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 기관단총
한편 소련군은 영국으로부터 스텐 총의 설계도를 구입하였고, 이를 시범적으로 생산하고 여군들에게 보급하였다. 안토노프 정치 장교가 스텐 총을 보여주며 외쳤다.
"이 총은 가볍기 때문에 여성 동무들이 쉽게 쓸 수 있을 것 이다! 시범적으로 이 신총을 사용해보고 사용감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지원자를 받겠다!"
나타샤가 자원했다.
'보고서 쓰는건 귀찮지만 신총이면 고장은 덜 나겠지!'
나타샤는 원래 쓰던 소총이 안 그래도 고장나기 직전이었던 것 이다. 안토노프 정치 장교가 나타샤에게 스텐 총을 주고는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좌측의 탄창을 꽂으면 되네! 이 탄창 잡고 쏘지 말고 이렇게 정자세로 쥐고 쏴야 하네! 이건 개머리판일세! 이건 연사력이 좋으니 세심하게 조준할 필요 없고, 빠른 속도로 총알을 흩뿌리는 용도일세! 약실로 이물질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게!"
나타샤는 이렇게 스텐 총을 쓰게 되는 대신, 자신이 쓰던 소총은 잠시 반납하였다. 나타샤는 신이 나서 자신의 스텐 총을 바라보았다.
'총알이 많이 나가는게 확실히 더 좋긴 하겠지?'
나타샤는 탄창도 여러 개 받았다. 이 스텐 총은 그래도 단발 사격을 할지 연발 사격을 할지 정해서 쓸 수도 있었다.
'총알도 충분한데 그냥 연발로 쏴갈기는게 좋겠지?'
"정치 장교 동지! 이 총을 연발로 사격해도 되는지 궁금해해도 될지 여쭈어보아도 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평소에 안토노프 같았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 이다.
"연발 사격으로 총알을 낭비하는 것은 부르주아적이고 파시스트적인 발상이다! 가능하면 단발 사격하라!!"
하지만 안토노프는 계속된 전투로 많은 어린 병사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나타샤에게 연막탄까지 하나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 연막을 뿌리고 자네가 연발로 엄호 사격을 하며 조원들과 함께 후퇴하면 되네! 총알은 아끼지 말고 일단 생존하게!"
나타샤, 크세니야, 류드밀라, 안나 모두 속으로 생각했다.
'저 욕심많은 돼지같은 정치 장교가 사람됐네?'
나타샤가 탄창까지 여러개 받았음에도, 나타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스텐 총 테스트에 자원하지 않았다. 나타샤가 안나에게 말했다.
"이거 좋은거 같아! 너도 써봐!!"
나타샤와 안나는 체구가 작았기 때문에 기존 총이 무거웠던 것 이다. 예전에 훈련을 받을 때 권총을 쥐어봤는데, 권총을 양 손으로 잡고 자세를 취하는 것도 오래하다보면 팔 근육이 후들거렸다. 안나가 말했다.
"테스트 안된 신총인데 괜찮을까?"
"영국에서 설계도 사온거라고 했잖아! 아마 거기서 다 테스트해봤겠지!"
하지만 결국 부대 내에서 나타샤만 신총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그 날, 소련군은 야음을 틈타 독일군을 공격하기로 했다. 나타샤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제발 오늘 총 안 맞게 해주세요!!!'
오늘 밤은 빗줄기가 상당히 거셌고 덕분에 발 소리는 덜 들릴 것 이었다. 하지만 독일군 또한 빗줄기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총을 갈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타샤는 안나, 류드밀라와 함께 은밀하게 이동했다. 류드밀라가 저격수로서 실력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류드밀라가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나타샤가 엄호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계속해서 빗줄기는 철모를 때렸고, 옷과 군화를 납처럼 무겁게 만들었다. 걸어갈 때마다 철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타샤는 후방 경계 역할을 맡았다. 나타샤는 자신의 목에 끈으로 걸어둔 스텐 총을 꽉 쥐었다. 독일군이 나타나기만 하면 이 총알을 긁어야 할 것 이었다.
'으아아...으아아아...'
나타샤는 후방 경계를 하며 양측면에 건물들의 창문들을 모두 살피며 뒷걸음질쳤다. 그런데 그렇게 후방 경계를 하며 뒷걸음질치다가 뒤로 발랑 자빠졌다.
퍼억!!
'꺄악!!!'
실수로 나타샤는 스텐을 발사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스텐은 발사되지도 않았고 약실에 이물질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앞에서는 안나와 류드밀라가 나타샤를 보고 있었다. 나타샤는 황급히 일어나서 계속 후방 경계를 하며 뒷걸음질쳤다.
오늘의 임무는 독일군이 사거리에 세워둔 전차를 기동불가로 만드는 것 이었다. 조만간 라스푸티차가 끝나면 독일군의 항공 보급이 재개될 것 이고, 그렇다면 강력한 티거 전차들은 다시 연료를 보급받아 기동 가능할 것 이었다. 나타샤, 안나, 류드밀라는 일단 한 건물로 들어간 다음 사람이 없는지 쭉 스캔했다.
그리고 실내에서 적이 발견된다면 스텐 기관단총으로 난사하는게 유리했기 때문에 나타샤가 앞장서서 건물을 스캔해야 했다. 나타샤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왜 위험한 일을 도맡아야 해!!!'
스텐을 들고 있는 나타샤의 양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조용히 문을 열어보고 코너를 살피는 것을 반복했다.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았고 창 밖에서는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이 집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분명 발소리를 들었을 것 이다.
그렇게 나타샤 일행은 건물들을 스캔하면서 점점 독일군이 포위된 진지로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나타샤는 팬티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으아아아...'
건물에서 건물로 진입할때는 창문을 이용했다. 이미 창문 유리들은 포격으로 거의 박살이 난 상태였다. 창틀에 담요를 깔고 넘어가면서 나타샤는 혹시나 유리에 찔리지는 않을까봐 걱정했다.
'끄아아!!!'
그리고 드디어 나타샤 일행은 먼 거리에서지만 독일군 전차에 각이 나오는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이 이상으로 독일군 진영에 더 접근하는 것은 위험했다.
독일군 4호 전차의 궤도 쪽을 대전차 소총으로 쏘기 위해서는 건물 외벽에 구멍을 새로 뚫어야 했다. 나타샤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혹시 옆 건물에 독일군이 있으면?'
만약 옆 건물에 독일군이 있다면 망치로 벽을 두들기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을 것 이었다.
다행히도 박격포, 그 외 야포 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있었고, 류드밀라는 그 소리에 맞춰서 작은 망치를 이용하여 벽에 구멍을 냈다.
펑!!(탁!)
쿠과광!!!(탁!)
마침내 벽이 허물어졌고 작은 구멍이 생겼다. 류드밀라는 자신의 대전차 소총을 그 곳에 위치시켰다. 안나는 쌍안경을 이용해서 주변을 정찰했다. 너무 어두웠고 빗줄기도 셌기 때문에 한 발에 적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후방 엔진 데크를 적중한다면 더 좋겠지만 이 위치에서는 엔진 데크를 쏠 각이 나오지 않았다.
독일군의 4호 전차의 포탑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아까부터 포탑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류드밀라가 속으로 생각했다.
'안에 아무도 없나?'
나타샤는 계단 쪽에서 스텐 총을 들고는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혹시나 독일군이 계단 쪽으로 올라온다면 이 스텐 총을 갈겨야 했다.
'으아아아...'
나타샤와 친구들이 자리잡은 5층 건물의 천장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독일군이 갑자기 저기로 뛰어내려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타샤는 계단을 총으로 겨누고 있을지 천장을 겨눌지 고민했다. 나타샤는 스텐 총으로 두 곳을 번갈아 겨눴다.
'옥상으로 오면 아마 발소리가 들리겠지...'
나타샤는 계단 쪽을 총으로 겨누기로 했다. 그리고 류드밀라가 4호 전차의 궤도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타앙!!
쉬이잇!!!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궤도가 피격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때, 독일군이 하늘에 조명탄을 발사했다.
타아앙!!
그리고 4호 전차의 포탑이 선회하기 시작했다.
트으으 트으으으으 트으으
독일군은 4호 전차 포탑 내부에 있었던 것 이다. 류드밀라는 한 발 더 발사하기로 했다. 안나가 외쳤다.
"빨리 도망쳐야 해!!!"
류드밀라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정확한 위치는 모를거야!!!'
조명탄으로 하늘이 밝아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조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호 전차의 포탑이 선회하며, 류드밀라 일행이 있는 쪽 건물에 기관총을 발사했다.
드득 드득 드득
하지만 4호 전차 포탑의 기관총은 엉뚱한 곳을 쏘고 있었고, 류드밀라는 다시 대전차 소총을 발사했다.
타앙!!
이번에는 정확히 궤도에 적중했다. 4호 전차의 궤도 한 칸에 튕겨져나왔다.
타악!!
류드밀라는 서둘러 대전차 소총을 챙겼다. 그리고 나타샤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계단과 천장을 번갈아서 스텐 기관단총으로 조준하고 있었다. 독일군의 4호 전차는 대전차 소총의 발사광으로 류드밀라의 위치를 알아채고는 그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드득 드드득 드드득
류드밀라가 있던 곳의 유리창이 모두 와장창 깨졌다. 삼총사는 빠른 속도로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그런데 독일군의 징 박힌 군화가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당탕탕!!
"올라가!! 빨리!!!"
나타샤 일행은 재빨리 지붕으로 올라갔다. 이제 옆 건물로 점프해야 할 것 이었다.
"꺄아악!!!"
지붕에는 오토 파이퍼가 알프레트, 요하네스와 함께 나타샤 일행을 쫓으러 지붕으로 올라온 상황이었다. 지붕은 거꾸로 된 V 형태였고, 오토 일행은 반대편에서 엎드린 채로 고개만 내밀고 나타샤 일행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알프레트가 나타샤 일행을 향해 MP40을 긁었다.
탕! 탕! 탕! 탕!
오토 또한 발터 권총을 이들에게 발사했다.
탕! 탕!
지붕 위에서 두 개의 발사광이 번쩍거렸다.
나타샤는 오토 일행을 향해 스텐 기관단총을 발사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나타샤는 스텐 총이 엄청나게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앗 뜨거!!!'
탄피들이 우측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오토 일행은 잽싸게 지붕 반대편으로 몸을 숨겼다. 나타샤가 엄호 사격을 해주는 동안 안나와 류드밀라는 다른 건물의 지붕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비가 와서 지붕이 워낙 젖었기 때문에 안나는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졌다.
"꺄아악!!"
류드밀라가 안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나타샤도 이들을 따라서 점프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뒤에서 오토와 알프레트가 조준 사격으로 나타샤에게 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꺄아악!!!!!'
나타샤는 있는 힘껏 점프해서 다른 건물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나타샤는 다시 스텐을 쏘려고 했지만 여전히 총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타샤는 스텐 좌측에 달린 탄창을 잡고는 다시 오토가 있는 쪽으로 총을 긁었다.
탕! 탕! 탕! 탕!
다시 탄피가 우측으로 흩뿌려졌고, 오토와 알프레트는 잽싸게 고개를 숙이고 엄폐했다. 그리고 나타샤 일행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토가 외쳤다.
"저 새끼들 잡아!!!"
나타샤 일행은 허리를 숙이고 골목길로 냅다 달렸다. 그 때, 우측 건물 안에서 이 쪽으로 소총이 발사되었다.
탕! 타앙!! 탕!!
나타샤가 그 쪽으로 스텐 기관단총을 긁으려고 했다. 하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아까 전에 탄창을 잡고 쏘는 바람에 작동이 되지 않는 것 이었다.
'이런 시발!!!'
나타샤는 독일군의 소총 발사광이 보이는 곳으로 스텐 기관단총을 냅다 던졌다. 그렇게 스텐 기관단총 독일군이 있는 건물 안에 던져졌고, 이 좆같은 스텐 기관단총은 사방을 향해 총알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탕!! 타앙!! 탕!!!
"엎드려!!"
건물 안에 있던 독일군은 총알을 맞을까봐 엎드렸고 그 틈을 타서 나타샤 일행은 도주에 성공했다. 나타샤는 팬티에 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으아아아...으아아아..'
나타샤는 스텐 기관단총에 대해 보고서를 올리고 안토노프 정치장교에게 말했다.
"저의 불찰로 귀중한 총을 잃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미숙한 실력으로는 스텐 기관단총을 운용할 수 없으니 다시 저격수로..."
안토노프가 보고서를 읽고는 외쳤다.
"그렇지 않네!! 아주 훌륭해!! 최고야!!"
나타샤는 식은 땀이 줄줄 흘렸다.
"하..하지만 귀한 총을 제가 또 잘못 사용하여 분실하면..."
'안토노프 동지는 쫌생이라서 무기 분실하는거에 예민하니까 다시 나에게 저 지랄맞은 기관단총을 맡기지는 않을거야!!'
그 때, 다른 병사가 엄청난 양의 스텐 기관단총이 들어있는 수레를 갖고 왔다. 안토노프가 외쳤다.
"걱정 말게!!! 이건 매우 가격이 저렴하다네! 앞으로도 총이 작동하지 않으면 얼마던지 독일군을 향해 내던지게나!!"
류드밀라 또한 나타샤를 격려했다.
"나타샤, 너 덕분에 모두 살 수 있었어!! 고마워!!"
안나 또한 나타샤를 칭찬했다.
"나타샤 동무 덕분에 모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타샤는 다시 스텐 기관단총을 쓰게 되었다.
'싫어!!!!!!!!!!!!!!!!'
이 시각, 한스는 조만간 빌헬름 3세의 즉위식이 열릴 것 이라는 소식을 전달 받았다. 빌헬름 2세의 노환으로 더 이상 업무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이었다. 한스는 처음 황제에게 훈장을 수여받았던 날을 떠올렸다. 무언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는군...'
국내, 국외 양쪽에서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단 나치당도 황실에 친화적이었기에 빌헬름 3세의 즉위 또한 지금 당장은 정치적으로 큰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제국에 흡수된 이후, 카를 1세와 오토 폰 합스부르크는 헝가리 황제 겸 체코, 슬로바키아 왕직을 갖고 있었다. 빌헬름 3세 즉위식에 아마 합스부르크도 방문할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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