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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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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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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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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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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어떤 복수2

DUMMY

‘으아, 제발 가라. 그냥 좀 가라고.’


속으로 절규하듯 소리치다가 애원하듯 기도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었으니까.


‘시발. 쓸데없이 구해서는. 병신같이 위험을 자초했어.’


일레인을 구하지 말았어야 했다.

머릴 쥐어뜯고 싶을 만큼 후회가 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늘 그랬었다. 착해서 맨날 손해 보는 것 말이다.


밀려 들어온 데스나이트의 손가락이 이마에 닿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 꼼짝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그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이마에 구멍이 날 것이었다.

한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밀고 들어오던 손가락이 멈췄다. 눈을 흘겨 뜨고 보니 밀고 들어오던 손가락의 길이보다 구멍이 깊어지자, 놈의 나머지 손가락이 뚜껑에 걸려서 더는 밀어 넣지 못한 것이었다. 운이 좋았다.

아쉬운지 손가락에 힘을 주고 까딱거린다. 재질이 뭔지 늘어난 수정관 뚜껑은 그런 상황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한스는 손가락이 이마를 스칠 듯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지만 참고 버텼다.

결국 데스나이트가 손가락을 빼냈다.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섣부른 안도였다. 데스나이트가 빼낸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주, 주먹으로 내려치려는 거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놈의 주먹이 수정관을 강타했다.


꽝.


늘어났던 손가락 모양의 그것이 충격으로 안으로 밀리며 한스의 이마를 찢고 말았다. 피가 눈 사이로 흘러내렸지만, 다급한 마음에 한스는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했다.


꽝꽝.


연속으로 충격이 이어지고 수정관 뚜껑이 짜부라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고개를 틀어서 손가락 모양의 그것을 피하긴 했지만, 뚜껑이 짜부라들면서 다음으로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꽝꽝꽝꽝.


데스나이트의 주먹은 점점 거세졌다. 손가락 모양으로 삐죽한 그것이 이마에 상처를 낸 후 어깨로 밀려 내려가 찌르기 시작했다.


‘시발, 결국 이렇게 죽는 건가?’


두려움보다 울화가 치민다.


‘그녀만 구하지 않았어도.’


문득 톰슨 남작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 무너질 것이라고 했잖아. 어째서 무너지지 않는 거냐고? 무너지려면 빨리 무너지라고.’


데스나이트에게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암석에 파묻혀서 죽는 게 나았다. 하지만 진동하던 던전은 오히려 조용히 멈춰 있었고 무너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꽝쾅쾅쾅.


놈의 주먹이 해머처럼 연신 수정관 뚜껑을 때렸다. 일레인이 만들어 놓은 손가락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어깨에서 고통이 밀려들었다. 어느 순간 그것이 뚝 부러졌다. 곧장 녹색의 독 안개가 수정관 안으로 밀려들었다.

한스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었는데···.”


알싸한 독 안개 냄새가 났다. 허탈했다. 어느 순간 될 대로 되라는 듯 널브러져서 데스나이트를 올려다보았다. 놈은 연신 주먹을 내리치고 있었다. 연신 수정관 뚜껑이 짜부라들었다. 그런데 짜부라들긴 했지만, 결코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다.


‘큭큭큭, 진정한 승자는 수정관이군.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기에 아직도 버티는 거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튼튼했다.


‘한심한 놈. 뚜껑이 뭔지? 뭐로 만든 것인지가 이런 상황에서 무슨 상관이 있다고.’


시간이 좀 더 흐르자, 독을 실컷 마셔서 그런지 정신이 흐릿해진다.

곧 죽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지 어머니가 생각난다. 유언을 들어주긴커녕 바보처럼 살다가 죽을 판이다. 미안했다.


‘미안해.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건 조금이라도 알아줘.’


삶을 내려놔서인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어쩐 일인지 데스나이트의 주먹이 멈췄다. 위를 올려다보니 찌그러진 수정관 뚜껑 너머로 물러나는 놈이 보였다.


‘뭐지? 왜?’


곧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수정관이 빛을 뿜고 있었다. 놀랍게도 물러난 놈은 미련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뭐야? 이렇게 허무하게 물러간다고?”


원인은 수정관이었다. 수정관이 빛을 뿜으며 작동하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큭큭큭, 진짜 수정관이 대박이네. 이렇게 짜부라졌는데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다니.”


문득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


“으하하. 살았다. 또 살았다고 시발.”


하지만 곧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깨달았다. 수정관 안에 독 안개가 가득했는데 말이다.


‘병신.’


독에 취해서 정신이 흐릿해진 모양이었다. 한스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금의 상황을 다시 정리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니까. 수정관이 빛난다는 건? 새롭게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끔찍한 고통에 다시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잖아.’


똥줄이 탔다.


“컥. 차라리 독으로 빨리 죽는 게 나을 거야.”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그 가운데 어째서 수정관이 다시 작동했는지 문득 이해되었다.


‘시발. 일레인 때문이야. 그녀가 수정관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인 거야.’


일레인이 안으로 들어오자, 수정관이 그녀를 인식하고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

독이 작용해서 빨리 죽으면 좋은 데 일레인을 봐도 금방 죽을 것 같진 않았다. 다급해진 그는 손을 뻗어서 수정관의 문을 밀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아아. 좆같은 수정관.”


정말로 튼튼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일레인은 딱 달라붙어서 애무하고 있었다. 질려서 밀어내려고 했지만, 문어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으, 마법사가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일반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는 몸이 약하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마법으로 자기 신체를 강화할 수 있으니까.

한동안 일레인을 밀어내려고 씨름하던 한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미라가 되어 죽어버리기 전엔 결코, 열리지 않는 구조야.”


데스나이트도 뚫지 못한 뚜껑이었다. 한스는 절망에 몸을 늘어뜨렸다.

속박이 사라지자, 일레인은 오히려 자유롭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스는 애무에 정신없는 일레인의 머릴 쓰다듬으며 키득거렸다.


“큭큭큭,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죽는 건 아쉽네.”


그녀의 머릴 쓰다듬다가 귀를 만졌다가 볼을 쓰다듬었다. 정말 부드러웠다. 어느새 몸이 달아올랐다. 강렬한 자극들이 번개처럼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이미 독 안개를 잔뜩 마셨기에 더욱더 강하게 자극받는 것이었다. 아랫배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반쯤 올라탄 그녀 사이로 분신이 우람하게 용틀임하고 있었다.


“젠장. 될 대로 되라지.”


한스는 일레인을 잡아당겨서 키스했다. 그러자 적극적으로 응해온다. 감기는 혓바닥이 아찔했다. 용암처럼 뜨겁고 그 어떤 것보다 달콤했으며 미칠 것 같이 좋았다. 그런데 그 순간 이성도 돌아왔다.


‘젠장. 뭐 하는 거냐? 최소한 쪽팔리게는 살지 않기로 했었잖아?’


그녀는 지금 아예 이성이 없었다. 아무리 악녀라지만 이성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을 상대로 정사를 나눌 순 없었다.

한스는 잔뜩 달아오르는 기분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내가 왜? 왜 참아야 하는 거지?’


그녀는 응징해야 할 악녀였다. 복수의 대상 말이다. 오히려 그녀를 탐하고 짓밟아야 했다. 그것이 복수인 것이니까.


‘복수를 해야지.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에 대한 복수. 수많은 죄수병을 죽게 한 복수, 처녀들의 피를 마신 복수. 죽기 직전이잖아. 죽기 전에 복수하는 건 쪽팔리는 게 아니라고.’


왕국 최고의 귀족 최고의 미녀였다. 그런 그녀가 벌레하고 생각하는 자신과 같은 죄수병에게 짓밟힌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복수가 될 것이었다. 어쩌면 죽음보다도 더한 복수 말이다.


한스는 다시 그녀를 당겨서 키스했다. 그리고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커다란 가슴을 힘껏 움켜잡았다. 힘을 잔뜩 주고 비틀자, 그녀가 신음을 터뜨린다. 당겨졌던 시위가 풀리듯 강력한 쾌감이 온몸을 꿰뚫는다.

수정관이 둘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풍만한 가슴이 일그러지고 새하얀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녀가 부르짖는 신음은 마치 동물의 울부짖음 같았다. 일레인은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둘은 쾌락의 극한으로 달려갔다. 더 강하게 빨았고 더 강렬하게 깨물었으며 더욱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동공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쿠르릉.

우르릉 우르르.


지진이 난 듯 모든 게 흔들렸지만, 수정관 밖의 상황이 어떻든 한스와 일레인은 무아지경에 있었다.

동공이 흔들리면서 수정관도 연신 흔들렸지만, 그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해 있었다.


하아악.

흐윽.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이 연신 수정관을 채웠다.


우르릉 쾅쾅쾅 쿵 쿠웅 쿵.


마침내 동공이 입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먼지가 피어올랐고 어둠이 찾아왔지만, 둘은 오직 서로를 탐닉하며 쾌락을 좇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너지던 던전의 진동이 멈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한스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일레인을 돌려세우고 격렬하게 움직이다가 한순간 온몸을 경직시키고 석상처럼 굳어졌다.

머릿속에서 마구 폭죽이 터졌다.

일레인 역시 몸을 경직하며 환희에 온몸을 떨었다. 짧았지만, 영원과 같은 시간이었다. 곧 정지했던 시간이 다시 흘렀고 둘은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게 멈추고 조용한 침묵이 찾아왔다. 심지어 그렇게 튼튼하던 수정관의 작동도 멈추었다.

절반쯤 무너진 어두운 동공 속에 움직이는 건 둘이 들어 있는 수정관의 깜빡거림뿐이었다. 다 부서진 수정관이 마지막 호흡을 이어가려고 애쓰는 것 같은 깜빡임이었다.


도로롱 도로롱.

드드렁 드드렁.


놀랍게도 수정관 속에서 코고는 소리가 크고 작게 들렸다.


한스는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음, 살아있는 건가? 큭큭, 또 살아남았어.’


놀랍게도 몸이 상쾌할 정도로 좋다.

지난 일을 더듬었다.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았다.

일레인과 같은 존재와 정사를 나누었다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결코 꿈이 아니야.’


팔에 안긴 부드러운 그녀의 나신이 지금도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새삼 믿기지 않아서 눈을 아래로 했다.

벌거벗은 그녀의 목과 등이 보인다. 손과 팔의 촉감을 통해 전해지는 물컹한 가슴과 아찔한 뱃살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이야. 진짜로 해버렸어.’


갑자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감당하지 못할 큰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나 무슨 짓을 한 거지?’


코작크 왕국의 최고 귀족이자 왕이 아끼는 인척, 무엇보다 남 대륙 최고의 미녀로 유명한 일레인이었다. 쟁쟁한 7 왕국의 여러 왕족들까지 그녀를 얻으려고 경쟁적으로 매파를 보낸다고 들었는데 그런 그녀를 한낱 죄수병이 범하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두렵다.


‘나약한 놈. 병신같이. 복수한 거였잖아.’


그녀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무엇보다 자신 역시 죽었을 것이었다.


‘정당한 복수였어.’


한스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를 쓰자, 한편으로 통쾌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 복수 중 이보다 더한 복수는 없을 거잖아.’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한스는 그만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탈출해서 숨어버리면 그만이야.'


그는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수정관 밖을 살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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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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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화. 그림자 속의 리치2 NEW +4 11시간 전 153 15 14쪽
20 6화. 그림자 속의 리치1 +4 24.09.15 304 21 16쪽
19 5화. 흙더미 속에서2 +5 24.09.14 314 22 17쪽
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6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1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6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4 27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399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0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2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6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5 33 12쪽
»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9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3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4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5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4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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