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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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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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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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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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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화. 그림자 속의 리치1

DUMMY

6화. 그림자 속의 리치



던전 밖의 벼랑 위. 작은 공터에서 헤스티나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던전이 있던 자리는 지진을 만난 듯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녀의 뒤엔 마법사 에보나가 서 있었다.

에보나가 말했다.


“스크롤을 찢고 제게로 오신 걸 보니 다급한 상황이었나 보군요?”

“제 삼의 세력이 인드라퓨리를 터뜨렸어요.”

“많은 나라가 그냥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과연 그랬군요.”

“결과적으로 일레인 공녀만 똑똑한 게 아니란 거죠. 인드라퓨리를 얻지 못한 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말이에요.”


에보나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곳에 정말로 인드라퓨리가 있었군요.”

“진짜 잉크라트의 던전이었어요.”

“휴, 저도 함께 갈걸 그랬습니다.”

“아니에요. 에보나가 여기에서 자릴 잡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에요.”

“그렇긴 하지만, 인드라퓨리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사옵니다.”

“후후, 에보나. 아무도 인드라퓨리를 얻지 못했으니 아쉽긴 하지만 실패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엄청난 강자가 튀어나왔거든요.”

“엄청난 강자라니요?”

“안도르의 크레번 후작이 나타났었어요.”

“헉, 그런 강자가 직접 나타났다니!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옵니다.”

“에보나.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아, 공주님은 당연히 강하옵니다. 다만 크레번 후작이라면 대륙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이다 보니.”

“후후, 그는 죽었어요.”

“예?”


믿을 수 없다는 듯 작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에보나였다.


“일레인과 합공했거든요.”

“그, 그런 일이? 정말 놀랍사옵니다.”

“놀랄 일은 아니네요. 일레인과 힘을 합친 것이니까요.”

“소신은 공주님께서 일레인 공녀와 힘을 합치셨다는 사실에 놀랐사옵니다.”

“음, 그 말이었군요.”

“황공하옵니다. 솔직히 두 분이 힘을 합쳤다니 믿기지가 않사 옵니다.”

“후후후, 어떻게 하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는 없는 것이옵니까···?”

“몰라도 돼요. 아니 알려고 하지 마세요.”

“소, 소신이 주제넘었습니다.”

“이해해요. 내가 일레인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아는 그대니까요.”

“아니옵니다. 공주님이 말씀하지 않은 일을 물은 건 소신의 불충이 옵니다.”

“그렇게까지 말할 거 없네요.”


헤스티나가 말하는 순간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공간이 열리더니 일레인이 나타났다.

어느새 헤스티나의 검이 뽑혀 있었다. 에보나도 다급하게 마법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일레인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워, 진정들 해.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


헤스티나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말했다.


“어째서 온 건가요.”

“큭큭큭, 다시 존댓말하는 거야? 왕녀 모드로 돌아갔군."

“할 말이 없다면 얼굴 보고 싶지 않군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말하세요.”

“약속한 거 잘 지키라고 한 번 더 말하고 싶었어.”

“그대 같으면 떠벌리고 다닐 건가요?”

“그럴 리가. 오죽하면 너와 힘을 합쳤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였네요.”

“역시 그렇군. 노파심에 그냥 한 번 와 본 거야.”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말하니 그냥 넘어가죠.”

“쳇, 워낙 중요한 일이라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니까.”

“알았으니까. 싸울 게 아니라며 돌아가세요.”

“알았으니, 흥분을 가라앉히라고.”


소리친 일레인이 무너진 던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죽었겠지?”

“엄청난 폭발 속에서 살아있다면 비정상이겠죠.”


일레인이 헤스티나의 표정을 살피다가 말했다.


“맞는 말이야.”

“혹시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그냥 네 생각이 어떤지 궁금했었어.”

“배웅하지 않겠어요.”

“알았어. 간다.”


일레인이 손을 흔들었다. 동시에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 에보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함께 싸웠다가 죽은 자가 있었나 봅니다?”

“또 궁금해하는군요.”

“헉, 황공하옵니다.”

“괜찮아요. 에보나니까.”


헤스티나는 일레인이 자신을 떠보기 위해 왔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한스와 가장 늦게까지 함께 있었으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뭔가 숨기는 게 없는지 확인하려고 말이다.

사실 헤스티나는 죄수병이 죽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트와툰을 주었으니 살 것이겠지만, 트와툰을 부릴 마석을 주지 않았으니까.


‘마석이 없다면 죽을 수밖에 없어.’


트와툰은 마석이 없으면 절대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트와툰에게 속아넘어가서 풀어주기라도 한다면 더 처참하게 죽겠지.’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죽겠네.’


아쉬웠다. 아니 한스가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면 울분이 솟구친다.

그 울분은 한스가 아니면 누구도 풀어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죽어버렸기에 차라리 후련하단 생각도 들었다. 더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아무튼, 비밀은 완벽하게 지켜질 거야. 일레인의 처지도 나와 같으니까.’


생각에 빠진 헤스티나의 뒤에 시립한 에보나가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엔 호기심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그렇지만 더는 질문할 수 없었다. 아무리 헤스티나가 관대하다고 해도 더 묻는 건 선을 넘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오랫동안 헤스티나를 모셨기에 지금은 침묵해야 할 때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더욱더 일레인과 헤스티나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헤스티나 왕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보나, 이만 돌아가죠.”

“알겠사옵니다.”


에보나는 미리 그려 두었던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곧 둘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


한스는 아공간에서 잼과 빵을 꺼내서 발라먹었다.


쩝쩝쩝.


“정말 맛있네. 그동안 내가 먹었던 건 다 쓰레기였어.”


헤스티나가 준 아공간에 든 빵과 쨈 그리고 와인까지 모두 최상이었다. 그야말로 혀에 살살 녹는다. 한동안 정신없이 음식을 먹고 마셨다.


“꺽. 살 것 같네.”


트림하고 배를 두드리는데 잠이 쏟아졌다.

생각해 보니 던전 발굴에 투입된 후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다. 잠을 자도 쪽잠이 다였다.

한스는 아공간을 뒤졌다.

그곳엔 침낭을 비롯해 텐트부터 야외에서 노숙할 때를 대비한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비상시를 위해 준비한 아공간이라고 했던 말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비상시에 쓰기 위해 모든 것을 갖춰두었다. 한스로서는 횡재한 것이었다.


양모 카펫을 꺼냈다.

방습과 한기를 완벽하게 막아 주는 최고급 카펫이었다. 그것을 접어서 깔고 비단으로 만든 이불까지 꺼냈다. 아공간은 정말 편리했다. 물에 젖더라도 꺼낼 때의 상태로 다시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묶인 밧줄을 회수했던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카펫에 습기가 스며들고 물에 젖더라도 처음 꺼낼 때의 보송보송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드드렁 드드렁.


요란하게 코를 고는 소리가 지하 깊숙이 울려 퍼졌다.

한스는 자기 머리맡에 마법 등을 올려두고 잠들어 있었다. 마법 등이 한스를 몸을 비추고 있는 가운데 누운 한스의 그림자가 바닥을 쓸 듯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한스의 코 고는 소리만 빼면 사방이 고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묘하게도 한스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얼핏 잘 못 보았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움직임은 분명해지고 있었다. 어른거리듯 흔들리던 한스의 그림자가 어느 순간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둠 덩어리였다.

놀랍게도 한스의 그림자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몸을 일으킨 것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것이 말한다는 것이었다.


“어렵군.”


그림자가 말이라니. 공기를 공명하는 방법이 달랐기에 묘한 느낌의 말이었다. 하지만 알아듣는 것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림자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후 주변을 기웃거리며 둘러본다. 그러다가 잠든 한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더니 한스의 얼굴 바로 위까지 접근했다. 그야말로 누군가 본다면 비명을 지르고 말 만큼 오싹한 모습이었다.

한스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림자가 말했다.


“어려워. 마침내 인간의 몸을 얻었는데 고작 그 인간의 그림자에 갇히고 말았다니 말이야.”


어쩐지 탄식하는 듯한 말투다.

곧 그 그림자가 허릴 펴듯 곧게 일어섰다. 그 순간 어깨 부분이 불룩하게 솟아나더니 작은 머리 모양으로 변했다. 그 작은 머리가 말했다.


“시불. 그 계집 때문이었어. 결정적인 순간에 수정관에 전격 마법을 퍼부었다고.”


어깨 부분에서 솟아난 작은 머리의 목소리는 본체에 비해 아이처럼 가늘었다. 본체의 얼굴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 계집은 사소한 장애물일 뿐이었다.”

“크카카. 그건 그래. 그 계집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소한 것들이지. 감히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인드라퓨리를 노리다니 말이야.”

“그러게. 후대의 인간들은 생각보다 마법 능력이 약한 것 같다.”

“킥킥킥, 멍청하게 로퓨타가 자신들과 계약할 것이라고 믿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

“그건 이 한스란 녀석의 몸에 새겨진 마법진이 아니면 누구도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걸 몰랐으니 그런 거다.”

“시불, 이놈이 쉽게 문을 여는 것만 봐도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있는 일이잖아. 허접한 것들. 아, 물론 조종실까지 숨어든 그놈이 센 건 좀 인정하지만 말이야."

"그자의 물리력은 대단했다. 순수하게 물리력으로 걸어둔 락을 넘어섰으니까."

"그래 봤자지. 결국 둘에게 죽었어."

"그건 그랬지."

"시불, 지금 한가하게 이런 얘기나 하고 있을 때냐? 진짜 문제는 너라고? 어째서 아직 이놈의 몸을 차지하지 못하는 거냐고?”

“음, 이 녀석의 정신력은 불가사의한 면이 있다.”

“불가사의하기는? 내가 보기엔 나약하고 별 능력도 없는 놈인데?"

"정신 능력은 다르다. 내 마법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것만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잘 작동하던 마법이 어째서 갑자기 힘을 잃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시불, 고금을 대표하는 대마법사 잉크라트라는 놈이 자기가 쓴 마법을 잘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 거냐?”

“험, 너도 잉크라트다. 넌 마치 잉크라트가 아닌 것처럼 말하는군.”

“나? 시불, 그러네. 나 역시 잉크라트인 거지. 리치가 되어 천 년을 넘게 살아남은 위대한 마법사 잉크라트 말이야.”

“그렇다. 너 자신도 위대한 잉크라트라는 걸 잊지 마라.”

“큭큭, 그래 우린 하나지.”

“흐음, 그런데 시간이 다 됐다.”

“벌써?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그렇다.”

“이런 시불.”


시불을 연신 반복하는 분체와 대화를 나누던 그림자는 한순간 무너지듯 한스의 그림자 속으로 흡수되었다.

곧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정적이 흘렀고 한스의 코 고는 소리만 들려왔다.


드드렁 드드렁.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흐아암, 정말 잘 잤다.”


한스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는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 마신 뒤 마법 등을 들고 안쪽 공간을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살핀 후 양모 카펫 위에 다시 자릴 잡고 앉았다.


“완전히 막혀 있어. 결국, 트와툰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인데?”


한스는 다시 트와툰을 소환했다.

트와툰이 눈을 데룩거리며 한스를 바라본다.


“정말 마석을 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냐?”

‘그-렇-다.’

“약하구나. 요정은 강력한 힘을 쓴다고 들었는데?”

‘난-강-하-다.’

“큭큭, 마석을 먹을 때만이겠지. 아니라면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해 봐라.”

‘나-를-풀-어-주-면-이-곳-에-서-나-가-게-해-줄-수-있-다.’

“뭐? 나가게 해줄 수 있다고?”

‘그-렇-다. 단-날-풀-어-줘-야-한-다.’

“풀어 달라니? 어떻게 하면 되는데?”

‘상-자-아-래-나-사-가-두-개-있-다. 그-것-을-풀-면-난-풀-려-나-게-되-고-힘-을-낼-수-있-다.’


상자를 들어 올려 아래를 확인하니 과연 나사가 두 개 박혀 있었다. 작은 나사였지만 정교했고 마법 문양도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손톱을 끼우고 돌리면 되겠는데?’


한스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사 틈에 손톱을 끼웠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손을 뗐다.


‘신중해야 해. 풀어달라고 덥석 풀어주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어쩌면 트와툰이 꿍꿍이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문득 강한수의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강한수가 읽었던 아라비안나이트란 책에 등장하는 어부와 항아리 이야기였다. 항아리 속에 갇힌 지니를 구해주었는데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을 빼앗으려 한 지니의 이야기였다.


‘트와툰을 맹목적으로 믿는 건 위험해. 신중하고 신중해야 해.’


풀어주더라도 반드시 트와툰을 통제할 뭔가가 있어야 했다. 아니라면 풀려난 트와툰에게 오히려 해코지당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잠시 고민하다가 트와툰을 다시 아공간을 돌려보냈다. 데룩데룩 눈알을 굴리던 트와툰은 아공간으로 역 소환하자 몹시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보자 생각 없이 풀어주었으면 정말로 큰일날 뻔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잠을 좀 더 잔 후 다시 생각해 보자.”


상당한 시간을 잤지만, 워낙 피곤한 상태였다. 그는 다시 카펫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곧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한 한스였다.


며칠이 지났다.

공기가 탁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버티다간 끝내 숨이 막혀서 죽겠군.”


며칠 고민했지만, 탈출할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동안 몇 번이나 트와툰을 꺼냈었지만, 결코 나사를 풀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놈이 음흉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


“정녕 방법이 없나? 혹시 이곳 던전에 마석이 있는 곳은 없는 걸까?”


골렘에 기대어 멍하니 중얼거리는 데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


“바보 같이. 골렘이 있잖아.”


골렘엔 핵이 있었다. 그리고 핵은 곧 마석이다. 그것의 마나로 골렘이 움직이니까.


“사방에 골렘이 쓰러져 있었는데.”


마법 등을 이마에 쓰고 쓰러진 골렘을 살폈다. 거대한 몸통이 엄청 단단했다.

아공간을 뒤졌다. 다행히 곡괭이가 있었다.


‘다행이야.’


곡괭이를 소환한 한스는 골렘의 몸통에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깡깡깡깡깡.


단단했지만 조금씩 파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한스는 매일 휴식과 곡괭이질을 반복했다.

밀폐된 곳이 있었기에 격하게 움직이는 게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드드렁 드드렁.


며칠간 곡괭이질을 하던 한스가 지쳐서 잠들었다.

어느 순간 한스의 그림자가 일어섰다.

시커먼 어둠이 한스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골렘의 마석을 생각하다니 바보는 아니었군.”


본체의 어깨에 어느새 작은 머리가 솟아나더니 말했다.


“시불, 그럼 뭐해. 엉뚱한 곳을 파고 있는데.”

“표시해 주면 돼.”

“표시할 수 있다고?”

“며칠간 힘을 비축했다. 집중하면 약간의 물리력은 행사할 수 있어.”

“호, 그렇단 말이지.”


분체가 말하는 사이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 그림자는 거대한 골렘의 몸체 중 엉덩이 쪽으로 가서 머물렀다. 그렇게 잠시 머물던 그림자가 갑자기 허물어져 버렸다.

분체가 짜증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시불, 고작 요 정도 힘을 쓰고 그림자로 돌아가야 하는 거냐?”


분체의 말에 대답하지도 못하고 허물어진 그림자는 한스의 그림자로 흡수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림자가 머물렀던 골렘의 엉덩이엔 희미하지만, X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추석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16, 17일 쉬고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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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화. 그림자 속의 리치2 NEW +4 11시간 전 153 15 14쪽
» 6화. 그림자 속의 리치1 +4 24.09.15 304 21 16쪽
19 5화. 흙더미 속에서2 +5 24.09.14 314 22 17쪽
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5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0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6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3 26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398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0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2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5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3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7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2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3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4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4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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