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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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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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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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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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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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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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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던전2

DUMMY

급한 불을 끈 린네만은 한스를 노려보았다.

그는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찮은 죄수병 따위로 인해 오점이 남겼다니. 무엇보다 일레인 공녀가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열이 뻗쳤다. 살기를 담고 한스를 노려보았다.

한스는 그런 린네만을 못 본 척 외면하고 연신 헛구역질 해댔다. 린네만이 참지 못하고 그런 한스에게 다가들며 다시 옆구리를 걷어찼다.



꾸에엑 꾸엑.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며 한참이나 날아가서 처박힌 한스였다. 그리고 연신 토악질을 해댔다.

린네만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 순간 또다시 한스의 잔머리에 당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자기를 자극해서 수정관과 멀어졌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화가 뻗쳐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성질 나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미 톰슨 남작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져 있었으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스와 드잡이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힐끗 톰슨 남작의 표정을 살핀 그는 다른 죄수병을 살폈다. 어쩔 수 없이 수정관 가까이 선 다른 죄수병을 다음으로 지목했다.


일부러 멀리 날려간 후 토악질하던 한스는 곁눈질로 모든 걸 지켜보았다. 잔머릴 굴려서 당장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끝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모든 죄수병이 미라가 될 것이고 그러면 자기 차례가 될 테니까.


‘무능력한 놈들. 몇 번만 더하면 마법진을 해석할 수 있다고 했잖아···.’


문득 수정관 앞에 붙어선 마법사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마법사들이 수정관의 마법진을 빨리 파악하기만 했어도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죄수병이 죽을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간신히 차례를 미루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허무했다. 15년간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말이다.


상황이 어떻든 시간은 흘렀고 결국 모든 죄수병이 미라가 되었다. 기사 린네만이 흉소를 흘리며 다가온다. 한스는 그때까지 복부를 움켜잡고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린네만이 옆에 쪼그려 앉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젠장할 놈. 인정한다. 네놈의 잔머리.”

“크윽, 큭.”


일부러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토했지만, 놈의 분노만 자극할 뿐이었다. 갑자기 너무나 피곤했다.


‘시발.’


갑자기 될 대로 되라는 듯 천장을 보고는 대자로 드러누웠다.

얼굴을 꿈틀한 린네만이 쭈그려 앉은 자세에서 몸을 더욱 숙이더니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흐흐흐, 새끼. 그래 개겨라. 나야 고맙지.”


살기 가득한 목소리, 힐끗 보니 자기 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느새 옆구리에 찬 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한스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톰슨 남작을 향해서 경례를 붙이며 충성스럽게 소리쳤다.


“죄수병 한스. 차례가 되었으니, 기꺼이 수정관으로 들어가서 왕국의 마법 발전을 위해 한 몸 바치겠습니다.”


검을 움켜잡고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히죽거리던 린네만의 얼굴이 구겨졌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팔뚝에 힘줄이 불룩하게 그려지는 게 보일 정도다. 린네만이 잡은 검에서 손을 떼며 몸을 일으키더니 소리쳤다.


“새끼. 호들갑떨지 말고 빨리 들어가라.”

“알겠습니다. 코작크 왕국을 위해서.”


한스는 씩씩한 자세로 수정관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허무했다.


‘시발, 린네만의 약을 올린 건 조금 만족스럽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머릴 빠르게 굴렸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수정관을 향해 계속 걸었다.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수정관으로 향하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귀족과 기사들은 한결같이 무심한 눈빛들이다. 하지만 일반 병사들의 표정은 불안감이 가득했다. 마지막 죄수병인 자신이 죽고 나면 정말로 자기 차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소했다.


‘병신들, 니들도 소모품일 뿐이란 걸 잊지 말라고.’


욕을 퍼부었지만, 바보 같은 일이었다.


‘시발 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욕을 해도 일레인 공녀와 기사들에게 해야 하는 데 말이다.

고개를 돌려서 무심하게 바라보는 기사들에게 마구 욕을 퍼부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린네만의 얼굴을 보자 마음을 접었다. 욕을 내뱉기도 전에 놈의 검에 목이 먼저 떨어질 것이었으니까.


‘놈에게 그런 기쁨을 안겨줄 수는 없지. 절대로.’


장벽에서 복역하며 린네만이 자신을 얼마나 죽이고 싶어 했는지 잘 안다. 한스는 일부러 더 당당하게 걸었다. 뒤에서 린네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한스. 이렇게 죽을 거냐? 어떤 경우라도 살아남는 네놈이 아니더나?”


한스는 어깨를 더욱 펴고 당당하게 걸으며 소리쳤다.


“코작크 왕국이여, 왕이여 영원하라. 죄수병 한스. 왕국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불사르겠나이다.”

“으드득.”


약이 바짝 올라서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조금 기분이 풀렸다.


잠시 후 수정관 앞에 섰다. 한스는 절망에 떠는 죄수의 모습 따위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과감하게 수정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 돌아섰다.


치익.


수정관의 문이 절망의 소릴 울리며 닫혔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문이 닫히며 외부와 모든 게 차단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이잉.


기관이 작동하며 수정관 내부가 45도 정도로 눕혀졌다.

반쯤 드러누우니 서 있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한스는 그 상태로 눈에 힘을 주고 밖을 보았다.

투명한 수정관을 통해 밖의 상황이 그대로 보인다.

가장 가까이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로 수정관을 살피는 마법사들이 있었고 그 뒤쪽으로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한스는 사람들을 쓸어본 후 중앙의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찰랑거리는 금발과 투명할 정도로 맑고 푸른 눈동자가 보인다.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악녀다. 그녀에 관한 소문들이 새삼 떠오른다.

아름답지만 잔인하고 냉혹하다고 했다. 귀족이 아닌 자들을 하찮은 존재로 여겼고,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라고도 했다. 심지어 자기 아름다움을 위해 젊은 여인들의 피를 마신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젊은 나이에도 코작크 왕국에서 가장 두려운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던전을 발굴하면서도 자기 명령 하나로 많은 무고한 생명이 수없이 희생되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보고 있으니 가슴 깊숙이 반발심이 솟구친다.


‘저 아름다운 면상에 주먹을 박아 넣으면 정말 통쾌할 것 같은데···.’


아름다운 얼굴이라서 더 통쾌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상상으로나 가능할 일이었다.


‘젠장. 욕은 마음대로 퍼부을 수 있잖아. 어차피 곧 미라가 될 것인데···.’


이대로 그냥 죽는 건 너무 억울했다.

한스는 일레인 공녀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막상 공녀의 얼굴을 마주하니 욕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눅이 드는 것이었다.


‘병신. 곧 죽을 것인데도 욕 한마디를 못 하다니.’


병신같았다. 일레인을 노려보았다. 한순간 눈이 마주쳤다. 무심하고 냉정한 눈빛이다.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시발. 노예근성에 절었어.’


한스는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욕 한마디 하지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다니 말이다.


'곧 죽을 상황인데도 말이야.'


이를 악물고 오기로 일레인을 노려보았다. 어느 순간 일레인의 입술이 묘하게 틀어져 올라가고 있었다.


‘비, 비웃고 있어.’


이를 악문 한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레인의 입술이 더욱 말려 올라갔다. 그 순간 한스의 가슴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으, 나쁜 년.”

“......?”


마주한 일레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한스가 그런 일레인을 향해 분노를 가득 담아서 소리쳤다.


“나쁜 년. 미친년, 악마 같은 년.”

“......!”


한번 욕을 하자 의외로 쉽게 쏟아진다.

일레인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헉, 설마. 내 말을 알아들은 거냐?’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야 말았다.


‘이상하네? 방음이 완벽한데 어떻게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지?’


곧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입 모양을 보고 욕을 한 걸 알아들은 것이었다. 그녀가 욕한 것을 알았다는 걸 생각하자 다시 두려움이 솟구친다.


‘시발, 한스야. 네놈은. 끝내 노예근성을 벗어던지질 못하는구나.’


다행히 두려움이 생기는 만큼 반발심도 치솟았다. 한스는 다시 일레인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왜? 뭐? 미친년? 나쁜 년아. 더 한 욕도 할 수 있다고.”


치욕스럽다는 표정이다.

부릅떠진 눈, 파르르 떨리는 눈매. 그런 일레인의 얼굴을 마주하니 놀랍게 마음 한쪽에서 통쾌함이 솟는다.

한스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크흐흐, 화나냐? 시발, 화를 내도 곧 죽을 내가 내야 하는 거잖아? 어째서 네년이 화를 내는 거냐고?”

“.......”

“이 마녀. 알아둬라. 사람의 목숨은 누구의 것이든 소중한 거다. 알았냐?”


되는대로 마구 소릴 질러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레인이 입술을 움직였다.

놀라서 굳어진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버, 벌레라고?”


한스 역시 입 모양을 통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계속 입을 움직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이놈. 네가 벌레보다 나은 게 뭐가 있지?’


끝까지 개 무시다. 분노가 폭발하니 쉽게 욕이 터져 나온다.


“시발. 그래, 나 벌레다. 그럼, 네년은? 흐흐, 네년은 악마겠구나? 아니지. 쓰레기야. 그것도 아니야. 쓰레기도 과해. 그래. 넌 시궁창의 오물 덩어리야. 아니 똥이야. 맞아 넌 똥 덩어리다.”


한스는 일부러 입 모양을 크게 해서 똥 덩어리를 강조했다.

일레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크게 일그러졌다. 통쾌했다. 신기하게도 가슴 속에 쌓였던 울분이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한스는 통쾌하게 웃은 후 소리쳤다.


“으하하. 잘 있어라. 똥 덩어리. 먼저 지옥에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 으하하하.”

‘이노옴.’


갑자기 일레인에게서 푸른 빛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린다. 호위하듯 서 있던 기사들이 놀라서 물러났다. 톰슨 남작 역시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젠장할, 마녀? 정말 마녀가 된 것이냐? 으하하하.”


다시 욕을 퍼부었지만, 한스의 새삼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마녀처럼 머리카락이 마구 솟구치고 지직거리는 푸른빛에 감싸인 그녀였지만 그래서 또 다른 기이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쁘긴 더럽게 이쁘네. 똥 덩어리치고는.’


갑자기 그녀를 욕하는 것도 시들했다.


‘시발 뭔 짓을 해도 그녀는 살고 난 죽어야 하잖아···.’


의욕 상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서비스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는 일레인을 향해 중지를 추켜세우고 소리쳤다.


“똥 덩어리. 잘 처먹고 잘 살아라.”


그 순간 스파크를 튀기던 일레인이 꺼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수정관 바로 앞에서 불쑥 솟아났다.

놀랍게도 공간이동으로 건너뛰어 수정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녀가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이놈. 네놈은 결코 쉽게 죽지 못한다. 이노옴.”


소리치는 그녀에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뻗쳐 나왔다.

그녀가 수정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에서 새하얗게 스파크가 튄다. 어느 순간 그 스파크가 뿜어져 나와 수정관을 강타했다.


쩡.


수정관이 기이한 소릴 내며 진동한다. 다행히 멀쩡했다.

그녀가 분노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마구 튕겼다. 푸른 빛들이 다발로 날아들었다.


쩡 투앙 텅 텅 텅 쩌정.

찌지직.


엄청난 스파크가 수정관 뚜껑에 작열했고 결국 수정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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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6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1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7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7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6 27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400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2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4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7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5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9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3 37 14쪽
4 1화. 던전4 +2 24.08.28 594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5 43 12쪽
» 1화. 던전2 +4 24.08.27 635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1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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