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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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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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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
글자수 :
481,525

작성
22.07.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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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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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20. 아다만티움 (3)

DUMMY

수많은 스킬과 특성, 아이템의 목록을 확인하고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계책을 세우는데 꼬박 밤을 지새웠다.

워낙에 스토리를 진행하며 추가로 해금된 것들의 양이 상당했고, 그것들을 살펴보느라 시간을 굉장하게 소비해버렸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이 업적 상점에서도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어쩌지?


물론 한가람의 이야기 덕에 힘을 내어 나아갈 수 있었으나, 그 불안감이라는 것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튼, 내가 접근한 관점은 이 세계에서 아다만티움을 가공할 방법이 없다면 시스템적으로 가공하는 것.

그러기 위해, 내게 필요한 스킬은 바로 ‘크래프트 스킬’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한참을 찾아본 결과, 딱 내가 원하던 스킬을 취득할 수 있었다.


내가 취득한 것은 ‘장인의 기술’이라 불리는 일종의 크래프트 스킬이었다.

원래는 거처를 주로 꾸미는 유저들을 위해 제작사에서 새로 업데이트한 스킬 중 하나로, 인테리어를 하는데 필요한 가구나 소품등을 제작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다.


원래는 이런 생산직 스킬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라이트 유저들의 전투 이벤트 진행을 위해 몇 번이고 상향조정이 되었던 스킬이라 기억에 남았다.

상향된 내용인 즉, 스킬의 등급이 올라가면 무장을 제작할 수 있고 심지어 최상위 등급까지 찍게 될 경우 레니게이드도 조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 스킬의 남용으로 다른 스킬들에 비해 시작 등급 자체가 낮게 조정되어 업적 포인트를 많이 잡아먹도록 너프를 먹었던 것도 떠올랐다.

허나 내게 필요한 것은 딱 재료를 가공하는 수준이었기에, 예상보다 싼 가격에 취득할 수 있었다.


“······씁, 떨리네.”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강의에 출석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거처 밖으로 나올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일단은 이 스킬이 아다만티움을 가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게 가장 우선이 되었을 뿐이었다.


‘장인의 기술.’

최저등급인 F등급의 툴팁은 ‘간단한 재료를 가공할 수 있다.’정도로 적혀 있었다.

물론 포인트를 투자하여 C등급까지 성장시켜뒀고, ‘재료를 가공할 수 있다.’로 툴팁이 바뀐 것까지 확인해둔 상황이었다.


이 애매한 툴팁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고민만 해서는 해결되는 건 없다.

무조건 해보는 수밖에 없다.


“장인의 기술, 발동.”


[‘스킬: 장인의 기술’이 발동합니다. ······가공하실 재료와 방법을 선택해주세요.]


“내가 선택한 재료는 ‘레비아탄의 어금니’로 가공방법은 괴의 형태로 제련한다.”


[가공하실 재료의 등급이 필요 스킬 등급보다 높습니다.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현재 ‘장인의 기술’은 C등급, ‘반응’ 스테이터스는 C등급. 두 가지의 등급을 조합하여 제련을 함에 있어 소량의 보너스를 얻습니다.]


[가공의 불리함 판정이 상쇄됩니다! ······가공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600초.]


599, 598······.

반투명한 푸른색 UI에 출력되는 숫자가 줄어갈수록 내 두근거림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블랙스미스나 아티팩트 제작, 방직과 같은 목적성을 가진 크래프트 스킬이 아닌, 재료의 가공만을 위한 이 스킬을 고른 내 판단이 맞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도 그럴게 실패를 하면 내 판단의 증명은 커녕 업적 포인트도 그대로 날려버리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되니, 심장이 뛰는 건 당연한 일이라 느껴졌다.


587, 586······.

쓸데없이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크래프트 스킬을 사용할 때, 잡생각이나 다른 동작을 취할 수 없도록 강제 이벤트가 시작되는 쪽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괜히 유저들의 편의성을 생각한답시고, 이 스킬을 자동제작으로 만들어버린 개발자를 저주하고 싶었다.


“차라리 강의라도 들으러 갈까?”


심지어 강의를 듣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래. 차라리 괜히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부정을 태울 바엔, 강의를 들으면서 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만약, 내가 대처해야할 일이 생기면?

강의중에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면?


어차피 딱 10분인데······.

그래, 딱 10분만 버텨보자.

이후 나는 영겁과도 같은 10분을 전전긍긍하며 보내게 되었다.


* * *


“이길수 생도. 어디 아픈 건 아니지요? 낯빛이 상당히 안 좋은데······. 오늘 강의에 나오시질 않아서 걱정을 했거든요.”

“······아니, 아닙니다. 조금 잠을 설쳤을 뿐입니다.”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했는데, 그래서 지금 이 자그마한 괴는 도대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괴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하는 버나드 베텔의 차분했던 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경악에 물들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가공을 할 수 있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건 비밀입니다, 네. 조금 반칙을 쓰긴 했어요.”

“합금인줄 알았는데, 순수한 금속이군요. 그 단단한 금속을 어떻게 이런 형태로······. 이길수 생도, 혹시 당신은 제가 모르는 비밀 연구소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겁니까?”


비밀 연구소 이야기에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그 개고생을 떠올리면 아직도 자다가 발작하듯 일어나 자리를 몇 번이고 뒤척일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

······아니, 그래도 난 그곳처럼 사람과 괴수를 갈아넣진 않는단 말이지.


침착하게 고개를 저은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비밀 연구소부터 이어진 이 고생이 달콤한 결실을 맺어내었다는 것 자체만 생각하자.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다만티움이라는 금속. 수율이 굉장히 떨어지나보군요. 그때 큰 덩어리를 생각했을 때 나오는 양이 고작 이렇게 자그마한 괴 하나라면······.”

“무슨 소리세요, 버나드 교관님.”

“예?”


쿵.


나는 가지고 온 거대한 트렁크를 테이블 위로 겨우 들어올렸다.

묵직한 쿵 소리에 버나드 베텔 교관의 눈이 일순간 커졌고, 내가 트렁크의 뚜껑을 열자 그곳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마냥 자신의 눈을 가렸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현실입니다. 아다만티움 주괴 100개. 모두 순도 100%짜리 아다만티움입니다.”

“말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신이시여······!”

“제가 어떻게든 만들어온다고 했죠? 전부다 가공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장인 버나드 베텔의 몫만 남아있을 뿐이죠.”


버나드 베텔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그 주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귀한 물건인 것처럼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내 눈이 커져서는 트렁크 속에 제 고개를 파묻고 주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도와 탄력, 밀도와 순도······! 어찌 이런 수준의 양품들이!? 심지어 그때 확인했던 생드리용의 장갑이나 리액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

“만드느라 조금 고생했습니다. 물론 마음 고생을 더 했지요.”

“이걸 이렇게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에게 알린다면, 인류는 더욱 더 진보할 것입니다! 당신은 엄청난 발견을 한 것이에요!”

“······이걸 하려면, 인건비가 엄청 들걸요? 일단은 진정하세요.”


그 방법인 즉, 플레이어블 전용 스킬로 아다만티움을 가공하는 것이다.

비슷한 수준의 크래프트 스킬을 가지고 있는 생산계 헌터들을 모아봐야 나만큼 완벽하게 가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당초 크래프트 스킬을 가진 생산계 헌터의 수는 무척이나 적다.

무장전선은 웨이브를 막는 디펜스 게임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전투가 일차적인 주력 컨텐츠가 된다.


그렇기에 전투 스킬이나 특성을 각성한 헌터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

덕분에 생산계 헌터들은 하나하나가 네임드 NPC들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들을 데리고 와서 아다만티움을 가공하려면 그 인건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적어도 국가 예산에 준하는 돈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 생각했다.


물론 그걸, 길성 중공업에서는 어거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구식 설비를 교환 및 수리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들이는 돈들을 모조리 외부로 돌리고 있다.


그럼 그 돈은 누구에게로 들어가는가.

아마 크래프트 스킬을 가지고 있는 헌터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길성 중공업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설비라던가 정비반 형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의견으로 변한다.


게다가 ‘인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내가 했던 것처럼, 스킬을 이용해 가공한 게 아닐까?


시스템의 보정을 받으며 툴팁을 따라 무조건적으로 재료를 가리지 않고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은 스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일이 좀 더 쉽게 풀렸을 텐데······.


플레이어블 캐릭터라고 비겁한 게 아니었다.

NPC라고 정정당당한 게 아니었다.

······그저 이 특수한 물건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스킬’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아다만티움의 특성이 뭔지 아십니까, 이길수 생도?”

“단단하다? 그러니까 휘는 것에 대한 저항값이 무척이나 높고,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여 분산시킬 수 있고 경도값 또한 높기 때문에 완벽한 초금속 중 하나다? ······물론 그 중량은 상당했지만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작은 사이즈로 가공되었다면, 그 강력한 금속을 충분히 가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제부터는 장인의 영역인 것 같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이길수 생도.”

“뭐, 절 위해 뭐라도 만들어주신다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나는 머쓱하게 내 뒤통수를 긁었다.


하지만, 버나드 베텔 정도나 되는 장인이 나만을 위한 뭔가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 별 거 아닌 것을 목표로 잡는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장인이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오더메이드.

누구든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손에 넣고 싶어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 세계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겐,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들과 같은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장인의 영역이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어떤 물건을 만드시려고 하시는지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그건······. 그, 잠시만요.”


버나드 베텔은 내 말에 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메모가 빼곡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이거, 읽어보시면 감이 오실까요? 아무튼, 여기에 적힌 것처럼 만들 예정입니다.”


······이길수도 저런 식으로 메모를 했던 것 같은데.

문득 이 세계에 왔을 때, 처음으로 봤던 수첩이 떠올라 괜히 웃음이 지어졌다.


“그럼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버나드 베텔의 수첩을 받아들고 그것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라, 이거 주인이 버나드 베텔이 아닌데?


“······이거 박수정 생도의 수첩 아닌가요?”

“아, 잠깐 빌렸습니다. 급하게 메모를 할 게 있어서.”


수첩의 맨 앞에 박수정의 이름이 적혀있던 것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수첩에 적힌 내용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나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놀랄 시간인 것 같았다.


“······이건.”


마치 관처럼 거대한 상자, 그 내부에는 타키온 입자의 도움을 받아 폭발적인 속도로 사출되는 말뚝이 내장되어 있었다.

레일건과 같은 속도와 성질로 말뚝을 쏘아내나, 아다만티움의 특성으로 그 형태를 유지시키는 물리적인 피해를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무장.


“생드리용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을 이 무장에 넣겠다는 소리인가요······?”

“정확합니다. 이것의 이름은.”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낱낱이 살폈다.


나는 이 무식할정도로 밸런스가 맞지 않고, 실험적이며 강력한 무기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이걸 다룰 수 있을만한 출력과 관절 내구도를 가진 레니게이드가 있을까?


입술이 바싹 말라오고, 손이 살짝 떨려왔다.

내 반응에 만족했다는 듯이 버나드 베텔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 마스터즈 에너미용 레니게이드 파일벙커. ‘라 벨 로 브와 도르망(La Belle au Bois dormant), 잠자는 숲속의 공주’입니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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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5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0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2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77 22. 마스터즈 에너미 (5) 22.07.26 141 7 13쪽
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4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7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3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7 9 13쪽
72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1 6 13쪽
71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2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8 9 13쪽
» 20. 아다만티움 (3) +1 22.07.16 282 7 13쪽
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5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20 8 13쪽
66 19. 버나드 베텔 (4) 22.07.13 213 7 13쪽
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7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32 9 13쪽
62 18. 2학기 (2) +1 22.07.09 234 9 13쪽
61 18. 후일담+2학기 (1) +1 22.07.08 245 10 13쪽
60 17. 레비아탄 (2) +2 22.07.07 250 9 13쪽
59 17. 레비아탄 (1) +1 22.07.06 257 10 13쪽
58 16. 비밀 연구소 (3) +1 22.07.05 249 8 13쪽
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7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6 9 13쪽
55 15. 카지노 (4) +1 22.07.02 293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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