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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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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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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 무장전선: 레니게이드

DUMMY

무장전선: 레니게이드(Frontline: Renegade).

불후의 명작이라 칭해지는 이 게임은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는 이라면, 혹은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게임’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었다.


방대한 분량과 서사, 그에 따른 수 많은 상호작용이 특징인 이 게임은 ‘텍스트 어드벤처’와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의 한계를 깨부수고 전 세계의 명망 높은 웹진에서 GOTY를 휩쓸며 ‘창작자의 입장에서 본받아야 할 내러티브의 절대적인 레퍼런스’로 등극하게 되었다.


허나, 후속작으로 아케이드판인 무장전선: 레니게이드 ─ 아케이드 부스트(Frontline: Renegade ─ Arcade Boost)가 출시되며 다시 한 번 고점을 노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실패 요인은 명확했다.

전작의 장점이라 불릴 수 있는 내리터브적 요소들을 ‘메카닉 대전 게임’이라는 장르에 전혀 녹여내지 못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특성상 아케이드 게임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사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식 E스포츠화와 프로구단의 설립을 준비했지만, 망해버린 게임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이름만 빌려온 별개의 게임.

희대의 망작.

흑역사.

그리고 이 두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졌던 나는.

······이 게임의 프로선수를 준비하던 사람이 되었다.


창창한 미래의 영광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했다.

지금에 와서는 단순히 데이트 코스로 오락실을 방문하는 인싸들의 추억팔이 및 허세 부리기용 게임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나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취미가 있었는데.


“우와, 오빠! 이것 좀 봐! 게임기가 엄청 신기하게 생겼어!”

“아, 이거. 오빠가 소싯적에 이 게임을 엄청 잘했는데, 한 번 보여줄까?”

“우와아! 진짜? 근데 이거 무슨 게임인데?”

“음, 로봇 타고 싸우는 게임? 봐봐, 게임기 자체가 조종석처럼 생겼잖아. 자자, 잘 보고 있어봐?”


─Here come A New Renegade!─


바로, 자신의 연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를 처참하게 발라버리는 것.

괴랄한 방식으로 상대를 농락하고 기체를 부분 격파한 뒤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에게 티배깅을 시도하는 것이 내 유일한 낙이다.

비매너 행위라고? 어차피 내가 하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저 내가 잃은 것을 되찾는 행위일 뿐.

구질구질한 감정의 편린이라 욕해도 괜찮다.

나는 이 개 같은 게임에 모든 걸 배팅했고, 행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너희는 너무나 행복해보이잖아?

그렇기에 쓰러뜨릴 뿐이다.


“······흐흐, 또 먹잇감이 와주셨고. 이번엔 어쩌지? 한 손으로 할까? 아니면 발로 조종할까?”


적어도 프로를 준비하던 아케이드 유저 중에서도 날 이길 수 있을만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자신감이자, 게임에 모든 것을 걸은 자의 여유다.


부웅─. 쾅─! 콰아앙!!!


게임은 당연하게도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일반인 정도는 발로 해도 이길 수 있다.

발로 기판을 조작. 단숨에 접근해 기본 무장인 ‘초진동 나이프’로만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 시켰다.

팔과 다리의 관절부를 파괴하고 카메라 모듈을 살리기 위해 콕핏과 머리만 남겨둔다.


이윽고 가장 즐거운 시간이 찾아온다.

티배깅의 시간.

녀석의 카메라에 내 기체의 엉덩이를 가져가려는 순간······.


“아, 오빠~ 너무 아쉽다! 근데 우리 영화시간 다 됐는데 움직일까?”

“응응, 그러자. 너무 안하다보니까 실력이 떨어진 거 같아.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찮아! 나한텐 오빠가 최고로 멋있어! 히히!”


커플들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결과적으로는 내 승리다. 분명한 내 승리였다.

하지만, 왜······. 내가 진 거 같지?


“형, 나이 서른 먹고 고작 한다는 짓이 그거야? 허튼 짓 그만하고 빨리 가자. 애들 다 왔다는데.”


······함께 선수를 준비하던 동생의 말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나갈 준비를 끝낸 우리는 오락실을 벗어나 대로로 걸어나왔다.


“······있잖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아니, 형 언제까지 그럴건데.”

“그렇지만, 그 게임에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어. 그 시간에 차라리 주식이라도 했으면······!”

“주식? 하, 공부같은 이야기는 절대 안 하는구나? 형도 그러지 말고 나처럼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보던가. 머리는 좋잖아, 머리는.”

“네네, 발령 대기하시는 공무원님. 나중에 폭탄민원 갈기기 전에 그냥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이 머리가, 공부 할 머리는 아니거든? ······아, 저기 애들 있다.”


대로 건너편. 약속 장소에는 이미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아, 형들! 빨리 와! 진짜 왜 이렇게 늦었어?”

“아, 이 형이 또 이상한 짓 해서 그래! 또 커플들한테 시비나 걸고 있어서.”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잘도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내 잘못이 아니라, 네가 늦게 나온 거겠지.


“빨리 오기나 해! 아오씨! 더워 죽겠다, 더워 죽겠어!”


빨간불.

노란불.

그리고 초록불.


“아, 간다고! 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녀석이 횡단보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뛰어가는지.


“어?”


저 멀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달려오는 탑차가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

운전자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 차체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중앙선을 넘었다가, 다시 본인 차선을 탔다가 또 옆 차선으로 넘어간다.


······이대로면 저 새끼, 치이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내 몸은 뛰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격한 움직임은 오랜만이었다.

다리 근육이 놀랐는지 통증이 몰려왔다.

허나, 멈추지 않는다. 멈추면 늦는다.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 얄미운 녀석을 위해 내달릴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쓸모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망해버릴 게임에 인생을 배팅하여 내 모든 걸 날려버렸다. 하지만, 정신도 못 차리고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나, 공무원 시험 붙었어! 이제 우리 엄마 고생 안해도 돼!’


갑자기 왜 이게 떠오르는 걸까.

······녀석, 진짜 좋아했었지?

하기사, 고생도 많이 했는데.


‘형, 오늘은 내가 밥 살게. 나오면 안 돼? 아 그러지 말고! 나 힘들 때 형이 엄청 도와줬잖아!’


도와준 건 아니다.

시간이 남아서.

외로워서.

그냥 말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다.


─달리고 또 달렸다.

이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늘 보상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보상을 바랐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한심한 인생이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절실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보상은 필요없다.

내 삶에 주어질 모든 보상이 사라져도 괜찮다.

바라는 것은 딱 하나.

그저 녀석에게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쾅!


내 손은 녀석에게 닿았다.

있는 힘껏 밀었다.

그리고 굉음, 또 격통.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체공하는 내 몸.

이윽고 운전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운전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졸음운전이었을까?

시야가 한 바퀴 돌아간다.

내게 등이 떠밀려진 그 녀석이 보인다. 안전하게 잘 넘어진 것 같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대로 건너편, 놀란 얼굴의 녀석들이 보인다.

너희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야가 점멸한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업적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업적 보상으로······.]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을까. 익숙한 목소리다.

분명 레니게이드를 할 때나 들었던 안내음 같은데······.

죽기 직전에도 그 시리즈들이 떠오르는 것으로 봐선, 나 정말로 그 게임을 좋아했나보다.


이윽고 내 시야는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렇게 내 삶은 끝이 났······.


“환자분, 괜찮으신가요? 정신이 들으세요?”

“─────후으읍!”


신선한 산소가 폐를 가득 채운다.

안개가 낀 것 마냥 탁해졌던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환자분,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어요?”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구는 움직일 수 있었기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가장 먼저 하얀 형광등이 보인다. 그리고 내 몸에 감겨있는 붕대들.

내 몸에 연결되어 있는 의료장비.

······이곳은 병원이었다.


“커허─읍.”


병원이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네에, 네. 여기는 병원이 맞아요. 목소리도 곧 나오실 거고요. 아,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 PH용액이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는 중이니까요.”


PH용액? 퍼펙트 힐?

익숙한 단어다. 정말이지, 질리도록 들어서는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그 단어가 귀에 들려왔다.

이거 혹시 꿈인가?

······아픈 게 그대로 느껴지니, 꿈은 아닌가보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다.


나는 살아남았나보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따지면 제대로 살아남은 것 같았다.


······그것도 ‘무장전선: 레니게이드’의 세계에서 말이다.


작가의말

아카데미 스킨의?

기갑물입니다.

공모전 기간 중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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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5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1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2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77 22. 마스터즈 에너미 (5) 22.07.26 141 7 13쪽
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4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7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3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7 9 13쪽
72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1 6 13쪽
71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2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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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5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20 8 13쪽
66 19. 버나드 베텔 (4) 22.07.13 213 7 13쪽
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8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32 9 13쪽
62 18. 2학기 (2) +1 22.07.09 234 9 13쪽
61 18. 후일담+2학기 (1) +1 22.07.08 24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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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7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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