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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1
추천수 :
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8.1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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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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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DUMMY

유성룡과 이순신은 그렇게 둘이서 나오마사의 안내를 받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났다. 교활한 히데요시와는 다르게 이에야스는 너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에야스는 근래에 살이 급격하게 쪘는지 앉는게 불편해 보였다.


"아. 두 분이 조선에서 오신 통신사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귀공이 덕천가강 공이십니까?"


"예. 앉으십시오. 제가 몸이 불편해서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것은 이해해 주십시오."


유성룡과 이순신, 이에야스와 마사노부. 네 사람이 교토 한 가운데에서 이제 밀담을 나누는 순간이다. 이순신은 유성룡 대신 이에야스에게 말을 했다. 자신이 따로 선조에게 당부받은 일도 있었기에 유성룡 보다는 그가 말하는 게 옳았다.


"우리가 덕천 공을 뵙고자 한 것은 우리 조선 조정의 뜻을 귀공에게 전하려는 뜻에서 입니다."


"으흠.... 장군께선 조선 조정의 뜻을 왜 내게 전하십니까?"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은 공은 아셔야 하지만 태합은 알아서는 아니되기 때문입니다."


마사노부는 기회다 싶어 허리를 최대한 펴고 앉았다.


"으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오이까?"


"소생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요?"


"얼마든지 하시오."


"조선의 사신들께오서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려는 이유는 태합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서 그렇습니까?"


"마사노부! 입을 조심해라!"


"죄송합니다. 주군."


이에야스는 이순신에게 사과했다.


"제 가신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정확한 곳을 집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사실 일본과 화평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풍신수길이 살아있는 일본이라면 말이지요."


"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요?"


이순신이 슬쩍 유성룡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우리 조정은 이미 일본의 내부 사정이 다 어떠한지 알고 왔습니다. 조선 조정이 덕천 공을 도와드리겠소이다."


유성룡의 말에 이에야스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하하!!!!!"


"주군!"


"도대체 그대 조선사신들이 나 이에야스를 어찌 보고 하는 말이오. 내가 죽어가는 히데요시의 권력을 내 힘으로 움켜쥐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셨소?"


"그러나 장군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일텐데요. 지금도 우리 조선을 침공했던 태합의 가신들이 아직까지 모두 태합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 보시오. 내가 일본 전역에 거느린 군사들은 자그마치 10만이오. 하지만 히데요시가 왜 내 군사를 조선정벌에 동원하지 않았는지 아시오? 그건 바로 히데요시가 나를 두려워 했기 때문이지. 나도 핑계를 대었지만 나는 히데요시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의 다이묘가 아니요. 조선 조정에서 나를 도와주겠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 제안은 사양하겠소."


"이것 보시오! 나는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야만 하오!"


이순신의 평정심을 잃은 한 마디. 그 한마디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 발언은 유성룡이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여해! 그 무슨 말씀인가?"


"우리 주상 전하께오서 내게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 가지고 오라고 명하셨소. 덕천 장군이 원하신다면 내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드리리다! 그러면 이제 이 땅은 모두 당신 차지가 되는 게 아니요?!"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 하지만 그건 무모하다는 것은 아시오?"


"나는 우리 조선의 바다에서 그대들 일본군을 맞서 싸울 때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써 항시 전쟁에 임했소. 그런 내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 하겠소. 히데요시는 이미 일본에서도 그 민심을 많이 잃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조선의 원수이자 일본의 원수인 풍신수길을 죽이자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마사노부는 이순신의 말을 적극 동의하였다.


"그것 참 아주 대단한 일이군요. 만일 조선에서 오신 통신사들께서 대신 처리만 해 주신다면 천하는 이제 주군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것 입니다."


이에야스는 크게 고민했다. 네 사람은 서로 각자 다른 이해타산을 가지고 마치 동상이몽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에야스는 크게 고민하였다.


"내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소. 덕천 공께서 결단만 내려주시면 될 일이요."


"조선에서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나를 도와주실 수 있겠소."


"물론이오. 뒷 일을 보장해 준다면 거절 할 이유가 없소이다."


"잠....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아까부터 정신이 혼미했던 유성룡은 이순신을 끌고 나왔다.


"이 사람아! 풍신수길의 목을 베자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나는 오늘 여해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이."


"저는 전하의 어명을 따르려는 것 뿐 입니다."


슬슬 두 사람의 언행은 격해져갔다.


"여해. 그게 설사 전하의 뜻이어도 그것은 전하께서 자네를 죽이려고 하시는 것임을 어찌 모르시는가?! 아직도 전하는 자네를 곱게 보시지 않음을 어찌 모르는가!"


"그래서입니다! 제가 그러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제 조선은 일어나는 일만 남았습니다. 헌데 왜 제가 아직도 전하의 의심을 받아야 합니까? 시기를 당해야 합니까! 저는 제가 풍신수길의 목을 베어 전하께 바치는 것이야 말로 전하께 진정한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제 마음을 대감께서 알아 주십니까!"


이순신. 평생 역심 한 번 품지 않고 여진족과 왜적을 상대로 싸운 충의 상징. 그런 그도 인간이 아니던가. 선조의 지나친 시기와 의심은 그의 정신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이순신의 마음은 어떻게든 선조의 의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과 그에 대한 증오와 배신감이 공존해 있었다. 전란 때 처럼 왜적을 물리치는 길이 조선을 구하는 길이라는 자신의 대의를 가지고 왜적과 싸울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다.


애초에 이순신에게 병조판서와 오위도총부 도총관이라는 자리를 줘 그에게 병권을 쥐어주어 상대적으로 불안감과 부담감을 준 것도 선조이고 그를 통해 이순신을 끊임없이 공격하려는 것도 선조였다. 서인이나 북인의 선동이 아니더라고 선조 그 자신은 이순신이라는 인물 자체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런 이순신의 마음을 모를리가 없는 유성룡.


"자네의 마음은 잘 아네. 그러나 이 길은 정도가 아닐세. 여해 자네가 걸어야 할 길이 아니라는 말이야. 자네같은 충의지사가 어찌 풍신수길을 죽여 자네의 명예를 스스로 더럽히려고 하는가?"


"제가 명예와 위신만을 따지는 사람이었다면 오늘날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 입니다. 우리 통신사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일본의 사정을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직접적인 행동을 포함하는 것 입니다. 그건 누구보다도 대감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아직 모르겠네. 일단 가서 덕천가강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들어나 보세."


유성룡과 이순신이 들어가려고 하자 이에야스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조선의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제안은 일방적으로 이 사람이 정한 거외다. 그러니 우리에게 시간을 좀 주십시오."


이에야스는 유성룡의 행동을 심히 의심쩍게 보았다.


"먼저 제안하고서 지금와서 발을 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좀 더 의논을 할 시간을 달라는 겁니다."


"모든 것은 안국사에서 다시 만나 결론을 짓도록 합시다. 그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에야스와 마사노부는 이순신을 뒤로한 채 사라졌다. 이에야스는 마사노부에게 말했다.


"조선에서 나를 도와만 준다면 이 천하는 내 손에 쥘 수 있는 것 인가."


"그렇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주군."


"흥. 출신도 불분명한 아시가루(졸병)인 히데요시 따위가 나를 10년 동안 괴롭혀 왔어! 그 동안 참은 세월이 얼마인가!"


"이제야 그 뜻을 이루실 수 있겠군요."


"다다카츠를 불러라. 그와 의논 할 것이 있으니까. 자네가 직접 가서 상황을 설명 해 주게."


"알겠습니다."


본다충승, 혼다 다다카츠. 오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모두가 고금에 다시는 없을 장수라고 극찬한 이에야스 최고의 맹장. 풍채 좋은 그는 교토 내 이에야스의 저택으로 급히 찾아왔다.


"불러 계십니까. 주군."


"내가 왜 자네를 불렀는지는 알고 있겠지?"


"마사노부에게 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자네 생각이 어떤지 궁굼하네. 아직도 히데요시에게는 많은 가신들이 있어. 특히나 시즈가타케의 칠본창들은 무시하지 못할 자들이지."


"주군의 뜻은 어떠십니까."


"나는 자네만 내 앞에 서 준다면 히데요시에게 맞서겠네."


"그럼 망설이지 마십시오! 제 창이 주군의 검이 되고 제 몸이 주군의 방패가 되어 주군을 지킬 것 입니다!"


"좋아! 그럼 당장 자네는 간토(관동)로 돌아가서 군사들을 훈련 시키게.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니까."


"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한 편, 교토의 객관으로 돌아가던 유성룡과 이순신은 서로가 잠시 서먹해진 듯 했다.


"대감."


"왜 그러나?"


"이래야만 하는 제 자신이 답답합니다. 가끔이면 왜 제가 살아있는지 또 지금의 저는 제 자신인지 아니면 위선을 부려 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면 차라리 노량에서 죽었어야 했습니다."


이순신의 한탄에 유성룡도 덩달아 한 숨을 쉬었다.


"자네를 도와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 이네. 어찌 자네와 같은 충신이 임금의 모함과 시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꼭 제 신세가 난릉왕과 한신이 아닙니까."


모두 임금의 시기로 죽은 사람들이 아닌가. 비슷한 사례로는 남이가 있지만 아직 이 때는 복권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직 대감께 저는 친구입니까."


"그 무슨 소리이던가. 여해 자네는 여전히 나의 친구일세. 그건 옛날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아. 일단 자네의 행동은 조금 경솔했네. 가서 서장관과 자세히 의논 해 보세."


이순신과 이에야스. 각자 목적은 다르지만 히데요시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 일본의 수도 교토에서는 앞으로 예견 될 피바람의 서막이 두 영웅의 꿈과 함께 오르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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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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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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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3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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