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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박욜레 님의 서재입니다.

안국사의 난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단편

완결

박욜레
작품등록일 :
2021.08.10 19:03
최근연재일 :
2021.10.31 23:5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67
추천수 :
40
글자수 :
106,574

작성
21.08.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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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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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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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 - 첫번째 탐색

DUMMY

유성룡과 이순신이 나타나자 강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사옵니까."


"앉아 있으시게. 고생을 하였을텐데."


두 사람이 자리를 잡아 앉고 유성룡은 강항의 사정을 물었다.


"자네가 먼저 와 있었던가?"


"그러하옵니다. 5일 전에 이미 와 있었습니다."


"혹시 자네가 들은 것은 없던가?"


"석전삼성이라고 해서 수길의 최측근이 있는데 그에게서도 들은 것이 없습니다. 혹시 풍신수길은 만나셨습니까?"


"수길이 있었다면 아마 자네를 불렀겠지. 여기서 천리하고도 수백리길 떨어진 안국사라는 곳에 있다는데 어찌 만났겠는가. 거기서 요양 중이라고 하더구만."


"물론 대감 말씀도 맞으나 우리는 덕천가강을 만나야만 합니다."


"병판 대감의 말씀이 맞습니다. 소문을 들어보니 가강이 경도로 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경도는 교토를 말한다.


"경도에서 그럼 그를 만날 수 있겠나?"


"왜왕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도 조정의 대신으로써 배석해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 때 만날 수 있으리라고 짐작이 됩니다만."


"여해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아마 수길의 수족들이 우리 통신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것이 분명 하오이다. 저들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만나야겠지요."


"그 전에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감께서 데리고 오신 세작들을 통해서 덕천가강이 어디 있는지 수소문 해 보시지요."


"그래야겠군."


이들은 모든 말을 소곤히 하였다. 혹여나 자신들의 의도가 들통나면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소 도주시오?"


"그렇습니다."


"들어 오시오."


요시토시는 들어 와 시종들을 데리고 주안상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갓 잡은 해물들과 펄펄끓는 탕 등을 내 왔다. 얼마 전만 해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던 그는 장인 고니시에게 한 소리 들은 것인지 임진왜란 전 처럼 한 껏 누그러져 매우 공손하게 나왔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도주께서 우리를 이리 대접하시느라 신경을 많이 쓰시는구려."


"아닙니다. 태합 전하께서 안국사로 떠나시기 전에 통신사 분들을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고맙소. 잘 먹겠소이다. 그만 가 보셔도 좋소이다."


"편히 들 쉬십시오."


이순신이 술주전자를 들어 빙빙 돌리더니 먼저 강항에게 첫 잔을 주었다.


"우리가 왜국에서 사신으로 올 수 있게 된 것은 먼저 여기에 와 우리 조정의 뜻을 전한 서장관의 공이 크네. 영부사 대감. 괜찮으시지요?"


"그럼. 나는 나중에 줘도 좋으니 서장관에게 주게나."


강항은 첫잔을 부담스러워 했다.


"시생이 두 분 대감께 올려드려야 할 잔을 어찌 제가 먼저 받겠습니까. 제가 먼저 올리게 해 주십시오."


"아닐세. 어른이 주는 술은 받는 것이 조선의 법도인 것을."


이순신이 잔에 술을 따르자 강항은 무거운 마음으로 뒤돌아 한 잔을 마셨다.


"대감. 제가 한 잔 올리지요."


"그래. 어디 여해가 주는 술 한 잔 받아 볼까. 한양에서도 급히 지내는지라 자네와 술 한잔을 하지 못했으니 말일세."


유성룡은 이순신의 잔을 받아 마시고는 다시 이순신에게 따라 주었다.


"왜국의 술은 어쩐지 단맛이 나는구만. 자, 내 잔도 받으시게."


"예. 대감."


세 사람은 그날 서로 잔을 주고 받았다. 그 시간 만큼은 자신들의 의무도 잊은 채 마신 그들이었지만 행여나 모를 일이 일어날 생각에 적당히 파하고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자 요시토시가 다시 객관을 찾았다.


"잠은 편히 주무셨습니까."


"덕분에 잘 잤소. 소서장군을 뵙고 싶소이다만 뵙게 해 주실 수 있겠소?"


"저희 장인어른은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밤새 어디로 가기라도 했단 말이오?"


"새벽녘에 교토로 떠나셨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알았소. 우리도 곧 채비해서 떠나겠소이다."


마침 변복을 하고 돌아다니던 유성룡의 세작도 들어왔다.


"영부사 대감. 덕천가강의 소재지를 알아보고 오는 길 입니다."


"그래. 덕천가강이 이곳 나고야에 있던가?"


"가강은 오늘 새벽에 경도로 떠났다고 합니다. 대신 그의 부하인 정이직정이라는 자와 만날 수 있게 줄을 대어 놓았습니다."


"그 자는 믿을만 한 자인가?"


"덕천가강이 신임하는 몇 안되는 부하라고 합니다."


유성룡은 강항에게 지시했다.


"짐을 꾸려서 경도로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게야. 서장관 자네가 잠깐 시간을 내서 정이직정을 만나고 오게."


"예. 대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정이직정. 이이 나오마사를 가리킨다. 도쿠가와 가문의 붉은 귀신이라 불리는 그는 적비대라는 기병대를 이끄는 맹장이었다. 그는 도쿠가와의 네 맹장들 중에서도 제일 젊었기에 그 발언권이 낮았지만 의견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강항은 떨리는 마음으로 그와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조선에서 통신사로 온 서장관 강항이라고 합니다."


"이이 나오마사라고 합니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예. 귀공의 주군이 되시는 덕천가강 공을 뵙게 주선을 해 주실 수는 없는지요?"


"아직 태합 전하도 배알치 않은 조선의 통신사들께오서 어찌 저희 주군을 뵈려고 하는 것 입니까?"


"저희 조선의 국왕 전하께오서 가강 공을 만나라고 하셨습니다."


덕천가강을 보고 오라는 것이 선조가 제대로 말한 적은 없지만 그와의 협상은 선조의 뜻이었다. 나오마사는 조선의 의도를 알고자 했다.


"제가 귀공과 오신 사신들께서 의도를 정확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그 전에는 저희 주군을 뵙게 해 드릴 수 없습니다."


강항은 나오마사에게 이렇게 제의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지요. 귀공의 주군께 우리 여해 대감께서 뵙자고 하더라고 전해 주십시오."


"여해 대감이요?"


"저희 이순신 대감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저희 주군을 따라 교토로 가야합니다. 가서 저희 주군께 말씀 드릴테니 교토로 가시거든 기다리십시오. 아마 태합 전하 주변의 사람들은 공들이 저희 주군을 만나는 것을 의심할테니까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강항은 나오마사의 집을 나온 뒤에 좌우를 살피며 몰래 통신사 대열에 합류했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마침 말에 올랐다.


"대감. 다녀 왔습니다."


"오오. 그래. 정이직정이라는 자를 만났는가?"


"예. 자신도 주군인 덕천가강을 따라 경도로 가야하는 몸이니 경도에 가는 대로 제 주군에게 아뢰어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구만."


앞일을 걱정하는 유성룡. 이순신은 별 반응이 없는 듯 했다.


"자, 가시지요. 경도까지 가는 길이 멀다고 하니 어서 가야 할 것 입니다."


"그리하세."


일본 교토까지 이동하는 길은 조선통신사에게는 멀기만 했다. 400여명이 일부 이동한다지만 뱃길로 간다고 해도 수일은 걸릴 터. 미리 교토에 와 있던 이에야스는 나오마사를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다.


"이순신이 나를 보자고 한다고?"


"그렇습니다. 주군."


"자네는 왜 이순신이라는 사람이 나를 보자고 하는 것 같나?"


"아직 뭔가 직감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태합을 만나기도 전에 주군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저들에게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나도 그리 생각하네. 하지만 태합의 가신들은 모두 나를 의심하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이순신을 만난다는 말 인가."


"이유야 만들면 그만입지요."


왠 늙은 노인이 말한다. 그는 본다정신. 혼다 마사노부라고 불리는 이 노인은 물불 안가리고 이에야스에게 계책을 내는 사람. 다른 이에야스의 가신들은 그를 불쾌하다 여겨도 이에야스는 친구로 대우하고 있다.


"이유? 그 이유는 뭔가? 마사노부."


"주군께서는 대 일본의 우대신이십니다. 우대신이면 중신 중에서도 중신인데 어찌 조선 통신사를 만나보지 못하시겠습니까?"


나오마사는 마사노부의 의견이 불가능하리라 짐작했다. 물론 그가 무슨 흉계를 꾸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었을 것이다.


"마사노부 공. 그게 가능하시리라 보십니까?"


"천황 폐하께서 황명만 내려주신다면 불가능 한 일도 아니지. 우대신이 조선 통신사를 만나겠다는데 감히 누가 반대를 하겠소?"


"좋소. 그럼 내가 무얼 어찌하면 되겠소?"


"폐하 주변에 있는 구게(공가, 일본의 귀족)들을 주군께서 직접 만나 부탁하십시오. 그들에게 조선 통신사들을 만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말입니다."


"알겠네. 마사노부 자네 뜻 대로 하지."


유성룡과 이순신이 막 도착한 때에는 이미 도쿠가와가 공가들을 통해 내락을 맏아둔 상태. 유성룡과 이순신은 자리에 배석해 천황을 만났다.


"자, 이것이 일왕께 예물로 바치는 것들을 적은 품목이오. 가서 전하시오."


조선에서 그에게 바치는 것은 호피와 쌀, 꿩 그리고 인삼 몇 뿌리 처럼같이 별 볼일 없거나 매우 적은 것 들이었다. 애초에 명나라 황제처럼 조공을 바치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천황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말이 통하고 아니 통하고를 떠나서 마치 그가 명나라 황제와 같은 것 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황의 접견을 마치고 나왔다.


"으흠. 영 불쾌하군. 아무리 일왕이라지만 너무 하는 군."


"잊어 버리십시오. 왜인들은 제 나라 왕을 천황이라며 명나라 황제와 동일시 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신들이 모두 나오자 정이직정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귀공은 누구신지요....?"


"제가 바로 이이 나오마사라고 합니다. 저희 주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합 일파의 감시가 걱정이오만."


이순신의 걱정에 나오마사는 그를 안심시켰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다 조치를 해 놨습니다."


이제 통신사들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만난다. 과연 이들은 무슨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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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논공행상 +2 21.08.10 85 4 11쪽
1 등장인물 소개, 프롤로그 21.08.10 12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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