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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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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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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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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최후의 대담

DUMMY

6월 29일. 새로이 오위도총부 도총관이 된 김시민은 멀리 일본에서 온 이순신의 답서를 가지고 돌아왔다.


"전하. 신 오위도총부 도총관 김시민. 전하의 명을 받고 돌아왔나이다."


"오. 어서 오시오. 과인은 도총관이 오기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었소."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전하."


선조는 일본의 소식이 궁금하였다.


"도총관에게 통신 정사와 부사가 서찰을 보낸 일이 있소? 정, 부사는 도총관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오?"


"그러하옵니다. 여기 병조판서 이순신이 전하께 올리는 장개이옵니다."


이순신이 보낸 장개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신 이순신 삼가 아뢰옵니다. 신은 부사로써 정사 유성룡 대감과 왜국 안국사에 머물러 있사옵니다. 이미 풍신수길은 다시 쇠잔해지고 있사와 이 곳에서 요양 중이온데 신 등이 덕천가강과 접촉하여 수길을 죽일 것을 공모하고 있나이다. 가강은 수길의 가신들을 수길에게서 떨어트려 놓고 있사오며 대명이자 안국사의 주지인 혜경을 매수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신이 먼저 수길을 독대하여 말을 나눈 뒤에 그를 안심시킨 뒤에 가강과 다시논의하여 수길의 처분을 논하겠나이다. 작금에 올리는 장개는 오직 전하께오서만 보시고 논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영중추부사 윤두수와 논하소서. "


선조는 속으로 그 내용을 처음에는 괴이하게 여겼다.


"도총관은 병판이 내게 올린 장개를 살펴 본 적이 있는가?"


"신이 어찌 주상전에 올리는 장개를 함부러 보겠나이까."


"그럼 다행이군. 허면 병판이 따로 한 말은 없소?"


"정, 부사 모두 안전하시니 전하께 염려 마시라 전하라고 했습니다."


"알겠소. 그만 물러가 쉬도록 하오. 원로에 노고가 많았소."


"예. 전하."


김시민이 물러가자 선조는 상선을 불렀다.


"상선은 들어오라."


"부르셨나이까. 전하."


"영중추부사 댁으로 가서 오음을 모셔 오도록 하오."


"알겠사옵니다."


이윽고 윤두수가 불려왔다. 윤두수가 불려오는 사이에 선조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찾아 계시옵니까. 전하."


"잘 오셨습니다. 이걸 좀 보세요. 병판이 과인에게 올리는 장개올시다."


윤두수는 선조에게서 이순신의 장개를 건네 받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전하.... 이것은?"


"장개의 내용이 통쾌하지 않소?"


"그러하옵니다 전하. 가히 놀라운 장개이옵니다."


"그래요. 이순신 그 사람이 과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려. 덕천가강과 손을 잡고 우리 조선의 철천지 원수인 풍신수길을 죽일 모의를 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내가 다시 밀지를 내려 명을 주었으면 하는데 영부사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윤두수는 이순신을 비호하며 다시 말했다.


"지금 왜국의 사정을 이 장개에 다 담았다고 할 수는 없사옵니다. 병판이 부사로써 자신이 한 일들을 장개에 담았사오니 정, 부사에게 맡겨 두시옵소서."


"일이 이렇게 진척이 되고 있다면 과인이 명을 내려야 하지 않소?"


"전하의 밀지가 풍신수길의 손에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정, 부사의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나이다. 또한 조선에서 보낸 통신사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수길이 다시 군사를 일으켜 이 나라 조선을 재침하지 않을까 걱정이옵니다. 하오니 정, 부사를 믿고 으흐흠... 믿고 기다리시옵소서."


윤두수의 기침까지 하는 모습을 본 선조는 그를 걱정하였다.


"영부사. 어디 편찮으시오?"


"아... 아니옵니다. 노신이 늙어 그런 것이오니 성려 마시옵소서."


"어허. 그래서야 되겠소. 경은 이 나라의 원훈이 아니오. 내의원에 일러 경에게 약이라도 지어주라고 하리다. 어서 가서 쉬도록 하시오."


이들의 대화처럼 원만히 일이 해결 될 수 있을까. 7월 3일. 고니시의 중개로 이순신과 히데요시는 독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히데요시는 측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엿듣지 못하게 20m 주변에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서 주위를 물린 채 조선 측 통역관만 배석한 채로 이순신을 만났다. 히데요시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고쳐먹었는지 오늘따라 이순신을 극진히 대했다.


"장군이 이 히데요시를 보자고 하다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소."


이순신은 히데요시의 말투에 멈칫했지만 이내 그에게 말했다.


"옛 일은 모두 잊고 차나 한잔 얻어 마시고자 만나자고 했소이다."


"그래요?"


"태합도 나도 세상사람들이 항간에서 영웅이라 말하는 처지가 아니오. 내 태합의 본심을 알고자 합니다."


히데요시는 차를 한 번 홀짝였다.


"그래. 내게 그대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


"태합은 부정하기 싫겠지만 그대의 조선 침략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습니다. 내 손으로 조선의 바다에 수장시킨 일본군이 수만은 될 게고 각지에서 관군과 의병, 명군에게 격파 된 일본군은 그 배가 넘을테죠."


"으흠......"


"그대는 죽음에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스스로 죽음을 예견하고 이 곳 안국사로 온 것은 아닙니까?"


"그럴리가. 나는 내 스스로 문제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을. 어서 본론을 말하시오."


"우리가 대임을 맡은 처지로 우리 주상 전하께 자청하여 일본으로 온 것은 풍신수길 태합 그대에게 조선을 다시는 침략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듣고자 하는 것 이오."


물론 이순신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순신과 히데요시의 대화는 아귀가 맞아 떨어져 갔다.


"지금 우리 일본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내가 내 원대한 꿈을 포기하리라고 여기오? 나는 내 주군이셨던 노부나가 공께서도 이루지 못한 60주의 통일을 이륙한 사람이지. 나는 정명가도를 버리지 않는다."


히데요시는 아직 자신이 건재하다면 조선을 재침하려는 계획을 꾸몄다.


"우리 조선에 나 이순신과 더불어 나라를 위해서라면 정충보국하고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각오가 되어있는 충의지사들이 있는 한 몇 번을 쳐들어 와도 이기지 못할 거라는 걸 모르시는가보군요. 나는 태합이 날 만나면 다시는 침략할 마음을 먹지 못하리라고 여겼는데 아닙니까?"


"이순신 그대는 그대의 조국에 충의지사만 있다고 생각하시나? 바다에서 그대의 함대를 전멸시킨 원균과 같은 자도 있겠지. 내가 일개 평민 아시가루 출신이라 많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대명들처럼 머리를 크게 굴리지는 않지. 왜냐고?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고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니까. 내가 조선을 친 것을 미리 계산 한 줄 아시오? 절대 아니라고."


이순신은 대충 히데요시의 속 마음을 알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고 차나 마십시다."


"음. 그렇게 하지. 오늘은 장군 그대가 내게 사사로이 만나자고 한 것이니까."


"태합의 주군이었다는 직전신장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습니까. 목룡사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죽었다는 것만 알아서..."


"참으로 대단한 분 이지. 아마 그분이 천하를 통일하셨더라면 나와 이미 죽은 미츠히데나 카츠이에가 함께 조선으로 건너갔겠지. 그랬다면 조선 뿐 아니라 명나라도 복속 시킬 수 있다고 확신 하오. 아주 젊을 때이던가. 추운 눈 오는 겨울에 노부나가님의 나무신을 꼭 껴안고 있었던 적이 있지. 주군께서 그 때 날 눈여겨 보셨소.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오기도 힘들었을게야."


"누구나 그런 법이지요. 나도 태합과 같은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도쿠가와를 본 적이 있나?"


"덕천가강 공이라면 경도에서 여러 번 만났죠. 솔직해서 좋더이다."


"이에야스가 솔직하다라...?"


히데요시는 한참을 생각하였다. 통역관도 의아하게 보는 사이에 히데요시가 침묵을 깼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내가 조만간 갑자기 죽기라도 해서 이에야스가 일본을 장악한다면 경계하는 것이 좋을게요. 그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거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시간이 오래 흐르는 것도 모르고 대담을 나누다 어둑해진 밤이 된 것을 눈치채고 나중에 백지화 되긴 하겠지만 히데요시가 양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그대들 통신사 곁으로 내 뜻이 담긴 조선의 국왕에게 사과문을 보내도록 하지."


"태합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요. 오늘 아주 좋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순신이 일어나 방문을 열자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히데요시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히데요시는 금세 목소리 톤을 바꿨다.


"잠깐. 이순신."


"........"


"내 그대에게 하나만 묻지."


"말하시오."


"이 자리에 가신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그대라면 내 목을 이 자리에서 칠 수도 있었을텐데?"


정곡을 찔린 이순신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조선의 사람들 치고 태합 그대를 증오하지 않는 자 아무도 없소. 아마 어느 누구에게나 칼을 쥐어준다면 그대의 목을 치려 들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졸렬한 사람이 아니오. 그럼, 이만."


겨우겨우 빠져나온 이순신은 부리나케 나왔다. 그 주변에는 카타나나 노다치 같은 일본도를 찬 사무라이 무사들이 그를 흘겨보아서인지 마음은 더욱 조렸다.


"자, 어서 돌아가세. 이 쯤하면 알아낼 것은 알아 냈으니."


돌아온 이순신은 유성룡과 더불어 이이 나오마사를 다시 만났다. 다테 마사무네를 잡으러 가토가 떠난 상황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그 가신들을 딱히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성룡은 막 돌아온 이순신을 칭찬했다.


"여해. 참으로 고생하셨네. 아니 그러해도 나와 여기 정이직정 선생이 자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거 죄송하게 되었소이다. 태합이 나를 놓아주지를 않는지라서."


유성룡은 대담의 내용을 알고자 했다.


"그래. 풍신수길 그 자가 뭐라고 하던가?"


"우리 통신사 편으로 저희 전하께 올릴 사과문을 보내주겠다고 양보를 하긴 했습니다만 조선을 재침할 뜻은 꺾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주 호전적이더군요. 우리 조선으로써는 절대 가만히 둬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그런 처지에 사과문은 무슨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사로군."


두 사람의 대화에 나오마사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히데요시의 속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것 입니다. 어느 누구는 큰 죄를 지어도 너그러이 천하인 답게 용서를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것을 가지고도 꼬투리를 잡아 벌을 주고야 말죠."


"이제 더 이상 풍신수길과 우리가 논의할 것은 없습니다. 직정 선생은 덕천 공께 어서 가서 이제 풍신수길을 제거할 때가 왔다고 전하시오."


"아니 그러해도 저희 주군께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때가 왔다고 여기고 계십니다. 바로 그리 전하겠습니다."


나오마사가 물러가자 이순신은 유성룡에게 말했다.


"영부사 대감. 이 모든 것은 우리 손으로 끝내지만 문제는 그 뒤에 있습니다."


"그 뒤라고?"


"만일 거사가 벌어지고 난 뒤에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덕천가강이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일입니다."


"덕천가강이 우리의 뒤통수를 칠 것을 대비는 해야겠지. 보다 이곳을 빠르게 벗어나려면 대비책을 미리 세워야만 하네."


"바로 그것입니다. 수길이 덕천가강을 몇번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뜬금없이 묻길래 솔직한 사람 같다고 했더니 겉과 속이 다르다면서 제게 충고했습니다."


"그래. 모든 것이 맞는 일이로세. 하지만 그 모든 대비는 풍신수길을 자네 손으로 죽인 다음의 일일세. 그것을 잊는다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네."


"대감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히데요시의 진심을 떠 본 이순신. 이제 히데요시는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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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 대마도(1) +2 21.08.12 51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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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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