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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41,522
추천수 :
1,870
글자수 :
481,525

작성
22.07.27 11:30
조회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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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23. 고인물 (1)

DUMMY

[오늘은 뭔가 주렁주렁 달고 있군, 하지만 덩치가 커진다고 해서 이 몸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푸하하하!]

“호박마차는 겉치레가······! 아니, 이런 대사는 좀 그렇지?”


키이이이잉─!

······기기기기기긱!


나는 페달을 밟고 그대로 생드리용의 출력을 높였다.

하지만, 그 힘과 힘의 팽팽한 대치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블레이드 마스터 쪽에서 힘을 줄수록 생드리용의 관절부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레니캐리어인 호박마차의 출력까지 견딜 정도라니, 이 얼마나 굉장한 힘인가······.


이 이상 대치를 지속하게 된다면 피해를 입는 쪽은 생드리용이 될 것이다.

나는 인게이지 된 상태에서 빠져나기 위해, 숄더의 빔 캐논을 블레이드 마스터에게 흩뿌렸다.


치이이익!


빔 캐논에서 쏘아진 고열의 에너지가 블레이드 마스터의 몸에 닿아도, 그저 타들어가는 소리만 약간씩 들려올 뿐, 그 이상의 피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아마 ‘죽음 회피의 문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저것의 내구치를 깎는 것보다, 생드리용의 관절이 꺾이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키이이이이잉!

까드드드득.


하지만 관절에 손상을 입는다고 해도, 가만히 붙잡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빠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합류할게! 옆으로 몸을 틀어!]

“어? 오케이······!”


순간, 뒤에서부터 데모닉이 대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위이이이이잉!


묵직한 가동음과 함께 회전하는 톱날.

그것이 블레이드 마스터의 어깨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이건 조금 위험한 것 같군! 또 비겁하게 셋이서 달려 들려고? 하나는 또 어디갔지?]


블레이드 마스터는 저 대검 자체가 지닌 성질에 두려움을 느낀 듯, 생드리용과의 대치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그 덕에 이쪽은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거리 또한 벌려진 상태.

블레이드 마스터는 제 자리에서 가볍게 몇 번 뛰어오르다가, 곧장 앞으로 쏘아졌다.


카앙!

쿵.

쏴아아아아아아아─!


센티널 타입의 데모닉이 가진 특유의 출력과 블레이드 마스터의 힘이 맞붙었다.

서로의 무장에서 불꽃이 튀어오르고, 묵직한 충격파와 함께 울려퍼진 굉음이 지축을 뒤흔든다.


하지만 한가람은 그 날의 수모를 잊지 않았다.

블레이드 마스터의 몸을 스치듯, 가볍게 검을 흘려내며 자신의 무장을 찔러넣었다.

저것은 스킬이 아니다.


아케이드 부스터에서도 몇 번이고 흘려내기를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순수한 기교, 잡기.


저 녀석은 이 동작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상상했을까.

완벽한 흘려냄에 블레이드 마스터 또한 중심을 잃고 그대로 공격을 적중당했다.


[말도 안 되는······!]

[안 되긴, 뭐가 안 돼! 나, 생각보다 끈질긴 새끼거든! 네 놈 목 딸 날만 기다렸다!]


키이이이잉─!


데모닉은 다시 한 번 가속한다.


[아니, 또 당하는 게 웃겨서?]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고 했나.

어차피 ‘죽음 회피의 문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번이고 맞아줄 수 있는 공격이었다.

아마 데모닉을 끌어들이기 위해, 녀석이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위협받은 척 연기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블레이드 마스터는 데모닉의 가속을 보고도 여유롭게 자세를 취한다.

공간을 베어내는 검.


나는 반사적으로 생드리용을 가속시켜 진혼곡을 뽑아들었다.


우우우우웅─.


마나 입자들이 가속하며 순식간에 빛으로 만들어진 검날이 뽑혀져 나왔다.

그리고, 블레이드의 검이 칼집에서 뽑혀나오기 직전.

겨우 도달하여 그 공격을 차단하였다.


[땡큐, 고마워!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었나?]

“고백은 나중에 하고, 다시 간다. 이번엔 쓰러트릴 수 있어. 이벤트 씬이 아니라, 순수한 전투 스테이지니까.”

[오케이, 확인.]


전투에 있어서 ‘죽음 회피의 문장’은 고작 여분의 임시체력을 증가시켜주는 실드에 불가하다.

계속해서 피해를 입히다보면 언젠가는 깎여나갈 방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머리를 써서 우리의 모든 포화를 괴수들에게로 돌려둔 상태.


하지만, 그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몇 번이고 저 공격을 피해가며 돌려깎다보면 그 한계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무장전선은 분명 디펜스 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아케이드 부스트의 고인물이다.

레니게이드의 조종에 있어서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경험이 있었다.


키이이이잉!


다시금 생드리용의 엔진이 울부짖는 순간.


투두두두두두!

카가가가가강!


“······난전으로 가자는 거지?”


한창 우리쪽 진영을 헤집고 다니던 ‘사령’이 숄더발칸을 쏘아내며,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뭐야, 이쪽을 도우러 온 거야? 저쪽은 끝이 난 거고?]

[······.]

[동료인데 대답은 좀 해라! 으이구, 이 답답아!]


투덜거리던 블레이드 마스터는 다시금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 쪽수가 맞다는 거냐?

블레이드 마스터 하나로도 힘겨운데, 여기에 ‘사령’까지 더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순간 눈 앞이 아찔해졌다.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 임유나 오퍼레이터입니다. 현재 그쪽으로 홍서아 교관과 함께 슬레이프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령’의 전투 데이터를 보내드릴테니, 그를 전장에서 이탈시켜주세요······!]


허나 내 정신을 일깨운 것은 임유나의 목소리였다.

이내 3면 모니터 우측 하단에 수많은 데이터들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홍서아 교관님과 슬레이프닐의 합류.

전장의 이탈, 전투 데이터.


스토커 타입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인간의 조종으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몸놀림.

순식간에 아군의 훈련기들을 썰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저 녀석의 몸 놀림은.

······아케이드 부스트의 고인물과 같은 동작이었다.


저것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고 판단했는지, 차라리 ‘괴수’다운 쪽을 다른 이들에게 맡기려는 계획인 것 같았다.


“확인. 임유나 오퍼레이터, 블레이드 마스터의 주위로는 보이지 않는 갑주가 둘러져 있습니다. 내구의 한계가 존재하는 갑주기 때문에 최대한 공격을 피하며 그것을 깎아먹어야 본체에 피해가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짧은 사이에,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셨다고요!? ······확인, 전달하겠습니다.]


임유나의 계획을 납득한 나는, 알고 있던 정보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의심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또한 공간 자체를 베어내는 검격을 사용합니다만, 아직까지 그 트리거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준비 동작이 길기 때문에 충분히 차단할 수 있어요. 임유나 오퍼레이터가 그쪽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해주세요.”

[확인. ······진짜 대단하네요, 이길수 테스트 드라이버는.]

“······고인물이니까요.”

[고인, 네? 뭐라고요?]


나는 통신 모듈을 차단하고 눈 앞의 레니게이드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나는 이길수가 아니게 된다.

그저 아케이드 부스트를 즐기던 그 때의 고인물 플레이어로 돌아갈 뿐이다.


과연 현실이 된 세계에서 몇 가지 잡기를 저 녀석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웅, 우우우웅. 웅.

키이이이이잉─!


스토커 타입 특유의 가스터빈이 공회전하는 묵직한 소음.

마나 리액터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닮은 소음.


그 두개가 전장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령과 생드리용은 서로 격돌했다.


레니 캐리어, 호박마차 특유의 출력과 가속이 덧붙어 이 쪽 동작이 훨씬 빠르다.

나는 뽑아든 진혼곡으로 사령의 가슴께를 노리며 찔러들었다.

하지만 사령은 레니게이드로는 전혀 불가능한 동작으로 몸을 틀었다.


“돌진하는 도중에 방향 전환. ······진짜 괴물새끼네.”


랭커들 중에서 몇 명이나 쓸 수 있는 기술일까.

순수하게 수동으로 조작해야하는 기판을 가지고 속도의 급감속과 급가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저 동작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방향을 캐치하며 숄더의 빔 캐논을 흩뿌렸다.

제자리 횡이동.

사령 또한 당황하지 않고 전환하던 방향을 다시 한 번 꺾어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교전.

프레임 단위로 계산을 해야만 하는 망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그 감각에 다시금 내 심장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이 움직임, 이 반응속도. 평범한 인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결론을 도출합니다. ······당신이 본체를 쓰러뜨린 그 사람이군요.]

“통신 모듈을 꺼두었더니, 이제는 억지로 연결하네. 본체라고 하면, 너는 분신이라도 되냐?”

[정확히는 이제는 제가 본체가 되겠군요. 정정합니다. 모체를 쓰러뜨린 사람으로 판단하겠습니다. 저와 모체는 서로 이어져 있어, 모든 정보를 송수신이 가능하기에 당신의 동작들은 모두 제 머릿속에 들어 있습니다.]


······굉장한 소리를 들어버린 것 같았다.

본체를 죽였더니, 이제는 분신이 그 모든 기억을 이어받아 자신이 본체가 되었다고 한다.

게임의 진행과는 현저히 달라진 이 상황에 나는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억지력.

그것은 어떻게든 원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극단적인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결국 내 동작을 다 예상하고 있단 소리네? 난도가 올랐다는 소리고?”

[당신은 저를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좋네. 나한테 덤볐던 사람들은 다 그런 소리들을 했거든? 그래놓고서 쳐발린 뒤에 뭐라고 했는지 알아? ‘저 녀석은 이길 수 없다.’라고 하더라.”

[분석 결과 당신의 승률은 3할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제 권고를 따라 항복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발에 넘어가질 않네.

하지만 항복을 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그래서야 랭킹 1위, 아케이드 부스트의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인 이 몸의 자존심이 팍팍 깎이지 않는가.


나는 대답 대신 빔 캐논을 딱 한 줄기만 쏴재끼고 빠르게 기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생드리용은 제 엉덩이를 빠르게 털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티배깅 동작을 시도한다.


[이해할 수 없는 동작. 의미불명.]

“알아차리라고 한 거 아냐, 짜샤. 손 좀 풀어본 거다.”


키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


나는 호박마차를 조작하여 그대로 하늘로 치솟았다.

사령은 어차피 구세대 레니게이드. 스토커 타입의 도약력은 상당하지만, 체공할 수 있는 능력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것은 단 한 가지.

공중에서 그대로 녀석을 농락한다.


[공중전을 택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의 범주. ‘사령’의 진화를 이행합니다.]

“와, 씨. ······개 멋있네?”


이내 꾸드드득, 장갑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사령의 등 뒤로 포악한 날개 두쌍이 치솟았다.

그것은 근육과 힘줄, 섬유질로 이루어진 날개였으나, 사령 특유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맞물려 완벽한 악마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파앗─!


이내 녀석은 몸을 웅크리더니 빠른 속도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

하지만 당황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


이미 시동이 걸린 내 심장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는 상황.

이것은 순수한 기쁨의 요동이었다.


“와라.”


스슥, 팡!


녀석은 공기를 찢으며 생드리용에게 달려들었고, 나 또한 생드리용을 조작하여 빠르게 녀석을 록온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

파파파파파팡!


마치 플레어 미사일을 쏘아재낀 것마냥 호박마차에 들어있는 전 탄환을 난사했다.

하지만, 이 탄환 하나하나를 수동으로 록온하여 정확도를 높인 공격이었기에 난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첫 비행 치고는 상당한 동작으로 가속, 호박마차에서 쏴재낀 공격들을 공중에서 선회하며 피하기 시작했다.


“······아케이드 부스트에도 이런 녀석이 있었지. 대공기능 없이 잡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지만 이 모든 건 연막이었다.

나는 뽑아든 진혼곡을 횡으로 휘두르며 녀석의 접근을 뿌리치고, 공중에서 가속했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 횡이동, 다시 횡이동.


생드리용과 사령은 서로 와류를 만들며 계속해서 공중으로 치솟으며 몇 번이고 격돌했다.


내 모든 공격에 반응하는 적.


······드디어 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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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4. 이길수 (2) - 1부 完 +4 22.08.01 194 8 13쪽
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4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0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1 6 13쪽
»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77 22. 마스터즈 에너미 (5) 22.07.26 139 7 13쪽
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3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5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2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6 9 13쪽
72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1 6 13쪽
71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0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6 9 13쪽
69 20. 아다만티움 (3) +1 22.07.16 281 7 13쪽
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3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19 8 13쪽
66 19. 버나드 베텔 (4) 22.07.13 213 7 13쪽
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64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4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29 9 13쪽
62 18. 2학기 (2) +1 22.07.09 232 9 13쪽
61 18. 후일담+2학기 (1) +1 22.07.08 243 10 13쪽
60 17. 레비아탄 (2) +2 22.07.07 248 9 13쪽
59 17. 레비아탄 (1) +1 22.07.06 256 10 13쪽
58 16. 비밀 연구소 (3) +1 22.07.05 245 8 13쪽
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6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5 9 13쪽
55 15. 카지노 (4) +1 22.07.02 29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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