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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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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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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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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제 590화 습격을 하다. 습격을 당하다.

DUMMY

곳곳에 파괴된 건물들의 잔해와 어디에도 쓸 수 없을 듯한 쓰레기더미들만이 가득한 길. 아쿠아마린이 에덴으로 넘어오는 순간 느끼는 감상은 그것이었다. 지평선 너머까지 멸망해버린 문명을 그려놓은 듯한 모습은 아무도 없는 무의 수채화와 같았으나 곳곳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살기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가 에덴? 이곳에선 마음대로 죽여도 처벌이 없다고 하니. 열심히 해보죠. 카벙클.”


쉬이이이이익!


옷 속에서 시원한 뱀의 비늘을 느끼며 아쿠아마린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높이는 30m 정도 되려나? 아쿠아마린은 불친절하다고 투덜거리면서 손 전체를 원뿔 형태의 고드름으로 감싼 후. 건물에 박아 속도를 줄여 내려갔다.


“어라? 분명 함께 넘어왔을 텐데. 마리씨는 어디로 떨어졌을까요?”


아무래도 통로가 파괴된 충격 때문에 좌표가 조금 어긋난 것 같다.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도착시각도 저의 마법 저항력 때문에 상당히 늦어진 것 같은데요?’


아쿠아마린처럼 강력한 괴물들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마법에 상당한 내성을 지닌다. 그것은 본인이 마법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도 마찬가지이며 보통은 통로에서 제어를 해줘 동시에 같은 장소에 도착하겠지만. 아무래도 습격 덕에 망가져서 조금 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


“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빨리 마리씨를 찾는 것이 좋겠죠?”


“끼에에에에에엑!!!”


라고 하는 순간. 건물 잔해에 숨어 있던 고양이과 짐승이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의 이빨은 사람 손만큼 두껍고 길게 자라있었으며 눈은 홍채를 잃어 반투명하기만 했다. 사자와 같은 갈기를 지닌 이름 모를 짐승이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푸욱!!!!


“으음.... 하찮네요.”


아쿠아마린은 한순간에 기다란 고드름을 만들어 놈의 입을 통해 몸을 관통하였고. 곧 온몸으로 얼음 가시가 튀어나오게 하였다. 눈과 귀, 몸의 약한 지점으로부터 튀어나오기 시작한 얼음은 붉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늘한 푸른색으로 물들여졌다. 즉사. 볼 것도 없었다.


“어라? 환영 인파일까요?”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 종족이 서로 다른 이들이 주변에 나타나는 것이 보이자. 아쿠아마린은 두 손을 들어 전투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파충류 머리를 가진 이가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꽤 힘 좀 쓰는 년이군. 에덴으로 왜 추방됐는지 몰라도. 우리 리전 클랜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우린 너처럼 강력한 괴물이 필요해. 너도 에덴에서 살아남으려면 클랜이 필요할 거야.”


“그 전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김마리라는 이름의 소녀를 찾고 있는데. 혹시 보셨을까요? 같이 온 일행인데. 보이지가 않네요.”


“검은 머리 소녀? 미안하지만. 그런 게 한두 명이 아니라서. 아무튼 우리 질문에···.”


“큰 배낭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정말 중요한 거라. 이걸 답변해주시면 저도 당신의 질문에 답해드릴게요.”


“....좋아. 누가 행방을 아는 괴물 있어? 이 년과 일행이면 별로 안 되었을 텐데?”


“두목! 증오 클랜 쪽에서 4시간 전쯤인가 텔레포트로 넘어온 온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거 아닐까요? 평소에 기부 물자 투하 시간과 달라서 저도 의아하게 생각했거든요.”


“증오 클랜요?”


“서열 9위 증오가 만든 집단이다. 이 에덴에서 제일 세력이 크고 미친놈들이지. 너도 그놈들이랑 엮이지 않는 것이 좋아. 일단. 네가 찾는 친구는 증오 클랜의 영역에 떨어진 것 같으니. 포기하는 것이 좋을걸?”


증오라. 일단 같은 666의 괴물인 만큼. 저의 선배가 된 괴물이네요. 저는 정보를 정리하며 옷 속에 숨어 있는 카벙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슬슬 나와. 카벙클.”


끼잉! 낑!


새하얀 작은 뱀이 아쿠아마린의 목을 타고 길어 올라 머리에 올라오더니 곧 자그마한 날개를 퍼덕였다.


“그리고 리전 클랜이라고 하셨나요? 당신들의 제안에 대한 대답은...”


아쿠아마린은 새하얀 머리를 흩날리며 웃었다.


“거절이에요. 저는 이미 소속이 있거든요. 제가 짝사랑하는 분을 모시는 집단에서 말이죠.”


“그거 안 됐군. 그럼 죽어랏.....!!!”


“쓸어버려요. 카벙클.”


그 순간이었다. 손바닥에 들어올 만큼 작은 뱀의 이마의 푸른 보석이 반짝이더니 작은 성 크기로 갑자기 확장되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리전 클랜원들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귀를 찢어발기는 소음과 함께 카벙클은 막대한 마력을 입에 담아 지상으로 쏘았고 그러자 360도 방향으로 거대한 마력의 파장이 싸그리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방어하거나 도망가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카벙클의 브레스는 모조리 집어삼켰으며 곧 그들의 육체를 산산이 조각내 사방으로 흩트렸다.


“정리 끝. 고마워. 카벙클. 이따 간식으로 마력석 하나 줄게.”


끼잉!


건물 잔해까지 모조리 쓸어버렸기에 아쿠아마린을 중심으로 150m 정도 영역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아쿠아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로 살려둔 이에게 접근했다.


“이곳에 현재 살아남은 건 당신뿐이에요.”


“히익!!!! 제발 살려줘!!”


“아까 마리씨를 보셨다고 했죠? 길 안내 좀 부탁드릴게요.”


“....증오 클랜의 영역에 가겠다고? 거기 있는 괴물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상관없는데요? 방해되면 모조리 죽이면 그만인지라.”


“난.... 살려줄 거지?”


“배고픈 상황이라면 몰라도. 외부에서 든든하게 먹고 와서 굳이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는 설원의 아쿠아마린. 베품을 받은 것은 확실히 돌려주는 괴물입니다.”


“아...알겠어. 안내할 테니까. 죽이지만 말아줘.”


-----------------------------------------------------------


분수도 모르는 무법자들을 얼음 석상으로 만들어주면서 아쿠아마린은 콧노래를 불렀고 그녀의 노래에 길 안내를 하게 된 남자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렸다. 덤비는 대로 혼자서 모조리 참살하고 있는 뒤의 소녀는 그가 보기에는 비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뭐랄까... 이곳에서 ‘재앙’이라 불리는 그들을 본 기분이랄까? 남자는 식은땀을 닦으며 발을 멈추었다.


“여...여기에 오면 됐지? 바로 저기야. 저쪽이 증오 클랜 영역이라. 나는 가면 안 돼!!!!”


“흐음.....”


아쿠아마린은 탐색 마법을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모조리 훑었고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달기님의 악성이 담긴 주술이네요. 제가 찾던 이가 저기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어요.”


“차...찾은 거야? 나는 가도 되지?”


“가세요. 저는 약속은 지키니까요.”


이 볼품없는 괴물을 뒤에서 죽일까? 라고 잠시 생각한 아쿠아마린이었지만. 곧 그녀는 눈처럼 새하얀 머리를 흔들며 그 생각을 취소했다.


“네메시스님도 저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저도 이러는 것이 옳겠죠.”


아쿠아마린은 자신의 아공간에서 손을 뻗었다. 거기서 곧 빨대가 꽂힌 콜라 컵을 꺼냈고 그녀는 그것을 마시면서 태평하게 그곳으로 걸어갔다.


“잠깐! 거기 멈춰! 넌 누구야?”


‘앞에 두 명의 경비. 그리고...’


높은 건물 옥상에 두 명이 무언가를 손에 쥔 상태로 아쿠아마린을 노려보고 있고, 땅에 숨어 있는 이 그리고 건물 안에서 지켜보는 시선까지 느껴진다.


‘전부 총이란 무기로 무장하고 있네요. 구경이 큰 것은 위쪽에 있는 이들이고. 흐음... 마법사도 한 명 있네요.’


“제 친구가 거기에 있어서 그런데.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짐도 가져가셨으면 짐도 돌려받고 싶은데요?”


쪼오오오옥!


아쿠아마린은 그 질문을 끝으로 콜라를 빨대를 빨아들였고 소녀의 질문에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보는 것이 보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뭐라는 거야? 이년?”

“아마 아까 잡아 온 그 애 동료인 것 같은데?”

“방금 들었어? 돌려달래!”

“아아! 그럼 우리가 그 꼬마와 짐을 무사히 돌려드려야겠군? 그렇지?”


경비들은 곧 험악한 눈동자로 아쿠아마린을 노려보았다.


“너!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온 거야?”


“증오 클랜 어쩌고 하는 영역이라면서요?”


“잘 알면서 온다고? 이 미친년이! 죽고 싶어...?”


경비는 작은 소녀를 상대로 화를 내며 총구를 겨루었다.


서걱!


“여러분이 먼저 공격한 거랍니다?”


그 순간. 경비의 목이 잘리고 차갑게 얼어붙은 단면이 지면에 닿자 주변으로 서리가 퍼져나갔다. 일반 괴물들조차 반응조차 못 하는 속도에 다른 경비는 깜짝 놀라 총을 조준했지만....


“당신은 너무 느려요.”


총과 함께 몸을 기다란 고드름으로 관통당한 후. 몸 전체가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그에 따라 날카로운 살의가 하늘에서 느껴지자. 아쿠아마린은 얼음이 된 경비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깥쪽에서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저의 프리즌 능력으로 얼려둔 이상. 막는 건 문제없겠네요.’


아무리 괴물이라도 음속을 넘어서는 화병기는 위험했고 직접 맞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곧 여러분들을 모두 죽일 건데. 잘 부탁드려요.”


“닥치고 죽어!!!! <익스 플로전>!”


“쯧.”


아쿠아마린은 좌로 이동하면서 얼음 덩어리를 그대로 건물 위의 저격수에게 던졌고 그러자 그녀가 있던 자리로 폭발이 일어났다. 마법에 의한 저격이었다.


“<프로즌 넷>.”


타다다다다다다닷!!!!


그녀의 몸을 갈기갈기 찢기 위해 질주해오는 탄들이 그녀의 근처에 이르자 얼마 못 가 힘을 잃고 지면에 떨어져 갔다. 아쿠아마린이 얇디얇은 그물처럼 얼음의 실을 주위에 퍼트려놓자. 그물에 걸린 탄들이 회전력을 그대로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이건 4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총기 대응 마법 중 아쿠아마린이 자기 입맛대로 만든 것이었다.


“뭐야? 대구경으로도 안 뚫린다고? 지가 666의 괴물이라도 돼?”


총기 대응 술식은 많다. 하지만 막이 아닌 복잡한 그물망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상시 자기 주변에 퍼트려야 하는 난이도 덕에 소화기라면 모를까. 대물 저격총으로 갈겨대는 지금은 못 막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20mm 탄환으로도 관통하지 못하는 광경에 아무리 괴물이라도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666의 괴물 맞는데요~.”


마법사의 경악을 무시하며 아쿠아마린은 건물로 뛰어올랐다. 발바닥을 스파이크처럼 날카롭게 얼음 가시를 세워놓았기에 그녀는 아무런 문제 없이 건물 벽을 타고 오를 수가 있었고 놀란 저격수가 그녀를 보고 손을 들었다.


“<에어 붐>!”


눈앞에서 마법이 터져나갔지만. 그것뿐. 아쿠아마린은 마법에 대한 내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마법은 상처라기도 미묘한 흔적만을 남겼고, 아쿠아마린은 저격수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푸욱!


차가운 그녀의 손에 따뜻하고도 미끄러운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느껴진다. 이 감각에 아쿠아마린은 웃었다.


“육지 동물은 따뜻하다니까요. 그래서 이 감각이 좋지만.”


얼음으로 저격수였던 육체를 그녀의 손에 이어. 얼음 덩어리를 맞은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다른 저격수에게 다가가 그대로 내리꽂았다.


콰지직!!!


따뜻한 피와 얼음 조각이 비상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그림 같다고 아쿠아마린이 감상에 젖어 들 때쯤. 아쿠아마린은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벽 속이네요. 기척을 보면 이쯤이려나?”


푸우욱!


아쿠아마린이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을 내려찍은 후. 고드름으로 꿰뚫자. 그녀의 얼음에 무언가가 꿰뚫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 그거면 됐다.


“아름다운 얼음꽃이 되렴.”


콰지지지직!


그녀의 마력을 이기지 못한 괴물은 몸 내부에서 터져나가는 얼음꽃에 산채로 찢겨나갈 뿐이었다. 아쿠아마린은 피로 물드는 벽을 뒤로하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팅!


“어라? 이건 분명...”


콰아앙!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날카로운 파편들이 그녀의 몸을 향해 비상했으나. 그녀의 몸을 감싸는 얇은 얼음 막을 뚫지 못했다.


“겨우 이런 거로는 소용없답니다.”

피이이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앙!!


얼음 막이 크게 흔들리고 아쿠아마린은 자리를 박차고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가 날아와 그녀의 마력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무유도 미사일이라고 말하는 물건이네요. 직접 맞은 것은 처음인데. 신기해라.”


“뭐야! 왜 안 죽는 거야!!!”


“순수한 힘의 차이죠. <물거품>.”


아쿠아마린이 인어 특유의 마법인 물거품을 얼음으로 굳혀 날리자. 그것은 시속 500km가 넘어가는 철갑탄과도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눈앞의 괴물의 머리와 하체를 박살 내버린 아쿠아마린은 고개를 돌려 아직 영창중인 마법사를 보았다.


“이...이곳은 서열 9위 증오님의 영역이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네. 아무리 기분 나빠도 절 죽이진 않겠죠. 일단은 동료거든요.”


콰직!


아쿠아마린은 손날에 얼음 칼날을 만들어 그대로 내려찍었고 차가운 얼음 단면과 함께 마법사는 세로로 쪼개져 자신의 몸 내부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아쿠아마린은 간식 삼아 그 일부를 주워 자신의 입에 넣어 씹었다.


“맛은 없네요. 예전이라면 불만 없이 먹었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알아버린 이상 어쩌겠어요. 단 게 땅기네요. 아공간에 콜라가 남았던가?”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경보음인 걸까요? 상당히 느려라~.”


백색의 소녀는 경보음에 나오는 괴물들을 바라보며 소녀답지 않은 가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죽여드릴까요? 후후후훗.”


소녀가 걷는 길이 미지근한 붉은 피와 녹아내리는 새하얀 얼음이 뿌려져 갔다...


--------------------------------------------------------------------


“...해서. 마리씨의 비명을 듣고 구하러 왔어요. 괜찮아요?”


“네! 고마워요! 아쿠아마린!”


저는 아쿠아마린에게 감사를 표하며 피로 물든 손을 근처에 있는 거구의 몸에 닦아 최대한 닦아냈습니다.


“배낭은 보셨어요?”


“보이는 대로 살육하다 보니 대부분 겁먹어서 맨몸으로 도망치려고 하더라고요. 저희 배낭은 큰 편이라 아마도 안 들고 갔을 거예요.”


“그럼 찾아보죠. 약탈한 물품을 모아두는 데가 있을 테니.”


건물을 수색하니 얼마 못 가 잡동사니들이 모여있는 큰 방이 발견되었습니다. 물건의 종류가 뒤죽박죽이기에 여기 말고는 없겠네요. 아! 다행히 여기에 있네요! 한 명이 만지다가 달기의 저주에 재가 되어버렸는지. 검게 타다 만 시체도 보입니다.


“짐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이제 어떻게 할래요? 중립 지대로 저희끼리 이동할까요? 아니면 이곳에는 도망간 자들이 남겨둔 충분한 식량과 물이 있어요. 달기님에겐 추적 능력이 있으니 이곳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 알아서 찾아올걸요?”


확실히 달기라면 저희가 어디에 있든 에덴에 도착하면 금방 찾아올 겁니다.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저희끼리 이동하죠. 이곳에서 기다렸다간 당신이 말했던 증오 클랜이란 곳에서 적들을 보내올걸요?”


“오면 제가 다 죽여버리면 되는데~.”


“아쿠아마린씨는 666의 괴물이다 보니 서열 9위 증오와는 동료 사이잖아요? 굳이 척을 칠 필요는 없죠. 게다가 저는 아쿠아마린처럼 강하지 않아요.”


아쿠아마린과 추격자들과의 전투에 휘말리면 전 죽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안전해 보이는 위험지대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 거였습니다. 아쿠아마린은 제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네요.


“하긴. 서열 한 자리 괴물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문제이겠지요. 지금은 마리씨를 구하기 위한 것이니 이 정도 피해는 눈감아 줄지 몰라도. 이 이상의 분쟁은 곤란하겠지요. 그럼 이곳의 물자는 건들지 말죠.”


주인에게서 약탈된 물건이기에 이 범죄 조직에게 권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라? 이건...


“....어린이 장난감?”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조잡한 로봇 장난감입니다...


“관심 있어요? 마리씨?”


“아쿠아마린. 혹시 이곳에서 도망간 괴물 중에 여자나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이는 못 보셨나요?”


“봤어요. 왜요?”


“....구해야 해요.”


저는 제가 경험했던 일을 아쿠아마린에게 간략 적으로 설명해주었고 그 말에 아쿠아마린은 끝이 뾰족한 귀를 까닥였습니다.


“무리에요. 무리.”


“네?”


“저는 오는 적들을 죽이는 것은 자신 있어도. 추격해서 죽이는 것은 자신 없다고요? 애초에 적들이 흩어져서 도망친 만큼. 두세 명이다면 모를까. 바퀴벌레들처럼 퍼져버리면 저라도 답이 없어요. 모두 쓸어버리는 광역기를 쓸 수도 있지만. 그런 마력 낭비는 피하고 싶다고요?”


“....달기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네요.”


“달기씨도 안 들어줄걸요? 이상하네요. 마리씨는.”


아쿠아마린은 아쿠아마린빛 파란 눈동자를 깜박이며 의문을 표현했습니다.


“뭐하러 구하려고 하죠? 그들은 타인이잖아요?”


“......불쌍하잖아요.”


“동정은 현실을 바꾸는 데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하물며 그런 이유로 666의 괴물의 손을 빌린다? 저는 마리씨를 존중하긴 하지만 그 의견에는 따를 수가 없어요. 정 부탁하고 싶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준비해두셔야죠. 그리고 애초에....”


“...애초에?”


“우린 동화 속 ‘영웅’이 아니에요. ‘괴물’이지. 이상을 이루고 싶으면. 그에 따른 힘을 기르세요. 마리씨가 당할뻔한 일? 그건 마리씨가 힘이 있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잖아요? 이곳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구하고 싶다? 그럼 힘을 더 길러요. 플로라란 괴물이 이룩한 것처럼 본인의 힘으로 해네세요. 플로라는 주먹만으로도 4세계를 변화시켰다고 했으니까요.”


“윽!”


맞는 말입니다. 감성적으로 그들을 구하고 싶은 것은 도덕적으로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이루려면 666의 괴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괴물입니다. 누군가에게 ‘해줘~!’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다리로 일어서야만 하는 괴물 말이죠.


“맞는 말이에요. 죄송해요. 아쿠아마린. 무리한 부탁을 했네요.”


“아니에요. 마리씨.”


현실과 타협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네요. 미안해요. 얼굴 모르는 여러분.


“중립 지대로 가죠. 근데 길을 모르는데...”


“그건 방법이 있어요.”


아쿠아마린은 배낭 속에 짐을 뒤적거리더니 곧 나침반처럼 생긴 것을 꺼냈습니다. 동그란 원형에 파란색과 붉은색 막대기. 나침반이 맞네요.


“순성 나침반이에요.”


“....뭐에요. 그거?”


“천 년 전 전쟁에서 만들어진 건데. 주신을 추격할 수 있도록 순성을 가리키게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중립 지대에 순성이 강한 괴물이 있어서 이것만 있으면 중립 지대로 길 잃지 않고 갈 수 있어요. 어디 보자...”


나침반이 뱅그르르릉 크게 돌더니 곧 어느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벽 쪽이네요.


“이제 가보죠.”


서걱!


한순간에 벽이 네모 모양으로 깔끔하게 잘리더니 아쿠아마린이 저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는 그대로 뛰어내렸습니다. 윽! 저의 상체에 오는 소녀의 품에 안겨있으니 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네요!

한순간에 지상에 도달한 후. 다시 뛰어오르자 아쿠아마린은 3층 가까운 높이로 날 듯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하네요!


“음?”


팅!


“뭐...뭐죠!?”


“저격 같네요. 괜찮아요. 이 정도는 상시 막아낼 수 있어요.”


“......”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탄환이 아쿠아마린 근처에서 그대로 멈추더니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영화랑 다른 점은 탄두만 보이고 탄피는 보이지 않네요. 아! 저게 정상일까요?


“흐음~. 위로 가면 위험하겠는데요?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이동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간이라도 보는 듯이 쏘는 것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건물 위로 이동하니 눈에 띄어서 그런 거겠지요.


“아래로 이동할게요. 꽤 귀찮은 것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지니.”


“귀찮은 거?”


아쿠아마린은 제 질문에 답해주지 않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오던 총탄이 멈추고 묘한 정적이 사방을 채웠습니다.


탁! 탁! 탁!


“나무아미타불....”


“염불?”


한국에서 자란 저에겐 상당히 익숙한 소리입니다. 이 소리가 들리자. 사방에서 느껴지던 살의가 멀리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뭐죠? 악에게서 사람을 구하는 절의 스님이라도 되는 걸까요?


“왔어요.”


“관세음보살.”


골목에서 나타난 것은 목에 거대한 염주를 감고 있는 한 스님이었습니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고, 몸에는 불교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옷의 틈새로 보이는 다부진 근육이 마치 역전의 용사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탁! 탁! 탁!


“나무아미타불.....”


듣기만 해도 너무나 청량한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스님? 혹시 스님인가요?”


너무나 사람 좋은 모습에 저는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열반에 들어야 할 중생이 또 있군.”


“마리씨. 제 뒤로.”


아쿠아마린이 저를 잡아당겨 뒤에 두자. 저는 그제야 스님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승려복에 숨겨져 보이지 않았던 인간 머리로 보이는 물체가 반쯤 으깨져 있었고, 그의 반대 손에는 문스톤으로 이루어진 막대기가 있었습니다. 목어라고 하는 불교의 막대기네요. 아무래도... 방금의 목탁 소리는 저것으로 인간의 머리를 으깨는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잠깐? 문스톤? 666의 괴물이에요?”


“이리 오게나. 중생이여. 서열 599위. 혈승 라마. 내가 그대를 열반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겠네.”


마치 벽과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질문을 답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살의는 없지만. 그에게서 들리는 자기소개는 마치 저의 죽음을 확정 짓는 선고와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666의 괴물로서 저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는 소리였으니까요.


“가게나!”


파아아아아아아아앗!!!


공기를 찢어버리는 괴성과 함께 문스톤 목어가 다짜고짜 저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어졌습니다!


‘아.... 이건 못 피해...’


죽음. 그 단어가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누구 마음대로일까요?”


끼이이이이이익!


그 순간이었습니다. 차가운 얼음 창이 제 머리 위를 비스듬히 막아서고 목어의 방향을 틀어 지면에 내리꽂게 했습니다. 그러자 지면이 1m 가까이 파지네요. 그 충격으로 아쿠아마린은 밀려났으나. 오히려 그걸 이용해 저를 데리고 뒤로 거리를 벌렸습니다.


“서열 404위 설원의 아쿠아마린입니다. 무슨 볼일로 공격하신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쿠아마린의 푸른 눈동자에 은은한 분노가 담기고 그녀의 주변으로 나선형의 고드름이 5개나 형성되었습니다.


“가만히 당할 수는 없으니 대응하도록 할게요. 재수가 없으면 죽여버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작가의말

혈승 라마의 첫 등장입니다. 

에덴에서 살육을 하면서 지내는 666의 괴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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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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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제 602화 타락 시스템 발동. +1 23.09.27 27 2 27쪽
602 제 601화 세계를 속이는 환영. +1 23.09.27 26 2 16쪽
601 제 600화 구미호의 애도. +1 23.09.27 28 2 14쪽
600 제 599화 에덴에서의 탈출. +1 23.09.27 23 2 26쪽
599 제 598화 666의 괴물들의 모임. +1 23.09.27 23 2 22쪽
598 제 597화 타락하는 미래. +1 23.09.27 18 2 16쪽
597 제 596화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1 23.09.27 28 2 22쪽
596 제 595화 물러나는 죽음. +1 23.09.21 18 2 16쪽
595 제 594화 왕따 괴물. +1 23.09.21 21 2 16쪽
594 제 593화 서열 한자리 괴물의 추격. +1 23.09.21 25 2 20쪽
593 제 592화 죽음의 위기. +1 23.09.21 20 2 16쪽
592 제 591화 승려와 눈의 소녀. +1 23.09.21 20 2 14쪽
» 제 590화 습격을 하다. 습격을 당하다. +1 23.09.21 27 2 23쪽
590 제 589화 첫 사냥. +1 23.09.21 29 2 22쪽
589 제 588화 타락의 씨앗. +1 23.09.21 23 2 15쪽
588 제 587화 미행 +1 23.08.28 32 2 19쪽
587 제 586화 여왕과 국왕 +1 23.08.28 32 2 14쪽
586 제 585화 화해 +2 23.08.28 30 2 16쪽
585 제 584화 자격의 증명 +1 23.08.28 29 2 18쪽
584 제 583화 약탈자들. +1 23.08.28 30 2 23쪽
583 제 582화 릴리스의 정체. +1 23.08.28 28 2 14쪽
582 제 581화 과거로부터 빌려오다 +1 23.07.19 45 3 19쪽
581 제 580화 쓰러지는 네메시스 일행들. +1 23.07.19 33 2 13쪽
580 제 579화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1 23.07.19 47 2 21쪽
579 제 578화 변화하는 전황 +1 23.07.19 28 2 23쪽
578 제 577화 세레나 vs 릴 +1 23.07.19 31 2 16쪽
577 제 576화 키메라 +1 23.07.19 30 2 14쪽
576 제 575화 라우레아 그라티아 더 릴리스. +1 23.07.19 91 2 17쪽
575 제 574화 새로운 무공 +1 23.06.30 42 2 14쪽
574 제 573화 도발 +1 23.06.30 4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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