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63
추천수 :
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10.31 23:59
조회
35
추천
0
글자
16쪽

20 - 귀환

DUMMY

통신사들은 가까스로 8월 13일에 부산포로 돌아왔다. 사전에 통신사들이 도망치듯이 돌아온 탓에 부산포에는 나룻배들이 바다에서 그물을 치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통신사 일행들이 배에서 내리자 이순신이 유성룡에게 말했다.


"아직 조정에서 우리가 돌아 온 사실을 모를 듯 하오니 동래성으로 가서 전하께 귀환을 주달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 하세나. 당장 돌아가기 보다는 숨을 고를 필요도 있네."


이순신과 유성룡이 동래성으로 진입하자 왠 낮익은 사람이 달려 나왔다.


"저 젊은이는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입니다만...?"


"대감!"


유성룡은 얼른 그를 알아보았다.


"치천이 아닌가?"


윤방. 윤두수의 장남. 그는 이 즈음에 동래부사로 부임해 와 있었다. 윤방은 유성룡에게 예를 표했다.


"그러하옵니다. 시생 윤방이옵니다. 대감께서 언제나 돌아오시나 하고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어서 오시오소서."


"헌데 조정에 있어야 할 자네가 어찌 이곳에 있는가?"


"김시민 도원수께서 도총관으로 승차하시어 한양으로 불려가신 이후에 제가 이곳 방면을 수습하기 위해 동래부사로 파견되어 왔습니다."


"그래. 참 잘 되었네. 어서 안내를 하시게."


"내일 바로 한양으로 떠나실 참이시옵니까?"


"내일이라니? 우리도 피곤에 지친 몸이라 쉬었다 가야하지 않겠는가?"


윤방은 유성룡에게 고개를 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통신사 분들이 돌아오시면 속히 조정으로 올려 보내시라는 어명이 계셨사옵니다."


"어명이라.... 전하께서 우리의 쉴 틈도 아니주시는 군 그래."


그러자 이순신은 유성룡을 대신해 윤방에게 말했다.


"이 보시게, 윤 부사."


"말씀 하시옵소서. 병판 대감."


"내 전하께서 왜 우리 통신 정, 부사를 빨리 찾으시는지 알 것 같으이. 그렇다면 내가 먼저 한양으로 내쳐 달려가면 되지 않겠는가?"


"예....?"


"영부사 대감께서 연로하신 몸으로 어찌 한양으로 당장 길을 잡으신다는 말씀이신가. 책임은 모두 내가 질 터이니 내일 내가 떠나더라도 대감께서는 좀 쉬게 해 드리게."


그러자 윤방은 이순신의 말을 수긍했다.


"듣고 보니 대감의 말씀이 지당한 듯 하옵니다. 시생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자네를 면박주려고 한 말은 아니니 너무 개의치 마시게."


유성룡과 이순신은 윤방의 안내를 받아 경상좌수영에 있는 객관에 머무르면서 쉬게 되었다. 객관에서 쉬던 유성룡은 이순신에게 아까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이제 모든 것은 전하께서 원하시는대로 되지 않았던가? 헌데 왜 그리 급하게 가려는가?"


"전하께서 우리를 오래 쉬지 못하게 하고 속히 돌아오라고 하심은 정략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해서 자네가 뭘 어찌하겠다는 겐가?"


"제가 풍신수길의 수급을 가지고 먼저 한양으로 내쳐 가겠습니다. 가서 제 스스로 살 길을 찾겠습니다."


이순신은 선조와 담판을 지으려는 듯 했다. 다음 날이 되자 이순신은 새벽을 틈타 빠른 말을 골라 타고 허리에 히데요시의 수급을 매달아 한양으로 달려갔다. 유성룡은 이순신이 새벽에 떠났다는 말을 듣고 그의 무사함을 빌었다.


"부디 무사해야 할 텐데...."


이순신은 먼저 자신의 옛 부하였던 양산군수 송희립을 찾아가 10여명의 갑사들을 받아 한양으로 달려 8월 15일 저녁 어스름에 한양으로 다다랐다. 이순신은 한양에 자신이 온 것을 알리지 못하게 한 뒤에 윤두수의 집을 찾았다.


"대감 마님.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요."


"이 야심한 밤에 누가 왔다는 말이냐?"


"병판 대감이시라 하옵니다."


"병판이라니? 그 사람은 왜국에 있지 않는가?"


윤두수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마당으로 나갔다. 그러자 보자기에 수급을 담고 서 있는 이순신을 보았다.


"아니, 여해가 아니시오?"


"영부사 대감. 그 동안 무고하셨습니까."


"벌써 한양으로 돌아오시었소? 서애와 서장관은 어디에 가고요?"


"급히 오느라 늦었습니다. 또한 밤 늦게 대궐로 가 전하를 배알하는 것이 좋지 못한 듯 하여 이렇게 실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자자. 어서 사랑으로 드십시다. 내가 여해와 할 말이 많소이다."


윤두수가 자신의 사랑으로 이순신을 안내하고 이순신은 수길의 수급이 든 상자를 윤두수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전하께서 제게 부탁하신 선물입니다."


"서.... 선물? 허면....!"


"그렇습니다. 이 함 안에 조선의 불구지천 원수의 목이 들어있습니다."


"어찌 된 일이오?! 거기서 용케도 그 자의 목을 가져 오셨구려!?"


"모든 것은 내일 조정에 가서 말씀 드리오리다."


"알겠소이다. 전하께는 병판이 돌아왔다고 말씀 올릴터이니 그만 댁으로 돌아가서 쉬시구려. 전하께서 병판에게 내리신 집이 있소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이순신은 선조가 내렸다는 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이순신은 형 이희신의 아들 이완을 보았다. 그는 숙부 이순신과 노량에서 일본군과 싸웠던 사람.


"완이로구나."


"숙부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구나."


"한 시진 전에 숙부님께오서 한양에 오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지요."


"그래. 고맙구나. 좀 쉬고 싶다."


"그리 하시지요. 이부자리를 봐 두었습니다."


이순신은 들어 와 쉬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하였다. 쉰이 넘어 그가 일본에서 한 일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순신은 그 날 밤. 뒤척이며 겨우 잠들었다.


다음 날이 되자 이순신은 관복을 갖춰입고 풍신수길의 수급을 챙겨 나서려고 했다. 때 마침, 이완이 들어왔다.


"숙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 오거라."


"그래. 무슨 일이더냐?"


"동래성에서 급히 파발이 유성룡 대감의 서찰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이리 다오."


더불어 이완은 그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하옵고 좌찬성 대감께서 많이 위중하다고 하시옵니다."


"좌찬성이시라면 권율 장군이 아니시냐?"


"그러하옵니다. 임종 전에 꼭 숙부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알았다. 좌찬성 댁으로 가 봐야겠구나."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그는 이순신이 일본에서 엄청난 일을 해내는 동안 병이 들어 몸저 누워 있었다. 이순신은 선조의 행궁으로 가기 전에 먼저 권율의 집을 들렸다. 권율은 병세가 아주 좋지 않아 보였다.


"대감. 제가 왔습니다."


"누구시오....."


힘 없는 권율에게 이순신이 답했다.


"저 입니다. 여해가 왔습니다."


"그에 왜국에서 돌아 오셨군요.. 내 병판을 보려고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조카 완이에게 대감께서 병세가 깊으시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어서 쾌차 하십시오."


권율은 고개를 돌려 이순신이 가져 온 것을 보았다.


"그게 무엇입니까...."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풍신수길의 수급입니다. 막 전하께서 계시는 행궁으로 가려던 참입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셨군요....."


"편히 쉬십시오. 조만간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이순신이 권율의 집을 나서 행궁으로 오자 이순신이 왔다는 소문을 들은 대소신료들이 웅성거렸다. 이순신이 눈치를 살펴보자 여러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순신에게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바탕 소요가 지나가자 이순신은 이항복에게 다가왔다.


"좌상 대감."


"아. 오셨습니까. 헌데 영부사 대감께서는 어디에 가시고 병판 대감만 오셨습니까?"


"대감께서는 좀 쉬시라고 하고 저만 올라왔습니다."


"헌데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지....?"


"동지중추부사 황신을 좀 데려와 주십시오. 그와 할 말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얼마 뒤, 이항복이 황신을 찾아왔다.


"병판 대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황신입니다."


이순신은 황신에게 부탁을 했다.


"황 공."


"예. 병판 대감. 말씀 하시지요."


"공은 지난날에 왜국으로 건너가 풍신수길을 보았으니 그 얼굴을 잘 알 것이외다."


"그러합니다만."


"풍신수길의 목을 가져 왔는데 이 목의 주인이 풍신수길인지 아닌지 공이 증인을 좀 서 줬으면 하외다."


"이를 말씀이옵니까. 걱정 하지 마시옵소서."


조금 뒤, 상선이 나타났다. 모든 대신들이 대전으로 들어서자 상선은 이순신을 막아섰다.


"대감. 잠깐만 기다리시지요."


"왜 그러시오?"


"지금 들어가실 때가 아닙니다. 전하께서 납시오면 그때 들어가십시오."


"아. 그래야겠군요. 고맙소이다."


이순신이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선조가 대전에 들었다. 선조는 자리에 앉아서 이순신을 찾았다.


"병조판서 이순신이 왜국에서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어찌 보이지 않는가?"


"밖에서 전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어허, 그 무슨 소리인가? 어서 들어 오라고 하라."


내관들이 이순신을 들게 하자 이순신은 어전으로 들어 선조 앞에 히데요시의 수급이 든 함을 놓고 엎드렸다.


"전하. 신 병조판서 통신부사 이순신. 통신사의 대임을 다 하고 돌아왔나이다."


"오. 어서 오시오. 왜국에 다녀온 일은 어찌 잘 되었소?"


이순신은 함을 가리켰다.


"어명을 받들어 왜국 태합 풍신수길의 수급을 베어 왔나이다."


선조는 침을 꿀꺽 삼키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함 속에 수길의 수급이 들어있는 것이 참 이오?"


"그러하옵니다. 지난 날 동지중추부사 황신이 명의 사신과 더불어 풍신수길을 본 적이 있사오니 그에게 하문 하시옵소서."


"황신은 어디에 있는가?"


"신 동지중추부사 황신 여기 있사옵니다."


"함을 열어 풍신수길의 수급이 맞는지 확인하라."


황신은 앞으로 와 함을 열되 좌중에 있는 대신들이 경악할까 걱정하여 얼른 열어 확인하였다. 비록 창백하긴 했지만 가녀린 얼굴에 툭 튀어나온 입술. 매서운 그 눈이 분명히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어떠하오? 풍신수길이 맞는가?"


"틀림없는 풍신수길이 맞사옵니다."


좌중의 대신들이 모두 놀라고 이미 알고 있었으나 윤두수가 앞장 서서 이순신을 칭송했다.


"전하. 병판이 그에 큰 일을 해 내고야 말았사옵니다. 지난 왜란때는 바다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이제는 그 수괴인 풍신수길의 수급을 가져 왔나이다. 이 얼마나 큰일이 아니겠사옵니까?"


"하긴. 영부사의 말이 옳소. 허면 병판은 어찌된 일 인지 소상히 말해 보오."


"하오시면 신 좌정해도 되겠나이까."


"아. 당연한 말이오, 어서 일어 나시오."


이순신은 선조에게 양해를 구하고 좌정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신이 덕천가강과 손을 잡은 뒤에 안국사 주지인 혜경을 끌어들여 일을 도모했사옵니다. 먼저 덕천가강이 수길의 측근인 가등청정을 관동지방에 반란 토벌 명목으로 떠나게 한 다음 거사 날 유성룡 대감께서 회담을 빙자하여 석전삼성과 소서행장을 만나 주의를 끈 다음 덕천가강과 신이 풍신수길을 도모하였나이다."


"허면 이 목은 누가 취하여 온 것이오?"


"신이 가강과 손을 잡을 때 풍신수길의 목은 신이 벨 것으로 약조를 하였사옵니다. 신의 손으로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 왔나이다."


"참으로 장하오. 계속 하시오."


"또한 신이 오늘 동래성에서 받은 서찰에는 아주 좋은 소식이 들려왔사옵니다."


"무슨 또 좋은 소식이 있소?"


"덕천가강의 군사들이 석전삼성과 소서행장. 그리고 요양을 떠나던 전전리가를 추격해 죽이고 덕천가강은 가등청정의 손에 죽었다고 하옵니다."


"병판이 말하는 자들은 왜국에서 한다하는 대명들이 아니오?"


"그러하옵나이다. 일단 가등청정이 풍신수길의 양자인 우희다수가를 옹립했다하오나 소요가 일 것으로 보이나이다."


조선 통신사가 떠난 이후. 가토는 자신의 독단으로 우키타 히데이에를 옹립하고 조정에 그에게 좌대신의 직위를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된 히데요시. 게다가 친족도 아닌 양자를 전국 다이묘들이 인정할리 만무해서 각축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우키타 히데이에는 히데요시의 양자자격으로 전국에 격문을 돌려 관동을 공격할 것을 명령했으나 히데요시가 죽은 마당에 그것이 유효할리 만무했다. 그 사이 관동에 남아있던 이에야스의 사천왕 혼다 타다카츠가 황급히 히데타다를 옹립했고 일본은 다시 대명들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다시 시작되었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라는 일본의 양대산맥들이 모두 죽었으니 그것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소요가 인다면 다시는 그들이 우리 조선을 칠 수 없다는 말 이오?"


"그러하옵나이다. 당분간은 대명들끼리 권력을 차지하려 내분이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나이다."


좌중의 대신들은 이순신을 칭찬했다.


"병판께서 큰 일을 해 내실 줄 알았습니다."


"옳은 말이오. 전하, 병판 이외에 누가 담대하게 왜적의 수괴를 베어 수급을 가져올 생각을 하였겠나이까. 이 모두가 전하의 홍복이시옵니다."


"전하의 홍복이시옵니다."


기분이 좋아진 선조는 이순신을 멀끄러미 바라보았다.


"과인이 경의 공을 어찌 치하해야 할지 모르겠구려. 원하는 것이 있거든 말해 보시오."


이순신은 그 답게 마지막 말을 하였다.


"신은 이만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선조는 꽤 당황해했다.


"물.... 물러나고자 하다니?"


"신은 이미 책무를 다하였다고 생각하옵니다. 신이 오로지 원하는 것은 관직에서 물러나 여생을 편히 쉬고자 하는 것 이옵니다."


순간 이항복과 이덕형이 나서 이순신을 말렸다.


"병판께서는 아직 조정에 남아 하실 일이 많습니다. 다시 한번 재고 하시는 것이 어떠합니까?."


"좌상, 우상 두 분 대감께서 저를 생각해 주시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내 뜻이 그러합니다."


이순신은 다시 일어나 선조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신의 사직을 윤허해 주시옵소서."


선조는 당황해 해결하지 못하고 회의를 파하였다.


"모두 이만 물러 가시오. 모든 것은 정사인 영돈녕부사가 돌아오면 물어 봅시다."


대신들이 모두 물러가자 선조는 뒤돌아서 나서는 이순신을 불렀다.


"이 보시오! 병판!"


이순신은 왕의 부름을 받아 고개를 돌렸다.


"하문 하시옵소서."


"경은 아직도 과인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가?"


"신은 오로지 전하의 신하일 뿐 어찌 신하가 임금에게 감정을 품겠나이까. 부디 신의 뜻을 간압하여 주시길 바랄 뿐 이옵니다."


"음... 알았소. 이만 가 보시오."


이순신은 정말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정에 남아있더라 해도 이런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본인이 살아 남으랴. 그가 대전에서 나오자 한 쪽에서 윤두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두수는 이순신의 의중을 떠 보았다.


"이 보시오. 여해. 어쩌자고 전하께 그런 말씀을 하시었소?"


"대감. 소인은 야인으로 돌아가 홀로 풍류를 즐기며 살고자 할 뿐 이옵니다."


"그게 다요?"


"공성신퇴(功成身退)라고 해 두면 아시겠습니까."


공성신퇴.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간단히 이야기 해서 '박수칠 때 떠나라.' 이순신의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윤두수는 그를 말렸다.


"공과 같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 조정에 남아 후배들을 질타하고 질책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오?"


"그것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감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순신은 홀연히 떠났다. 그는 며칠 뒤 선조의 허락을 받고 덕풍부원군에 봉해진 뒤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 조카 이완과 아산으로 떠났다.


그는 떠나는 길에 유성룡과 강항을 다시 만났다. 유성룡과 강항 역시 사직할 것을 작심한 듯 말했다.


"여해. 자네라면 그런 선택을 할 줄 알았네. 조만간 내려 감세. 조금만 기다리시게."


"대감께서도 낙향에 뜻이 있으십니까."


"늙은이가 한 자리 차지해서 후배들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


"소생 또한 고향으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을 쓸까 하옵니다."


"그래. 아주 잘 생각하셨네. 자네도 정치가 섭리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로군."


"살펴 가시게."


일본의 안국사에서 벌어진 엄청난 역사의 한 획은 이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 끝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안국사의 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새로운 공지 21.10.11 18 0 -
공지 공지사항 +2 21.08.10 33 0 -
» 20 - 귀환 21.10.31 36 0 16쪽
20 19 - 조선의 승리(하) +2 21.10.05 35 1 11쪽
19 18 - 조선의 승리(상) +2 21.09.30 27 1 11쪽
18 17 - 안국사의 난 : 실행(2)/히데요시의 최후 21.09.25 28 1 12쪽
17 16 - 안국사의 난 : 실행(1) +2 21.09.22 24 1 11쪽
16 15 - 안국사의 난 : 계획 21.09.20 27 1 10쪽
15 14 - 최후의 대담 +2 21.09.16 31 1 12쪽
14 13 - 불안했던 계책 +2 21.09.10 31 1 11쪽
13 12 - 소문 +2 21.09.01 31 1 10쪽
12 11 - 에케이를 설득하라 +2 21.08.28 36 1 11쪽
11 10 - 풍신수길 +2 21.08.25 37 2 11쪽
10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9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1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3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3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