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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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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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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8.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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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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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 선조의 모략

DUMMY

한 편, 조선에서는 임금 선조가 또 다시 일을 꾸미고 있었다. 5월 1일. 선조가 지적한 것은 다름 아닌 이순신이었다. 그는 모든 대신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뜻을 밝혔다.


"병조 판서 이순신이 자리를 비운지가 오래이니 병조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 없소. 마땅히 그를 체직해야겠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조선의 신료들은 이미 파당을 떠나 모두 동맹을 맺은 상태. 서인은 남인, 북인 등과 화합해 이순신을 두호한 윤두수, 이항복을 매적이라고 규탄하는 신진 서인들이 윤근수를 중심으로 뭉치는 바람에 윤두수의 공서와 윤근수의 청서로 갈리는 정치적인 난항을 격었다. 동생과 정치적으로 갈라섰다지만 여전히 윤두수는 선조의 그런 행동에 강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병조의 일은 엄연히 참판이 있사온데 어찌 죄 없는 이순신을 체직시키려고 하시는 것 이옵니까. 천부당 만부당 하신 분부이시옵니다."


"그대는 지난 날 부터 이순신을 못마땅히 여기지 않았소?"


"신 이제서야 그에 대한 참소들이 모두 거짓되고 허황된 것 임을 이미 안지가 오래옵나이다. 충신에 대해 임금께 모함을 한다면 그 어찌 충신이라고 하오리까."


윤근수는 스스로 나서 형을 공격했다.


"형님께오서는 이순신을 칭송하는 사람들만 어찌 충신이라고 하십니까?"


"뭐라고? 아우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윤근수는 형의 조언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하, 병조의 장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옵니다. 그를 체직하시옵소서."


"아니옵니다. 이순신은 조선 통신사의 부사로 왜국에 가 있으니 자리를 비워 둔 것을 문제삼아서는 아니 될 것 이옵니다. 어리석은 제 아우의 말은 듣지 마시고 신들의 말을 들어 주시옵소서!"


"그럼 승차시키면 어떻소? 전 도원수 권율이 좌찬성이 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 이순신을 우찬성으로 세우는 것 이오."


이산해 역시 그 의견에는 반대했다.


"이순신을 이미 전하께오서는 지난 임진년과 정유년 양란의 공을 참작하시어 그를 병조판서에 기용하셨습니다. 지금 우찬성은 이원익이온데 허면 그를 파직하시려 하시는 것 이옵니까. 분부 거두어 주시옵소서."


선조는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이순신에게 준 압박감을 덜어내는 자충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병조의 장과 오위 도총부의 도총관을 겸직한 전례가 없소. 이는 병권을 모두 쥔 것이니 이순신으로써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는가?"


여기까지 선조가 나선 마당에 윤두수는 마냥 선조를 반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오시면 도총관의 직위만 떼시고 그를 체직시킨다는 어명은 거두시는 것이 좋사옵니다."


"정히 그러하면 그를 도총관 직에서 해임토록 하시오. 허면 도총관의 직위는 누가 맡는 것이 좋겠는가?"


"본시 도원수와 부원수는 전시에 있는 직위들이니 파하시고 도원수 김시민을 임명 하시옵소서. 그는 충직하고 용명한 사람이니 능히 도총관의 직위를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사옵니다."


"그럼 그리 정하도록 하라!"


선조가 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버리자 상선이 한 마디만 남겼다.


"어전회의는 끝났으니 모두 퇴청하십시오."


대신들이 물러가자 이산해는 윤두수를 붙잡았다.


"영부사. 잠깐 나 좀 보십시다."


"왜 그러십니까?"


"전하께서 왜 저리 이순신에게 매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란때도 그러했지만 단순이 전하께서 이순신을 대하시는 태도와 어심이 우리 서인 같은 사람들이 그를 모함하여 그런 줄로 알았소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하를 보면 전하 그 자신이 이순신을 매우 증오하는 듯 하외다."


"타국에 목숨을 걸고 간 신하를 이리 대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하의 어의가 저리 완강하신데 언제까지 이순신을 우리가 두호할 수 있을지...."


난처해 하는 이산해에게 윤두수는 단단히 말을 해 두 었다.


"아계. 절대로 여기서 흔들려서는 아니 되오. 우리 두 사람이 비단 서애와의 의리 때문에 전하의 어의를 꺾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뜻대로 하시게 내버려 둔다면 역사는 우리를 충신을 죽인 간신배라고 손가락질을 하게 될 게요."


"오음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그러니 아우님 단속을 좀 하셔야겠습니다. 자고(윤근수의 자) 그 사람이 병판을 시기하는 자들을 등에 업어 평지풍파를 일으키니 말씀이외다."


"그건 걱정 마세요. 내가 아우를 불러서 타이르겠소이다."


속닥거리는 두 사람의 곁으로 상선이 다가왔다.


"전하께오서 영부사 대감을 찾으십니다."


"전하께서 이 늙은이를?"


"나는 아니 찾으시는가?"


"영상 대감은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조금 섭섭했던지 이산해는 윤두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전하께서 찾아 계신다는데 가 보세요."


"알겠소이다. 내 영상과 아직 할 말이 남았으니 조금 기다리시지요."


"그리 하오리다."


윤두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상선을 따라나섰다.


"으흠, 가세."


윤두수는 선조가 무슨 말을 할 지 몰라 걱정이 앞섰다.


"전하. 영중추부사 윤두수 들었사옵니다."


"어서 뫼시어라."


윤두수는 마음을 다 잡고 대전으로 들어갔다.


"노신을 찾아 계시옵니까."


"어서오세요. 과인이 경에게 물을 것이 있어서 이리 불렀소이다. 괜찮겠지요?"


하지만 윤두수는 선을 그었다.


"전하께오서 이순신을 모함하는 말을 하신다면 신은 답을 하지 않겠나이다."


"뭐라? 과인이 이순신을 모함 해? 경이 어찌 내게 그런 말을 하는가?!"


선조는 언성을 높혔지만 윤두수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전하께서는 임진년에 왜적이 몰려오자 명나라로 가시려 했사옵니다. 신이 평양성에서 달려와 전하의 말고삐를 잡고 필부의 행동이라고 질책하셨음을 기억하시옵니까?"


"내 어찌 그를 잊겠소. 그 덕에 과인이 천길 낭떠러지로의 길은 면한 것을요."


"하오니 신을 한 번만 더 믿으시옵소서. 전하께서 죄 없는 이순신 같은 충신을 그리 대 하신다면 이 나라의 어떤 신하가 전하께 충성을 바치겠나이까."


"과인은 경이 왜 이순신을 두호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소. 도대체 왜 그러는 게요?"


"필부가 되지 않기 위함이옵니다. 전란이 끝난 지금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이순신은 전란의 끝에서도 왜선 200척을 격멸하고 돌아온 장수이옵니다. 그를 두호하는 것이 아니라 신은 원칙대로 할 뿐이옵니다."


선조는 윤두수의 말이 고깝게 들리지 않았다. 꼬장꼬장한 늙은 신하가 간언하는 것이 제대로 들릴리가. 윤두수는 계속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신은 이산해, 유성룡 등과 당파를 떠나 손을 맞잡고 이 나라 조선의 재건에 힘 쓰기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이옵니다. 그것이 이 나라 조선을 위해서도 전하께 충성을 다하는 신하로써도 해야할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저.... 과인은 그런 이유로 경을 부른 것이..."


"하오시면 노신 이만 물러 가옵니다."


"이... 이거 보시오! 영부사!"


윤두수는 나가면서 상선에게 손짓을 했다.


"전하께오서 오늘 심기가 몹시 불편하신 듯 하니 상선이 어심을 달래드리시게."


"그리 하지요."


윤두수는 다시 행궁 안 연못으로 왔지만 이산해는 보이지 않았다. 때 마침 이덕형을 마주친 그가 이산해의 행방을 물었다.


"아, 한음이 아닌가. 혹시 자네 장인이 어디 계시는지 아는가?"


"아니 그러해도 장인께서 대감을 기다리셨습니다만 행궁 밖 대문 앞에 계실테니 대감을 뵙거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네. 그리함세."


윤두수는 행궁 밖으로 나가 이산해를 만났다.


"아. 여기 계셨구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으시다고요."


"왜국에 가 있는 서애와 병판의 소식을 좀 알아야겠소이다."


"무슨 수로 알아보시려고요?"


"지금 동래성 부근에 아직 도총관 김시민이 남아 있으니 가서 그를 통해 소식을 알아 보도록 하십시다."


"그렇게 하십시다. 내 사위에게 말해서 도총관에게 전령을 보내라고 하겠소이다."


5월 6일. 좌의정 이덕형이 급히 파견한 파발이 도총관 김시민에게 전해졌다. 김시민에게는 선조가 내린 도총관 임명장과 더불어 이덕형이 개인적으로 보낸 서찰이 와 있었다. 이덕형이 보낸 서찰에는 조정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과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의심과 시기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왜국에 연락선을 띄워 통신사들의 소식을 알아보라... 이것이 정녕 좌상 대감께서 보내신 것 인가?"


"그러하옵니다. 지금 조정 대신들 치고 통신사들의 안위와 진행상황을 걱정하지 않는 분이 없습니다."


"알았다. 내가 연락선을 일본에 띄워 그 곳 상황을 알아 볼 테니 너는 객관에서 쉬어라."


"예. 도총관 대감."


김시민이 빠르게 대처한 덕에 고니시와 소 요시토시를 통해 김시민이 보낸 서찰이 통신사에게 전달 되었다. 당시 통신사들은 하리마국(현재 효고현 남서부) 즈음에 도달해 있었는데 유성룡과 이순신은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항은 김시민이 보낸 서찰을 읽었다.


"김시민 장군께서 서찰을 보내오셨습니다."


"도원수가? 뭐라고 보내셨는가?"


"전하께서 병판 대감을 도총관 직에서 체직하고 그 대신 전란이 끝나 도원수 직을 폐한 뒤에 그 자리에 김시민 장군을 기용하셨다고 합니다."


"음..... 그리고?"


"전하께서 다시 병판 대감을 의심하기 시작하셨답니다. 전하께서 아예 병판 대감의 직위를 삭탈하려 하셨으나 윤두수 대감께오서 적극 변호하여 겨우 막았다고 하옵니다."


"오음께서 노고가 많으셨구만. 그게 다인가?"


"전체적으로 두 대감께서 안전하신지 묻고 있습니다."


이순신은 홀로 듣다가 유성룡에게 드디어 말했다. 그는 확신에 찬 듯 했다.


"대감.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습니다. 도총관 직은 제게 과분한 직책이었고 또한 면오(김시민의 자)와 같은 적임자가 후임이 되었으니 안심이 됩니다만 덕천가강과의 문제는 저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참.... 난세에는 영웅이 살아남을 길이 없는가보네."


유성룡은 한 숨을 쉬었고 강항은 단지 두 어른의 결정에 따르는 입장.


"어찌하시겠습니까? 이리 되면 덕천가강과 손을 잡아야만 합니다."


"서장관 말이 옳으이. 전하께서 병판에게 농으로 하셨을지 모르나 풍신수길의 목을 가져오라고 하신 것이 맞다면 아마 지금의 전하로써는 그것을 문제 삼으려고 하실 것이 분명하네. 나로써도 더 이상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안국사에 도달하거든 덕천가강을 다시 만나세나.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였어."


강항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선에서 온 서찰을 고이 접었다.


"하오면 도총관께 답신은 뭐라 보내올까요? 아무래도 왜인들이 볼 가능성이 있으니 어찌해야 할런지요?"


"내용은 알겠다고 하고 우리는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답신을 보내게."


"그리하겠사옵니다."


유성룡은 강항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한 채 그에게 당부를 하였다.


"앞으로 서장관의 책임이 막중하이. 안국사에 도착하기 이전에 자네가 접촉했던 정이직정이나 우리 두 사람이 만났던 본다정신과 몰래 접선을 하게. 다시 덕천가강을 만나고자 한다고."


"결단을 하신 것 이옵니까."


"그렇네. 우리를 감시하는 눈들이 많을테니 조심하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강항이 떠난 자리에 유성룡은 이순신의 마음을 떠 보았다.


"결국 우리 조선이 왜국의 내정에 간섭하게 되었군 그래."


"제 처지가 대감을 난처하게 해 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각오는 되었는가."


"이미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 온 통신사 길입니다. 각오가 어찌 없겠습니까."


푸른 잎을 피워내는 나무를 앞에 두고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받은 통신사 일행. 선조의 행동은 이들에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결단만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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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 안국사의 난 : 계획 21.09.20 27 1 10쪽
15 14 - 최후의 대담 +2 21.09.16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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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 소문 +2 21.09.01 31 1 10쪽
12 11 - 에케이를 설득하라 +2 21.08.28 36 1 11쪽
11 10 - 풍신수길 +2 21.08.25 36 2 11쪽
»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9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0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3 2 -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2 21.08.11 63 3 12쪽
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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