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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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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9.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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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 - 안국사의 난 : 실행(1)

DUMMY

그렇게 시간은 토시이에가 안국사를 떠나기만을 기다리며 기약없이 흘러갔다. 그 동안 날씨는 더워지기 시작했고 조선에서 온 통신사 일행들은 일본의 더위를 견디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


1599년 7월 26일. 이날은 장마가 끝난지 보름여 뒤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마에다 토시이에는 이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지인 노토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 나마 몸이 성하던 히데요시는 미리 친구 토시이에가 누워서 타고 갈 마차를 준비하게 한 뒤 그를 단 며칠이라도 더 있게 하기 위해 와키자카를 대동하고 찾아갔다.


"마타시로! 마타시로!"


토시이에를 애타게 부르는 히데요시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토시이에는 기력이 많이 쇠잔했다. 그의 입은 매마르고 우렁차던 목소리는 많이 순해져 있었다.


"태합 전하....."


히데요시는 많이 흥분되어 있었다.


"이런 못된 놈들! 도대체 이 곳 근처의 의원들은 뭘 하길래 사람 하나 고치지 못한 다는 말이냐!"


와키자카는 그런 히데요시를 말렸다.


"태합 전하. 진정하십시오. 전하께서 열을 내시다 쓰러지실까 걱정입니다."


"야스하루! 무슨 소리냐! 마타시로는 40년 가까이 나와 함께한 친구다!"


"전하...."


화를 내던 히데요시는 토시이에의 음성에 다시 고개를 돌려 그의 두손을 꼭 쥐었다.


"오오. 마타시로. 무슨 할 말이 있나?"


"제가 노토로 돌아가면 언제 전하를 또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슨 나약한 소리야. 이 친구야. 어서 나아서 나와 같이 바둑도 두고 차도 마시고 그래야 하지 않나."


마에다 토시이에는 뒤의 일을 예견이라도 하듯 히데요시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닙니다. 제 몸은 제가 더 잘 압니다. 제가 전하를 끝까지 보필해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혹시라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 하여 기요마사(가토)에게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기요마사는 전하와는 가까운 인척사이며 우직한 가신이니 전하를 잘 보필 할 것 입니다."


"이거 보라고, 밖에 비가 많이 오는데 며칠 더 있다 돌아가면 안 될까?"


"제가 완전히 누워서 돌아가기를 바라십니까. 전하 앞에서 죽는 불충은 저지르지 않게 해 주십시오."


마에다 토시이에의 완강한 태도에 와키자카 역시 그의 편을 들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전하. 감히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태합 전하께서 대납언을 진정으로 친구로 여기신다면 대납언께서 원하시는대로 해 드리는 것이 우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꼭 나아서 다시 오라고. 갈 때는 가더라도 나를 한 번 만 더 보고 가게. 이건 친구로써의 부탁이 아니라 태합으로써의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자, 어서 대납언을 마차로 모셔라."


와키자카의 지시에 히데요시의 시종들은 토시이에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토시이에는 자신을 배웅나온 와키자카에게 당부했다.


"내 전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요새 조짐이 좋지 않아. 도쿠가와 공이 근래 통신사들과 왕래가 잦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네. 그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 기요마사가 어서 돌아오면 좋겠지만 교토에 있는 공가들이 붙들어 놓고 있을지도 모르니 언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네. 그러니 야스하루 자네가 태합 전하를 잘 모시고 있게."


"알겠습니다. 대납언. 몸조리 잘 하십시오."


토시이에는 100여명의 병졸들과 함께 쓸쓸히 안국사를 떠났다. 와키자카는 그 길로 히데요시에게 다시 왔다.


"마타시로는 잘 배웅했느냐..."


"예. 하옵고 태합 전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다급한 일이냐?"


"이것은 저도 모르고 있었던 일입니다만 대납언께서 떠나시면서 우대신 도쿠가와 공을 옝의주시하라고 당부를 하고 가셨습니다."


"마타시로가?"


"그렇습니다. 요즘 우대신이 조선에서 온 유성룡, 이순신 등과 회합이 잦다고 합니다.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네가 에케이와 상의를 해서 도쿠가와 쪽의 감시병력을 늘리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고니시와 이시다는 어디에 있나?"


"두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 가 있는 듯 합니다.


"고니시와 이시다를 보거든 내가 찾는다고 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대화와 조처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안코쿠지 에케이는 이미 도쿠가와에게로 넘어갔고 안국사 주변의 군사들은 모두 도쿠가와의 편에 서 있었다. 도쿠가와는 나오마사로 부터 보고를 받았다.


"주군, 대납언 마에다 공이 방금 안코쿠지를 떠났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 서찰을 보십시오. 가토 기요마사가 우키타 히데이에에게 보내는 서찰입니다."


----------------------------------

가토 기요마사가 히데이에 공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대납언 마에다 토시이에 공께서 제게 급히 안국사로 돌아오라는 전갈을 보내 오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가들이 천황 폐하의 명이라며 교토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국사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니 어서 안국사로 군사를 이끌고 가 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


그 편지가 히데이에에게 들어갔다면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 도쿠가와는 그 서찰을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구나. 천우신조야! 하늘께서 이 이에야스를 버리시지 않으셨도다!"


"그럼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나오마사 너는 어서 가서 조선의 이순신 장군을 여기로 모시고 와라."


"알겠습니다."


도쿠가와는 이윽고 마사노부를 찾았다. 고니시와 이시다 미츠나리를 유인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마사노부. 고니시와 이시다를 따로 불렀겠지?"


"염려 마십시오. 유성룡 대감이 만나자고 하니 바로 나오겠다고 했답니다."


"좋아. 아주 좋아."


마침 안코쿠지 에케이가 도착했다. 그는 갑옷을 입고 중무장 한 채로 왔다.


"우대신. 제가 왔습니다."


"오오. 선사. 참 잘 오셨소."


"토시이에 공이 안코쿠지를 떠났다지요."


"그렇소. 드디어 그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해도 이 곳 안국사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끌어 모아 왔습니다."


"모두 얼마입니까?"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천 300여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1300명. 시대를 풍미한 천하인을 죽이기에는 너무나 작은 군사이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너무나도 철저하게 준비되었기에 적은 수의 군사는 문제되지 않았다.


"1300명이라..."


"너무 작은 것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선사. 어차피 안국사를 지키는 호위병들은 얼마 되지 않으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자. 일단 군사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깁시다."


그날 오후. 나오마사는 통신사들이 있는 객관으로 왔다.


"직정 선생. 무슨 일 이오?"


"마에다 공이 안코쿠지를 떠났습니다. 드디어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결행하자는 말씀이오?"


"이미 모든 준비는 해 놨습니다. 가토 기요마사가 우키타 히데이에에게 군사를 이끌고 여기로 오라는 서찰을 저희가 다행히도 중간에 입수를 했습니다."


이순신은 순간 놀라 유성룡에게 말했다.


"대감. 가등청정이 우희다수가(우키타 히데이에)에게 이 곳 안국사로 오라고 했다면 속전속결로 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우희다수가의 영지가 여기서 지척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유성룡은 이순신의 말을 수긍했다.


"허면 직정 선생. 회담장은 모두 준비되어 있소?"


"그렇습니다. 가서 기다리고 계시면 유키나카와 미츠나리가 올 것 입니다."


"좋소. 그리하십시다."


유성룡은 강항과 함께 회담장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여해. 혹시나 해서 조선에서 갑사들이 입을 갑주를 미리 챙겨 왔네. 30벌 쯤 되니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갑사들을 무장시켜 데리고 가게."


"대감....."


"무운을 비네. 자네는 언제나 행운이 뒤따르는 사람이 아니던가. 자네의 손에 조선의 복수가 달려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네."


"대감께서도 소서행장 일행을 반드시 붙잡아 두셔야 합니다."


"내 걱정은 말게."


이순신이 갑사들에게 갑옷을 입히는 사이 와키자카는 매우 불안해져 있었다. 히데요시를 지켜야 할 호위병들 일부가 갑자기 이탈해 보이지 않고 안국사 주변의 민가들의 불이 꺼져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가 애타게 찾던 안코쿠지 에케이는 도쿠가와에게 가 있었기에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에케이 선사는 찾아왔느냐?"


"선사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샅샅히 뒤져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 머저리 같은 놈들! 어서 선사를 찾으란 말이다! 호위병들은 어디로 간 게야!"


와키자카에게 그의 부하들은 계속해서 낙관적인 보고들을 해 왔다.


"에케이 선사 휘하의 병사들이 근처에 보이지 않습니다!"


"서쪽 3리에 있는 마을 부근에서 의문의 군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합니다!"


"의문의 군사들? 어느 소속의 병사들인지 모른단 말이냐?"


"사시모노를 착용하고 있지 않아서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시모노라는 것은 군기이다. 하지만 일본의 전국시대 사극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본 무사들이나 병사들이 등에 꽃은 깃발을 뜻하는 것 이다.


"그렇습니다."


"그럼 가서 쉬고 있는 호위병들을 모조리 깨워서 여기로 데리고 와라! 알겠는가?"


"하!"


"이런,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이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야?!"


야스하루가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 이순신이 갑사 30여명을 포함해 50여명의 조선군을 데리고 나오마사의 안내를 받아 도쿠가와의 지휘부로 왔다.


"주군. 이순신 장군을 모셔 왔습니다."


"덕천 장군!"


도쿠가와는 이순신에게 달려왔다.


"어서오시오! 내가 이 장군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야기는 직정 선생을 통해 들었소이다만 모든 준비는 되었겠지요?"


"그렇소이다. 와키자카가 지키고 있으니 걱정이긴 합니다만."


"모든 것은 신중하게 해야합니다. 태합 수길을 해치우는 일이 아닙니까?"


"만반의 태세를 갖춰 놓고 있습니다. 자, 에케이 선사와도 인사하시지요."


이순신은 에케이에게 악수를 청했다.


"선사. 도와줘서 고맙소이다. 내 조선을 대표할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의 백성들을 대신해 감사를 드리오."


"아닙니다. 제 스스로도 임진년 전쟁에 참여한 것을 평생 실수로 여기고 있습니다. 태합 전하를 시해해서라도 다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을 막을 수가 있다면 기꺼이 장군을 돕겠습니다."


"나오마사!"


"예!"


"지금 동, 서에 흩어진 군사 500명을 데리고 가서 주변 경계를 펴라! 나는 이 두 분과 안국사로 가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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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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