보통 여기서 때려치던가, 난도를 확 낮추어 일명 ‘응애 모드’라 불리는 왕초보 모드로 스토리만 보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될 정도였다.


내가 아무리 고인물이라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상당히 특수한 상황이다.


게임 캐릭터에게 빙의된 상황.

허나 빙의한 몸뚱이의 주인은 평범한 모브 캐릭터 아니다.


내 존재 자체가 예외처리된 변수와도 같은 존재이며, 내가 뒤틀어놓은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애시당초 이벤트 트리거가 제대로 작동할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길수우, 왜 멍을 때려?”

“아,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내 생각? 후후, 길수도 참. 얌전한 고양이구만,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생각을 하는 거 보니까.”

“네가 부뚜막처럼 핫한 사람이라는 걸 내게 어필하는 거라면 그건 좀 실패한 것 같다만.”


우리의 농약은 걷다말고 뒤를 돌아보며 날 바라본다.

나는 그저 반쯤 농담하는 투로 녀석을, 무시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메인 시나리오에서 내가 선택한 루트는 아카데미 내부를 지키는 것.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대처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는 곧 있을 메인 시나리오에서는 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었다.


······한가람이 잘 해줘야 할텐데.

뭐가 되었든 한가람은, 지고의 태악을 빈사 직전까지 몰고간 존재다.

그 화력과 실력이, 이제는 일정 수준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그 녀석이 특수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냐는 게 문제인데.


“나 정도면 꽤나 핫하지······.”

“정소영, 혹시 아카데미 내부에 이계파장 탐지기가 몇개나 있을까?”

“이제는 일부러 내 말을 끊는구나? 길수 참 나빴다. 아무튼, 아카데미 내부에 보통 10개 내외로 굴러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왜?”

“그 중 실습이나 외부 훈련으로 반출되는 것은 몇 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어?”

“보통 3개 내지는 4개 정도가 외부로 반출되어서 상시 작동하고 있는 건 6개?”


정소영은 내게 정보를 말해주면서도 제법 의아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그 얼굴을 못본척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소드 팀에서 극비리에 돌리고 있는 것까지 카운트하면 아카데미 내부에서 돌아가고 있는 탐지기는 5개정도.

튜토리얼과 같은 극단적인 이벤트 트리거가 아니라면, 아카데미 내부에서 벌어지는 게이트 브레이크의 전조는 웬만해서 전부 다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후보생 훈련에서 3개 정도가 운용된다고 치면, 그들도 얼추 대비가 가능하긴 할텐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와 기업, 연합 등에서 이중 게이트 현상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한가람과 이지수에게 전달해서 후보생들에게 알린다?

······과연 얼마나 믿어줄지, 다른 후보생들이 둘의 말을 얼마나 잘 따라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그곳까지 가서 그들을 화력적으로 돕는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일단 나는 소드 팀에 속해있는 몸.

허가가 떨어지고 그곳까지 갈 수 있다고 쳐도, 아카데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누가 대처하지?


“크흠흠, 아무튼 정보를 들었으니 값을 치뤄야지. 길수?”

“고맙다, 정보값은 학식으로 대신할게. 오늘 김치피자탕수육이 나온다더라.”

“웨엑, 나 그거 진짜 싫다. 싫다고! 그냥 돈으로 주면 안 될까?”

“친구 사이에 금전거래 하는 거 아니라고 했다. 얌전히 얻어먹도록 해.”

“그 말을 네가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괜히 심란했으나, 정소영의 한 마디로 분위기가 누그러진다.

일단 메인 시나리오의 전조만 있을 뿐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뭐든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나는 정해두었던 계획들 중에서, 몇 가지를 픽스하기로 결심했다.


* * *


“······이길수 생도, 이건 도대체 뭔가?”

“뇌물이라고 농담이라도 하면 홍서아 교관님께서 화내실 것 같으니 선물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본 교관이 이런 것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홍서아 교관의 시선은 자꾸 천에 감싸여진 막대기를 향해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며, 천을 살짝 풀어내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검이로군. 크흠, 흠. 본 교관은 이런 걸 받을 수 없다.”


내가 수정한 계획 중 하나는, 홍서아 교관을 동료로서 운용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렇기에 배제했던 ‘파티원 강화 이벤트’를 이제서야 하게 되는 건 조금 우습게 되었지만, 그만큼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유닛이 늘어나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다시금 벌어지게 된다면 내 몸을 두개로 나눌 수 없으니, 일단 가까운 전투요원부터 새로운 무장을 지급하여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과연, 홍서아 교관님이 순순히 내 뜻대로 움직여 줄까?

뭐가 되었든, 홍서아 교관님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교관님께서 베어내지 못한 그 금속으로 만든 검인데요. 한 번 휘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실험을 끝내고 남아도는 합금들로 무장을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사실 코등이나 손잡이까지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내 실력으로는 전혀 불가능했다.

아마 그 ‘파일 벙커’를 완성할 때 쯤에서야, 제대로 된 무장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나는 ‘베어낸다’라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담은 무장을 제작했다.

유선형의 곡선에, 한쪽의 날만 세운 도(刀)형태로 합금을 가공하였다.

손잡이의 경우 버나드 베텔이 직접 깎아 만든 고급스러운 형태의 물건이 되었기에, 내 엉성한 마감이 가려질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장인은 장인이라고 해야하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순식간에 고급품처럼 보이게 꾸미는 그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상당히 가벼워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묵직하군.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 이렇게 고급진 마감까지 생각한다면 가히 명도로 불리기 충분한 것 같다만.”


덕분에 홍서아 교관도 이렇게 감탄하며 마음에 들어하니, 버나드 교관님의 도움을 받은 게 다행이라 느껴졌다.


“이걸 내게 선물하는 의도를 모르겠군.”

“홍서아 교관님께서 쓰시는 검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나쯤 선물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소드 팀의 감시관으로도 고생하시고 계시고, 섬에서도 대피를 도와주셨고······.”


내 말에 홍서아 교관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참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그만큼 단순하지만 의리가 있고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밥처럼 든든한 유닛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음음,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틀린 게 있군.”

“예? 제가 잘못 말한 게 있습니까?”


걸려들었다.

여기서는 살짝 놀라는 척과 함께 홍서아 교관님께 되묻는다.


“본 교관이 쓰는 검은 평범한 철검이다만.”


홍서아의 기본 무장은 ‘철검’이라는 것 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는 원작 게임에서도, 설정집에서도 나온 부분이니까.

그럼에도 이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러셨군요······! 괴수들도 단숨에 베어내시길래 당연히 명검인줄 알았는데. 순수하게 홍서아 교관님의 무(武)가 일정 경지에 도달하시게 된 것이군요!”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더욱 더 정진하는 것이 무인의 자세. 순수하게 자신의 육체로 그 극의를 보는 것만이······.”


그 점을 이용해 홍서아 교관을 치켜세우고, 틈을 노려 알랑방귀를 뀌는 것.

이것이 고인물의 사회생활이다.


한참을 만족한 듯, 자신이 생각하는 무의 경지에 대해 줄줄 읊더니 이내 내가 선물한 무장을 소중하게 갈무리하여 품에 집어넣었다.


“······이런 귀한 선물을 주었으니, 교관이 아닌 무인으로서 네가 필요로 할 때. 한 번 정도는 도와주겠다.”


나는 그 말에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만들어내고, 괜히 뒷머리를 긁었다.

여기서 사양하는 뉘앙스를 취한다면 홍서아 교관의 성격상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 분명했기에, 사양않고 넙죽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허나 방심하기엔 이르다.

뇌물과 입에 발린 말로 덕분에 약속까지 받았으니 완벽하게 클리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본론이 아직 남아있었다.


“교관님께서는 혹시, 이중 게이트에 대해 아십니까?”

“이중 게이트?”


홍서아 교관의 짙은 눈썹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

도저히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괜히 주위를 살폈다.


“이사장님께서도 알고 계신가? 본 교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말이지.”

“······그 섬에서 듣게 된 정보가 있었습니다. 이중 게이트가 발발하는 것을 국가와 기업이 작당하여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다면 이사장님께서도 그걸 숨기고 있다는 말인가?”


여기에서는 개연성을 위해 약간의 거짓을 섞는다.

단지 내가 알고 있던 정보에, 그럴듯한 살을 붙여 사실처럼 꾸며내어 전달한다.


“······그 부분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그래서 교관님께 먼저 보고드리는 겁니다. 앞으로 게이트가 이중으로 터지며 많은 이들이 희생될지도 모릅니다.”


1챕터까지 튜토리얼이었다면, 이중 게이트로 웨이브로 물량을 늘린 2챕터부터는 ‘본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유저들의 게임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둔 설정들이, 이곳에서는 그저 절망을 불러일으키는 효시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부조리한 해석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내가 이렇게 필사적이게 변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든 희생자를 막고, 모두를 구한다.


“하지만 이사장님 건도 있고, 이 정보가 확실한 게 아니기에 조사도 해 볼 겸 휴가계를 내기 전에 이렇게 상담을 요청드린 것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많은 이들의 희생되겠지.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담이나 휴가계 제출 외에 본 교관이 더 도울 게 있나?”


홍서아의 얼굴이 비장하게 변했다.

얼핏 보면 가벼워보일 정도로 단순하던 사람이, 이런 비장한 표정을 지을 때는 전장 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미 그녀는 이곳을 전장으로 인식하고, 이 사태를 전시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정보의 물길을 막고 있는 댐을 부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사람.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저돌적으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인물.


나는 이것을 노리고 홍서아에게 이 정보를 흘렸다.

당신은 그저 계속해서 의심하면 된다.

주위를 의심하고 손가락질하며, 오로지 당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제가 말한 몇 가지만 염두해두시고, 늘상 대비해주십시오. 홍서아 교관님. 당신께서 유일하게 이 아카데미와 생도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 판단하여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나 또한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고, 내 말을 듣는 홍서아 교관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나는 홍서아 교관의 도움으로 휴가계를 받고, 생드리용까지 성공적으로 반출할 수 있었다.


소드 팀 전체를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카데미를 지킬 수 있을만한 전투요원이 남지 않는 상황.

홍서아 교관과 소드팀을 아카데미에 배치하고 단독으로 기사 후보생들의 실습에 합류하는 선택을 하였고.


쩌적, 쩍─!


게이트 브레이크를 신호로 메인 시나리오 2챕터의 주요 이벤트, ‘이중 게이트’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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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3. 고인물 (3) 22.07.29 120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1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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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3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7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2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6 9 13쪽
72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1 6 13쪽
»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1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6 9 13쪽
69 20. 아다만티움 (3) +1 22.07.16 281 7 13쪽
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3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19 8 13쪽
66 19. 버나드 베텔 (4) 22.07.13 213 7 13쪽
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5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30 9 13쪽
62 18. 2학기 (2) +1 22.07.09 232 9 13쪽
61 18. 후일담+2학기 (1) +1 22.07.08 243 10 13쪽
60 17. 레비아탄 (2) +2 22.07.07 248 9 13쪽
59 17. 레비아탄 (1) +1 22.07.06 25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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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6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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