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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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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8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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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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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제 583화 약탈자들.

DUMMY

위아래와 앞뒤 좌우. 모든 방면에서 어둠의 구체가 쏟아져 온다. 셀 수 없이 많은 릴리스가 쏘아낸 어둠은 하나하나가 고농도로 응축되어 받아내는 대로 세레나의 조화가 소모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개수를 세는 것이 의미 없는. 바다의 모래알만큼 많은 탄막은 아무리 넓은 공간이라도 피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


“윽!”


여기저기 얻어맞는다. 이 정체불명의 공간에선 다행히 공중이란 개념은 없는지. 허공도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가 있으나. 탄막 사이의 공간은 고양이마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젠장! 너무 많아!’


조화 속성을 다루는 세레나니까 맞고도 아프다는 정도로 끝나지. 일반적인 존재라면 몸이 관통될 정도의 응축이었다. 아무래도 대규모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만들기 편한 동그란 구체를 선택한 것 같은데. 형태는 단순하지만. 여기에 담긴 힘은 절대 적지 않았다.


‘무엇을 노려야 하지?’


사방이 릴리스였다. 유전자를 뽑아 비교하면 모조리 동일한 다수의 몸을 가진 하나의 괴물. 그 어떤 것을 노려도 릴리스에게 피해를 준 거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


“제길제길제길!!!!”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눈앞에서 비행하고 있는 8개의 날개를 지닌 릴리스였다. 주변에서 탄막이 날아와 세레나를 공격하고 있지만. 아직은 버틸 만했다. 이 이상 조화가 깎여나가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앗!!!!


판단을 내렸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세레나의 몸은 한순간에 도약해 릴리스를 향해 도달했으며 야수화한 손에 조화를 담아 그대로 내려찍었다. 그 결과. 세레나의 얼굴에 충격파가 스쳐 지나갔다.


“....버텨?”


“어머나? 제가 힘 싸움을 못 할 줄 알았나요?”


막대한 어둠을 소모하여 팔로 방어해내는 것이 보인다. 교환비는 분명 릴리스가 압도적으로 손해겠지만. 에너지로 치환되어 퍼져나간 속성이 릴리스의 능력에 따라 다시 릴리스의 몸에 돌아온다.


“이 공간에선 저는 무적이라고요?”


치지지지지직!!!


“크윽!”


세레나가 밀려 나가기 시작한다. 릴리스가 만들어 낸 무한의 순환은 막대한 교환비를 무시하고 세레나를 압도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소모되는 것은 세레나 몸속의 조화뿐이었다. 게다가...


“<대장갑 가시창>.”


푸욱!


“윽!!!!”


어둠 구체 사이로 오직 관통만을 위해 만들어진 뼈의 저격이 세레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피해냈기에 긁힌 상처로 끝났지. 제대로 맞았으면 살이 뭉텅이로 찢겨나가겠지.


“왜 그래요? 힘들어 보이는데? 설마 벌써 지친 것은 아니죠?”


세레나를 밀어내고 릴리스 또한 손을 두꺼운 키틴질 껍질의 장갑 같은 거로 감싸더니 보란 듯이 세레나를 공격해왔다. 이에 세레나는 반격으로 릴리스의 손목을 잘라냈으나. 잘라나간 릴리스의 손목은 꿈틀거리더니 촉수 형태의 칼날이 되어 세레나의 몸을 노려왔다.


“성가신!”


조화로 태운다. 이에 잘라나간 부위는 재가 되어 사라졌으나. 그것 또한 의미 없는 일. 릴리스는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었다. 아니. 이 ‘마의 자궁’에 있는 한. 아무런 손해 없이 재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까지 덤으로 생성해낼 수 있었다.


“내 아이야. 저년을 물어뜯어.”


잘려나간 부위를 입구로 족히 수십 마리는 되는 야수들이 갓 태어나 세레나를 덮쳐온다. 이에 세레나는 하나하나 머리를 부숴 나아가는 것을 막아냈지만. 그 뒤로 날아온 릴리스의 주먹을 보지 못했다.


콰아아앙!!!


“썩을 년이!!!!”


세레나가 얼굴을 얻어맞긴 했지만. 약간의 코피가 흘러나온 정도이다. 세레나는 릴리스의 팔을 잡아 그대로 뜯어냈다.


“아하하하하하!! 그래. 우린 서로 영원히 이렇게 싸우는 거에요!!!!! 영원히!!!!”


“닥쳐!!!!!”


세레나가 신경질적으로 활을 쏘아내 릴리스의 머리를 갈랐지만. 릴리스는 자신의 상처 단면을 멀쩡히 이어붙이며 비웃었다.


“소용없다니까요~.”


릴리스는 단세포의 군집에 불과하기에 눈에 보이는 머리는 언제까지 장식에 불과하다. 좀 더 근원적인 것을 노리지 않으면 결코 릴리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겠지. 세레나는 이가 갈리는 상황에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그럼 어떤 것을 노려야···.


“어머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릴리스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들자. 그것만으로도 크기 1,300m가 넘어가는 말도 안 되는 검이 즉시 형성되었다. 그에 대한 반동인지 사방에서의 탄막은 멈추었으나 그 힘이 어디로 갔는지 세레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저를 앞에 두고 말이죠!!!!!”


끼이이이이이이이익!!!!!


빗나감이 없는 깔끔한 베기. 세레나는 두 팔에 조화를 둘러 방어했으나.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몸이 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면에 닿는 순간. 고기의 벽이 큰 충격을 받으며 원형으로 파였고 거대한 어둠의 검이 그대로 지상을 갈라간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세레나는....


“크아아아아아아앗!!!!!!”


위에서의 압력에 고통스럽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조화로 최대한 방어했는데도 장난이 아닌 출력이었다. 게다가...


착! 착!


지면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촉수가 되어 세레나의 다리를 잡았다.


“저리 꺼져!!!!”


억지로 릴리스의 공격을 위로 밀어낸 후. 화살을 쏘아내 부정형의 검을 부순다. 그 이후 다리를 잡은 촉수를 힘으로 찢어버리지만···.


“이곳은 모두 제 몸이라고요?”


촉수를 비롯한 지상이 그대로 벌려지더니 세레나의 몸을 지하로 떨구었다. 이에 세레나가 추락을 방지하고자 벽을 잡자. 천장은 그대로 고기에 감싸져 내부로 어둠 속성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허억!”


조화 속성으로 겨우 어둠을 밀어내자. 그다음에 오는 것은 순수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벽의 조임이었다.


‘피할 곳이 없어!’


세레나는 사방에서 덮쳐오는 고기의 쇄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에게 남은 속성의 양은 단 한 줌. 그 외는 릴리스와의 장기전으로 모조리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저걸 막을 수가···.


“커억!!!!!”


사방에서 몰려오는 근육이 세레나의 몸을 감싸고 곧바로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조여온다. 세포 단위로 정밀한 칼날이 세레나의 얼마 남지 않는 힘을 삼키기 위해 산소를 차단하고 뱀처럼 그녀를 삼켜갔다···.


‘의식이.... 흐려져....’


아픈 것은 둘째치고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서 흐려진다. 이건 분명...


‘패배....’


...................................

............................

........................


‘..........’


고통이 잦아들고 세레나의 의식이 깨어나자. 그녀의 눈앞에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호수가 보였다.


“...여긴 어디야? 또 다른 곳으로 이동된 건가?”


그걸 답해줄 이는 이곳에 없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호수는 맑았으며 세레나에겐 그 무엇보다 친근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화 속성이네. 하지만 지독해.”


초록빛이 성스러우면서도 너무나 깨끗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독했다. 세레나의 통제에 있지 않기에 자신에게 닿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며, 그 어떤 침입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물속에서 그 어떤 물고기가 살 수 있는가? 물이 깨끗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수초가 있고 미생물이 있어야. 물고기도 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화 속성은 검은 피와 닮아있었다.


“......”


세레나는 무언가에 이끌린 것처럼 호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호수 아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플로라.”


조화로 이루어진 호수의 가장 아래에 세레나와 닮았지만 다른 그녀가 있었다. 조용히 잠들어 있는 플로라의 모습에 세레나의 마음속에 묘한 파장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곳은 그 어디도 아닌 세레나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이렇게 많은 힘은 없는데?”


세레나가 다루는 조화의 양은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눈앞의 호수는 무엇인가? 조화의 효율을 생각하면 다른 속성의 바다와 맞서도 호수가 바다를 소멸시키겠지. 세레나는 의문이 드는 것을 느끼며 호수 아래에 있는 플로라를 보았다.


“내가 위기에 처하면 당신이 깨어나 나를 도와줬지.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야?”


[그래.]


대답이 돌아왔다. 플로라는 눈을 감은 그대로였지만 의식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세레나는 호수에 다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의 나로는 릴리스를 이길 수가 없어.”


[흥.]


“정면 승부에선 이기지만. 릴리스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장기전으로 끌고 갔어. 나의 속성과 육체를 소모품으로 고갈시켜갔지.

....나에겐 당신이 릴리스를 이겼던 기억이 아직 없어.”


기억의 부족. 아직 플로라의 기억이 없기에 세레나는 플로라가 어떻게 릴리스를 패버리고 나아갔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레나는 플로라에게 물었다.


[너의 이름을 말해.]


하지만 답이 아니라 뜻밖의 질문이 돌아왔다.


“세레나.”


[너는 누구지? 죽어버린 플로라를 대신이야? 아니면 좋다고 싸움을 걸어놓고 밀리니까 한풀이로 징징거리러 온 여자야? 아니면 서열만 2위를 물려받은 자기 두 다리로 서지도 못하는 병신이야?]


“.........”


[스스로가 공주님이라고 착각하지 마. 괴물로 살기로 했다면. 자신의 행동엔 자신이 책임져야 해. 그러지 않는다면.]


호수 속의 플로라가 도끼 눈을 뜨며 세레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조화 속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죽게 될 거야. 정면 승부에선 이긴다고? 그게 중요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그리고 릴리스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너에게 좀 더 많은 힘이 있다고 달라질 것 같아? 릴리스에게 버티는 시간만 늘어나지.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걸?]


심한 폭언이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플로라의 말에 세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자신은 어찌해야 하는가? 전투에 능통한 플로라라면 답을 알고 있겠지만. 세레나는 아직 어린 엘프였다. 7명의 네메시스의 자식들 하나하나와 맞선 적도 없었고, 플로라처럼 모든 666의 괴물들과 붙어본 것도 아니었다. 플로라와 세레나는 분명 같은 영혼이나. 거기에서 기인한 경험과 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넌 이미 답을 가지고 있어.]


플로라가 다시 눈을 감고 조화의 호수 위로 파문이 그려지더니 곧 하나의 형상을 그렸다.


“....세계수?”


얼마 전에 세계수의 영역에서 싸웠던 세레나였기에 금세 그 형상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리고 곧 기억해냈다.


‘너의 판단이 그렇다면 알겠어. 하지만... 이 사실은 알고 있어주면 좋겠어.

너. 그리고 나. 우리는 ‘들풀’과도 같아.

다른 존재들이 보기에 우리 필멸자들은 너무나 약해.

하찮고도... 밟히면 묵묵히 밟히지.

하지만. 폭풍이 불어오면. 거대한 고목은 찢어발겨질지 모르지만.

들풀은 바람에 여기저기 흔들리면서도 스스로를 유지해.

그리고 폭풍이 지나간 후. 모든 것이 황폐화되면...

홀로 그곳에 살아남아있지.

강한 존재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야.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존재가 강한 거지.

그러니 세레나...

그 어떤 고난과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절대 꺾이지 마.

버티고 버텨서... 기회를 잡는 거야.

그것이... 우리 필멸자니까.

이것이... 우리들의 전투방법이니까.

그렇기에 난 널 믿어.

과거 괴물들의 왕의 전투에서도...

너는 그의 공격들을 견뎌내고. 피해가면서도 기회를 잡아갔어.

그러한 그 모습을 모든 666의 괴물들과 주신들. 그리고 연합군들이 지켜보았지.

그래... 세상을 구원했던 그 모습을 말이야.

그것으로 모든 ‘세계’ 곳곳에 너의 전설은 퍼져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소 뒤틀려졌을지 몰라도.

녹색의 성녀란 이름의 흔적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

그래... 유일하게 필멸자들의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 구심점.

그게 바로 너야 세레나.

너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조화의 힘은 모든 필멸자들에게 생산된 힘이고,

유일하게 네메시스의 타락을 정화할 수 있어.

그러니... 포기하지 마.

우리 필멸자들의 힘이 너와 함께하는 한.

넌 결코 지지 않아.‘


세계수가 세레나에게 알려주었던 말. 그리고 그것은 플로라가 세레나를 꾸짖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을 향하고 있었다.


[릴리스의 힘은 무한해. 그래. 그녀의 힘은 괴물의 ’무한‘이지.

다시 묻겠어. 넌 누구지?]


“....필멸자.”


세레나는 아직 4세계로 간 적도 없기에 순수한 필멸자의 육체였다.


“3개의 세계의 대표자.”


1세계, 2세계, 3세계가 악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세계의 대표자이며,


“필멸자의 힘의 구심점.”


세계와 필멸자의 계약. 세계는 필멸자의 종속을 인정하고, 필멸자는 세계의 명에 따라 세계를 지킨다.

불멸자와, 괴물, 그리고 필멸자. 이는 3개의 세상의 축이며, 가장 큰 세력은 분명 필멸자였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그들 간의 경쟁으로 뭉치지 못하니, 필멸자들의 힘의 정수는... 분명 그녀겠지.


[불멸자의 무한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무한이며.]


불멸자는 근원을 통해 아무것도 없는 0에서 1을 만들어 낸다.


[괴물의 무한은 유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무한이니.]


괴물은 능력을 통해 1에서 2,3을 만들어 내며.


[필멸자는 무슨 길을 추구해야 하지?]


“하나의 길밖에 남지 않았잖아. 유에서 무로 가는 무한이지.”


어떻게 보면 필멸자의 무한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 끝은 분명한 파멸. 하지만 그것이 무한에 도달하려면···.


[그래. 잘 아네. 그것이 조화 속성을 다루는 이로써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야.]


조화는 분명 다른 속성을 대해서 수백 대 일의 효율을 뽑아낸다. 거기서 더 나아가. 한없이 무한한 효율을 낼 수 있다면....?


“.....!”


세레나에게 남은 것은 분명 한 줌의 힘밖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무한한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면 이것도 부족하지 않은 양이었다.


[....정면 승부로 이긴다고 끝나지 않아. 릴리스는 끊임없이 자신의 힘을 재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괴물. 장기전으로 가면 어찌 되든. 릴리스는 자신이 이긴다는 결과를 만들어내.]


“...난 필멸자니까. 필멸자의 방법으로 해야겠지?”


[당연한 소리.]


한 가지. 바보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확신이 서는 순간. 세레나는 자신의 목에 걸린 주머니를 잡았다.


“필멸자가 가장 잘하는 방법이라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그랬다간...”


[대표자는 모든 필멸자와 3개의 세계가 내세운 자. 너에겐 그러한 권리가 있어. 그리고 세계수가 말했을 텐데?]


“알아. 하지만 내 손으로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이...”


[필멸자로서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모든 필멸자는 필연적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존재들이야. 육식은 초식을 잡아먹고, 초식은 풀을 잡아먹고, 하다못해 작디작은 미생물마저 주변의 양분을 빼앗지. 필멸자는 존재 자체가 약탈자야.]


“빼앗기는 쪽은?”


[살아남는다면 번성해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지겠지. 필멸자란 끊임없이 경쟁하는 존재들. 종을 떠나 그것이 필멸자야. 정 죄책감이 들면 사용하고 나서 후세나 잘 챙겨둬.]


“..알겠어.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어.”


[....말해봐.]


“이 공간은 뭐야?”


[우리가 패배할 때. 원래라면 목숨을 잃을 상황에 잠시 쉴 시간을 주는 곳. 그리고 우리의 근원과 닿아있는 곳. 난 이곳은 호수라고 불렀어. 이곳을 통해 우리는 모든 필멸자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어.]


“도전 때 자주 왔겠네.”


[셀 수 없을 만큼.]

“네메시스도 이곳을 알아?”


[남편이 이곳에 들어오거나 본 적은 없지만. 눈치는 채고 있을걸? 그의 정보야말로 가장 큰 힘이니까.]


그래서 네메시스가 몰라도 알게 된다고 한 거군. 릴리스에게 맞다 보면 이곳에 오게 될 테니. 세레나는 투덜거리며 곧 플로라의 말에 거슬리는 것이 있자. 호수 아래를 노려보았다.


“.......”


[남편이란 단어에 기분 나쁘다는 표정은 짓지 마. 난 너의 의식 아래에 있는 너기도 해. 그런 나에게 화를 낸다고 해도.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에 불과하다고.]


맞는 말이긴 한데. 세레나는 다른 이의 입에서 남편이란 말이 나오자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느꼈다. 이게 질투라는 감정인가? 세레나는 곧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지만. 고개를 흔들어 열기를 떨쳐냈다.


“....다음에 봐. 또 다른 나.”


[흥.]


고통이 다시 생겨나고 그녀의 몸을 압박하는 근육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세레나로선 꽤 긴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바깥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나 보다. 세레나는 약간 되돌아온 힘을 느끼며 눈을 떴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앗!!!!!!!!!


얇게, 더 얇게. 조화를 얇은 막으로 내보내 안전지대를 만든다. 그것만으로도 세레나를 압박하던 근육이 산산이 부수어져 세레나가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든다. 그래. 이래도 릴리스의 피해는 아직 0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제부턴 상황이 달라질 테니까! 세레나는 도약해 지하에서 빠져나간 후. 고개를 들어 릴리스를 올려다보았다. 천박한 미소와 함께 세레나가 포기하길 바라는 요녀가 항복선언이라도 할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릴리스. 지금까지 네 방식을 받아주느라 힘들었어.”


“그래서요? 비겁하다고 소리라도 치실 건가요?”


“아니. 반대야.”


“?”


세레나는 목에 걸려있는 것을 풀어 그중 하나를 자신의 손에 털었다. 그것은 엄지손가락만 한 씨앗이었다.


“이제는 나도 내 방식대로 하려고. 필멸자의 방식으로 말이지.”


조화를 담아 씨앗을 앞에 떨어뜨린다. 그 모습에 릴리스는 어리둥절했다. 이곳은 자신의 몸인 마의 자궁이었다. 무한함 힘이 보장된 공간에서 갑자기 저런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팟!


세레나가 손에 있는 것을 지면에 떨어뜨린 순간. 그곳에서 녹색의 잎사귀가 지면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세레나 키만 한 묘목으로 자라났다.


“날 위해 죽어주겠어?”


[..............]


식물의 대답은 없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 묘목은 순식간에 자라나 거목이 되어갔으며 거기서 더욱 커졌다.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는···.


“....감히 내 힘을 훔쳐?”


고깃덩어리 대지였다. 이 사실에 기가 찬 릴리스는 세레나에게서 눈을 떼어 나무를 보았다.


“고작 이거야? 나무 하나로 날 어떻게 해보려고? 응?”


독성 물질을 합성해 나무를 말려서 죽인다. 그러자 순식간에 시들어 갈색이 되는 고목이었고 이에 세레나는 나무의 수피를 만지작거렸다.


“하나가 아니야. 필멸자는 혼자가 아닌 다수인 존재들이라고?”


죽기 직전 고목은 씨앗을 맺어 세레나가 만들어 낸 바람을 통해 사방으로 씨앗을 내보냈다. 민들레 씨앗과 같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에 릴리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본능적으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내 친구인 세계수에게 받은 씨앗이야. 나보고 마음대로 쓰라고 한. 그리고 지금 내가 죽어달라고 부탁한 아이지. 너는 이 아이를 죽일 수 있겠지만······.”


씨앗은 퍼져나가 고깃덩어리 지상으로 내려앉아. 다시 급속 성장으로 녹색의 싹을 피워냈다. 이에 릴리스는 당연하게도 독성 물질을 만들어 말라서 죽었지만, 몇몇 식물은 그녀의 독을 견뎌낸 후. 세레나의 조화 속성에 급속 성장하여 다시 씨앗을 퍼트린 후. 그대로 죽었다.


“네가 처음부터 설계한 생물병기와 다르게 필멸자는 확실히 불안정해.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그들의 유전정보는 모순에 쓸모없는 부분이 많지. 하지만 그렇기에 필멸자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거야. 대다수가 죽더라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부분이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있거든. 그렇기에 기어코 살아남지.”


다른 독을 합성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식물이 죽었으나. 거기에 저항성을 가진 씨앗은 기어코 살아남아 자신의 자손을 퍼트려 릴리스의 힘을 약탈해가기 시작한다. 애초에 이 공간 내부는 릴리스의 힘. 이곳에서 먹을 거라곤 릴리스밖에 없었기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릴리스를 먹이로 삼는 식물만이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불멸자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필멸자를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했지만. 그런 불멸자의 ‘청소’마저 견뎌낸 것이 필멸자야. 필멸자는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살아남는 것만큼은 그 어떤 존재들보다 강하거든.”


“젠장! 저것들을 물리적으로 부숴!”


마물들을 만들어 강제로 뽑아낸다. 그래도 기어코 살아남은 씨앗들은 사방으로 퍼졌으며 그 중 변이를 일으킨 것들은 마물들에게 내리 앉았다.


푸욱!!!!


마물에 뿌리를 내리고 동충하초처럼 마물의 몸을 양분으로 사용해 자라나간다. 세레나의 조화 때문에 급속 성장은 물론 종의 분화까지 시작되어버린 것이었다.


“모든 필멸자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했어. 단순한 원시 세포였지. 하지만 지금을 봐. 셀 수 없이 많은 존재로 바뀌었잖아. 네가 말했지?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다고. 맞아. 그렇기에 처음에는 세계수의 씨앗이었던 이것들도. 현재 다양한 종으로 바뀌기 시작했지. 죽인다고? 마음대로 해. 이 아이들은 죽더라도 씨앗을 남기고 죽을 것이며, 그들의 후손은 더한 저항성을 가지고 태어날 거야.”


세계수의 씨앗으로부터 나타난 종이 이미 천 종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하고, 이미 작은 숲이 생겨난 곳도 있을 정도였다. 그중 일부는 세레나에게 힘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데에 조화를 사용한 대가로, 살아남은 후 자신의 생명력 일부를 조화로 치환해서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릴리스. 너는 단세포생물의 군집이라고 했지? 이곳의 모든 것이 너의 유전자인 이상. 이 아이들은 너에게 치명적인 방향으로 자라날 거야. 이곳에 먹이라곤 너뿐이니까 말이지. 웃기지 않아? 괴물을 먹는 필멸자라니.”


“플로라...!!!!”


“그리고 한 가지 정정해.”


열 받아 어둠을 분출해내기 시작한 릴리스를 보며 세레나는 자신의 활을 버린 후. 반지로 네메시스가 선물해준 문스톤 활을 꺼내 손에 쥐었다.


“난 서열 2위 세레나야. 내 이름 정도는 제대로 기억해야지. 안 그래?”


작가의말

릴리스의 몸을 양분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세계수의 씨앗입니다.

세레나의 조화 덕에 유전 정보도 뒤죽박죽의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지요.

종도 여러 종으로 분화되어버린 이상. 세레나가 직접 거두지 않는 이상. 없애기 힘듭니다.

오직 릴리스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공략법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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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3.08.28 17:06
    No. 1

    그나저나...
    주인공과 함께 여주도 전성기시절 힘 뛰어넘는 힝 가지고
    서로같이 싸우는것 보고싶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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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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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제 602화 타락 시스템 발동. +1 23.09.27 26 2 27쪽
602 제 601화 세계를 속이는 환영. +1 23.09.27 26 2 16쪽
601 제 600화 구미호의 애도. +1 23.09.27 28 2 14쪽
600 제 599화 에덴에서의 탈출. +1 23.09.27 23 2 26쪽
599 제 598화 666의 괴물들의 모임. +1 23.09.27 23 2 22쪽
598 제 597화 타락하는 미래. +1 23.09.27 18 2 16쪽
597 제 596화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1 23.09.27 28 2 22쪽
596 제 595화 물러나는 죽음. +1 23.09.21 17 2 16쪽
595 제 594화 왕따 괴물. +1 23.09.21 20 2 16쪽
594 제 593화 서열 한자리 괴물의 추격. +1 23.09.21 24 2 20쪽
593 제 592화 죽음의 위기. +1 23.09.21 19 2 16쪽
592 제 591화 승려와 눈의 소녀. +1 23.09.21 19 2 14쪽
591 제 590화 습격을 하다. 습격을 당하다. +1 23.09.21 26 2 23쪽
590 제 589화 첫 사냥. +1 23.09.21 29 2 22쪽
589 제 588화 타락의 씨앗. +1 23.09.21 23 2 15쪽
588 제 587화 미행 +1 23.08.28 31 2 19쪽
587 제 586화 여왕과 국왕 +1 23.08.28 31 2 14쪽
586 제 585화 화해 +2 23.08.28 29 2 16쪽
585 제 584화 자격의 증명 +1 23.08.28 28 2 18쪽
» 제 583화 약탈자들. +1 23.08.28 30 2 23쪽
583 제 582화 릴리스의 정체. +1 23.08.28 27 2 14쪽
582 제 581화 과거로부터 빌려오다 +1 23.07.19 44 3 19쪽
581 제 580화 쓰러지는 네메시스 일행들. +1 23.07.19 33 2 13쪽
580 제 579화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1 23.07.19 47 2 21쪽
579 제 578화 변화하는 전황 +1 23.07.19 28 2 23쪽
578 제 577화 세레나 vs 릴 +1 23.07.19 30 2 16쪽
577 제 576화 키메라 +1 23.07.19 30 2 14쪽
576 제 575화 라우레아 그라티아 더 릴리스. +1 23.07.19 91 2 17쪽
575 제 574화 새로운 무공 +1 23.06.30 41 2 14쪽
574 제 573화 도발 +1 23.06.30 4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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