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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7
추천수 :
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10.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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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 - 조선의 승리(하)

DUMMY

이에야스는 급히 이들을 쫒아 회담장으로 갔지만 회담장에는 그 누구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회담장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 뭘 하느냐? 샅샅히 뒤져라!"


이에야스를 따르는 군사들과 닌자들은 회담장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발견된 것이라곤 갓 하나, 노리개 두 개. 그러니까 조선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만 남았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조선 통신사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잠깐 사이에 그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졌다는게야?"


그 때, 나오마사가 놀란 듯 말했다.


"주군! 항구로 가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항구?"


"거기에 조선 통신사들이 타고 온 배가 정박해 있습니다."


"그래, 어서 가 보자!"


이에야스가 항구로 길을 잡자 웬 전령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우대신! 우대신!"


"웬 놈들이냐?"


"저는 안코쿠지를 지키던 사무라이입니다."


"그런데?"


"오카야마성에서 군사들이 출진했습니다!"


"여기로 말이냐?! 도대체 누구의 군사라는 말이냐?"


"고시치노키리(오동나무) 문장의 군사였습니다."


"고시치노키리라면 태합의 문장이 아닙니까?"


이에야스는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너는 안코쿠지에 있던 사무라이라면서 그를 어떻게 자세히 아느냐?"


"오카야마성에 나가있던 아시가루들이 정탐을 나가서 보고한 것을 제가 바로 듣고 이리로 달려와 전하는 것 입니다."


혼동하는 도쿠가와에게 에케이와 그의 가신들은 종용했다.


"우대신. 어서 돌아가십시다. 조선 사신들을 추격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에케이 선사의 말씀이 맞습니다, 주군. 이 마사노부가 생각하기에도 우키타가 출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 된다! 그 무슨 소리인가? 선사와 마사노부는 돌아가도록 하시오! 나 혼자서라도 조선 사신들을 만날 것 이오!"


안국사 동쪽 멀리 위치한 오카야마성. 히데요시의 양자인 우키타 히데이에의 거성이다. 이미 이 때 가토는 막 교토에서 돌아와 우키타에게 합류해 있었다. 우키타는 5천의 병사를 급히 모아 안국사로 향하게 했다.


"가토 장군 당신 말대로 군사를 이끌고 안코쿠지로 가고는 있소이다만 태합 전하의 가몬을 함부로 써도 되는지 모르겠소."


"아닙니다. 중납언께서는 태합 전하의 양자로써 안코쿠지로 가시는 겁니다. 태합 전하께선 아마 기뻐하실 것 입니다."


"그런데 우대신 도쿠가와 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전후사정을 돌아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좋소. 어서 병사들에게 속보로 달리라고 하시오."


"속보로 달려라! 안코쿠지는 금방이다!"


이렇게 우키타군이 안국사로 진격하는 사실을 알게 된 이에야스지만 그는 판단력이 흐려졌다.


"주군, 항구로 가서 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유성룡과 담판을 지어야 해. 일을 저지르고서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조선 놈들만 어찌 곱게 보낸다는 말이냐?"


이에야스는 몰려오는 토벌군을 어찌 하려는 속셈 같았다. 그는 항구에 도착해 이미 조선 통신사 일행들이 떠났음을 알아차리고 급히 배에 승선했다.


"이 배로 조선 통신사들이 타고 온 판옥선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


"세키부네는 속도가 빠릅니다. 잡을 수 있습니다."


"어서 출항해라!"


"예!"


이에야스는 급히 한 척의 세키부네에 100여명의 군사들을 가득 실어 추격에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야스가 탄 세키부네는 판옥선을 금세 따라 잡았다. 갑판 아래서 쉬고 있던 유성룡과 이순신은 왜선 한 척이 따라 온다는 말에 놀라 갑판으로 올라왔다.


"어디에 왜선이 있다는 것인가?"


"저기를 보시옵소서! 저기 왜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사옵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배를 본 이순신은 왜선에 소리를 쳤다.


"거기 오는 사람이 누구요!? 정체를 밝히시오!"


이순신의 목소리에 나오마사가 반응했다.


"이이 나오마사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유성룡은 나오마사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정이직정? 아니 그 자가 여기까지 왜 온 것 일까?"


"우리가 갑자기 떠난 것을 따지려는 듯 합니다."


"이 보시게 수은."


"예. 병판 대감."


"자네는 영부사 대감을 모시고 뒤로 물러서게."


"예....?"


"어서 내가 시키는대로 하시게."


"알겠사옵니다."


이순신은 만일을 대비해 활을 준비했고 도쿠가와가 탄 세키부네도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거리를 두었다. 먼저 이순신이 고함쳤다.


"직정 선생! 용건이 무엇이오?!"


"우리 주군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잠깐만 멈춰 주십시오!"


"우리 조선으로써는 직분을 다 하였는데 왜 우릴 잡아두려 하는가! 물러 서시오!"


"잠깐이면 됩니다!"


곧이어 뒤에 서 있던 이에야스가 앞으로 서 이순신과 대면했다.


"이 장군! 아직 논의 할 것이 남았소! 잠시 만나 이야기 합시다! 우리가 그리로 넘어가리다!"


이순신은 결국 활을 들고야 말았다. 이순신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신의 활에 수백명 조선 통신사들의 목숨이 달려있다.


"덕천 장군!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 할 것이 없소! 다가오면 내 활이 그대의 심장을 쏠 것 이오!"


이순신이 활을 이에야스에게 겨누자 나오마사는 이에야스를 끌어 당겼다. 이에야스는 가신의 행동에 당황했다.


"나오마사! 이게 무슨 짓이냐?!"


"주군. 안 됩니다. 이순신은 활을 들었습니다. 그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 풍랑이 거센 것이 아니 보이느냐?"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난 임진년 전쟁에 참전했던 대명들 중에 이순신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순신이 궁술에 뛰어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필요 없어! 그래도 나는 꼭 저들을 만나겠다!"


"주군! 어차피 이 파도치는 바다에서 저들을 어떻게 잡겠습니까? 그냥 돌려 보내십시오!"


"내게도 다 생각이 있다. 그러니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아라!"


이에야스는 다시 이순신의 시야에 나타났다.


"이 장군! 가토 놈이 안코쿠지로 오고 있다고 하오! 그러니 잠깐만 배를 세우시오!"


"무슨 소리! 나 이순신은 내 장검으로 조선의 원수 풍신수길을 죽였소! 가등청정이 안국사로 오는 것은 오로지 덕천가강 그대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조선은 모든 책무를 다 했소!"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소! 뎃포병(조총병)! 뎃포병들을 세워라!"


"피융!"


"으앗!"


"주군!" "주군!" "주군이 쓰러지셨다! 어서 주군을 모셔라!"


이순신의 화살이 이에야스의 어깨에 박혔다. 풍랑이 세차지 않았다면 아마 이에야스의 심장을 꿰뚤었을지도 모른다. 200보 거리를 두고 이순신은 쓰러진 그에게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덕천가강과 그 수하들은 들어라! 나 이순신은 목숨을 걸고 너희와 더불어 풍신수길을 죽였다! 헌데 사세가 급해지니 우리를 잡아 배신하고자 하는 것은 무슨 속셈이냐! 너희들은 내 이 자리에서 그대로 격멸할 수 있을 것이로나 다만, 너희들과의 정을 생각해 돌려 보내주겠다! 계속 우리를 쫒아온다면 그때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이다!"


"와아아아아!" "이순신 장군 만세!"


"이이잇!! 이순신!!"


이순신의 명언에 판옥선 갑판위에 조선 통신사들은 환호하고 이에야스의 세키부네는 판옥선과 점점 멀어져 갔다.


그 시각. 우키다 휘하의 군사들은 마에다 토시이에가 타고 있던 마차를 발견했다. 우키타와 가토는 즉시 말에서 내려 마차로 달려갔다.


"아.. 아니!"


"다이나곤(대납언)......!"


"아무래도 반역을 일으킨 자들이 다이나곤을 암살한 것 같습니다."


"으흐흐흑....!"


우키타 히데이에는 토시이에의 시신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대납언과 중납언으로써 서로 직위적으로 가까웠고 히데요시를 중심으로 한 관계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가토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중납언.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태합 전하께서 어찌 되셨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서 안코쿠지로 가셔야 합니다."


때 마침, 우키타의 토벌군은 에케이, 마사노부 등과 마주쳤다. 우키타는 에케이를 알아보고 그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오오. 선사. 마침 잘 만났습니다. 지금 태합 전하께 가는 길입니다만. 태합 전하는 무탈하십니까?"


에케이는 우키타의 등장에 어쩔 줄 몰랐다. 마사노부는 품에 품고 있던 칼을 빼 들었다.


"선사. 뭘 망설이십니까. 이미 엎질러 진 물입니다."


"하... 하지만 저들의 군세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한 일이 아닙니까. 어서 칩시다!"


에케이가 결단을 하지 못하는 사이 마사노부는 자신 독단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돌격하라! 히데이에를 죽여라!"


히데이에는 놀라 그대로 응전했다. 한 밤 중에 또다시 군사들 간에 칼부림이 이어졌다.


"쳐라! 반역자 놈들을 죽여라!"


시간이 흘러 교전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에케이를 따르는 지역민까지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키타 히데이에에게 맞섰지만 가토가 선봉에 섰는데다가 지역민이라 농민군 수준도 아니되니 결국 이들은 안국사까지 밀려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 역시 부상을 겨우 붕대로 감은 채로 안코쿠지 근방까지 밀려난 신세. 당대 조선 최고의 재상 유성룡, 당대 조선 최고의 장수 이순신 그 둘만 믿고 죽지도 않은 히데요시를 죽여 천하를 얻고자 했던 그의 처지는 목숨이 곧 떨어지게 되었다.


이미 도망치던 안코쿠지 에케이는 토벌군에게 나포되고 이이 나오마사와 혼다 마사노부는 혈전 끝에 죽었다. 포위망이 좁혀져오자 이에야스의 어린 시동은 이에야스에게 피할 것을 종용했다.


"주군. 어서 피하십시오. 여기는 제가 막겠습니다."


"녀석아.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 내가 일순간 판단을 잘못했다."


"주군!!"


"가라! 나 같이 웅졸한 주군을 만난 것은 너의 불행이다! 그러나 어린 너 따위를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


이에야스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조선 놈들과 손을 잡았던 것 이지.... 어차피 태합은 얼마 안 가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하는 내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나....? 후회스럽다. 일생을 이렇게 후회스럽게 마치다니....'


생각에 잠겼던 그가 눈을 뜨자 시동은 사라지고 자신의 주변을 군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가토 기요마사가 있었다. 기요마사는 철퇴를 든 채로 이에야스를 응시했다.


"용케도 일을 벌이셨더군요."


"가토. 자네가 날 죽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보나? 자네가 섬기던 태합 히데요시는 죽었어."


"태합 전하는 죽었어도 나 가토는 살아있습니다. 내 진즉 우대신이 능구렁이 속인 줄 알고 있었지만 태합 전하를 죽이다니... 잘 가시오."


가토는 그대로 이에야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에야스의 피가 가토의 얼굴에 산발하며 튀었다. 1599년 7월 28일. 꼭 히데요시가 죽은지 8시간이 흘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향년 5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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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 조선의 승리(상) +2 21.09.30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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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 안국사의 난 : 계획 21.09.20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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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 불안했던 계책 +2 21.09.10 30 1 11쪽
13 12 - 소문 +2 21.09.01 31 1 10쪽
12 11 - 에케이를 설득하라 +2 21.08.28 36 1 11쪽
11 10 - 풍신수길 +2 21.08.25 36 2 11쪽
10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8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0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3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3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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