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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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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9.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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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 안국사의 난 : 실행(2)/히데요시의 최후

DUMMY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안코쿠지 에케이의 사병들로 하여금 안국사를 들이치게 한 그 시각, 유성룡과 강항은 겐소의 안내를 받아 회담장에 도착했다. 겐소는 임진왜란 이전에 조선에 온 적이 있어 유성룡과는 구면인 사이였다.


"여기까지 안내하시느라 고생하셨소, 선사."


"무슨 말씀을. 그럼 소승은 이만 물러가오리다."


겐소가 물러가자 강항이 유성룡에게 조곤히 말을 걸었다. 강항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대감. 왠지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이 사람. 별 걱정을 다 하는 군 그래. 수은 답지 않게 왜 그러는가?"


"소서행장이 칼을 차고 들어와서 꼭 우리를 베어버릴 것 만 같습니다."


"모르는 소리 말게. 지금 쯤 여해가 덕천가강과 합류해서 안국사를 들이칠 준비를 하고 있을게 아닌가? 그러니 두 사람이 오거든 절대 내색하지 마시게."


고요함 속에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이는 발소리에 강항은 침을 삼켰지만 유성룡은 대담한 기개로 흐트러짐 없이 정좌하고 있었다. 이윽고, 고니시와 미츠나리가 당도했다. 고니시는 유성룡에게 늦은데에 대한 사과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오. 우리도 방금 왔소이다."


"그런데 이순신 대감이 아니 보이십니다?"


"아, 여해는 일이 있어서 객관에 머물러 있소이다. 어차피 논의를 할 것이라면 정사인 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소?"


"그렇긴 하지요."


그렇게 강항이 통역을 하고 세 사람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서 논의되는 것은 모두가 허상에 불과한 것이지만 유성룡은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먼저 이끌었다.


"내가 두 분을 뵙자고 한 것은 우리 조선 조정의 합의된 뜻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언가 요구할 사항입니까?"


"그렇소. 우리가 이 곳에 머무르는 동안에 빠른 길을 통하여 조정에 이 곳 상황을 품하고 그에 대해 우리 주상 전하와 조정대신들이 결정한 요구를 하는 것이오."


"요구 조건이 무엇입니까?"


"우리 조선에서는 지난 양란동안 일본에 투항했던 순왜들과 그대들이 납치해간 도공들, 백성들을 돌려받기를 원하오."


미츠나리는 유성룡의 말에 흠칫했다.


"대감, 그 조건을 태합 전하께서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일본에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양란에 대한 조선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도 아닌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까? 우리의 요구조건은 그저 양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 뿐 이오."


"순왜들과 납치한 백성들을 넘겨드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조선의 도공들은 태합 전하의 지시로 납치 해 온 자들이기 때문에 그것은 태합 전하를 만나뵙고 대감께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면 내 입장이 곤란해지오."


"곤란할 것이 무엇입니까. 정히 불안하시면 이 고니시가 대감께 신원보증을 서 드리겠습니다."


고니시는 되지도 않는 말을 했지만 유성룡의 이야기는 달랐다.


"소서장군의 신원보증이 문제가 아니라 명군이 문제요."


"명군이....?"


"그렇소. 지금 명군은 아직 조선에서 철수하지 않았소. 조선 전역 각지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가 7만이오, 그리고 요동에 대기하고 있는 군병은 20만에 달하오. 지금 명의 병부상서 석성이 죽은 이후로 요동경략으로 있던 송응창이 돌아왔는데 그자가 수군을 대거 동원해 왜를 정벌하겠다고 길길히 날뛰고 있다고 하오."


유성룡 이 사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 일까? 그러나 고니시와 미츠나리는 유성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


"정말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소. 내가 이 말을 두 분에게 하는 이유는 내 소서장군과의 관계를 생각해서요. 명의 30만 대군이 부산포를 건너 일본을 친다면 어찌 이 강토가 남아있겠소? 내가 말한 이 조건들이 모두 성립되어야지 그나마 명의 출병을 막을 수 있지 않겠소?"


"저는 대감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태합 전하께....."


"주군!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난입한 고니시의 부하. 그는 매우 다급해 보였다.


"어허. 조선에서 오신 통신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 보이느냐?"


"그것이 아니오라 어서 안코쿠지로 가 보셔야겠습니다, 신원 불명의 군사들이 안국사를 기습 했습니다!"


"아니 뭐라고?! 태합 전하께서는?!"


"와키자카 장군이 최대한 막아서고 있지만 무리인 것 같습니다."


"미츠나리 공. 아니 되겠습니다. 나와 같이 가 봅시다!"


두 사람을 유성룡은 막아섰다.


"어디를 가시려는 게요?"


"안코쿠지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단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릴테니 오늘은 양해를 해 주십시오."


고니시 등이 떠나버리자 강항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대감께서 아까 하신 말씀은 심히 놀라웠습니다."


"차마 생각이 안나서 명군이 왜국을 치려 한다는 허풍을 좀 쳤지."


"이제 어쩌시렵니까?"


"말을 타고 항구로 가야겠지. 가서 배를 점검하고 통신사를 따라온 일행을 한 사람도 빠트리지 말고 준비를 해 놓으세나."


"예. 대감."


한 편, 안국사 앞에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10여명의 호위무사만 남은 채 에케이의 군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이에야스, 에케이, 마사노부, 나오마사가 나타났다.


"우대신!!"


"와키자카. 남은 병사들에게 칼을 버리라고 해. 어차피 모든 것은 끝이 났어."


"다른 사람들이 우대신을 가만히 둘 것 같소!"


"내가 그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일을 벌였겠나. 와키자카, 나는 미츠히데가 아니야."


와키자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쩌지도 못했다. 그는 에케이와 눈이 마주쳤다.


"선사! 선사까지 저 이에야스에게 붙어서 태합 전하를 배신한게요! 태합 전하께서 그대를 얼마나 아끼셨는데!"


"모든 것은 태합 전하의 업보요. 이 나라 온 백성을 구하자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오."


잠시 뒤, 이에야스와 에케이 사이로 철릭을 입은 이순신이 나타났다. 와키자카는 이순신의 등장에 매우 당황했다.


"이.... 이순신?!"


"오랜만이군 협판안치. 명량에서 멀찍이 보고 근 2년만이군."


"이순신 이놈! 감히 조선의 사신 따위가 역적과 손을 잡아!"


"에잇!"


이순신의 장검이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하늘의 비치는 달빛에 검신이 번뜩이고 그의 검이 내리치는 순간 와키자카는 정통으로 머리부터 가슴골까지 검에 베인 채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은 이순신의 그러한 행동에 매우 놀랐다.


"나무관세음보살......."


"이 장군. 어쩌자고 와키자카를 벤 것 입니까?!"


"덕천 장군께서는 이 자를 살려두시려고 했습니까. 나중에 소서행장, 석전삼성, 가등청정 등도 모조리 죽이셔야 할 겝니다."


"이런.... 그래도 너무 무모했습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조선의 복수에 광기어린 모습이라 차마 누군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태합을 베는 일 이오. 주변을 좀 정리해주셨으면 좋겠소이다만."


"알겠소이다. 자, 어서 들어가시오. 여기는 우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에케이의 병사들이 이에야스의 지시에 따라 와키자카와 호위병들의 시신을 처리하고.. 이순신은 그대로 칼을 빼들고 안국사로 들어갔다.


"이야앗!"


"이런 바보 같은 놈들!"


이순신이 안국사로 들어갔지만 벽 속에 숨어 있던 닌자들과 무사들은 이순신을 급습했다.


"죽어라, 이순신!"


"이 놈들이!"


하지만 이순신은 이미 겁에 질려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무사들과 닌자들을 모조리 쓰러트리고 빗소리에 묻힌 채 히데요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순신은 히데요시가 있는 곳의 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난입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천하를 호령하던 한 시대의 이 천하인은 자신의 최후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한 쪽에 작은 칼을 두고 정좌한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누구냐."


"눈을 떠라."


"누구냐고 물었다."


"눈을 떠라! 풍신수길!"


히데요시는 이순신의 호통에 그의 목소리임을 알아채고 눈을 번뜩였다.


"이순신.....!"


"풍신수길. 너는 오늘 내 검에 죽을 것이다. 후회는 없겠지."


히데요시는 주름진 이마 아래 눈을 부라린채로 이순신에게 따졌다.


"누가 모반을 일으켰길래 네 놈이 내 앞에 나타난 거냐."


"덕천가강이 오래전 부터 그대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음을 몰랐는가."


"도쿠가와..... 진작에 죽였어야 하는데 그 놈이 결국 내 자리를 뺏으려고 하다니, 진작에 죽였어야 했어. 능구렁이 같은 놈...."


"그대는 일평생 많은 죄를 지었다. 특히 우리 조선에 한 짓을 잊지는 않았겠지."


"흥, 네 놈은 네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히데요시는 이순신을 조롱하는 듯 보였다.


"뭐라고?!"


"네 놈이 나를 죽이면 도쿠가와는 이제 널 죽일텐데. 너는 결코 살아서는 돌아갈 수 없어."


"더러운 소리는 집어 치워라! 네 놈의 세치 혀가 나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이순신. 왜 솔직하지 못하지? 너는 죽음을 각오하지 못했어. 그리고 만일 설사 살아서 돌아간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대의 임금이 그대를 살려주겠나? 천하인인 나 히데요시를 죽이면 너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터. 너는 임금에게 더욱 의심을 살 뿐 이야. 알겠나? 너는 네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히데요시는 이순신의 속내를 잘못 판단하고서 이순신이 결국에는 그 자신도 죽을것이라며 저주를 퍼부었지만 이순신은 흔들림 없었다. 히데요시가 언변이 뛰어난 사람도 아닐 뿐더러 그의 세치 혀가 이순신이라는 사람 속에 있는 조선의 복수라는 그 단어를 지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천둥소리가 번쩍이고 있을 때. 큰 키의 이순신은 장검을 들고 와키자카의 피가 씻기지 않은 채로 서 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정좌하고 있으니 그의 모습은 더욱 작고 초라해 보였다.


"풍신수길. 비굴하게 살고자 하느냐. 그대가 천하인이라면 당당히 죽어라."


"........."


"어서 말해!"


"그렇다. 나는 무사도를 지켜 명예롭게 죽고자 한다. 비켜서라. 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너 같이 하찮은 조선 놈의 손에 죽을 수 없다."


히데요시가 옆에 있던 단도를 쥐려고 하자 이순신은 그에게 할복의 기회를 주지 않고자 장검을 들었다.


"조선국 병조판서 이순신! 천지신명의 이름을 빌어 조선의 철천지 원수 풍신수길을 베겠습니다!"


"으아악....!"


히데요시는 단도를 뽑는 순간 이순신의 검에 고꾸라져 단도를 놓쳤다. 이순이 망설임 없이 히데요시의 몸에 장검을 내리 친 것이었다. 히데요시는 이순신의 검에 쓰러져 희미해져갔다. 그의 눈 앞에 이순신의 장검에 묻은 자신의 혈흔과 하나의 문장을 보았다. 바로 이순신 장검에 적힌 8글자를.


"일휘소탕 혈염산하.....!"


히데요시는 이순신의 다리라도 잡고자 남은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대로 힘이 풀려 다시 쓰러졌다. 그는 최후에 회한의 말을 남겼다.


"노부나가님...... 노부나가님께서 이루지 못한 천하통일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허망한 꿈이었던 것입 니까....! 노부나가님! 노.....부...."


1599년 7월 27일 축시(丑時).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 담당 하인으로 시작해 오로지 자력으로 천하인이 되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광기어린 야욕으로 자신이 침공했던 나라 조선의 영웅 이순신의 검에 비참하게 죽었다. 향년 6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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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 안국사의 난 : 실행(2)/히데요시의 최후 21.09.25 28 1 12쪽
17 16 - 안국사의 난 : 실행(1) +2 21.09.22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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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 선조의 모략 +2 21.08.22 48 4 12쪽
9 8 - 이순신의 꿈, 이에야스의 꿈. 21.08.19 52 2 10쪽
8 7 - 첫번째 탐색 21.08.18 47 3 10쪽
7 6 - 이순신 장군 VS 일본 다이묘 +2 21.08.15 49 2 12쪽
6 5 - 대마도(2) 21.08.13 45 2 11쪽
5 4 - 대마도(1) +2 21.08.12 50 3 12쪽
4 3 - 두 번째 조선 통신사 21.08.11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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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3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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