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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님의 서재입니다.

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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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객
작품등록일 :
2024.08.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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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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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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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던전4

DUMMY

코림트 왕국은 한스가 속한 코작크 왕국의 왕실과 혈연관계에 있었다. 두 왕실은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었지만,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들 보다 관계가 좋지 않았다. 혈통적으로 가깝다 보니 왕위 계승권이 얽혀 있기도 하였고 왕족들 간 질투심과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었다.


‘코림트가 이곳 던전의 존재를 몰랐다면 몰라도 알았다면 절대로 그냥 있을 리 없었겠지.’


한스는 몸이 굳어가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고대의 유물은 국가의 힘을 갑자기 키울 수도 있는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다. 코작크가 던전을 발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냥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장벽 너머에 있었다. 그러니까 두 국가의 강역 밖인 드래고니아고원 내부인 것이다. 위험한 곳이긴 했지만, 병력을 보내도 법적으론 오히려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


한스는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투를 지켜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키득거렸다.

수백 명의 죄수병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자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서로를 죽여대고 있었으니 반가울 수밖에.


수정관 앞쪽엔 일레인이 기사들의 호위 속에 서 있었다.

많은 사람이 죽고 죽었지만, 그녀는 조용히 서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투 양상이 점점 코작크가 밀리기 시작하자 그녀가 손을 위로 뻗었다.

그녀의 손이 빛나기 시작했다. 앞쪽의 공기가 요동치는가 싶더니 한순간 강력한 빛과 스파크가 동공 내부를 퍼져나가며 휩쓸어 버렸다.


화아악 번쩍 번쩍번쩍 쩌저적 쩍.

크아아악 컥 큭 아아악 크악.


비명이 잇따랐다. 한스는 수정관이 금 간 상태였기에 외부의 소리를 작게라도 들 수 있었다.


처참했다. 일레인의 전격 마법이 휩쓸고 지나가자, 앞쪽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그야말로 피바다요. 시체들이 즐비했다.

마법 방어력이 없는 병사들은 순식간에 장기가 익어 버리거나 몸이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무엇보다 그 가운데 코작크 병사들의 시체도 보였다. 한스는 치가 떨렸다. 아군이고 뭐고 상관없이 모조리 휩쓸어 버린 것이었다. 코작크가 밀리는 상황이라 대부분 코림트 왕국 병사들이긴 했지만, 한 명의 아군이라도 그런 식으로 죽게 하는 건 정상이라 할 수 없었다.


'지독한 년.'


어쨌거나 그 덕분에 코작크가 승기를 잡았다.

톰슨 남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세가 꺾였다. 포로는 필요 없으니 모조리 죽여라.”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소리친 주변의 기사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들은 살아남았지만 전격 마법의 후유증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머지를 휩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일레인의 전격 마법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한스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저주를 퍼붓듯 소리쳤다.


"그래 죽여라 죽여. 모두 함께 죽자."


처참한 살인 파티였다.


‘큭큭큭, 죽음의 동행자가 차고 넘치는구나. 시발, 날 이렇게까지 위로해 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묘하게도 진짜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글러 먹은 놈. 아무리 절박해도 그렇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보고 좋아하다니 한스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그 와중에 다시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의식을 부여잡고 수정관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동공에 남은 자들은 고작 수십 명에 불과했다.


‘일레인이 이기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동공 입구에서 또 다른 병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코림트 병사들이었다. 일레인의 전격 마법이 동공 입구를 휩쓸었다. 또다시 많은 병사가 죽어 나갔다. 그래도 코림트의 병사들이 계속 밀고 들어왔다. 일레인이 마법을 계속 난사했다.

그녀는 푸른 빛으로 전신이 타올랐고 주변으로 끊임없이 스파크가 일었다. 그야말로 마녀 같았다.

비명이 난무했다. 코림트 왕국에도 전투 마법사는 있었다. 어느 순간 허공에서 강력한 마법의 창들이 나타나 톰슨 남작 일행을 휩쓸었다. 톰슨 남작이 등에 메고 있던 방패로 그것을 막았다. 은은하게 푸른 빛이 어른거리는 방패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방패를 가진 건 아니었다. 코작크의 기사들도 그 마법 창에 쓰러졌다. 그 마법 창 중 하나가 일레인에게 향했다. 하지만 허공에서 방어막이 나타나 그것을 간단히 막아 버렸다.

일레인의 마법이 상대 마법사들을 향해 작열했다. 상대 마법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 마법사 주변의 병사들이 통구이가 되어 쓰러졌다.

일레인의 전투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했고 탁월했다.

한스는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멍하니 지켜보다가 문득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어째서 서로를 저렇게 미워하고 죽이고 죽이는 걸까?’


다 같이 잘 살 수도 있는데 어째서 저렇게 지독하게 서로를 죽이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뭐야? 어째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한스라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구나. 전생의 강한수의 기억과 점점 동화되고 있어.’


한스는 어느새 자기 말투와 사고방식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전생의 기억이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어.'


그렇다고 거북하거나 하진 않았다. 어차피 강한수도 자신이었으니까.

그는 좀 더 강한수의 기억에 집중하기로 했다.


'혹시나 또 다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한스는 강한수의 느낌, 사고방식, 생각, 의식에 집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렇게 괴롭히던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헉, 고통이 줄어든다고?’


신기한 현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는 애써 진정하며 강한수의 의식에 더욱 집중했다.

놀랍게도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갑자기 살아오면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쉽게 이해된다. 모호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핵심도 저절로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똑똑해졌어. 세상에. 이런 효과가 있었던 거야?’


놀라운 효과였다.


‘심지어 미라처럼 굳었던 몸도 움직이기가 쉬워졌어.’


바라고 바라던 보물을 얻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느 순간 문득 강한수의 의식에서 벗어나 다시 한스의 의식 세계로 돌아왔다. 곧바로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재빨리 강한수의 의식 세계로 되돌아갔다. 신기하게도 고통이 사라져갔다.


‘아하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효과야.’


한스는 그때부터 강한수의 의식 세계에 계속 머물렀다. 그러자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편안해졌다.

덕분에 다시 수정관 밖의 상황을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어? 뭐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수정관 밖 동공엔 녹색 안개가 가득하게 피어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얽혀서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묘했다.


‘뭐야? 아군과 적군도 구별하지 않고 그냥 마구 죽이잖아.’


한스는 그것이 피어난 녹색 안개 때문이란 걸 알았다.


‘독 안개야.’


피어난 안개를 들어 마시고 이성을 잃은 것이었다.


‘일레인과 기사들은 어디로 간 거지?’


안개가 피어나 동공 전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상당한 거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레인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크악, 아악, 컥, 끄르륵.


사람들이 빠르게 죽어 나가고 몇 남지 않았을 때 수정관 앞에 몇 명의 무리가 나타났다. 사라졌던 일레인과 기사들이었다.


“안 되겠습니다. 아가씨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평소 톰슨 남작답지 않게 다급한 목소리다. 일레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어. 최후의 작전을 시작해.”

“기어이 그 작전을 실행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래. 내게 실패란 없어.”

“휴, 알겠습니다.”


대답한 톰슨 남작이 소리쳤다.


“길을 열어라. 일단 여기서 빠져나간다.”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한 기사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 나갔다.

잠시 후 톰슨 남작과 일레인의 모습도 사라졌다.

한스는 의문을 느꼈지만, 크게 하품했다. 갑자기 엄청난 졸음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뭐지? 너무 졸리네? 강한수의 의식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 때문인 건가?'


아무튼 엄청난 졸음이었다. 그것은 고통을 참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

어떻게든 졸음을 이겨보려고 애썼지만, 한스는 한순간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꽝.


강렬한 충격으로 수정관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뭐지?’


한스는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밖은 여전히 독 안개가 가득했다. 모두 죽었는지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밖을 살폈다. 그저 안개만 자욱할 뿐이었다.


‘매우 강한 충격이었는데? 그래. 뭔가가 날아와서 부딪혔던 거야.’


한스는 수정관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입을 쩍 벌렸다.


‘일, 일레인?’


놀랍게도 날아와 부딪힌 건 일레인이었다.

그녀는 비스듬한 수정관 벽을 타고 미끄러져서 동공 바닥에 걸쳐져 있었다.

죽은 건 아니었다. 얼굴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어느 순간 그녀가 수정관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네, 네놈. 살아있구나.”


힘겨운 목소리다.


“그러는 넌? 넌 어떻게 된 거냐?”

“으드득, 죽여야 하는데, 힘이 없네. 독 연기만 마시지 않았더라도.”


약이 바짝 오른 목소리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들어서 어떻게든 수정관 뚜껑을 뚫어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기력이 다했는지 마법을 발현하지도 못했고 속절없이 버둥거리며 손가락만 미끄러뜨릴 뿐이었다.

처참했다.

금빛 화려했던 로브는 성한 곳이 없었고 로브 안에 입고 있던 옷조차 이리저리 찢어져서 새하얀 피부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신분을 생각하면 최고의 아이템으로 도배를 했을 텐데 몰골을 보니 뭔가와 치열하게 싸운 것 같았다.


‘코림트에서 누가 온 것이기에 이 정도로 당한 거지?’


문득 코림트의 발키리로 불리는 헤스티나 왕녀가 떠올랐다. 그녀 역시 일레인 못하지 않은 미모와 능력을 자랑했다. 코림트의 왕의 동생이었고 무려 소드마스터에 근접한 기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남 대륙 전체에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한스는 그녀의 소문도 부풀려진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레인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그 소문 역시 사실일 것 같았다.


‘소문대로 능력이라면 일레인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 거야.’


마법사와 기사는 상성이 기사가 더 우위에 있었으니까.


‘젠장할, 코림트가 승리해도 반가울 건 없는데?’


코림트는 그야말로 적국이었다. 물론 아군인 일레인이 더 났다는 얘긴 아니었지만 말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정관 밖은 여전히 안개만 가득했고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었다.


‘그나저나 어째서 아무도 없는 거지? 코림트가 승리했더라도 누군가는 나타나야 하는 건데 말이야?’


밖을 살피며 생각을 이어가는데 안개 속에서 뭔가가 다가왔다.


‘마침내 코림트의 기사가 나타난 건가?’


한스는 눈에 힘을 주었다. 흐릿한 안개 속에서 2m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것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곧 코림트의 기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갑옷엔 아무 문양도 없었고 너무나 검었다.


‘뭐지? 설마 다른 왕국에서 온 기산가?’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였다. 던전은 모든 나라가 노리는 것이었으니까.

한스는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다가오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가까워지자 점점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어? 인, 인간이 아니잖아··?'


다가오는 건 결코 정상적인 기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강철 갑옷과 망토 그리고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전신이 검은빛으로 일렁거렸다. 무엇보다 사악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리고 얼굴이 없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엔 지독한 어둠만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문득 다가오는 모습에 가장 적합한 이름이 떠올랐다.


‘데, 데스나이트?’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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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의 그림자에 리치가 산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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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화. 그림자 속의 리치2 NEW +4 11시간 전 153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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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5화. 흙더미 속에서2 +5 24.09.14 314 22 17쪽
18 5화. 흙더미 속에서1 +5 24.09.13 308 20 16쪽
17 4화. 강요된 정사4 +1 24.09.12 335 18 15쪽
16 4화. 강요된 정사3 +6 24.09.11 331 21 19쪽
15 4화. 강요된 정사2 +5 24.09.10 340 18 13쪽
14 4화. 강요된 정사1 +2 24.09.09 366 20 12쪽
13 3화. 진짜 유물5 +6 24.09.07 385 26 16쪽
12 3화. 진짜 유물4 +1 24.09.06 383 26 15쪽
11 3화. 진짜 유물3 +2 24.09.05 398 32 16쪽
10 3화. 진짜 유물2 +3 24.09.04 420 28 17쪽
9 3화. 진짜 유물1 +2 24.09.03 482 29 16쪽
8 2화. 어떤 복수4 +3 24.09.02 494 32 13쪽
7 2화. 어떤 복수3 +1 24.08.31 503 33 12쪽
6 2화. 어떤 복수2 +2 24.08.30 537 32 12쪽
5 2화. 어떤 복수1 +3 24.08.29 602 37 14쪽
» 1화. 던전4 +2 24.08.28 593 39 12쪽
3 1화. 던전3 +2 24.08.27 604 43 12쪽
2 1화. 던전2 +4 24.08.27 633 41 12쪽
1 1화. 던전1 +10 24.08.27 810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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