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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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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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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 대마도(1)

DUMMY

그렇게 길을 떠난 통신사 일행은 3월 19일이 되어서야 동래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동래성에는 김시민이 있었다. 권율이 승차 됨에 따라 비게 되는 도원수 직은 전쟁이 끝났으므로 사라져야 마땅하겠지만 진주성의 영웅인 김시민을 조정에서는 하삼도 도원수에 삼아 진주를 중심으로 군사력 증강과 각 지역의 복구 재건에 있어서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당시 김시민은 얼굴에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제 1차 진주성 전투에서 왜적의 칼을 정통으로 맞지 않아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그 대신 얼굴에 칼의 자상이 그의 용맹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 대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들은 구면이 있었다. 전란 때부터 부원수였던 김시민은 필연적으로 도체찰사인 유성룡,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과 아니 마주칠 수 없는 관계였다.


"도원수께서 이리 마중을 나오실 필요가 있습니까."


"마침 김해 고을을 순찰하고 있던 도중이라서 마침 와 있던 것 입니다만 두 분 대감께서 통신사로 가시는 길이라시기에 다시 왔습니다."


"그러셨습니까."


마침 강항이 길을 잡고자 나왔다.


"하오시면 시생은 부산포로 가겠습니다."


"아니? 좀 쉬다 가지 않고서?"


"병판 대감께오서 시생에게 주시는 말씀 감읍하오나 이 길로 대마도로 갈까 하옵니다."


"알았네. 그럼 가서 대마도주 종의지(소 요시토시)를 만나 왜국에 우리 조정의 뜻을 알리게."


"하오시면 세 분 대감. 소생 가옵니다."


김시민은 강항의 이름조차 몰랐다.


"저 사람은 누구랍니까?"


"이번에 서장관으로 가는 형조좌랑 강항이라는 친구입니다."


"음. 그렇군요. 기개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정유년에 왜국에 포로로 잡혀 가 성리학을 전파하고 왔다하니 보통 인사는 아니지요."


강항이 떠난 이후 유성룡, 이순신, 김시민은 한자리에 모여 간단히 막걸리를 마셨다. 안주라고 해 봐야 삼색나물에 닭이 전부이긴 했지만 말이다.


"먼 길 가시는 두 분 대감께 대접을 이리 소홀히 해 드려서 어쩐다지요."


"아닙니다. 전란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요. 도원수께서는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유성룡과 이순신은 김시민을 통해 대략적인 남부 상황을 주고 받았다.


"그나저나 도원수, 지금 진주는 어떠합니까?"


"말도 하지 마십시오. 임진년 왜란 말엽에 두번째로 왜군이 쳐들어와 성민을 학살하고 성벽을 모조리 헐어버린 이후로 황폐화 되어 산골 촌락마져도 못한 처지입니다."


"그럼 재건에 시간이 오래 걸리겠군요."


"아닙니다. 다행히도 이번에 전라병사가 된 권준이 저희 경상도에 구휼미를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권준이라면.... 여해의 부하였던 사람이 아닌가?"


"그러합니다. 제가 전라좌수사로 있을 때는 순천부사로 있었고 근래까지는 충청수사로 있었던 사람입니다."


실제 권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순신의 부하들이 양란의 공을 인정받아 승차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임 되었었다. 이순신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권 수사가 전라 병사가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군요. 그 사람은 충직한 사람이니 도원수께서 믿으셔도 될 겝니다."


"예. 병판 대감의 말씀을 믿겠습니다."


"으흠. 그나저나 도원수께서는 이번 통신사 파견을 어찌 생각하시오?"


"저는 두 분께서 사지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럴리야 있겠소. 풍신수길이 왜국에서는 알아주는 영웅이라는데 우리를 죽인다면 그야말로 필부인 게지."


김시민은 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 했다. 그는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말을 꺼냈다.


"저는 특히나 병판대감이 걱정입니다. 병판께서는 왠지 전하께서 사지로 몰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께서 왜 날 사지로 모시겠습니까."


"지난 달 논공행상의 자리에서도 보았지만 전하께서 대감을 보시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으셨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영부사 대감."


유성룡은 선조의 이야기에 침묵을 지켰다. 김시민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양란을 거치면서 백성들은 전하를 무능한 임금이라고 공공연히 수근대고 그에 반해 병판께서는 영웅으로 칭송받고 계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백성들이 무지하여 그러는 것 입니다."


이순신이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이순신은 출발 하루 전에 선조와 다시한 번 독대 했다. 그 날로 돌아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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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늦은 밤 정릉행궁>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신 병조판서 이순신 들었사옵니다."


"오셨는가."


선조와 이순신은 아직 서먹서먹한 상태.


"신을 통신부사에 명해주신 성은은 잊지 않겠나이다."


"성은이라......."


"그러하옵니다. 전하."


"죽을 사지라는 것은 알고 있소? 아마 풍신수길은 분에 못 이겨서 그대를 보자마자 죽일지도 모르는 일."


"수길이 천하인을 자처하고 있는 처지에 신을 죽이지는 못할 것 이옵니다."


"내 그대에게 임무를 주고자 하는데 지킬 수 있겠는가."


"하명하시옵소서. 신이 받들어 봉행하겠나이다."


"조선의 원수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오라."


선조의 충격적인 발언. 선조는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듯 했다. 아니, 이제는 실성한 수준 이었다. 이순신 그에게 히데요시의 목을 베어 오라는 허황된 말을 하고 있다.


"전하...!"


선조는 이순신의 큰 소리에 바로 태세를 바꾸었다.


"아아. 과인이 한 번 해 본 소리요. 하지만 그대가 수길의 목을 내게 바친다면 과인이 가지고 있는 그대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을까 해서 해 본 말이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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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머리 속에 아직까지 선조의 농담이 생각났다. 물론 선조는 그렇게 말했을지 몰라도 이순신 그에게는 천근만근과 같은 말이었을 터. 이순신은 선조의 그 말을 속에 담아두고 꺼내지 않았다.


"잘 되겠지요. 나도 풍신수길의 얼굴을 보고싶던 찰나요."


3월 24일. 오랜 이동 끝에 강항은 대마도에 도착했다. 때 마침 대마도에는 고니시 유키나카가 와 있었다. 강항은 고니시를 만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소서 장군. 이것을 귀국 조정에 전해 주십시오."


"강 선생. 이것이 무엇이오?"


"우리 조선 조정에서 통신사를 보낸다는 서문입니다."


"통신사를 보내다니. 당신들 조선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군. 그래, 어디 통신사로 누가 오는지 들어나 봅시다."


"정사는 유성룡 대감, 부사는 이순신 대감입니다. 내가 서장관이지요."


고니시와 소 요시토시 등은 매우 놀랐다.


"이순신!" "그 이순신이 온다는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그 이순신 장군이 오십니다."


그러자 고니시는 강항을 농담조로 겁박했다.


"이순신이 온다면 그 자의 목이 붙어 있을 것 같은가? 어찌 그 자는 감히 죽을 길을 자청해서 온다는 말인가?"


"일본이 더 이상 야만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순신 그 분을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요시토시는 강항의 말에 칼을 빼 들었다,


"야만인이라고! 이런 겁 없는 놈을 봤나!"


"요시토시. 그만 둬라."


"장인어른!"


"어서! 조선에서 오신 손님이다. 그런 행동은 예의가 아니야."


"흥! 이런 자와 말을 오래 섞어봐야 좋을 게 없을 겁니다!"


요시토시가 홧김에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자 고니시는 강항에게 다시 말했다.


"요시토시가 요즘 들어서 부쩍 예민해져 있소. 전쟁 때문에 많은 쓰시마의 남자들이 끌려가 손상을 입은데다가 조선과의 관계도 끊겼으니 말이지요. 선생이 이해 하시오."


"괜찮습니다. 양국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대마도는 다시 조선과 통교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다녀 오는 동안에 선생은 여기 남을 작정이오?"


"그렇습니다. 답신을 받아 오셔야 제가 돌아가 정, 부사를 모셔 올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내 바로 나고야 성으로 가서 우리 태합 전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답신을 받아 오겠소. 그 동안 잠깐 여기 머물러 기다려 주시오. 요시토시에게는 잘 말해서 공에게 섭섭치 않게 대우하라고 일러두리다."


"되도록 빨리 답신을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소. 걱정 마시오."


고니시는 그 길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그가 거니는 대마도의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전술 했듯이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가 임진왜란에 대마도 남자라는 남자는 다 긁어모은 5천명을 동원해 임진왜란에 강제로 참여했고 그의 군대는 장인인 고니시의 소속에 배속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 조선과의 무역으로 먹고 살던 대마도가 관계도 끊긴 입장에서 멀쩡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니시가 만난 의문의 남자는 고니시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이었다. 그는 이순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응했다.


"이순신이 온다고요?"


"그렇소이다. 공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통신사가 우리에게 득이 될 지 해가 될 지 나는 감이 서지를 않아요."


"나고야 성에 무슨 일이라도 있답니까?"


"도쿠가와가 나고야 성에 왔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눈치가 태합 전하께서 쾌차하셨다니까 그걸 확인하러 나고야에 온 것 같습니다."


그 의문의 남성. 바로 이시다 미츠나리. 조선에서는 석전삼성이라고 부른다.


"교활한 늙은이지. 전하의 자리를 넘보는 사람이 아니랍니까."


미츠나리는 고니시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했다.


"게다가 또 다른 움직임도 있습니다."


"또 다른 움직임?"


"안코쿠지 에케이가 태합 전하를 안코쿠지로 모셔가자고 선동을 벌이고 있어요."


"에케이 선사가 무슨 의도랍니까? 알 수가 없는 일이군요."


"일단 그 사람은 전하의 병을 쾌유시키기 위해서 안코쿠지로 모셔가자는 거죠. 전하께서 그를 친구라고 신임하고 계시는지라 그의 발언이 받아들여질 건 뻔 합니다."


안코쿠지 에케이. 안코쿠지의 주지인 그는 혜경(에케이)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리 불린다.여기서 안코쿠지는 안국사의 일본어 발음이다. 일본에도 심지어는 중국에도 한국에도 안국사는 많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는 안코쿠지는 오늘날 히로시마현에 위치하고 있다.


"고니시 공 말씀대로 에케이가 무슨 흉계라도 꾸미는 게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중 늙은이가 무슨 음모를 꾸미겠습니까. 나는 그 보다도 도쿠가와가 제일 큰 걱정입니다."


"고니시 공. 내가 생각을 해 봤지만 제각기 셈법을 다르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태합 전하께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가 갑자기 새사람이라도 되신냥 다시 일어나셨으니 전하께 배신하는 마음을 품었다가 다시 충성을 맹세하려는 듯 한 자 들이 한 둘이겠습니까. 전하께서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자들, 전하께서 돌아가시면 다른 사람들에게 줄을 서려던 자들. 모두가 다 동상이몽이라고나 할까요."


"그 말씀 일리가 있습니다."


"태합 전하께서는 돌아가신 오다 노부나가 공의 아시가루(졸병)이셨고 나는 절의 동자승. 장군은 상인 출신이 아닙니까. 원래부터 전하를 탐탁치 않아하는 다이묘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요."


고니시는 미츠나리에게 선택지를 던졌다.


"어쩌시겠습니까. 조선에서 온 서장관을 먼저 만나 보시렵니까? 아니면 그냥 전하께 보고 하시렵니까."


"우선 그래도 조선에서 왔다는 서장관을 만나는 게 좋겠지요."


"공의 뜻 대로 지금 바로 그를 만나도록 하십시다."


잠시 홀로 남은 강항은 뭔지 모를 두려움에 떨었다. 과거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던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던 것인지 자신이 묵고 있는 방에 무사들이 들어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지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지키고 있던 시녀는 그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소....."


강항은 그럼에도 불안했는지 계속 땀을 닦았다. 하지만 그의 불안감은 더해왔다. 마침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강 선생. 들어가도 되겠소이까."


"누.... 누구십니까!"


"나요. 고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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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 조선의 승리(상) +2 21.09.30 27 1 11쪽
18 17 - 안국사의 난 : 실행(2)/히데요시의 최후 21.09.25 28 1 12쪽
17 16 - 안국사의 난 : 실행(1) +2 21.09.22 24 1 11쪽
16 15 - 안국사의 난 : 계획 21.09.20 27 1 10쪽
15 14 - 최후의 대담 +2 21.09.16 30 1 12쪽
14 13 - 불안했던 계책 +2 21.09.10 30 1 11쪽
13 12 - 소문 +2 21.09.01 31 1 10쪽
12 11 - 에케이를 설득하라 +2 21.08.28 36 1 11쪽
11 10 - 풍신수길 +2 21.08.25 36 2 11쪽
10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9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 4 - 대마도(1) +2 21.08.12 51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3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3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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