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작전
현재 독일군은 모스크바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사령부를 두고 있었고, 한스는 사령부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쌍안경으로 모스크바 방향을 정찰했다. 구름이 워낙 많이 꼈기 때문에 모스크바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옆에 있던 구데리안이 말했다.
"날씨가 맑을때는 여기서 크렘린도 볼 수 있소."
'조만간 크렘린에도 갈 수 있겠군...'
한스는 반대편으로 가서 엄청난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있는 롤반을 쌍안경으로 관측했다.
구데리안을 뜻하는 알파벳 G가 쓰여진 차량들이 진흙탕에 바퀴가 빠진 채로 롤반에 늘어서 있었다. 연료가 떨어진 탓에 이걸 다 구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보고에 따르면 이런 교통 체증은 수백km에 달했다.
한스는 구데리안과 함께 보급에 대해 논의했다.
"11월 6일은 되어야 진흙이 얼어붙어서 보급물자 수송이 재개될 것 이오. 포위된 병력에 대해 항공 보급을 수차례 시도했고 일부는 성공했지만 현재 항공기가 쓸 연료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소."
현재 독일군 부상병도 이송이 어려워서 치료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10월 초였기 때문에 땅이 얼어붙어서 물자 수송이 가능해지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했다.
그 때, 구데리안의 부관이 와서 주요 인사가 사령부에 방문했다고 보고했고, 한스와 구데리안은 이를 맞이하러 갔다. 가보니 아프베어(독일 제국 국방군최고사령부 해외/방첩국)의 빌헬름 프란츠 카나리스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지?'
"라스푸티차로 차량 운행이 힘들지 않았습니까?"
카나리스가 말했다.
"아프베어는 모든 곳에 갈 수 있소!"
카나리스는 방첩국이라 그런지 약간 이상한 양반이었다. 한스와 구데리안은 카나리스를 사령부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레드 오케스트라가 모든 무선을 감청하고 있으니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이겠지. 안 좋은 소식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카나리스는 한스와 구데리안의 부관을 모두 집무실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했다. 부관들이 모두 나가고 카나리스는 집무실 안에 무전기가 있는지 샅샅이 창틀, 문틈, 벽지 뒤를 살펴보았다. 구데리안이 말했다.
"제 부하들이 무전기가 있는지는 모두 확인했습니다."
카나리스가 말했다.
"보안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소!"
그렇게 카나리스는 30분 가까이 시간을 들여서 도청 장치가 있는지 확인했다. 한스가 입을 벌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자 구데리안이 수근거렸다.
"중앙통신방첩부의 암호 해독가가 첩보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다음부터 더 보안을 신경쓴다고 들었소."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이상한 사람들이 방첩국에 들어가는건가 아니면 방첩국에 들어가면 이상해지는건가?'
카나리스가 창틀을 체크하며 말했다.
"지금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겠군.."
한스는 괜히 이 말에 뜨끔했다.
'히익!'
카나리스가 말했다.
"아프베어는 무엇이든 들을 수 있소!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 생각까지도 말이오."
확인을 마치고 카나리스가 말했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레드 오케스트라의 본부에 침투하기 위한 특수 작전을 시행할 것 이오."
'레드 오케스트라의 본부에 침투한다고?'
소련의 첩보 조직, 레드 오케스트라는 1936년부터 독일의 막대한 정보를 모스크바로 빼돌리고 있었다. 아프베어는 6월 24일 베를린과 브뤼셀 등지에 있는 공산주의자의 무선국을 발견했다. 그렇게 6월 이후로 게슈타포와 아프베어는 레드 오케스트라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잔당들을 잡고 있었지만 아직 핵심 인물은 잡아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꽤 중요한 핵심 요원들을 잡아내는 것에도 성공했지만 이들도 서로의 정체는 알지 못했다.
지금 레드 오케스트라는 사령부의 정보를 빼돌리고 있는 것이 확실했고 한스도 이를 알고 있었다.
'현재 사령부에 있는 레드 오케스트라를 축출하지 않는다면 모스크바 점령은 실패할 것 이다...'
한스는 일부러 거짓 정보를 사령부에서 몇 번 흘린 적이 있었다. 이 정보들은 길어야 3시간 만에 레드 오케스트라에 의해 무전으로 전달되었고, 아프베어 방첩부의 감청소에서 이 무전메시지를 감청했다. 참고로 한스는 이 정보를 무선으로 전달한 적도 없었기다. 이는 사령부에 레드 오케스트라측 스파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프베어 내부에서도 레드 오케스트라 단원이 요원으로 첩보 활동을 하다가 잡힌 적이 있었다.
카나리스는 서류를 꺼내어 한스와 구데리안에게 보여주었다.
"이...이건?"
1940년 9월 12일 - 지휘자에게 보내는 41회 전문 - RDO
현재 독일군이 설계 중인 전차는 기존 티거 전차에 비해 막강한 화력과 방호력을 지닌 전차로 IS-2 전차를 상회하는 장갑을 가질것임 - 라도
1940년 9월 15일 - 지휘자에게 보내는 45회 전문 - RDO
독일군은 4호 전차 생산량을 기본의 1.2배로 늘릴 것임 - 라도
1940년 9월 18일 - 지휘자에게 보내는 50회 전문 - RDO
튤라 인근 독일군 철도역에 사보타주 예정 - 라도
1941년 9월 28일 - 지휘자에게 보내는 67회 전문 - RDO
독일 공군 활주로를 폭격하는 계획에 실패함 - 라도
레드 오케스트라는 놀랍게도 이러한 세세한 정보들까지도 알아내고 있었던 것 이다. 보급, 군수 물자 생산, 전차 생산량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까지 모조리 모스크바로 보내고 있었다. 9월 경에 자주포 생산량을 약간 줄이고 전차 생산량을 증가시킨 것까지도 모조리 모스크바로 보고되었다.
한스는 식은 땀이 흘렀다.
'레드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 올해 내로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카나리스가 말했다.
"최근 스탈린이 레드 오케스트라의 무선국을 4배로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소. 아무리 아프베어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레드 오케스트라에서는 첩보원들이 서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핵심 세력을 추적하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소. 지금도 모든 유럽의 정보들이 모스크바로 5시간 안에 흘러가고 있소. 아, 이 서류를 읽어보시오."
한스와 구데리안은 그 서류를 읽어보았다.
'여..영국이?'
레드 오케스트라가 모스크바에 보낸 무전 감청 결과에 의하면, 영국은 독일 제국의 빠른 승전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은 독일의 전쟁 수행 능력에 제한을 두기 위하여 석유, 철강 등 전쟁의 필수적 자재 수출에 제한을 두도록 다른 국가들과 비밀리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시발 놈들이!!!'
뿐만 아니라 영국은 소련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랍스터 새끼들이!!!'
카나리스가 말했다.
"영국만 욕하지 말고 이 서류도 보시구려."
레드 오케스트라가 프랑스에서 얻어 낸 정보에 의하면 프랑스는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폭락시키기 위하여 대량의 위조 지폐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 달팽이 먹는 새끼들이!!!'
한스가 말했다.
"그래서 모스크바에 있는 레드 오케스트라의 본부를 공격하려는 것이오?"
"그렇소!"
카나리스는 작전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놀랍게도 카나리스의 아프베어는 이번 작전을 위해 SS라도 협력할 계획이었다. 한스의 사생아 중 하나인 하인리히가 소속된 브란덴부르크 특수부대와 SS의 협동 작전으로 실시될 것 이었다. 그리고 한스는 아직 몰랐지만 이 SS에는 하이에도 속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련의 소수민족 또한 이 특수 부대에 속해 있었다. 스탈린 치하에서 소수민족들은 많은 박해를 받았고, 결국 전향해서 독일측에서 특수 부대로도 활약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프베어는 친위대와 경쟁 관계라고 들었는데 협동 작전을?'
카나리스가 말했다.
"친위대와 협동 작전을 하는 것에 대해 놀란 모양이오!"
카나리스의 말에 한스가 뜨끔했다.
'어..어떻게 알았지?'
카나리스가 말을 이었다.
"그만큼 이번 작전이 중요하다는 뜻이오! 황태자께서 이번 작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소! 그러니 꼭 성공해야 하오!"
빌헬름 2세의 노환으로 인하여 빌헬름 3세는 조만간 즉위를 앞두고 있었다. 빌헬름 3세는 빌헬름 2세와는 달리 실권에 욕심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프베어가 황태자 쪽으로 줄을 서려나?'
어쨋거나 이번 특수 임무에 독일 제국의 명운이 달려 있었고 한스는 제발 이번 작전이 성공하기를 원했다.
'제발 성공해라!!'
한스는 집무실 밖으로 나와서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군 총사령관 리히트호펜 원수, 통칭 붉은 남작이 있었다.
"만프레트! 자네가 여기 왠일인가!"
붉은 남작은 조종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도 최전선을 자주 시찰했다. 붉은 남작이 말했다.
"비가 그치고 활주로가 재건되고 연료만 보급된다면 바로 공중 보급이 가능할걸세."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최소한 일주일은 기다려야겠군!'
"장마만 끝나면 땅이 얼어붙어서 보급이 재개되니 일주일 내로 모스크바는 점령할 수 있을걸세. 그렇게 되면 휴가라도 가고 싶군!"
붉은 남작이 말했다.
"과연 휴가를 갈 수 있을까?"
"그게 무슨 말인가?"
붉은 남작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현재 황태자는 지금 전선이 마무리되면 서방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네."
"서...설마?"
"소문일 뿐이네! 어차피 지금과 같이 권력이 분산된 상황에서는 황제만의 결정으로 전쟁이 나지는 않을걸세!"
그리고 다음 날, 기존 브란덴부르크 특수 부대와 SS 친위대의 협동 작전이 시작되었다. 슈코르체니는 워낙 거구에 눈에 띄는 흉터가 있어서 이번 협동 작전에서 제외되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모스크바에 있는 레드 오케스트라의 암호 해독 기지에 침투해서 놈들의 암호 해독 장비를 훔치는 것 이었다.
놀랍게도 하인리히와 하이에의 공으로 이번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고, 이 소식은 바로 한스에게도 전달되었다.
'좋았어!!!'
특수 부대는 모스크바 암호 해독 기지에서 암호 해독 장비를 훔쳤고 서류를 훔친 다음 폭발물을 설치한 다음 도주한 상황이었다. 레드 오케스트라의 암호 해독 기지가 폭발했다는 소식 또한 전달되었다.
카나리스가 말했다.
"며칠 내로 놈들은 레드 오케스트라의 시스템을 재건할걸세!"
특수 부대가 수집한 서류와 정보들은 모두 독일 제국 통신 방첩부의 암호 해독 부서로 보내졌다.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과 다비드 힐베르트가 이 암호의 나머지 부분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라마누잔은 이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공식을 5시간 내에 만들었고, 결국 베를린, 함부르크 등에 있는 레드 오케스트라의 핵심 스파이를 잡아낼 수 있었다.
Commen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