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벼를 키우다.
"여보! 오늘은 닭볶음탕 해줄게!"
"닭이 있어?"
"아.. 새가 잡혀서"
"나는 그럼 안 먹을래!"
"아.. 알겠어! 냉동실에 닭이 있어 그거로 먹자 어때?"
"응! 그럼 좋아!!"
'어휴.. 이런 세상에서도.. 반찬 투정 이라니..
좋아.. 잡은 새는 일단.. 구이를 해야겠다.
그리고 닭볶음탕.. 구이는 편하게 에어플라이기에 하면 되니까~'
나는 잡은 새의 털과 내장을 손질했다. 내장은.. 잘 다져서 병아리들 먹이로 주기로 했다. 털은 일단 혹시 모르니까 세척해서 한쪽에 잘 모아두고.. 고기는 후추로 간을 하고 에어플라이기에 돌렸다. 혹시 잡내가 날지 몰라 냉동실에서 꺼낸 마늘과 술을 겉에 발라줬다.
"좋아! 그럼 닭볶음탕도 만들어볼까?"
재료는.. 제육볶음 양념장, 감자, 깻잎, 양파, 마늘, 술 음.. 초간단이네..
"다행이다. 아직 제육볶음 양념장이 남아있어!"
원래도 가끔 제육볶음 양념장을 만능 양념장처럼 쓰곤 하였다.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간편하다. 그리고 이것도 오래되면 곰팡이 생긴다. 빨리 먹어야지.. 요리 방법은 간단하다. 준비된 냄비에 토막 난 닭을 넣고 마늘을 넣는다. 그리고 물을 부어주고 술도 조금 넣어준 다음 끓여준다. 팔팔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물을 버려준다. (이때 기름과 불순물들이 좀 버려진다.) 이후 다시 물을 넣고 마늘을 조금 추가해준 다음 준비된 감자 깻잎 양파를 손질해서 넣어주고 양념장을 적당히 넣어준다.(많은 건 상관없지만 부족하면 맛없음) 그리고 물을 건더기가 딱 잠길 만큼만 넣어준다. (너무 부족하면 타고 너무 많으면 맛없다.) 이 상태로 보글보글 끓이면 된다.
감자와 닭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먹으면 끝!
우리 아내가 내가 해주는 닭볶음탕을 굉장히 좋아한다.
'다행이다. 냉동실에 닭이 있었어서.. 음... 앞으로는 병아리들 클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
마침 에어플라이기에서 새 구이도 다되었다.
"여보 새 구이부터 먹어봐"
"맛이 어때?"
호기롭게 새 다리를 찢어 입어 넣어본다.
"으으.. 질기고 냄새도 나는 것 같아."
"아..그래? 그럼 다음에 새는 저번처럼 직화로 구워 먹어야겠다!"
"응 그게 더 맛있어!"
"못 먹을 정도면 줘! 내가 먹을게"
"아니야! 그냥 먹을만해! 숯불에 구운게 훨씬 맛있었다는 거지!"
"알겠어!! 그럼 닭볶음탕 먹어봐!"
아내는 물로 입안을 가글하듯 헹구더니 꿀떡삼킨다.
"자..오빠 그럼 먹어볼게!"
- 호로록
아내는 무한 긍정의 시그널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도 한입 먹어보았다.
"크~~~~아~~~~~~~"
"맛있지 오빠?"
"응!!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다. 어디 계곡에서 발담그고 노는 것 같아!!"
"헤헷 우리 우진이도 진작에 그런데좀 가봤으면 좋았을 텐 데.."
"그러게.. 아직 이렇게 어린데.. 그럴 수 있는 날이 올까?"
"올 거야! 걱정 하지 마 오빠!"
"그럼 놀이 방에서 볼 풀장이라도 꺼내올까?"
"볼 풀장은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건 아닌데?"
"음.. 그러네.. 근데.. 드론으로 물을 그만큼 퍼오려면.. 하루 종일 해도 풀장을 다 채울 수는 없을 거야.."
"오빠! 너무 시무룩해 하지 마 나 임신하고.. 우진이 임신 때처럼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아마 지금 이렇게 좀비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오빠처럼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 그렇게 이야기 해줘서.. 나 병아리 밥 좀 주고 올게"
"내가 해도 되는데?"
"아니야!! 임신 했잖아 옆집에 좀비 묶어뒀어! 위험하진 않아도 괜히 갔다가 애기 잘못되면 어떻게 해! 내가 갈 테니까 걱정 하지 마! 다녀올게!"
"응.. 오빠 그럼 다음에 밖에 나가게 되면 현미 좀 찾아봐 줘"
"현미? 왜?"
"아.. 쌀도 언젠 간 떨어질 텐 데.. 어차피 바로바로 자라면 쌀도 수확해서 먹으면 좋잖아?"
"근데 현미가 왜 필요해?"
"아.. 우리가 먹는 쌀은 도정 과정에서 많이 깎아져서 발화 될 확률이 거의 없다더라고.. 현미는 그나마 좀 괜찮다고 본 기억이 나서"
"픕~"
"뭐야~ 오빠 왜 웃어?"
"하하하하하하"
"왜 웃냐니까?"
"너 귀여워서"
"뭐가?"
"다 죽은 야채나 뿌리도 없는 식물도 전부 살아나는데 현미를 뭐하러 구해, 하하하하하하"
"응? 무슨 말이야?"
"아~ 우리 좀비 피로 비료 주자나 그럼 지금 쌀 심어도 하루면 벼가 자랄 거야! 아마도?"
"정말? 우와 오빠는 그런 거 어떻게 알아?"
"글쎄.. 오빠 아이큐가 162정도? 였던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신기해 그럼 쌀 가져가서 심어봐!"
"그래 알겠어, 음.. 밭이 더 필요한가? 그럼 쌀 가져갈 때 배양 토도 가져가야겠다."
나는 옆집에 병아리 밥 주러 가는 길에 배양 토를 챙기고 쌀을 챙겼다. 땅을.. 아껴 쓰려면.. 모 판에 다가 키워서 한 모 한 모 옮겨 심어야겠지? 잠깐..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차피 하루에 한번씩 열릴 정도면... 그렇게 힘들게 일할 필요없는데.. 옆집으로 이동했다. 메인 베란다에 있는 살림사리들을 전부 거실로 옮겼다. 짐이 생각보다 없는 집이라 다행이야.. 옆집에는 노 부부가 살고 있었다. 가족도 부부가 전부였고.. 짐도 별로 없었다.
"다행이다.. 휴~"
짐을 전부 옮기고 바닥에 배양 토를 깔았다. 그리고 쌀을 흩뿌리듯 날려 뿌려주고 좀비 피가 섞인 물을 뿌려주었다.
"아... 물이 더 필요하네.."
다행히 옆집에는 내가 샤워를 위해 준비해둔 물이 많이 있었다. 흙이 진흙처럼 될 때까지 물을 많이 주었다.
"아.. 아무래도 배양 토라 흙이 진흙처럼은 안되네.."
예전에 만들어둔 비료 들을 섞어보았더니.. 좀 더 그럴 싸 해졌다..
"오!! 진짜 논 같아졌다!!"
나의 미니 논이 만들어졌다!
"이제.. 병아리들만 크면.. 단백질까지 거의 완벽해지네!! "
그런데 그때! 벌 통에서 벌이 나왔다.
"설마.."
"우~~~~~~~와~~~~~~~~~!!!!"
"토종 벌이다!!!!!!!!!!!!!!!!!"
내가 소리 지르자 좀비들이 난리가 났다.
하지만 턱을 모두 베어버려서 이상한 바람 소리만 났다.
"미안 미안 너무 기뻐서 그랬어!!"
이제.. 꿀도 수확할 수 있어!! 1년의 한번수확하는것이지만! 상관없다! 꿀 한 두 병으로도 우리 가족은 1년은 먹고도 남을 거다! 설탕보다는 꿀이 더 좋지!!
"나는 양봉의 후예다~~~~~~~~~~~~~~"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르자 아파트 주차장의 좀비들이 난리가 났다.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크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
소리 내며 몰려들어도 이내 다시 조용해지면 어디론가 흩어진다. 사실.. 집 밖으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이 세상이 멸망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고 지금의 삶이 멸망하기 전의 세상보다 더더욱 살기 좋다.. 마치.. 무슨 치트키라도 치고 사는 것처럼..
조난 40일 째..
벼가 자랐다.
하얀 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쌀이야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완벽에 가까운 에너지원이다!! 물론! 삼겹살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어플을 켰다.
- 생존 용 어플
멸망 하기 전에 받아두었던 생존 용 어플이다.
어플 자체가 책처럼 되어있고 와이파이가 안되지만 기본적인 요리 레시피부터 식물 키우는 법 불 피우는 법 생존하는 법 등등의 필요한 지식들이 전반적으로 들어 있다고 이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다.
오늘은 여기서 식물 키우는 법 중 벼에 대해 볼 것이다.
어플을 키고 벼 키우는 법은 필요 없으니, 벼의 수확 시기와 방법을 검색했다.
이 어플은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멸세법)카페에서 추천 받아 깔아둔 것이었는데.. 너무 다행이다. 이 어플이 있는 것 만으로 백과사전 부럽지 않고 네이놈 지식부럽지 않게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특히! 캠핑을 위해 담겨있는 지식들 중 짐을 거의 갖고 가지 않고 하는 캠핑 용 정보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검색 결과
벼의 수확 시기는 가을인 9~10월이며, 봄에 볍씨를 뿌리고 여름이 되면 가꾸어 가을에 노랗게 익은 벼를 거둔다. 라고 쓰여있다.
지금 내 눈앞에 노랗게 익은 벼가 황금 물결을 만들고 있다.
"와.... 아름답다.."
단 하루 만에 이렇게 곡식이 무르익다니..
나는 황금 물결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차차!"
다음 벼의 수확 방법!
수확 전 논을 바짝 말려 둔 후 콤바인으로 벼 포기를 거둠과 동시에 탈곡을 하고....
"콤바인????????????????????? 아니 된장 내가 콤바인이 어디 있어!!!!!!!"
오늘... 딥빡이 여러 번 온다.. 후하...
그다음... 건조 시켜주고.. 건조 후 벌레가 없고 통풍이 잘 드는 곳에 보관 한 후 필요에 따라 도정하면 된다라....
"음...."
수확을 하기 15~20일 전 논의 물을 빼서 바짝 말려 둔 후 콤바인으로 벼 포기를 거둠과 동시에 탈곡을 하고 부산물로 나오는 볏짚은 그대로 논에 깔아주라니!! 콤바인이 없다고!!!!!
"아? 여기 있다!"
콤바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베어주어야 합니다!!!
"손으로 직접 베어주라고????"
- 쿠르릉 콰쾅~~~~~~~~~~~~~
갑자기 밖에 벼락이 치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치.. 내 감정을 대변하듯...
"어? 비 온다 물 받아야지!!"
후다닥 달려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내가 창을 열고 비를 받고 있다.
"아.. 나도 옆집에다 설치해두고 올게!"
비 받는 걸 전부 설치해두고 다시 벼농사에 집중했다!
'변호사도 아니고 벼농사 라니.... 어무이.. 지가 죄송합니더 ㅠㅠ'
일단 벼는 허리가 아프겠지만 전부 내가 베어 줘야겠다.. 아쉽게도 낫이 있으면 좋겠지만.. 낫은 없다.
"나갔을 때 파밍 좀 해올걸... ㅠㅠ"
탈곡한 벼는 건조를 해야 합니다. 건조 과정이 중요한데 너무 고온이거나 오래하면 쌀이 개지거나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건조 후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며 통풍이 들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 후 필요에 따라 도정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기계가 할걸 내가 손으로 다 해야 한다는 거지?? 아... 밥 한번 먹기 더럽게 힘드네.. ㅠㅠ"
어플에는 맛있는 쌀 고르는 방법도 나와있다.
1. 생산 한지 1년이 넘지 않고 최근에 도정한 쌀
2. 쌀 등급이 특 또는 상 인 것으로 고르기
'ㅂㄷㅂㄷ 아니.. 놀리나... 내가 직접 도정 하는데!!!'
오늘 딥빡을 여러번 받는다... 크흡..
일단 몇 일 건조 시켜야 한다는 것이니.. 다시 건조를 시켜야겠다.. 괜히.. 진흙처럼 만들었어.. 망할..
"낫이.. 없는데..???"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 드립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거나 좋았던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_ㅇ_) <-- 큰 절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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