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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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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8.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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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 풍신수길

DUMMY

유성룡과 이순신이 이에야스와 협력하기로 결론을 보자 이들은 안국사로 바로 향했다. 두 사람은 가면서 마음이 복잡한 듯 했다.


"왜란을 일으킨 풍신수길은 어떻게 생겼을까."


"본 사람들 말로는 생김새가 꼭 원숭이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와 같을 것 입니다."


"그의 앞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일단 풍신수길의 병세가 어느정도인지 알아 봐야 할 것 입니다."


"음. 그래야겠지."


이들이 안국사에 도착하자 그들을 멀리서 고니시가 배웅을 나왔다.


"오셨습니까. 교토에서 여기까지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소서 장군께서 나오실 필요가 있소. 그저 우리가 태합을 뵈러 들어가면 될 것을."


"아닙니다. 제가 통신사를 영접하는 대임을 맡은 사람으로써 어찌 그러겠습니까. 자, 들어가시지요. 태합 전하께오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조심히 절 안으로 들어왔다. 안국사 내부는 스님들이 나와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작은 연못으로 대나무 통에서 물이 쫄쫄 흐르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 이었다.


"태합 전하. 통신사 분들이 오셨습니다."


"들어 오라고 해라."


풍신수길의 목소리는 통신사 일행이 듣기에 그의 권위와는 다르게 경박스러웠다.


"자, 드시지요."


두 사람이 들자 히데요시는 다짜고짜 이순신을 찾았다.


"오호. 어서 들 오시오. 누가 이순신이시오?"


이순신은 그런 그를 정면으로 보며 눈을 마주쳤다. 이순신은 감정적으로도 그를 존대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지만 형편 없는 그의 외모에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태합이 되십니까."


"그렇소이다."


"태합이 찾으시는 이순신이 바로 납니다."


그런 이순신의 태도는 일본 측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가장 먼저 가토가 반응했다.


"아니 이런 겁 없는 자를 봤나!"


"가토 공! 그만 두시오! 사신께 그 무슨 무례요?!"


"고니시 장군! 지금 나를 가르치는 거요!"


히데요시는 단 한마디로 이들을 진정시켰다.


"가토. 너는 나가 있어라. 여기에 앉아봐야 좋을 게 없겠어."


"태합 전하!"


"어서 나가란 말이다!" "하!"


가토는 이순신의 눈을 째려보며 나갔지만 이순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을 태합께서는 세워 두실 참입니까."


"아아. 실례했소. 자자, 앉으시오."


히데요시의 건강은 보기보다 괜찮아 보였다. 단순히 외관만 보기에는 감기에 걸려 며칠 고생하는 사람처럼 병색이 나쁘지는 않은 듯 했다.


"이순신 그대를 오늘 처음 보지만 범상치 않은 것 같구려."


"나도 태합의 위명을 듣기만 하다 오늘 처음 뵙지만 가히 그 생김새가 영웅이라 할 만 한 듯 합니다."


"허허... 내가 전쟁을 일으켜서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순신 당신 덕이 크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내가 명나라까지 갈 수 있었을텐데.."


서로의 인사가 끝나자 히데요시는 이순신에게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순신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야 조선을 침략하여 많은 인명을 살상한 태합에 비하겠소이까. 나도 내 임금께서 허락만 하셨다면 아마 우리 조선 수군이 경도를 장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음하하하. 어쨌든 잘 오셨소. 이순신 그대가 통신사로 오다니 아주 의외로군. 그래, 조선에서 오신 까닭이나 들어볼까?"


드디어 유성룡이 말했다.


"우리 조선은 일본과의 화평을 원합니다. 우리 조선을 침략한 과오를 인정하고 다시는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받으러 왔습니다."


"과오를 인정해?"


"그렇습니다. 태합이 지난 양란에 수십만 대군을 동원 해 우리 조선을 친 것은 태합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오. 태합께서 패배를 인정한다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는 않으오리다."


"의외로군. 나는 그대들이 굽신거리며 들어올 줄 알았는데."


"우리가 굽신거릴 이유가 뭐에 있단 말입니까?"


"당연하지. 조선은 내게 명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하고서 나를 배신하지 않았나. 아마 그대 둘이 내 가신이 되었더라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줬을게야."


"농이 지나치시군요. 우리는 조선의 신하지 태합의 가신이 아닙니다."


"왜? 그대와 이순신의 왕은 나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인사가 아니던가?"


히데요시의 거만한 태도는 유성룡을 분노케 했다.


"이거 보시오! 그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이런 방자한!"


"뭐.... 뭣이?! 내가 방자하다고!"


"나는 그대가 한낮 졸병 출신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아오! 얼마나 그대가 우리 조선을 우숩고 가볍게 보았으면 우리 전하를 더러 각하라고 하였겠는가?! 처참히 전쟁에서 패하였으면 엄연히 그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닌가?! 태합 그대가 미천한 출신이라 그런 법도를 몰라서 그러는가!"


아마 히데요시 면전에서 힐책하고 비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유성룡 단 한 사람일 것이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건드린 것에 매우 분노했다. 그는 충혈 된 눈을 부릅뜨고 갑자기 일어서 칼을 빼 들었다.


"이 놈! 내 출신을 가지고 나를 기망하려 들다니!"


"어디 그 칼로 나를 죽일테면 죽여봐라! 일국의 태합이라는 자가 이렇게 용렬한 자인지는 몰랐군!"


마에다 토시이에와 고니시는 급히 일어나 그를 말렸다.


"태합 전하! 태합 전하! 고정하십시오!"


"이거 놔! 감히 조선 놈들 따위가 과인을 모욕 해!"


"뭣들 하시오?! 어서 나가시오! 어서!"


토시이에의 외침에 유성룡과 이순신은 방을 나갔다.


"풍신수길이라는 자, 도무지 상종할 사람이 못 되는 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입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일단 객사로 돌아가던지 하세. 종의지 도주가 우리를 데리고 가겠지."


유성룡과 이순신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안코쿠지 에케이가 들어왔다.


"저...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토시이에는 에케이를 크게 나무랐다.


"에케이 선사! 그대가 태합 전하를 여기 안코쿠지로 모신 것은 내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되었소!"


"토시이에 공.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께서 마음이 편해지시고 건강이 나아지시기는 커녕 일어나셨을 때 보다 더 좋지 않지를 않소이까?!"


에케이는 속내를 숨기고 있었지만 자신 나름대로 항변을 했다.


"제가 태합 전하를 안코쿠지에 모시자고 한 것은 제가 이 곳의 주지라서가 아닙니다. 보다 전하의 신변을 보호하고 전하의 완쾌를 위한 것이지요."


"이것이 어찌 전하를 위한 일이오!"


"나고야성은 거성입니다. 전하께서 쓰러지신 이 때에 전하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그런데 그 넓은 곳을 어찌 다 지키겠습니까? 하고 여기 안코쿠지는 주변 산세가 가파르고 또한 공기가 맑아 옛부터 병이 든 사람이 자주 찾아오는 사찰이었습니다. 해서 강력히 주장하여 모시고 왔는데 어찌 그러십니까."


"마타시로. 에케이의 말이 맞네. 그러니 이제 그만 두게."


"전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오사카성이나 교토로 가십시오. 여기는 전하께오서 머무르실 곳이 안 됩니다."


히데요시는 천운이 도와주게도 안국사에 계속 머무르길 원했다.


"내 기력이 거기까지 갈 수 있으리라고 보나. 여기 있기 싫다면 돌아가도 좋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태합 전하를 두고 영지로 돌아가겠습니까."


"그럼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해. 여기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니까."


한 편, 강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는 더불어서 그 가신들은 물론 전국 대명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서장관. 고생이 많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병판 대감. 대감의 노고에 비하면 불초 소생은 하는 일이 없사옵니다."


"그래. 주변 상황은 잘 살펴 봤는가?"


"예. 이 곳 안국사는 주변에 민가가 많은 곳이 아니여서 중심지와는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거사를 치루기에는 적합한 곳이겠지요. 문제는 혜경이라는 중입니다."


"혜경? 그 안국사 주지라는 사람?"


"예. 이 일대 부근이 모두 혜경의 영지여서 가강이 그 쪽과 접선을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서장관은 혜경을 아는가?"


"예. 제가 왜국에 포로로 잡혀있을 당시에 그 이름을 들었는데 풍신수길이 깊히 신임하는지라 왜국의 주요 국사를 논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후에 편찬 되는 강항이 쓴 간양록에 일본의 주요 국정에 에케이가 참여했다고 쓴 것을 보면 이번 일의 성패는 에케이의 결단에 따라 결정 될 수도 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다른 대명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짐작대로 행동이 의심가는 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주로 동부 쪽 대명들이 그렇답니다. 그 역시 가강 쪽 가신들이 어떻게 해 보겠답니다."


"덕천가강이 모두 다 해 버리면 우리는 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여해. 너무 깊숙히 관여하지는 마세나. 우리는 그저 수길의 목만 베어버리면 되네."


"자칫 계획이 틀어진다면 덕천가강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를 죽이려고 들지도 모를 일 입니다. 수길이 건재하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요."


"여해의 말이 맞네. 일방적으로 덕천가강을 믿어서는 아니 될 일이지. 서장관, 어떤가? 덕천가강이 언제 우리를 만나자고 하던가?"


"바로 가시면 됩니다. 덕천가강이 두 대감을 지금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세나."


이들이 가려는 사이 갑자기 문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고니시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오, 들어 오시오."


고니시가 들어오자 유성룡과 이순신은 다시 자리에 정좌했다.


"먼 길 오셨는데 쉬시지 않으시고 어디를 또 가려고 하십니까?"


"아... 적적해서 마을로 나가볼까 하고요."


고니시는 두 사람에게 사과를 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지금 유난히 태합 전하께오서 예민하신 때 인지라."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엄연히 사신으로 온 우리에게 그런 모욕을 주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구려. 게다가 우리 병판도 자청해서 온 통신사 길이 아니오이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태합 전하께선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해 하십니다. 그 점만 조심해 주시면 다음 접견 때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힘을 써 보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이만 들 일어 납시다."


"예. 그리하시지요."


고니시는 즉각 요시토시를 불렀다. 그는 조선에서 온 사신들의 행동을 나고야 성에서 부터 봐 왔던지라 그들의 행동을 의심 하였다.


"들어와라, 요시토시."


"예. 장인어른. 찾아계십니까."


"유성룡과 이순신에게 미행을 붙여둬라. 저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서 내게 보고하도록."


"네. 장인어른. 바로 미행을 붙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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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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