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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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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85
추천수 :
2,060
글자수 :
5,884,774

작성
23.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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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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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9쪽

제 581화 과거로부터 빌려오다

DUMMY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니.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람히르는 눈을 감았다. 현재 그녀를 억압하고 있던 제약이 풀려 네메시스의 시공간 날개로부터 힘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였지만. 상대는 서열 한 자리의 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와주는 동료가 없이 혼자서 이긴다는 것은 분명 불가능이겠지.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때도 있는 법이지요. 이건 제가 이기기 위한 전투가 아니라. 전투에서 얻어내길 바라는 무대니까요.’


네메시스가 전투를 즐기라는 것은 그런 의미겠지. 하지만 어떤 수 싸움을 건다고 하들. 상대는 셀 수 없이 많은 시간 동안 전투만을 하고 온 666의 괴물이다. 얕은 술수나 힘의 용량으로는 무조건 간파되어 압도당할 것이다. 그럼?


‘몸 내부에서 찌르는 것도 방어 마법을 두르고 재생력도 뛰어나니 의미 없어요. 그렇다면 직접 베어야만 하겠죠?’


람히르는 자신에게로 흘러오는 지식을 훑으며 시계검 테푸스에 새겨진 시계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극한으로 가속된 시간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가요.”


시공간 속성을 통해 릴과 자신의 거리 좌표를 바꾸어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다.


“흥!”


달려오는 것이 아닌 물리적으로 공간 거리를 줄이는 방식인데도. 눈앞의 괴물은 당황하지 않고 한순간에 부정형의 창을 즉시 만들어냈다. 끊임없이 약동하는 어둠이기에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밭과도 비슷했으나 주위로 번개처럼 퍼져가는 어둠은 대기 자체를 절망으로 물들이는 것이 보였다. 그 기세가 워낙 흉흉해서 파괴 속성으로 착각될 정도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익!!!!


“큭!”


검을 가볍게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역량의 차이를 느낀다. 하지만 람히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이 나의 편이니. 흘러가는 흐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지금 인도해야 하는 방향은.... ’과거‘.’


시계검 템푸스에 과거의 시간대를 덮는다. 매시간.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있었던 과거 순간의 검날을 과거에서 가져와 그녀의 칼날에 겹쳐서 올리는 것이었다. 람히르의 힘이 미약하기에 범위는 검날 정도가 한계지만 그 순간들을 회전시켜 닿는 그 모든 것을 분쇄하는 최고의 칼날로 만들어간다. 과거에서 온 칼날들이 람히르의 의지에 따라 같은 공간 내에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자 람히르와 릴 사이에서 불똥이 사방에 튀기기 시작했다. 마치 용광로에서나 볼 법한 불똥들과 충격파에 람히르는 의지를 다잡고 자신의 몸을 공간 좌표로 고정하여 밀려 나가지 않도록 했다.


“<차원 중첩>!!!”


현실 공간의 어둠을 갈라낸다. 일시적이나마 람히르의 검에서 발현된 차원의 회오리는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 검격이었으나 과거의 셀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왔기에 그 수는 한없이 무한했다. 부서지기 시작한 자신의 무기에 릴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고작 필멸자 따위가 자신을 위력에서 압도하기 시작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릴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람히르의 눈에 보였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가느다란 셀 수 없는 어둠의 실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것이. 마법으로도 도망갈 수 없도록 속성의 흐름까지 방해하면서 사방에서 옥죄여온다.


‘괜찮아. 난 피할 수 있어.’


덮쳐오는 어둠. 하지만 그 자리에 람히르는 없었다. 이 순간. 람히르의 눈앞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광경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오직 한순간을 골라 그것을 선택했다.


“<차원 도약>.”


세계 내부의 단위는 차원으로 구별된다. 람히르는 시계검 템푸스의 지원으로 잠시나마 그것을 볼 수 있었고, 그것 통해 일시적으로 다른 차원을 통해 자신의 몸을 숨긴 후 돌아왔다. 시공간 속성은 순수한 물리법칙에 따르기에 마법적 방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릴의 얼굴에 당혹감이 생기는 것을 람히르는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


잠시나마 칼날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 일부로 릴의 무기를 통과해 그녀의 몸을 베어갔다. 람히르도 최대한 가속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릴이라도 불의의 공격을 막을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차원 붕괴>.”


콰직!!!


릴의 몸에 시계검 템푸스를 박아넣고 람히르는 검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과거로부터 생성된 수십 개의 환영은 깨져 사방으로 튀었고 내부에서부터 릴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나갔다.


“크으으으으윽!!!!”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릴은 억지로 자신의 몸을 이어가며 람히르의 검을 잡은 후. 람히르의 목을 향해 부정형의 창을 내질렀다.


“<차원 도약>.”


차원을 넘은 절대적인 회피. 그 괴랄하기 짝이 없는 방식에 릴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가잖은 술수를.”


부정형의 창이 한순간 확장하더니 곧 거대한 빌딩 형태가 되어 치솟았다. 그리고 릴은 가볍게 람히르를 향해 휘둘렸다. 거대한 어둠의 쇄류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말소해가며 람히르를 삼켰다.


“나를 믿어.”


시계검 템푸스를 땅에 박아넣어 눈앞의 좌표를 뒤튼다. 그러자 람히르의 앞에서 어둠의 쇄류가 Y자로 꺾여 좌우로 갈라졌고 그 안에서 람히르는 또렷하게 릴을 노려보았다.


“<쇼크>!”


람히르의 주변 공간이 왜곡되더니 곧 압축된 공간들이 탄환이 되어 릴을 향해 쏟아져 간다. 이에 릴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장막이 앞에 펼쳐져 모든 탄환을 막아냈다.


“<블랙 베리어>.”


그리고 확장하여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여 전방위를 쓸어버린다. 처음부터 피할 공간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런 공격은 피할 수 없는 대신 힘의 밀도가 낮아. 그럼...’


“정면에서 뚫겠어요!”


위이이이이이이잉!!!


지면에서 박았던 검을 뽑아 치켜든 후. 시간과 공간을 검게 집중한다. 그러자 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람히르의 검이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해.’


람히르와 연결된 작은 실선을 따라가 힘을 빌린다. 네메시스의 시공간 날개에서 힘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무한한 힘. 네메시스님의 날개는 무엇이기에 이런 게 가능할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람히르가 한계로 최대한 뽑아 쓰는데도 총량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마치 불멸자와 비슷하달까? 하지만 명백히 다르다고 람히르는 생각했다.


‘순수한 검은색이야. 그러나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척들이...’


검은색이란.

셀 수 없이 많은 색이 섞였을 때 마지막에 도달하는 색이었지?

네메시스는 분명 썩을 대로 썩은 최악의 악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메시스의 날개와 직접 연결되어있는 람히르는 그 안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네메시스의 근원에 가까운. 어쩌면 악성에 가려져 있는지 모른 셀 수 없는 많은 색을....

이것은 람히르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월검향은 이해할 수 있는 거였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고민은 나중. 지금은 눈앞에 닥친 현실에 맞서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잡생각을 하며 이길 수 있을 만큼. 눈앞의 괴물은 쉽지 않았다.


“네메시스님. 당신의 힘을 빌리겠습니다!”


람히르는 자신과 네메시스의 힘을 믿으며 검을 아래로 내려찍었고 이에 따라 날카로운 은색의 소용돌이가 앞을 향해 질주해나가 짙은 어둠과 격돌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소음이 퍼져나가더니 시공간의 빛은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고 앞을 향해 나아갔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 있는 릴을 꿰뚫어갔다.


“....일루젼?”


릴의 형태가 녹아내리며 사라지자. 람히르는 급히 주변을 살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를 통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강대한 기척을 느꼈다.


“찾았어요!”


아래에서 찔러오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다. 그러자 람히르는 자신의 앞으로 흩날리는 앞머리 몇 가닥을 볼 수 있었고 한순간이나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요하지 마. 시간을 다시 되돌리면 돼.’


감정에 휘둘러선 안 된다. 람히르는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릴에 맞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차원 중첩>.”


채애애애앵!!!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수십 시간대의 차원이 겹쳐져 회전하는 공격을 견디지 못한 릴의 무기가 부서진다. 애초에 정식 무기가 아닌 속성으로 뭉쳐서 모양만 만들다 보니 내구도가 부족한 것이었다.


“하!”


람히르의 검이 릴의 팔을 향하자. 그녀의 팔이 한순간에 확장되는가 싶더니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되어 시계검 템푸스를 감싼다. 그러자 람히르의 인영이 사라지더니 릴의 머리 위로 나타났다. 이에 맞추어 릴의 고깃덩어리가 수십 개의 촉수가 되어 각 사각에서 람히르를 노려갔다.


“윽!”


급히 날개를 파닥여 공중에서 급선회했으나 몇 개의 촉수가 람히르의 살을 뭉텅이로 붙잡고 찢어 스쳐 지나갔다. 워낙 기괴하기 짝이 없는 변칙적인 공격이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큰 것이었다. 람히르는 상처를 부여잡고 뒤로 비행하였고 그러자 릴은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밀어 지면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그녀 앞에서 검은 웅덩이가 생기더니 곧 날카로운 턱을 가진 벌레 떼가 되어 하늘에 있는 람히르를 노렸다.


‘작아. 너무나 작아.’


검으로 베기에는 너무나 작다. 하나라도 근접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분명 살을 파먹고 찢으려고 하겠지. 정말 악의적인 공격이었다.


‘현재의 나로는 저것들의 움직임을 모두 읽지 못해. 그럼... 아!’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람히르가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강해질 방법이!


“저 안에 있는 미카엘.... 당신의 기억을 빌릴게요!”


소금의 대천사 미카엘와의 대화를 통해 람히르의 재능이 그녀로 왔음을 알고 있었다. 현재 미카엘은 메시지만을 남기고 사라졌다지만. 람히르가 있는 한 그 연결은 끝이 아니었다.

람히르에겐 시공간의 속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과거로부터 거슬러가 극히 일부. 전투 감각을 재현해 미카엘이었을 람히르의 육체에 입힌다.


싸아아아아악!!!


666의 괴물로서의 감각의 재현. 필멸자로서는 흉내를 내는 순간 즉사에 이르기 짝이 없는 무리지만. 시간을 돌려 육체를 재생하는 람히르이기에 그녀는 버틸 수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 몸 안의 검은 피가 혹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점은 이 순간만큼은...


“저는 소금의 대천사 미카엘이란 거죠.”


족히 수만 마리는 되는 벌레 떼들이 검으로 셀 수 없이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재생되지 못할 정도의 타격에 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분쇄되어가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았다.


“DNA 단말까지 모조리 절단해? 이게 필멸자의 움직임이라고? 말도 안 되는....

이건 분명...”


“네 맞아요. 당신 괴물들에 가까운 것이지요!”


릴은 뒤이은 자신의 반격에 떳떳하게 맞서는 람히르를 보며 기가 막히면서도 속도와 힘까지 따라오기 시작하자 호기심이 경악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나노 머신의 지원? 아니면 그 불안전한 엑스트라 주신 시스템? 대체 뭘 사용한 거야!!!!”


“지금 이 순간은... 과거를 빌려온 것뿐이에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최강의 대천사의 힘을 말이죠!”


람히르의 시공간의 인도하에 잠시나마 템푸스의 검게 소금검 살라리아가 겹쳐진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앗!!!!!


새하얀 빛이 릴의 어둠을 가르고 그녀의 몸을 꿰뚫어간다. 한날 천족이 낼 수 없는 위력에 릴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미카엘? 정말 그녀라고?”


666의 괴물로서는 모를 리가 없는 빛. 이렇게나 찬란한 빛은 나비와 나미 자매가 하나가 되었을 때 깨어나는 최강의 대천사. 미카엘의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공격이 과거로부터 거슬러와 펼쳐지자. 릴의 입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소금의 대천사 미카엘은 그 특수성 때문에 서열이 매겨지지 않는 것뿐이지. 분명 서열 1자리의 괴물이었기에 어둠 속성인 그녀에겐 최악의 피해가 되고 있었다. 차라니 다른 종족 괴물이라면 이런 피해는 아니었겠지만. 어둠 속성 자체가 빛 속성에는 워낙 쥐약인 관계로 릴은 이를 갈았다.


“웃기지 마! 마법으로 하는 장난질 따윈!!!”


독과 유독한 화학물질을 주변에 뿌리고 신체를 각질화 밑 육체에 변화를 일으켜 강화한다. 이로 인해 주변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죽을 정도의 땅이 되었으나. 람히르는 과거 시간대의 이 공간 상태와 현 시간대의 공간 상태를 비교하여 다른 것은 모조리 부정하여 걸러냈다.

시간과 공간 중 하나의 속성이라도 없으면. 혹은 판단이 조금이라도 느리면 불가능할 묘기이나 람히르는 그걸 해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미카엘의 힘까지 빌려온 탓인지. 자신이 살아남는 미래가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람히르라면 릴을 몰아붙일 수가 있었다.


“.........말도 안 돼.”


수백 번의 격돌. 하지만 람히르의 공격은 항상 릴을 앞서냈다. 공간을 넘어서 칼날을 빗겨서 오기도 하고, 한순간에 수십 차원을 겹쳐 그 질량을 괴물 기준으로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올리는 등 변칙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릴의 재생이 멈춘다. 아니 신체가 있다고는 느끼는데. 상처 단면이 비어 있다.


‘다른 차원으로 신체 부위를 이어진 상태로 보내고 있어. 해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물질까지...!”


베어버린 좌표로 주변의 여러 가지를 아무렇게나 집어넣는다.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닌 섞어버리는 악질적인 공격. 이것이라면 자신의 살을 잘라내 재생하진 않고선 재생이 쓸모가 없었다.


“........하!”


힘과 속도를 따라오고 속성의 상성에서 앞서고, 재생이란 장점까지 막아버린다. 이걸 저 필멸자 혼자서 하고 있다고? 정작 자신이 상대하고 있던 플로라가 아니라? 이 사실에 릴은 어처구니가 없으나. 현재의 람히르는 확실히 미카엘과 닮아있었다.


“시공간의 속성으로 이런 것도 가능하다니. 네메시스님이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못 봤는데...”


[나야. 다른 속성도 신경 써야 하니까 그렇지. 저런 운용은 람히르 전용이라고? 애초에 괴물은 ‘현재’의 존재. 과거로부터 빌려온다라는 개념은 절대 쓰지 못해.]


“하긴.”


과거로부터 빌러 오는 행위는 괴물은 하지 못한다. 괴물은 세계의 시간대 선상에서 벗어나 버린 존재이기에 그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필멸자는 그곳에 속해있기에 힘이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


“......인정하죠. 이 아이는 대단해요. 차기 666의 괴물은 물론 족히 두 자리. 어쩌면 한 자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힘이에요.”


릴은 여기저기 몸이 베어진 상태로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람히르도 큰 상처가 있었으나. 금방 재생되었고 그 모습에 릴은 어깨를 으쓱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최강의 대천사야.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죠?”


“네.”


템푸스의 시계가 거의 흘러가고 있었다. 아직 5분이 되지 않았으나. 미카엘의 힘을 재현한 결과. 그 시간이 가속화한 것이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네메시스의 날개와 이어진 연결이 다시 약해지겠지. 그 모습에 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님도 왔네요.”


“잘 아네.”


세레나는 내장 천지로 얼룩진 자신의 몸을 털어내며 걸어왔다. 그녀의 등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생물 병기들이 그 형체를 유지 못 하고 지면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하며 세레나를 방해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워낙 자폭에 가까운 공격이었기에 세레나는 꽤 지친 표정이었다.


“더러운 짓은 그만. 이제 처맞을 시간이야.”


“혓바닥은 참 옛날이랑 똑같은 것 같다니까요. 후후훗.”


“릴. 분위기 파악 안 돼? 현재의 너는 이길 수 없어.”


“흐음. 확실히 현재의 저라면 그렇죠.”


릴은 자신의 손으로 다른 공간으로 보내진 살 부분을 찢어내 새로 재생하며 말을 이었고 그 말에 람히르와 세레나는 그대로 굳었다.


“그렇기에 이제 저도 제대로 해야겠네요.”


릴리스를 이루는 또 한 명. ‘리’가 ‘릴’의 그림자에서 나타나 똑같이 앞에 섰기 때문이었다. 둘은 거울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세레나와 람히르를 보고 있었다.


“그래. 너희도 이제 둘이라는 거지?”


““둘이라.... 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어군요.””


두 명의 릴리스는 그렇게 말한 후. 키득키득 웃더니 곧 서로가 몸을 기대었다.


“나는 너.”

“너는 나.”


두근! 두근! 두근!


릴과 리 사이로 거대한 어둠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원래부터 하나라고요?”


“....!!!!!”


꾸물.


그 순간이었다. 둘의 몸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하나로 섞였다. 그리고 한순간. 둘은 하나의 모습이 되어 람히르와 세레나의 앞에 있었다.


“하나의 괴물이 모으는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


릴의 등 뒤로 날개가 펼쳐지고, 그것은 그 숫자를 늘려 8개를 이루었다. 전설 속에서나 볼 법한 대악마의 상징인 4쌍의 검은 날개였다. 짙은 보라색 뱀 가죽과 같은 옷이 그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고 날개 양 끝으로 흑요석과 같은 검은 칼날이 튀어 나와 있었다.

이것이 바로 태초의 마왕 벨제부브. 그다음 세대의 마왕. ‘릴리스’의 본래 모습이었다.


“저는 스스로가 단수에서 복수가 되었지요. 힘을 늘리려면 그편이 유리한 법이거든요.”


두근! 두근! 두근!


어둠이 퍼져나가. 그들이 있는 맵 전체를 검게 물들인다. 릴리스의 심장 고동에 전체가 우우우웅! 울릴 정도였다.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끝도 모르는 우주와 같은 심연에 세레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진 놀아주는 거로 만족했지만.....”


릴리스는 꺄르륵 웃으면서 람히르를 보았다.


“필멸자가 이 이상 기어오르도록 하면 저의 입장도 있고 4세계에 돌아가서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거든요. 그러니.”


릴리스의 웃음이 걷히고 차가운 냉소만이 깃들었다.


“....장난은 이제 그만. 저도 제대로 해야겠어요.”


쿠우우우우우웅!!!!!


공중에 부유하고 있던 몸을 서서히 내려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어둠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맵 안의 모든 지형이 사라져 검은 평지가 되었다.

지형 생성기가 릴리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져 그저 텅 빈 곳만 만들게 된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나오는 힘의 파장이 심상치 않자 람히르와 세레나는 경계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각성.”


“뭐라고? 바로 처음부터?”


세레나의 당황에도 상관 하지 않고 릴은 자신의 두 손을 아랫배로 가져가 ▽형태로 손을 모으며 뒷말을 이었다.


“<마의 자궁>!”


치지지직! 치지지지지지지지직!!!!


현실을 침식해가는 노이즈가 세상을 채우고.

한순간이지만 ‘세계’의 시간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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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제 602화 타락 시스템 발동. +1 23.09.27 27 2 27쪽
602 제 601화 세계를 속이는 환영. +1 23.09.27 26 2 16쪽
601 제 600화 구미호의 애도. +1 23.09.27 28 2 14쪽
600 제 599화 에덴에서의 탈출. +1 23.09.27 23 2 26쪽
599 제 598화 666의 괴물들의 모임. +1 23.09.27 23 2 22쪽
598 제 597화 타락하는 미래. +1 23.09.27 18 2 16쪽
597 제 596화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1 23.09.27 28 2 22쪽
596 제 595화 물러나는 죽음. +1 23.09.21 17 2 16쪽
595 제 594화 왕따 괴물. +1 23.09.21 21 2 16쪽
594 제 593화 서열 한자리 괴물의 추격. +1 23.09.21 25 2 20쪽
593 제 592화 죽음의 위기. +1 23.09.21 20 2 16쪽
592 제 591화 승려와 눈의 소녀. +1 23.09.21 20 2 14쪽
591 제 590화 습격을 하다. 습격을 당하다. +1 23.09.21 26 2 23쪽
590 제 589화 첫 사냥. +1 23.09.21 29 2 22쪽
589 제 588화 타락의 씨앗. +1 23.09.21 23 2 15쪽
588 제 587화 미행 +1 23.08.28 32 2 19쪽
587 제 586화 여왕과 국왕 +1 23.08.28 31 2 14쪽
586 제 585화 화해 +2 23.08.28 29 2 16쪽
585 제 584화 자격의 증명 +1 23.08.28 28 2 18쪽
584 제 583화 약탈자들. +1 23.08.28 30 2 23쪽
583 제 582화 릴리스의 정체. +1 23.08.28 28 2 14쪽
» 제 581화 과거로부터 빌려오다 +1 23.07.19 45 3 19쪽
581 제 580화 쓰러지는 네메시스 일행들. +1 23.07.19 33 2 13쪽
580 제 579화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1 23.07.19 47 2 21쪽
579 제 578화 변화하는 전황 +1 23.07.19 28 2 23쪽
578 제 577화 세레나 vs 릴 +1 23.07.19 31 2 16쪽
577 제 576화 키메라 +1 23.07.19 30 2 14쪽
576 제 575화 라우레아 그라티아 더 릴리스. +1 23.07.19 91 2 17쪽
575 제 574화 새로운 무공 +1 23.06.30 41 2 14쪽
574 제 573화 도발 +1 23.06.30 4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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