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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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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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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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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 카지노 (4)

DUMMY

카지노 내부에서 수상한 곳을 찾기가 이렇게까지 어려울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보통 비밀 문 같은 것을 떠올리면 수상한 인원들이 잔뜩 배치되어 있는 곳 위주로 찾아보면 된다고 하나,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길성 중공업’에 소속이었기에 전부 다 수상한 상황.


내가 가진 ‘감정’이 이런 식으로 무력화 될 줄은 몰랐다.

이것마저도 이길성의 계략이라고 한다면, 그는 누군가가 ‘감정’스킬을 가지고 여길 뒤질 것이란 걸, 예상했던 걸까?


······그건 비약이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그 시간에 조금 더 뛰어다니는 게 정답에 가까워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시선이 홍서아 교관님을 향해 있는 절호의 기회.

이곳에서 주춤거리며 그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끄응······.”


하지만 카지노 전체를 둘러본 결과,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이나 장소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내가 놓친 공간이 있나?

그건 아닌 것 같다.

공용 화장실까지 샅샅이 찾아봤지만, 도저히 비밀 연구소로 이어지는 문 같은 건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길도가 착각한 거 아닐까?

애시당초 비밀 연구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는데, 괜히 삽질만 하고 있었다던가?

허나 이길도의 설레발로 치부하기엔, 내부의 인원들과 상황이 무척이나 수상했다.


“내가 유일하게 살펴보지 못한 곳······.”


이 카지노 내에는 대놓고 드러나 있으나, 일반적인 손님이라면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딱 하나 존재한다.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카지노 사무실.

내가 살펴보지 못한 유일한 공간.

감정 스킬로 봐도 ‘설명 : 카지노의 사무실. 일반 손님의 출입을 엄격히 금한다.’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었기에 제대로 살펴볼 각이 나오지 않았다.


잠입을 하기엔 그 주위로는 직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

마치 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른 업무를 보는 게 아닌, 사무실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순찰을 도는 모양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무척이나 당연한 행동들이었지만, 나는 이미 감정스킬로 직원들에 대한 확인을 끝마친 상태다.

도저히 저들의 행동을 평범하다고 볼 수 없었다.


의심은 가지만, 저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길도의 이름이나 이길성의 이름을 빌리자니, 내 위치와 상황이 아버지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야 잠입을 선택한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직원을 상대로 암습을 하자니, 고작 무예의 달인 특성 하나만 믿고 들어가기엔 조금 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수가 덤벼들면 순식간에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는 건 당연지사.

홍서아 교관님이 감시원들을 모조리 붙잡아두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며 시선을 끄는 것으로 이지수의 수색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


“······아!”


씩씩거리는 홍서아 교관을 슬쩍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간단하게 해답이 나와버렸다.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오히려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제대로 사고가 닿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사무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카지노 내의 모든 칩을 내가 쓸어담으면 경비원이 올 거고, 순순히 붙잡힌다면 사무실 안으로 의심받지 않고 잠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쉽고 원초적인 방법이었는데, 괜히 빙빙 돌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카지노 외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연구소 입구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으며 내부로 들어갈 방법까지 떠올렸으니 그저 시간낭비를 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하자.


나는 각각 이지수와 이길도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길도에겐 ‘나 지금부터 카지노 칩을 전부다 쓸어버릴 예정인데, 사무실로 붙잡히면 형 동생이라 말하면서 밀고 들어와.’라고 보냈고, 이지수에겐 합류를 요청했다.


그럼 나머지 인원이 문제인데, 파티원을 어떻게 구성하지?

홍서아 교관님은 박철 교관님과 함께 있기 때문에 패스.

임유나 오퍼레이터는 경환이를 캐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패스.

한가람은 조금 더 뒤의 계획에 무조건 필요하기 때문에 패스.


아, 이미 그 능력이 증명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블랙잭으로 칩을 산더미처럼 쓸어담은 사람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박수정 연구원······! 여기······! 여기 좀 봐요······!”


나는 그 근처로 다가가 박수정을 작은 목소리로 부르며 손짓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친 박수정은 ‘나요?’라고 하듯 입을 벙긋 거리며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박수정은 쪼르르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요,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 얼굴 표정을 보니 또 뭔가 재미난 걸 떠올린 거 같은데.”

“······그렇죠, 상당히 재미난 게 떠올라서요.”

“뭔데요, 뭔데요? 혼자만 알고 있기에요? 빨리 얘기 좀 해봐봐요!”


나태하고 노곤한 천재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박수정이라는 사람은 흥미로만 움직이는 부류인 것 같다.

역시 천재라는 부류들을 잘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도 뭐 어쩌겠냐.

나는 그녀에게 내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 지금부터 여기 카지노의 돈을 싹 다 쓸어보려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카지노에 왔으면 한 번쯤은 경비원에게 끌려가서 사무실에서 한소리 듣는 게 클리셰잖아요? 근데 나는 여기 호텔 총지배인의 동생이고, 실질적 주인의 아들이니까요?”

“······오호, 오호. 그러니까 책임없는 쾌락을 즐겨보고 싶으시다는 거군요?”

“박수정 연구원, 당신의 황금 손과 제 황금 눈이 힘을 합치면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이제 도박 영화의 주인공이 될 시간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고민하던 박수정은, 이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곧장 손을 내밀어 박수정의 악수를 받아내었다.


이렇게 새로운 동맹이 하나 더 생겨났다.


* * *


이지수가 합류한 이후,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내 계획에 의해 통제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간단한 계획이었지만, 그 성능은 확실했다.

우리는 카지노의 모든 칩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박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기 계획은 아래와 같다.


1. 일단 내가 ‘감정’ 스킬을 이용하여 주위 상황을 살핀다.

2. 박수정과 이지수가 테이블을 돌며 딜러들의 밑작업에 당해주기 시작한다.

2-2. 물론 여기에서 딸 수 있으면 잔뜩 따도 된다. 어차피 우리가 해야할 것은 카지노 내부의 모든 칩들을 쓸어담는 거니까.

3.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들어가는 찰나, 내가 신호를 주고 자리를 떠서 다른 테이블로 넘어가서 1번을 반복한다.


“내가 신호 주면, 무조건 테이블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근데,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평소에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서 말이죠. 분위기나 공기를 보고 판단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건 영업 비밀이에요.”


처음엔 못미더운 눈치의 박수정이었지만, 막상 신나게 따다보니 점점 나에 대한 믿음이 커져만 갔고 이후엔 광신에 가까운 뭔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머신에서조차 내 방식이 먹혀들어가니 그 믿음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감정 스킬을 통해 조작된 기계들을 선별하고 잭팟이 터질 차례인 기계들만 골라 싹다 뽑아먹다보니 박수정의 추앙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게 아닐까?


“······오오, 도박의 신이시여! 우리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잠시만 기다려요, 그리고 도박의 신은 또 뭡니까.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그들이 올겁니다.”


나는 한 번 씩 웃어주고, 박수정의 옆에 앉아 슬롯을 당겼다.

한참을 돌아가던 슬롯이 천천히 멈추기 시작하고, 역시나 7 7 7의 잭팟이 터지며 주위에 축하 음성이 크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익숙하다는 듯이 바구니를 칩이 쏟아져 나오는 구멍에 가져다 놓고, 이후 펼쳐질 명연기를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손님.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기계에 조작을 가하신 것으로 판단되어 사무실로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좋다. 희생양이 드디어 미끼를 물고 내 낚시줄에 걸려들었다.

이제부터 화려한 연기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게 좋다.


“내가 누군지 알아? 어? 갑자기 왜 사무실로 오라고 해?”

“의심을 받으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사람이 말이야! 오늘 내 운이 절호조일수도 있고! 어?”

“······테이블 섹션에서부터 계속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손님께서 당당하시다면, 오히려 일행분들과 함께 사무실로 동행하셔서 증명을 하시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비,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네?

과연 길성 중공업이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을 등에 업고 있다는 걸까?

하지만 이걸로 생각없는 진상처럼 보이기엔 충분했을 것 같고, 나는 일행에게 신호를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무고하면, 당신 진짜 큰일날 줄 알아! 알겠어?”

“네네, 가시죠. 손님.”

“앞장 서. 가보자고, 그럼.”


근데 얘네, 이 몸뚱이가 이길성의 아들이라는 건 모르겠지?

······대충 일이 잘 풀리면, 다음에 이길성 손이나 잡고 와볼까?

어지간히 재밌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튼 나와 박수정, 이지수는 아무런 의심없이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부로 들어가기 전, 감정 스킬을 가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무실 내부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상시 가동중인 에어컨으로 쾌적한 온도를 맞추고 있었으며, 수십대의 CCTV가 카지노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점주님과 나누시길 바라며, 그럼 저는 이만······.”


그리고 저 안쪽, 사장님 의자에 앉아있는 험상궂게 생긴 양반이 점주인가?

그 사람은 굉장히 위협적인 얼굴로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저 양반 뭔데, 포스가 저렇게 강렬해?

뭐 되나?


[‘스킬: 감정’이 발동합니다. 대상의 스테이터스 윈도우를 전개합니다.]


이름 : 길성 파라다이스 카지노 점주, 곽태호

성향 : [악] (카르마 포인트 : -2)

상태 : [호기심], [격앙]

소속 : 길성 중공업, 호미파, 대한민국

직업 : 카지노 점주, 호미파 보스, 길성 중공업 임원진

능력치 : 근력 [ D ] 지구력 [ D ] 내구도 [ C ] 반응 [ D ] 지능 [ E- ] 의지 [ D ]


뭐 되긴 하네, 조폭 보스면······.

하지만 스테이터스를 본 덕에 위압되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능력치가 출력되는 것으로 봐서는 헌터 각성을 끝낸 인물이겠지만, 그 수준이 형편없을 정도로 낮았다.

아마 각성을 하며 민간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보스자리에 오른 것 같았다.


“어어, 이실장 수고했어. 들어가봐. 아, 그리고 손님들께서는 저희 카지노에서 불온한 짓을 저질러 주셨다고······.”


음, 그나저나 입구가 어디에 있을까.

여기라면 입구가 있다고 생각 했는데 말이지······.

곽태호씨가 말을 하던말던, 감정스킬을 통해 사무실 내부를 모조리 스캔할 기세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책상은 아니고, 모니터도 아니고······.


[감정중······. 아이템의 정보를 출력합니다.]


이름 : 화분 (대)

설명 : 가짜 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다. 미관상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


[······파생된 정보를 추가로 출력합니다.]


이름 : 화분 (대)

설명 : 그런데 하필이면 왜 가짜 나무가 심어져 있지?

옛 말에 그런 말이 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꺾어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나뭇가지를 조작할 시, 숨겨진 장소가 드러나게 되는 구조인 듯 싶다.


빙고, 찾았다.

이걸 여기에 숨겨놓고 있었네? 앙큼하긴.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좀 들어 처먹는 척이라도 해라! 사람이 우습게 보이냐!”

“길수야, 조심해!”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 조심하세요!?”

“곽사장, 여기에 내 동생들이 붙잡혔다는 소리를 들었······!”


[‘특성: 무예의 달인’을 발동합니다. 현재 상황에 가장 필요한 대응을 찾아냅니다.]


쿠당탕탕!


“어? 나 불렀어?”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온 척 연기하는 이길도, 경악하는 표정의 이길수와 박수정.

그리고 내게 순식간에 제압되어 테이블에 처박힌 곽태호씨까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무실에 어색한 적막감만이 싸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다들 왜이렇게 조용해?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 내려가는 입구 찾은 거 같은데?”


어색함을 못 이겨 한 마디 더 뱉어봤지만, 이미 싸늘해진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만을 깨달았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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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5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1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2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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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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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6 9 13쪽
» 15. 카지노 (4) +1 22.07.02 29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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