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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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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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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74

작성
21.08.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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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DUMMY

1599년 2월 24일. 선조는 주요 대신들을 다시 불렀다. 윤두수가 제안한 조선 통신사에 대해서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 자리에는 논공행상에 있던 최고위직 14인들 중에서 곽재우와 이정암을 제외한 나머지 12인이 모였다.


"과인이 경들을 부른 이유는 영중추부사 윤두수가 과인에게 왜국에 통신사를 다시 보내자는 말을 했기 때문이오. 그럼 영부사는 대소신료들에게 설명하도록 하오."


윤두수는 발언에 앞서 이순신에게 공을 넘겼다.


"전하. 그 전에 왜국의 내막을 자세히 아는 병판에게 먼저 말하게 하시옵소서."


"좋소. 먼저 병판이 이야기 하도록 하라."


이순신은 유성룡, 윤두수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말했다.


"지금 왜국에서는 변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왜국의 여러 대명들 중에 덕천가강이라는 자가 있는데 바로 그 자가 왜국 태합인 수길의 자리를 뺏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길은 덕천가강에게 왜란에 참여케 하였으나 그가 핑계를 대어 출병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수길도 그의 세력이 커 출병을 강요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북인의 영수 이산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병판은 그런 이야기를 어찌 소상히 아시오?"


"제가 삼도수군통제사로 있을 때 항왜들이나 일본군 포로 들 중에서도 무사직위에 있는 자들에게서 상세히 들은 것 입니다."


선조는 계속하게 했다.


"병판은 마저 계속 하시오."


"예. 전하. 하여 지금같이 왜란에서 완전하 패배하여 위신이 크게 실추 된 수길의 자리를 더더욱이 가강이 노릴 것은 분명합니다. 원래 가강은 수길의 주군이 되는 직전신장이라는 자와 동맹을 맺고 있었는데 동맹국 대명의 일개 병졸 출신인 풍신수길이 자신을 누르고 상전 행세를 하는 것에 있어 매우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하옵니다."


윤두수는 이순신의 말이 끝나자 바로 대소신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역변했다.


"하여 내가 병판의 말을 듣고 이런 호기를 놓칠 수는 없으니 전하께 통신사를 보내왜국의 사정을 알아 보자고 주청을 드린 것 입니다."


그러자 유성룡과 정탁은 남인으로써 이를 찬성하였다.


"신의 뜻도 영부사와 같사옵니다." "신 정탁 또한 옳다고 사료 되옵니다."


여기서 이산해가 북인을 대표하여 잘못 말하였다가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이산해는 서인과 남인 사이에 무슨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좌상과 우상은 어찌 생각하는가?"


"불초 소신이 어찌 반대를 하겠사옵니까. 지극히 옳다 여겨지옵니다."


"신 역시 다르지 않사옵니다."


이항복, 이덕형도 같은 의견. 상대적으로 이이첨, 정인홍 같이 관직이 낮거나 발언권이 적은 대신들이 주로 모여 이루어진 북인으로써는 당장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경들의 뜻이 모두 그러하다면 누구를 통신사로 보내는 게 좋겠소?"


선조의 물음에 이항복이 의견을 냈다.


"신 우의정 이항복 아뢰옵니다. 신이 생각하기에는 왜국이 통신사를 받아 줄지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하오니 왜국에서 받아들일만한 인재를 골라 보내시옵소서."


"그럼 영상이 가는 것이 어떻소? 영상이라면 풍신수길이 만나 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영상 대감께서는 나라의 재상이신데 어찌 험한 왜국으로 보내겠나이까."


선조는 당장 통신정사와 부사를 정하는 것까지 신경쓰기는 싫었다.


"그럼 비변사에서 논의하여 과인에게 오도록 하시오. 이만 물러들 가오."


선조가 물러가자 나머지 대소신료들도 각자 흩어졌다. 다짜고짜 이산해는 돌아가려는 윤두수를 잡았다.


"오음! 도대체 무슨 속셈이오? 그대가 왜국에 통신사를 보내 무슨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가?!"


"나라를 위해 전하께 간언 한 것을 어찌 그리 말하시오?"


"내 서인들이 이렇게 치졸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그 정도가 지나치군요!"


때 마침 유성룡이 와 이산해를 말렸다.


"두 분 이거 왜 이러십니까. 참으십시오."


"오. 서애. 참으로 잘 만났소. 그대들 남인도 서인과 한 통속이겠지. 아무리 우리 북인이 미워도 그렇지 어찌 서인과 손을 잡는다는 말씀이신가!"


이산해가 화를 내자 유성룡은 그를 행궁 뒷뜰로 몰래 데리고 나갔다.


"아계(이산해의 호). 통신사를 보낸다는 것은 더 이상 번복 할 수가 없는 일이 아닙니까. 전하께서도 이미 윤허하신 일 입니다."


"설사 통신사를 보낸다고 해도 어찌 우리 북인만 쏙 빼고 그대들 끼리 의논할 수 있단 말이오! 우리는 원래 한 뿌리가 아닌가!"


유성룡은 이산해에게 제안을 했다.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 통신사로 내가 가야겠습니다."


"흥. 영상인 그대가 가겠다고?"


"그러니 영부사를 이리 모신 것이 아닙니까. 제가 영상의 몸으로는 통신사로 갈 수가 없으니 아계께서 저 대신에 영상을 맡아 주셔야 겠습니다."


"내게 영상을.....?"


화를 내던 이산해였지만 그는 한 수 접어 들어갔다.


"내가 꼭 통신사로 가고자 하는 뜻은 수길을 만나려면 이 길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디 내 뜻을 알아 주십시오."


유성룡은 영의정으로써 통신사로 갈 수가 없으니 이산해에게 다시 영의정을 맡게 함으로써 이 일에 북인이 반대할 수 없게 만드려는 계산을 했다. 임진왜란 이후 파직되어 조정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산해였으니 그 제안은 명분과 실리에도 부합하는 것.


이산해는 유성룡과 동맹을 맺고 그 날 윤두수의 집을 찾아 서로의 오해를 풀었다. 이로써 잠시나마 붕당이 그치고 옛 사림들이 다시 뭉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그 다음날인 2월 25일. 비변사에서 논의한 것을 유성룡이 대표로 선조에게 와서 아뢰었다.


"전하. 비변사에서 통신정사와 부사로 정한 것을 아뢰고자 하옵니다."


"통신 정사와 부사를 정하였는가? 어서 말 하시오."


"통신 정사로는 신 유성룡이, 부사로는 병조판서 이순신을 천거하기로 하였나이다."


"그대는 재상 중에서도 으뜸인데 어찌 통신사로 가려고 하는가?"


"신이 지난 임진년 전쟁동안 도체찰사로써의 대임을 제대로 맡지 못하였사오니 그 책임을 지고 영의정에서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그 무슨 말이던가. 그대가 재상으로써 난국을 수습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어찌 그대가 영상에서 물러난다고 하시오?"


"하오나 신은 평소에 영의정의 자리가 과분하다 여겨온 터, 신 보다는 영돈녕부사 이산해가 영상으로 적합할 것 이오니 신이 물러나 통신사로 파견 될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그대의 뜻이 정녕 그러한가. 영의정을 그만 둬서라도 통신사로 꼭 가야겠는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허면 이순신과 함께 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병조판서 이순신은 왜란 때 그 누구보다도 왜적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장수이옵니다. 그런 사람이 통신 부사로 왜국에 오려한다 하면 수길이 어찌 만나주지 않겠습니까?"


선조는 문득 이순신을 통신사로 보내면 이순신을 풍신수길이 죽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그 말이 옳소. 이순신만한 인물도 없지. 일단 과인이 심사숙고하여 정할 것이니 물러가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유성룡의 보고를 선조는 다각도로 생각했다. 자신의 정적인 이순신을 히데요시의 손에 죽게하려는 생각. 물론 동인과 서인을 서로 배척하고 기용하기를 반복하면서 붕당을 적절히 이용해 왔던 선조라면 그럴수도 있을 듯 했다.


선조는 다음 날이 되자 유성룡의 집으로 교지를 보내기로 하였다. 선조는 상선을 시켜 직접 전달하게 하였다.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이순신은 권율의 집에 이틀을 머무르다 유성룡의 집으로 임시 거처를 옮기고 조정에서 내려줄 집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감 마님. 상선 어른이 오셨습니다."


"어서 오시라고 해라."


상선이 들어오자 유성룡과 이순신이 일어났다.


"상선께서 내 집에는 어인 발걸음이시오? 혹시 내게 전하실 말씀이라도 계시는가?"


"전하께오서 서애 대감께 교지를 내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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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원부원군 유성룡을 영의정에서 체직하고 영돈녕부사로 명한다. 아울러

왜국으로 파견하는 조선 통신사 정사로 임명하니 삼가 명을 받들라.

또한, 병조판서 겸 오위도총부 도총관 이순신을 조선 통신사 부사로 임명한다.


선조 32년 기해년(1599년) 3월 초하루. 선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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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나를 영의정에서 파직하시고 영돈녕부사로 삼으셨소?"


"그러하옵니다. 영상 대감. 대감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산해 대감께서 영의정이 되셨습니다."


"고맙네. 전하께 이 못난 신하가 성은에 보답하겠노라고 전하시게."


상선은 이순신에게 말했다.


"병판께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서장관으로는 누가 뽑혔습니까."


"형조좌랑을 지내는 강항이 뽑혔습니다."


"강항? 그가 누구랍니까?"


"지난 정유년에 일본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겨우 풀려난 사람이지요. 왜국 정세에 밝다보니 서장관으로 삼으신 듯 하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돌아 가 보겠습니다."


돌아가려는 상선을 유성룡이 붇들었다.


"아.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시오."


"왜 그러십니까?"


"병판이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서 내 집에 머무르고 있는데 조정에서 하다못해 초갓집이라도 내려 주셔야 하는 게 아니오."


"예. 전하께 병판이 집이 없으니 내려달라고 전해 올리겠습니다."


"부탁 좀 하십시다. 전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잘 말씀해 주시오."


상선이 돌아가자 이순신은 유성룡에게 농담을 던졌다.


"아마 개국 2백년 이래 영상 자리에서 체직 되었다고 기뻐한 사람은 황희 정승과 대감 뿐이실 겁니다."


"예끼 이 사람아! 나를 놀리시는가!"


"하하하."


1599년 3월 4일. 드디어 조선 통신사 총원 412명이 부산포를 향해 출발했다. 먼저 그 전에 서장관 강항이 대마도를 다녀오기로 되어있었다.


선조를 대신해 조선 통신사의 출행길을 배웅한 것은 이산해와 윤두수를 비롯한 대신들이었다. 윤두수는 유성룡의 손을 잡았다.


"서애. 잘 다녀 오시오. 부디 살아서 돌아 오시게."


유성룡은 이산해와 윤두수에게 당부했다.


"당분간은 당파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두 분께서 모자란 것이 있으면 채워주시고 서로 양보 해 가면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 주십시오. 오로지 그것만이 이 나라 조선이 살 길입니다."


"걱정 마시오. 내가 오음과 더불어서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리다."


유성룡이 그들의 확답을 들어서야 돌아서서 말을 탔고 이순신도 따라서 말에 올랐다. 그 둘에게 마침 한 사내가 다가왔다.


"소생은 형조좌랑 강항이라고 하옵니다. 나라의 큰 어른이신 두 분을 뫼시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강항의 말에 이순신이 화답해 주었다.


"내 통제사로 있을 때 자네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지. 왜국에 포로로 잡혀있으면서도 왜국에 성리학을 전하는데 크게 힘썼다고 들었네. 그것이야 말로 참으로 선비 다운 일이 아니었겠는가."


"소생 또한 바다의 영웅이신 대감을 이전부터 흠모하고 있었사옵니다."


"허허. 이 사람들아. 칭찬은 나중에나 해 두시게. 뒤에서 언제 출발하나 하고 기다리겠네. 어서 가세나."


"영부사 대감, 병판 대감. 가시지요. 이 강항이 앞장 서 두 분 대감을 모시겠습니다."


통신사의 출발. 그것은 이순신과 히데요시의 만남의 첫 서두가 열리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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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 조선의 승리(상) +2 21.09.30 27 1 11쪽
18 17 - 안국사의 난 : 실행(2)/히데요시의 최후 21.09.25 27 1 12쪽
17 16 - 안국사의 난 : 실행(1) +2 21.09.22 24 1 11쪽
16 15 - 안국사의 난 : 계획 21.09.20 27 1 10쪽
15 14 - 최후의 대담 +2 21.09.16 30 1 12쪽
14 13 - 불안했던 계책 +2 21.09.10 30 1 11쪽
13 12 - 소문 +2 21.09.01 31 1 10쪽
12 11 - 에케이를 설득하라 +2 21.08.28 36 1 11쪽
11 10 - 풍신수길 +2 21.08.25 36 2 11쪽
10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8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8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4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0 3 12쪽
»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3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3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3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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