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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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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8.1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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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DUMMY

유성룡이 다짜고짜 이순신을 데리고 윤두수의 집을 찾으려는 것은 그가 왜란 직후 보인 행보들이 정략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두수는 집에서 먼 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참으로 앞으로의 일이 첩첩 산중이로구나....."


"어르신. 영상 대감께오서 찾아오셨습니다요."


"서애께서? 그럼 어서 사랑으로 뫼시지 않고서?"


윤두수는 유성룡이 왔다는 소식에 사랑으로 왔지만 이순신이 같이 왔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는 이순신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오음 대감. 늦은시간에 실례하겠습니다. 병판을 데리고 함께 왔습니다."


"아.... 아니? 병판께서 어찌 내 집까지 오셨소...?"


이순신은 윤두수에게 인사를 올렸다.


"아까 뵙고도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영부사 대감."


"허허. 무슨 말씀이시오. 왜란의 영웅께서 이 누옥을 다 찾아 주셨소이다. 자자, 다들 앉으세요."


유성룡과 이순신이 좌정하자 윤두수는 일단 차를 내오게 한 뒤 둘이 자신의 집에 방문한 이유를 떠 보았다.


"두 대감들께서 어찌 내 집에 다 찾아 오시었소?"


유성룡은 사실대로 말했다.


"영부사께선 지금 서인의 영수요. 지난 날을 돌아보자면 몇년 전에 송강(정철) 대감이 졸하고 얼마 전에는 우계(성혼)께서 세상을 뜨셨으니 이젠 대감의 말이 곧 서인의 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해서 내게 무슨 도움이라도 청하러 오신겝니까?"


"아닙니다. 저는 대감께서 왜 어전에서 아우되시는 좌찬성 대감을 책망하시면서까지 병판의 편을 드셨는지 제가 그 까닭을 알아야겠기에 이리 찾아 왔습니다."


윤두수는 뭔가 예전의 일부 정략적인 행동들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었는지 사실대로 두 사람에게 자신이 그러한 이유를 말했다.


"전란은 끝이 났소. 이 조선은 개국 200년 이래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 백성들은 기근에 허덕이고 이 전 후의 충격이 가시려면, 또 나라를 재건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오. 그런데 당파 싸움을 벌인다면 이 나라가 어찌 되겠소?"


"그게 대감과 서인이 여해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랍니까? 단순히 그럴 이유만은 아닐텐데요."


유성룡의 의심에 윤두수는 담뱃대를 물고 진지하게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는 않소. 허나 그렇다고 우리 서인이 일방적으로 남인이나 북인에게 끌려다니겠다는 말은 아니올시다. 나는 저 병조판서 이순신이라는 사람의 신망과 인망을 보았기 때문이오. 온 백성들이 전란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이순신에게 죄를 주자고 주청해서 그것을 우리 서인들이 성사시켜 이룬다면 역사는 우리 서인을 영웅을 모함한 간신배라고 매도를 하겠지. 아니, 그 전에 내 양심이 그럴 수가 없었소."


"대감....."


윤두수는 정략적으로도 또, 개인적인 양심으로도 아무런 죄가 없는 이순신을 단순히 남인이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란을 일으킨 풍신수길도 멀쩡히 살아서 병석에서 일어 났다면서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전란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싸움은 그치는 게 좋겠지요. 병판은 재침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돚꼭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잘 압니다. 서애가 나를 믿지 않을 것을..."


"그것이 오음의 진심이시라면 어찌 제가 모른다고 하겠습니까. 대감을 굳게 믿으오리다."


유성룡을 만족한다는 얼굴로 보던 윤두수는 갑자기 이순신의 손을 꼭 잡았다.


"여해.... 지난 날 이 사람과 서인들의 과오는 잊어 주시오... 이 늙은이가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소. 나와 서인들이 대감에게 너무 모질게 하였소이다..."


"영부사 대감.... 저는 이미 그 일을 담아 둔 적도 없고 그 일을 담아 두었더라도 이미 잊었을 것 입니다."


이 세 사람의 회동은 사실상 서인과 남인의 화합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순신은 윤두수의 정치적인 식견을 빌리고자 했다.


"긴히 두 대감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 해 보시게."


"아까 행궁에서 전하께오서 저를 잡아 놓으시고 풍신수길이 재침 할 것이냐고 제게 하문 하셨습니다."


"전하께오서 말씀이오?"


"예. 하여 저는 수길이 적잖은 피해를 입었고 왜국 내부의 수길의 자리를 노리는 적이 많아 다시는 재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 올렸습니다만 어찌들 생각 하십니까?"


윤두수나 유성룡 역시 이순신의 의견에 동의했다.


"풍신수길이 60이 넘었으니 병석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주도적으로 할 수는 없겠지요....."


"영부사와 여해 자네의 생각이 나와 꼭 같으이. 풍신수길이 7년 동안 소모한 왜국의 물자와 잃은 것이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풍신수길은 아무것도 이제 할 수가 없을 게야."


"허나 두 분 대감과 제 생각이 같을 것이나 제가 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왜국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국의 사정에 따라서? 어디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시게."


이순신은 지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부터 잡은 항왜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일본에는 덕천가강(도쿠가와 이에야스)이라는 실력자가 있다고 합니다."


"들어 본 이름 같구만. 꽤나 야심가라고 하던데?"


"문제는 이 자가 풍신수길에 못지 않은 세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입니다. 지난 임진년 부터 저희 수군에 항복 해 온 항왜들의 말을 들어보면 덕천가강이라는 자는 수길이 어서 죽기를 바라며 수길이 죽은 후에 왜국을 자신의 손에 틀어쥐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럼 병판은 그 까닭이 무엇인지도 아오?"


궁금해 하는 윤두수에게 이순신은 보다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제게 항복해 온 항왜들 중에 무사 출신도 꽤 많아서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원래 덕천가강은 수길이 모시던 주군인 직전신장(오다 노부나가)과 동맹 관계에 있던 대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장이 목룡사(혼노지)에서 부하인 명지광수(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배신을 당해 죽은 이후에 그 부하인 수길이 신장의 세력을 모두 자기가 차지하고 이어서 자신 가강을 굴복시켰으니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게지요. 실제로 덕천가강은 수길의 주군이었던 직전신장의 아들과 동맹을 맺고 그에게 맞섰지만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항복했다고 합니다."


"음.... 자신과 동맹관계에 있던 대명의 부하가 그 세력을 고스란히 흡수 해서 제 상전 노릇을 했으니 그 자로써는 분통이 터질만 하구만. 영상의 생각은 어떠시오이까?"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수길이 원래 평민 출신이었다고 하니 그 반감은 더 하였을 겁니다."


곧 이어 차가 내어지자 윤두수는 두 사람에게 먼저 차를 따라 권한 뒤에 자신의 잔에 차를 채웠다.


"그렇다면 병판께서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오?"


"왜국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 조선으로써는 가만히 있어서는 아니 되질 않겠습니까?"


다시 담뱃대를 무는 윤두수.


"가만히 아니 있는다면 통신사라도 보내면 그만이겠구려."


통신사 이야기를 꺼내는 윤두수. 무엇보다도 1590년에 통신사 파견을 반대했던 서인의 영수가 아니던가.


"대감. 그 말씀 진심이십니까?"


"서애. 내 분명히 말해 두지요. 경인년(1590)년에 보낸 통신사는 잘못 된 겁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통신사는 왜국에 내부 사정을 파악하러 보내는 통신사요."


"자세히 말해 보십시오."


"통신사를 보내서 왜국의 사정을 알아보고 협상을 해서 요구할 건 요구하자 이런 말이외다. 아무리 영악한 원숭이라도 이빨빠진 원숭이라면 그에게 요구를 하는 것은 언제든지 통하는 법이거든."


유성룡은 그런 통신사 파견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 되는군요. 일의 성사여부를 떠나서 염탐을 위한 거라면 말입니다. 허면 내일이라도 당장 전하를 찾아 뵙고 통신사 건을 아뢰겠습니다."


윤두수는 그런 유성룡을 막았다.


"이번 통신사는 내가 주청을 드릴 겁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오음(윤두수의 호)께서 전하의 분노를 사실 수도 있습니다."


윤두수의 의지는 굳건했다.


"지난 임진년에 요동으로 가시려는 전하의 말고삐를 잡고 필부라고 하면서까지 말린 나요. 걱정 마세요. 내가 꼭 통신사의 파견을 관철 시킬겁니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그렇게 윤두수와 담소를 나누었다. 유성룡이 어릴 때 이순신과 지낸 이야기, 동서 분당 이전의 유성룡과 윤두수의 일화들을 말이다. 밤이 깊어지자 유성룡과 이순신은 그의 집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유성룡은 이순신에게 물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오늘의 영부사가 어떤 것 같은가?"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테지.. 나도 영부사가 생각과 신념이 바뀐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네."


"저는 영부사 대감께서 제 손을 잡으실 때 그 분의 눈에서 진심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진심이라면 이 나라 조선을 위해서 나쁜 일이 아닐 것 입니다."


이순신의 말에 유성룡은 한 숨을 쉬었다.


"내가 관직에 막 올랐을 때 오음은 윤원형(명종의 외숙부), 이량(명종의 처외숙부), 심통원(명종의 처숙부)과 같은 외척들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었지. 명종대왕 앞에서 목숨을 걸고 기개있게 간언하던 오음으로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유성룡의 기대대로 다음 날이 되자 윤두수는 행궁에 찾아와 선조를 배알하였다. 선조는 그가 찾아 온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오음께서 날 보자고 하였다지요?"


"신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여 전하께 감히 죽을 각오로 주청 드리고자 알현을 청하였나이다."


납작 엎드려 간언하는 노신의 모습을 본 선조는 그를 가상하게 여겼다.


"무슨 말이길래 죽을 각오까지 하신단 말이외까. 어디 말씀 해 보시오."


"왜국에 조선 통신사를 파견하시옵소서."


선조는 윤두수의 주청에 깜짝 놀랐다.


"뭣이라?! 지금 우리 조선의 원수인 왜국에 통신사를 파견하자고 했소?!"


"그러하옵니다."


선조는 마음을 다 잡고 윤두수를 질책했다.


"경이 감히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제 영상 대감과 병판이 신의 집을 찾아와 전하께서 수길의 침공여부를 물으셨다고 하여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옵니다."


"병판이라면 이순신을 이름이오?"


"그러하옵니다, 전하."


선조는 그것에 매우 분노했다.


"이순신... 그 자가 또 과인을 기만한 것 인가! 과인과 독대한 내용을 어찌 사방에 알린다는 말 인가?"


하지만 윤두수는 예상대로 이순신을 두호했다.


"전하. 나라를 위해 조언을 구하고 대신들에게 의견을 물은 병판을 죄 주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가 신의 집을 찾아 온 것은 오로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 된 일 인 줄 아옵니다."


선조는 바로 뒤로 내뺐다.


"아. 누가 죄를 주자고 했소. 신의가 없다고 질책한 것이지. 그래서, 경의 뜻이 어떠한 게요? 도대체 통신사를 보내자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오?"


"통신사를 보내자는 것은 신의 생각이옵니다. 병판에게 왜국의 사정을 보다 소상히 들어보니 왜국 내에 얼마 가지 않아 변고나 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옵니다. 이러한 호기를 어찌 놓칠 수가 있겠사옵니까. 보다 왜국의 사정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친선을 명분 삼아 통신사를 파견하시어 저들의 적정을 살피는 것이 옳다고 사료 되옵니다."


"이 일을 누구와 의논했소?"


"영상과 병판 이외에는 논의한 바가 없사옵니다."


선조는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


"좋소이다. 그럼 일단 경은 집에 가서 쉬도록 하시오. 조만간 과인이 대신들을 소집하여 경과 더불어 대신들의 의견을 물으리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일본의 상황을 정탐하는 목적의 통신사. 과연 파견 자체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지극히 정략적인 선조의 결단이 여기서 어떻게 발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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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1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4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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